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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화
작성일 : 22-01-27 14:52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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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마호가니식탁 가운데 오뚝 앉은 정갈한 차림의 남자아이 둘.

 대여섯 살쯤이나 되려나.

 나란히 앉은 아이들이 입은 옷은 실내복치고는 깃까지 여민 정갈한 차림새였다.

 한창 뛰고 솟을 나이 때임을 감안하자면 과하게 경직된 복장인 듯했다.

 꼿꼿이 않은 아이들은 자세도 반듯했다.

 흐트러짐 없는 그 모습이 조기교육 꽤나 받은 품새였다.

 어쨌거나 육안으로 보이는 두 아이의 특이점은 얌전하다 해야 하나?

 아니다. 의젓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었다.

 그 또래들에게 응당 비치는 개구쟁이기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방과 다소 동떨어진 식탁에서 두 남자아이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굽이 있는 실내구두를 신은 윤선이 활짝 웃으며 걸어왔다.

 “자아, 왕자님들 아침식사 대령이오.”

 그녀는 양손에 우유를 부은 시리얼 컵을 내밀었다.

 “이건 레오 거. 이건 빌리 거.”

 컵을 내려놓으려던 윤선이 멈칫했다.

 상체를 반쯤 숙인 윤선이 물었다.

 “누가 레오고? 누가 빌리지?”

 동그랗게 눈을 뜬 그녀는 도무지 분간이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남자아이둘이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레오에요.”

 “저예요. 레오.”

 아이들은 앞 다투어 서로 자신이 레오라고 했다.

 그 서슬에 윤선이 짐짓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그러자 말간 눈으로 동시에 윤선을 올려다보는 두 남자아이.

 똑 같은 옷에 똑 같은 머리스타일, 같은 방향으로 가른 가르마까지 둘의 외향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데칼코마니였다.

 거기에 고만고만한 덩치까지 누가 봐도 한 눈에 가려내기에는 무리 인듯했다.

 그런 아이들을 향해 윤선이 콧등을 찡끗했다.

 “요놈들! 요 깜찍한 것들이 또 엄마를 놀리고 있어? 풋, 내가 못 찾을 줄 알고?”

 윤선이 대번에 갸름하게 눈 꼬리를 좁혔다.

 “으음.......어디 보자.”

 그러자 두 아이는 동시에 윤선을 향해 모여들었다.

 반짝반짝 눈빛을 빛내며 간절하게 윤선과 눈을 맞추려는 아이들은 좌우로 오고가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으로 말했다.

 ‘제가 레오에요.’

 ‘아니에요. 엄마. 레오는 저에요.’

 좌우로 오고가는 윤선의 눈길을 따라 아이들은 눈으로 말했다.

 이리저리 쏠리는 아이들의 작은 가슴팍이 마호가니 식탁에 걸쳐있었다.

 그러고 보니 식탁은 아이들이 앉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뿐만 아니라 높이도 턱 없이 높았다.

 윤선이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슬슬 저였다.

 “......이를 어쩌나? 나날이 구분하기가 힘드네.”

 팔짱을 끼며 갸웃하는 윤선이 한풀 꺾인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두 남자아이의 표정은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오른쪽아이는 화색이 도는 반면 왼쪽의 아이는 실망감에 축 늘어졌다.

 그때 제혁이 나타났다.

 때마침 등장한 제혁의 출현에 윤선이 반색했다.

 “어머? 여보. 레오와 빌리가 너무 똑같아요.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어. 어쩌면 좋아?”

 그러자 제혁이 식탁에 앉은 두 남자아이를 힐긋 보았다.

 “어쩌긴 뭘 어째? 쌍둥이려니 하면 되지 뭐.”

 제혁은 툭 던지듯 말했다.

 가벼운 어조에 비해 새삼스럽게라는 뉘앙스가 담긴 어투였다.

 “쌍둥이? 풋, 하긴 그러네.”

 윤선이 으쓱했다.

 “하루 이틀일도 아니고.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닮아가더니 오늘은 급기야 구분을 못할 지경이잖아? 당신도 저거 줄까?”

 윤선은 아이들 앞에 놓인 시리얼을 가리켰다.

 “아니, 됐어. 참! 오늘 많이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

 발걸음을 떼어놓는 제혁이 말했다.

 “응.”

 윤선은 간결하게 답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돌연 제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 잊은 건 아니겠지? 밤늦게 발소리 안 나게 제발 신경써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고.”

 “어어, 알았어. 조심할게.”

 제혁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두어 걸음 걷는가 싶던 제혁이 휙 몸을 틀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이놈이 빌리. 요놈이 레오.”

 제혁은 큰 손바닥으로 아이들의 뒤통수를 꾹꾹 다지듯 누르며 말했다.

 그러자 윤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장 그녀의 시선이 두 아이를 향했다.

 쫀쫀해진 그녀의 눈이 물었다.

 ‘맞니?’

 좀 전에 시무룩했던 왼쪽의아이가 화색이 돌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의 아이도 별수 없이 목 고개를 까딱했다.

 “어머머? 정말이네? 당신 가끔씩 보면 대단해. 어떻게 뒷모습만 보고도 정확하게 가려낼 수가 있지?”

 윤선의 목소리가 한톤 높아졌다.

 그에 제혁이 으쓱하며 말했다.

 “달라. 딱 봐도 둘이 완전히 다르다고. 난 한눈에 봐도 알겠구먼.”

 검지로 둘을 번갈아 가리키던 제혁이 그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제혁의 발소리는 멀어졌다.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 말도 안 되지.”

 긴 복도를 타고 들리는 제혁의 말이 메아리처럼 길게 울렸다.

 두 아이와 남은 윤선이 웅얼거렸다,

 “하긴 그렇지. 근데 왜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이지?”

 의아함에 허우적대는 윤선에게 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준비하세요. 출근하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빌리였다.

 “어? 으응? 어머머? 벌써 시간이.”

 시계를 올려다보던 윤선이 반색했다.

 이어 빌리의 어깨를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의젓한 빌리. 너 아니었음 또 지각할 뻔했어. 번번이 고마워.”

 윤선은 내실로 뛰어 들어갔다.

 

 레오와 빌리 두 아이만 남겨진 식탁주변에는 싸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자아이둘이 뿜어내는 묘한 기류였다.

 레오는 찌릿찌릿 빌리를 쏘아보았고 빌리는 그런 레오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한동안의 대치상태에서 레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기야? 비겁하게.”

 레오의 들썩이는 어깨와 출렁이는 가슴으로 보아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비겁하다니? 그게 무슨 억지니? 레오, 엄마를 돕는 건 아들로서 가져야할 기본자세야. 모르니?”

 반면에 담담한 빌리는 차분하게 응수했다.

 “쳇, 기본자세 좋아하고 있네. 그래서 네가 나 인척 하는 거야? 번번이 레오라고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급기야 레오는 파르르 떨며 분노했다.

 “어? 아아, 그거? 그건 물론 장난이었지.”

 능청스런 표정으로 빌리는 너스레를 떨었다.

 “레오, 엄마는 우리와 장난하는 걸 무척 좋아하셔. 몰라? 너도 알잖아?”

 “내가 하지 말랬잖아? 두 번 다시 하지 말라고 싹싹 빌었잖아?”

 레오는 앉은 채 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바닥에서 서너 뼘이나 떠있는 레오는 두 발은 허공을 휘저을 따름이었다.

 그때였다.

 “잠깐! 레오. 멈춰! 엄마 오셔.”

 빌리는 레오의 귓전에 속삭이고 그의 어깨를 눌렀다.

 빌리는 레오의 귓전에 속삭이고 어깨를 눌렀다.

 그 말과 동시에 버둥거리던 레오의 움직임은 조용히 사그라졌다.

 굽 높은 실내화 소리와 함께 윤선이 나타났다.

 “엄마 갔다 올게. 인터넷강의 듣고 숙제도 제대로 해야 해. 엄마가 실시간으로 다 확인할거야.”

 “네, 엄마 다녀오세요.”

 “걱정 마세요. 엄마.”

 레오와 빌리는 참새 떼처럼 짹짹거리며 답했다.

 “그리고 아줌마 오면 방에서 나오지 않을 것. 레오! 빌리! 둘 다 잊지 않았겠지?”

 윤선은 검지로 허공을 콕콕 찌르며 재차 확인했다.

 “그럼요, 엄마.”

 “당연하죠. 얌전히 공부하고 있을게요.”

 도우미가 집에 와서 머무는 그 시간 동안 윤선은 레오와 빌리에게 그들의 방에서 머물기를 권했다.

 또한 도우미에게도 아이들의 방은 접근불가를 지시했다.

 레오와 빌리의 기꺼운 대답에 윤선은 흡족했다.

 “아휴, 기특한 우리 아들들. 착하고 말 잘 듣고 엄마는 너희들이 있어 너무 행복해.”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윤선이 두 팔 벌려 레오와 빌리를 동시에 껴안았다.

 그리곤 쌩 바람처럼 사라졌다.

 

 

 시동을 건 윤선은 동남대학교부속 정수캠퍼스로 향했다.

 그녀는 동남대학교 철학윤리학과 부교수였고 오늘은 정수캠퍼스의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에 출강을 가는 날이었다.

 이번학기에 신설된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의료윤리라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생소함 탓일까.

 정수캠퍼스행이 그녀에게는 유독 사적인 트러블을 많이 일으켰다.

 처음 강의를 맡은 의료윤리학이지만 따지고 보면 기존의 강의와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윤리학이란 올바른 민주시민의식과 주인의식을 지닌 바람직한 상을 정립하자는 학문이었다.

 거기에 종교, 환경, 생명 등이 결합되면 또 하나의 개별윤리학이 형성되는 셈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런 이유는 아닌듯했다.

 윤선의 문제는 주로 지각사태였다.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었건만 윤선은 번번이 시간트러블에 시달렸다.

 매사에 맡은바 책임감 강하고 철두철미하기로 안팎으로 정평이 난 윤선에게 일련의 사건들은 분명 그녀답지 않은 처사였다.

 계기판위의 타이머를 보는 윤선은 안도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휴우, 눈치도 빠르고 영특한 빌리. 오늘도 빌리가 아니었으면......”

 종종 자신의 심중을 꿰뚫듯 헤아려주는 아이 빌리.

 그 세심함이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윤선에게 든든한 힘이 되곤 했다.

 빌리 생각에 이르자 윤선은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년이면 둘 다 8살이야.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는데 레오도 레오지만 빌리는 어쩌지?”

 핸들을 잡은 윤선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대여섯 살쯤으로 여겼던 레오와 빌리가 8살이 코앞이라니 내년이면 학령기의 시작이었다.

 왜소한 덩치 탓인지 외견상으로는 결코 그렇게까지 보이지 않았다.

 “하아.......후우.”

 윤선은 저 깊은 곳에서 뿜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심이 깊은 듯했다.

 자신의 아들 레오와 동갑내기인 빌리.

 그 아이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 온지도 꽤 되었다.

 3살 가을 무렵이었으니 내년이면 정확하게 5년이 되는 셈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엇보다 빌리가 자라면서 그의 향방에 관한 갈등이 컸다.

 그럴 때면 빌리를 데리고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터였다.

 결코 무턱대고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정황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 깊은 사려가 부족했다.

 따라서 대책에 대한 간구의 미비함에 노출된 채 빌리의 손을 잡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윤선은 결론적으로 빌리의 입성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빌리는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4년 전 늦가을.

 “거의 이맘때였겠네.......”

 윤선이 스치는 창밖을 곁눈질하며 웅얼거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4년 전 어느 가을날의 오후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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