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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신데렐라 스토리
작가 :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1.12.31

그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총과 함께했다. 옹알이보다 먼저 교신 부호를 익혔고 걸음마보다 먼저 전술 보행을 배웠다.
자명종 대신 적들의 총성이 잠을 깨우는 환경에서 태어나면 절로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개척지 사령관의 딸이란 자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태어났고 전쟁이 그를 키웠다. 그렇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부친을 따라 전장에 섰고 그의 어깨를 받쳤으며 그의 등을 지켰다.
전투복의 장갑에는 항상 초연이 짙게 쌓였고 그를 치울 새도 없이 다음 전장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동료들은 그를 보고 신데렐라 –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

 
1장. 신데렐라와 스노우화이트 - 01
작성일 : 22-01-01 19:16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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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총과 함께했다. 옹알이보다 먼저 교신 부호를 익혔고 걸음마에 앞서 전술 보행을 배웠다. 날 때부터 적의 총성이 자명종 대신 잠을 깨웠다. 개척지 사령관의 딸이란 그런 자리였다.

 그는 전장에서 태어났고 그를 키운 것은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부친을 따라 전장에 섰고 그의 어깨를 받쳤으며 그의 등을 지켰다.

 전투복의 외장갑에는 항상 초연이 짙게 쌓였고 그를 치울 새도 없이 다음 전장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동료들은 그를 보고 신데렐라 –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

 

 * * *

 

 

 “대령님. 취침 중에 죄송합니다. 긴급 지원 요청입니다.”

 하윤 미셸 브루노 대령. 또는 신데렐라.

 나이 서른이 가까운 지금도 아침에 그를 깨우는 건 공습경보 아니면 지원 요청이었다. 적이 침입할 수 없는 환경이라도 적 때문에 깨어나는 건 여전했다.

 눈을 뜬 하윤은 흐릿한 시야를 바르게 되찾기 위해 몇 번 눈꺼풀을 깜빡였다. 시력이 돌아오며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잿빛 천장과 간접 조명의 푸른빛이었다. 이곳은 하윤의 방이었다.

 하윤을 깨운 것은 그의 부관이었지만 어디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관의 목소리는 조명 측면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불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몇 년째 살아 익숙한 방, 장교용 관사가 눈에 들어왔다.

 눈으로 방과 조명과 벽에 걸린 장비들을 본 후에야 하윤의 뇌가 잠에서 깨어나 미션 프로토콜을 돌렸다. 그렇다. 임무다.

 하윤은 침대에서 일어나 습관적으로 침대 측면의 정비대에 걸려 있는 자신의 동력식 장갑 전투복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관사 내부에 살포된 나노 머신이 그의 몸가짐을 정비해 주었다.

 시력을 저해하는 눈곱을 녹이고 안구에 수분을 공급한다.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고 글리세롤을 보급했다.

 “이번엔 어디지?”

 자신의 전투복 앞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출격 준비가 끝났다. 하윤은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부관에게 말을 걸었다.

 “뉴저지-울산-3232입니다. 시체가 일어나 공격해온다는 걸로 보아 자연발생 언데드로 보입니다.”

 “그 지역 사령술사들이 일을 제대로 못했나 보군.”

 “종군 사령술사가 없답니다. 지난 방어전 때 전사했는데 아직 보충되지 못했습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야. 숫자는?”

 하윤이 자신의 전투복에 ‘탑승’했다. 벌어진 전투복의 흉부로 두 다리를 밀어 넣고 두 팔을 전투복의 팔에 맞추면 흉갑과 견갑이 닫히며 하윤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덜컹! 정비대에서 전투복이 떨어져 나왔다.

 “추정 30만이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치군은?”

 “보고서에 따르면 20만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론 5만 안팎일 겁니다. 예비군들은, 아시잖습니까.”

 “그렇지.”

 하윤이 몸을 돌려 투구를 잡았다. 짙은 잿빛과 거친 단면. 오랜 전투의 흔적이었다.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흔적도 깨끗하게 지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윤은 그러지 않았다. 군인에게 삶의 역사는 전공만큼이나 중요했다.

 철컥. 목의 잠금 장치가 맞물리며 둔중한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파란 스크린이 떠올랐다.

 『사용자 – 하윤 미셸 브루노 대령. 코드명 신데렐라. 확인.』

 하윤의 전용 인공지능, 요정 대모가 맑은 목소리로 하윤을 반겼다. 파란 화면이 깜빡이더니 전투복의 입체영상이 나타났다.

 『전투복 봉쇄. 주 동력 점화.』

 전투복의 소형 핵융합로에 불이 들어왔다. 직접 전환로가 하전 입자의 운동 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며 얻은 막대한 전력을 각 관절의 인공 근육에 전달했다.

 우우웅-. 모터와 인공 근육이 작동하며 부드러운 구동음을 냈다. 하윤에게는 자장가보다 포근한 소음이었다.

 『자가 진단 프로토콜 가동. 진단 중. 진단 완료.』

 “대기권내로 수송 가능한 항공기는 뭐가 있지?”

 “113 항공 수송 연대에 지표 강하 수송기가 있습니다.”

 “요청서는 이미 보냈나?”

 “예, 그렇습니다.”

 『사용자 신체에 맞춰 전투복을 조정합니다.』

 쉬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전투복 내부가 부풀었다. 그것은 하윤의 몸을 적당히 압박하는 정도에서 멈췄다.

 『조정 완료. 동력 기동 장비를 가동합니다.』

 관절의 잠금 장치가 풀렸다. 이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윤이 가볍게 어깨를 돌렸다. 그가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투복이 하윤의 의지를 읽고 그의 신경 신호를 가로채 보다 빠르게 작동했다. 몸에 힘을 주기도 전에 이미 몸이 움직였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이 순간, 전사는 전능을 느꼈다.

 눈앞의 파란 화면이 사라졌다. 대신 맨눈보다 더 높은 해상도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5분할 화면의 네 귀퉁이에 맨눈이라면 볼 수 없을 등 뒤의 상황도 각기 다른 각도로 보였다.

 “좋아. 요정 대모, 연대 통신 채널로 접속하라.”

 30분 뒤, 하윤은 자신의 연대와 함께 전장으로 가는 수송기에서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나눴다. 원형의 도시 방벽으로 침입하려는 괴물들과 그에 저항하는 소수의 군대에 대해서.

 “적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데드의 시독으로 오염된 정령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연대 통합 지휘 체계에 언데드의 입체영상이 나타났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종류였다. 자주 만났고, 또 자주 퇴치했기에 전사들에겐 익숙하기가 친구보다 더했다.

 다른 입체영상으로 오염된 정령이 표출됐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전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개체였다.

 하윤은 그것과 적의 개체를 표시한 지도를 동시에 보면서 어디를 가장 먼저 지원해야 할지 파악했다. 적은 모든 방향에서 골고루 접근하고 있지만 도시의 방비가 가장 약한 곳은 한 곳이었다.

 “가장 시급한 장소는, 동쪽이군.”

 『브루노 대령님. 목표 상공으로 접근 중입니다. 강하를 준비하십시오. 도착 예정 시간 – 5분.』

 상황을 브리핑 하는 사이 기장이 무전을 걸었다. 하윤은 지도를 시야 한쪽 구석으로 밀고 연대 통신 채널을 열었다.

 “전장은 농지다. 뉴저지-울산시의 2,000만 시민이 먹을 식량을 책임지는 장소인 것이다. 시청에서는 농지 훼손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따라서 공중 지원이나 고화력 무기는 금지다.”

 하윤의 지시가 모든 대원들이 자신의 총을 붙들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자신은 있었다.

 그들이 투입되는 곳은 항상 최악의 전장이다. 이보다 심각한 패널티를 떠안고 싸운 적도 많았다.

 “편히 쉬지 못하는 고인을 있어야할 곳으로 돌려보내주는 전쟁이다. 각오를 굳혀라.”

 『우! 라!』

 “강하 10초 전! 전투복의 충격 흡수 기능을 최대화하라!”

 5, 4, 3, 2, 1. 덜컥! 군인들이 앉아 있던 자리가 등 뒤로 사라졌다. 바닥이 통째로 열렸고 군인들은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수백 명의 군인이 쏟아졌다. 그들은 지상으로 떨어지는 내내 조금의 자세도 바꾸지 않고 발끝으로 땅을 밟았다.

 착지, 혹은 충돌의 순간. 흙먼지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사방으로 파편이 흩날렸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전사는 몸을 둥글게 말아 충격을 흡수하고 1초의 유예도 없이 즉시 일어서며 총을 들었다.

 하윤의 시야에 아군과 적군이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표시됐다. 하윤은 아군이 피탄 당하지 않을 각도로 총구를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첫 번째 총성이 메마른 대지를 질주하는 순간, 수백 개의 총성이 그 위를 뒤덮였다. 수만의 움직이는 시체 한복판에 떨어진 군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쏘고, 쏘고, 쏜다. 탄피가 땅 위로 쏟아지고 초연이 전신을 뒤덮었다.

 달의 마력으로 강화된 몸이라도 초음속으로 날아드는 95그램의 대구경 총탄 앞에선 다시 썩어가는 시체로 돌아갈 뿐이었다.

 몇몇 시체가 총탄을 피해 하윤에게 달려들었다. 하윤은 자신의 총을 오른팔로 지탱하며 왼손을 꾹 주먹 쥐었다.

 쾅! 주먹이 닿는 순간 몸통이 그대로 증발했다. 사지만 남아 무해한 시체로 돌아간 파편이 하윤의 갑주를 더럽혔다. 하윤은 주먹을 당겼다.

 “대대 단위로 집결!”

 부하들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며 거대한 원진을 형성했다. 일부 병사들은 화기를 등에 메고 그들의 근접 무기를 꺼내어 원진의 내부를 정리했다.

 『제1 기동 대대 집결 완료! 작전 준비 완료!』

 『제2 기동 대대 집결 완료! 작전 준비 완료!』

 『화력 지원 대대 집결 완료! 작전 준비 완료!』

 『본부 직할 대대 집결 완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작전 개시! 연대기를 중심으로 지정된 지역을 점거하라!”

 하윤의 지시와 동시에 기수가 연대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탄소섬유 깃발 전장의 돌풍에 펄럭였다. 깃대로부터 전투의 사념파가 방출되어 군인들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아군 오인 사격의 위험이 사라진 군인들은 더욱 거세게 공세를 가했다. 거리낄 것 없어진 그들의 총구는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적으로 삼았다.

 『전방에 오염된 정령 관측!』

 여러 개의 바위가 들썩이며 허공에 떠올랐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전기 불꽃이 일었다. 그것은 마치 벼락으로 이루어진 혈관과 같았다.

 그렇게 벼락으로 이어진 바위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틀거렸다. 단순한 바위였다면 총탄에 바스러질 테지만 이것은 오히려 총탄을 튕겨내며 움직였다.

 『마탄을 사용합니까?』

 “아니. 탄약을 아껴라. 적이 많다. 정령은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작전참모. 내 총을 맡아라.”

 『영광입니다, 각하.』

 작전 참모가 두 손으로 하윤의 총을 받들었다. 하윤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몸을 풀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번째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열 번째 땅을 딛는 순간 지면이 폭발했다. 하윤의 몸이 바람보다 앞서 공간을 꿰뚫었다.

 하윤의 전투복 위로 칠흑의 마력이 깃들었다. 움직이는 시체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시속 900킬로미터로 움직이는 300킬로그램의 금속 덩어리와 부딪치는 족족 산산조각이 날 뿐이었다.

 기합이나 노성을 지를 필요도 없었다. 하윤은 걸어 다니는 정령의 중심부에 주먹을 내질렀다.

 공중에 떠 있던 바위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것들은 다른 시체를 박살내면서 땅에 가라앉았다.

 키이이잉-. 전투복이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몇몇 시체가 다가와 전투복을 긁고 있었다.

 그래봤자 소용없었다. 전투복의 볼캐늄 장갑은 비록 수 밀리미터에 불과했지만 같은 부피의 강철보다 열 배나 높은 질량과 수천 배나 높은 강도를 지녔다.

 그 닳아빠진 손톱에 아무리 달의 마력이 깃들어 있다 한들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그저 움직이는 게 고작인 시체에게 그런 걸 파악할 지능은 없었지만.

 “흥!”

 하윤이 숨을 고르며 손발을 털었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한번 움직일 때마다 시체 여러 구가 박살났다. 잔챙이는 됐다. 하윤은 몸을 돌리고 다음 정령을 향해 내달렸다.

 진로 상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다시 한번 내지른 주먹에 또 하나의 정령이 침몰했다. 하윤은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보이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냈다.

 『연대장님. 마녀의 솥을 찾았습니다.』

 “본부 직할 대대는 내 위치로 이동한다. 실시.”

 『실시!』

 쿵,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들며 140명의 군인들이 하윤을 감싸듯 섰다. 하윤은 작전참모로부터 자신의 총을 돌려받아 등에 멨다.

 “요정 대모. 표적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라. 표적에 도달하는 진로도.”

 하윤의 지시에 그의 시야 한구석이 붉게 점멸했다. 위치를 파악한 하윤은 보급참모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울러 샷건과 마탄을.”

 『여기 있습니다.』

 하윤의 상체만한 산탄총이었다. 하윤은 산탄총의 중간을 꺾어 열고 자신의 팔뚝과 비슷한 크기의 총알을 집어넣었다.

 “제1 기동 대대는 길을 열어라.”

 『우! 라!』

 

 
작가의 말
 

 장르는 SF 밀리터리 스페이스오페라 판타지 액션 어드벤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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