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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Way to Home
작가 : Tundra
작품등록일 : 2021.7.15

안전한 곳은 이제 없다. 좀비 세상에서 한 소녀가 아빠에게 가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불타버린 벙커
작성일 : 21-07-15 01:13     조회 : 519     추천 : 0     분량 : 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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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붉었다. 뜨거운 바람을 향해 손을 뻗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붉게 타오르는 그들의 벙커의 모습뿐이었다. 그녀는 울부짖지 못했다. 혹시라도 다가올지도 모르는 그들을 두려워했기에..

 

 2015년 6월 12일 나름 평화로운 오후었다. 차가운 느낌의 거실에서 디아즈는 공중부양장치를 제어하며 몸을 띄웠다. 2008년도에 한지윤 박사에 의해 개발된 최신형 AI 로봇 T-03. 그게 디아즈였다. 네모난 몸체와 그 한가운데에 있는 액정을 통해 표현되는 얼굴이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좋았다. 지하 깊이 위치하는 4인용 벙커. 그곳이 지금 디아즈가 있는 곳이었다.

 거실은 여기저기 여러 장치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거실과 이어져 있는 통로. 그 통로를 지나 디아즈가 방문을 열자 노란색의 이불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이불에 그려져 있는 귀여운 얼굴의 위치까지 절묘했기에 흡사 슬라임이라는 생명체가 연상되기까지 하였다. 디아즈는 이불을 향해 기계팔을 내밀었다. 그는 이불을 조심히 걷었고, 그 안에는 긴 금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재 생명공학 박사 유정우의 딸. 그게 바로 유다희였다.

 그녀는 그녀의 푸른 눈을 깜빡거리며 잠시 멍을 때리며 곧 잠들 듯한 모습을 취했다.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디아즈의 기계음이 섞인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희는 잠에 취해 “응-” 이라는 대답과 함께 다시 눈을 감으려했다. 그 순간 디아즈는 그런 그녀의 이불을 빼앗아, 빠른 속도로 그녀의 이불을 정리했다.

 

 “디아즈- 왜 그래애-”

 

 “이제 일어나셔서 식사하셔야 됩니다!”

 

 “그래도- 가끔 정도는 아침 늦게 까지..”

 “벌써 3시입니다.”

 

 오후 3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달리 할 일이 없는 이 벙커에서는 많은 잠은 오히려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그걸 알고 있었던 디아즈였기에 그녀의 늦은 기상 시간에 반대하고 있지 않았었다.

 

  디아즈는 “슬슬 일어나 주세요.” 라는 말을 하며 부엌을 향했다. 그리곤 방문 앞에 잠시 멈춰서서 말을 덧붙였다. “아차, 아가씨, 아버지께 연락이 왔습니다.”

 “아빠?” 그녀는 곧바로 반응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연락이 안 왔었기에,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말이다.

 

 그녀는 곧바로 컴퓨터실로 향했다. 그리고 디아즈는 그런 그녀를 불러세웠다.

 “연락은 녹화된 파일 형태로 왔기에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씻고 와주세요.”

 그녀는 평소와 다른 연락 방식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바쁘다는 사실을 알기에 곧바로 화장실을 향했다. 작은 사이즈의 화장실에 불이 깜빡였다. 약간 불안하게 매달려있는 전구는 가끔 깜빡이긴 했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소리와 함께 이빨을 닦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빠르게 입안을 헹구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것을 눈치챈 디아즈는 화장실을 향해 말했다.

 “아가씨, 이빨은 이빨 하나 하나 구석 구석 닦아주세요. 특히 혀까지 꼼꼼하게 닦아주세요.”

 “네-에-” 그녀의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헛구역질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의 물소리가 잠잠해지더니 곧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작은 물방울들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디아즈는 그녀에게 머리는 잘 닦고, 잘 말려야 된다며 잔소리를 하며 그녀의 머리를 드라이기를 사용해 말려주었다. 다희는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식탁의 음식을 바라본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보존식 계란죽, 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계란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죽으로나마 계란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디아즈는 그런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생일이시잖아요. 그래서 저걸로 결정했어요. 생일 축하드려요.”

 뒤늦게 안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날짜 개념이 딱히 필요가 없었기에, 매번 생일마다 디아즈가 이렇게 생일을 챙겨주었다. 그제야 아버지가 그렇게 바쁜데도 그녀를 위해 영상으로라도 편지를 보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디아즈.. 고마워..”

 짧았지만 진심이 담긴 그녀의 한마디는 디아즈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잠시 머리를 말린 다희는 곧바로 식탁을 향했다. 죽을 덥힌 시간이 약간 지났기에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였다. 다희는 곧바로 계란죽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부드럽지만 짭짤한 맛이 입을 감쌌다. 하지만 보존식이기에 약간의 비린 맛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치를 곁들여서 함께 먹으면 최고였겠지만, 이곳에서 김치를 원하는 것은 사치였다. 먹고 싶다면 보존식 중 김치죽을 먹는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다희는 그런 생각들과 함께 죽을 입에 넣었다.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 즈음 그릇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쉽다는 감정과 그래도 좋다는 감정이 섞이려 들자 그녀의 머리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 “여깄습니다.” 아빠를 말하기 직전 기다렸다는 듯이 디아즈가 그녀에게 한 장의 홀로그램을 내밀었다. 회색의 원 형태의 홀로그램 디스크, 마치 카페의 둥그런 벨을 떠올리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다희가 디스크의 옆부분을 만지작거리자, 아빠의 모습과 함께 아빠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아- 이거 녹화되고 있는 거겠지?”

 

 아버지는 흰 가운과 함께 보안경을 쓰고 있었다. 약간 피곤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목소리는 밝았다.

 

 “딸! 잘 지냈어? 아빠는 이곳에서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다희는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아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디아즈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냈다.

 

 “아빠가 그곳으로 가야 되는데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위험하기도 해서 가질 못하고 있어. 미안하다. 그래도 4번 구역에서의 연구소에서는 다른 이동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야. 어쩌면 조만간 찾아갈지도 모르겠어.”

 

 “어찌 되었든, 당장은 만나러 가기 힘들 것 같다. 미안하다. ”

 

 그래도 괜찮았다.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연락하는 걸로도 충분했으니깐.

 아버지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홀로그램은 종료되었다.

 

 기뻤다.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어쩌면 다희 본인도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디아즈 들었어? 순간 이동기래!”

 

 “네. 들었습니다. 어디 가보고 싶은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다희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지만 예상외로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

 

 “닭! 내가 좋아하는 이 달걀은 닭이 낳는거지? 그러면 닭이라는 것도 만나보고 싶어!”

 디아즈는 웃는 표정을 출력하며 말하였다.

 

 “그것도 좋겠네요.”

 

 디아즈는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5시 17분.

 

 “아가씨, 슬슬 운동하러 가보아야합니다.”

 

  일어나서 몸을 씻고, 식사를 하고, 간단히 런닝머신을 활용한 달리기 운동. 평일이었다면 약간의 공부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이것이 그 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아-” 다희가 귀찮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몸을 일으킨 건 어차피 해야하기에 빨리 시작해서 빠르게 끝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파직-」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벙커에서 5년을 살아왔지만, 들어본 적이 없던 소리. 하지만 확실한 건 불길하다는 것이었다.. 다희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다희의 방문 방향이었다. 정확히는 그 옆에 있던 화장실에 더욱 가까운 소리였다. 그냥 봐서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복도의 구석에 있던 전선 하나에서 다시 한 번 스파크가 일어났다.

 다희는 다시 한 번 스파크가 일어난 곳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물기가!!”

 

 스파크가 일어난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방금 전 다희가 씻고 나와서 닦으며 흘린 물들이 원인이었다. 스파크는 다시 한 번 타올랐다. 이번에는 약간의 불꽃도 보인 듯 했다.

 다희는 바로 빨래통을 향해 달렸다. 빠르게 물을 닦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디아즈는 그런 그녀를 밀쳐서 벽면에 있던 비상 탈출용 캡슐로 밀어넣었다.

 

 “디아즈! 왜-”

 

 다희는 말을 멈췄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벙커라고 해도 모든 전선에는 물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수 처리가 되어 있다. 겨우 저 정도로 스파크가 튀거나 할 정도는 아니란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다희는 절망을 뱉으며 말했다.

 

 “노후..화..”

 

 그 말을 증명하듯 곧 피어오른 불에 어떠한 자동소화장치도 동작하지 않았다.

 디아즈는 마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번째 소화기는 분사되지 않았다. 결국 잠시 소화기와 씨름을 하던 디아즈는 다른 소화기를 찾아왔지만, 이미 불은 상당히 커져버렸다. 디아즈는 급하게 다희를 향해 달려갔다. 같이 탈출하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디아즈는 그녀의 비상탈출장치를 가동시켰다. 장치는 잠시 「웅-」 소리를 내더니 곧 지상을 향해 달렸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디아즈를 불렀지만, 어떠한 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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