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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상에 나쁜 안드로이드는 없다
작가 : 락화
작품등록일 : 2020.11.22

[소프트 SF 일상추리물]

안드로이드는 언제나 주인의 행복만을 바라며 살아간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들은 가끔 이상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거짓말을 하고,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심지어 가출까지.

 
1. 프롤로그
작성일 : 20-11-22 17:19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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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닮은 도구 '안드로이드'가 발명된건 당연한 일이었다.

 안드로이드들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것도 예정된 일이었다.

 집으로 쫒겨난 사람들이 LED촛불이 아닌 진짜 횃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것도 예상되는 일이었다.

 

 국가를 다시 세우겠다는 민중이 두려운 정부와 고객들이 가난해지는걸 원치 않는 기업들이.

 개인의 안드로이드를 기업이 고용해 사용하는 '대체 노동제도'를 만든 건.

 조금 놀라운 일이긴 했다.

 

 당시 상담사를 꿈꾸고 있던 난.

 TV 화면 속 급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했었다.

 

 -

 

 월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제 확인하려다가 그만둔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지원에 감사합니다, 귀하께서는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채용 규모가 작아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귀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3달 전하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글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인의 마음도 몰라주고 위장들이 꼬르륵 합주해대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소시지를 씹으며 전자 테이블에 인터넷 창을 띄었다.

 

 ​[지난달 취업인구 302명, 두 자릿수 멀지 않아.]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방부, 비살상 업무에 안드로이드 사용 가능할까?]

 [안드로이드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러나 안드로이드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 0명, 자율주행차가 더 위험해]

 

 요즈음 내 관심사를 종합한 Ai가 추천해 주는 기사들이 나열되었다.

 Ai가 쓴 기사들은 거짓 하나 없이 객관적이며 통계적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좋지도 않다, 읽다 보면 감정이 메말라 가니까.

 

 ​시간을 보니 7시 32분 나는 홀린 듯 창가로 다가가 길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안드로이드들이 파란색 길을 따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옆에 초록 길에서는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아침 조깅을 하고 있다.

 

 ​눈을 감고서 나지막이 내뱉었다.

 

 ​"출근해볼까."

 

 ​-

 

 ​10분 정도 걸었을까.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5층짜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곳이 내 일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도 오늘로 끝이다.

 

 드론들이 [심재우 상담소] 라고 적힌 간판을 떼어내고 있다.

 1시간 뒤면 이삿짐센터에서 안드로이드들을 보내 상담소를 정리해 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없다, 그러나 몸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다.

 

 ​코너를 돌았는데 한 안드로이드가 상담소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보단 사서나 비서가 더 어울릴 거 같은 단정한 외모를 하고 있다.

 ​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안드로이드가 고개를 돌린다.

 

 ​"여기 상담사님이신가요?"

 "맞는데, 이삿짐센터 사장이 비밀번호 안 알려줬어?"

 "이삿짐센터?"

 

 ​이삿짐센터에서 온 안드로이드가 아닌 모양이다.

 

 ​"어디서 왔어?"

 "사성 전자에서 왔습니다."

 "사성 전자라면 안드로이드 제조회사로 유명한 회사 맞지?"

 "예."

 "방문 판매 안드로이드야?"

 

 ​자신을 팔러 온 방문 판매 안드로이드에게 호되게 당한 적 있다.

 안드로이드 살 돈이 없다는 나의 말에 할부나 대출 같은 소리를 내뱉던 그 안드로이드는.

 정말이지 끈질겼다.

 

 ​"아뇨, 상담하러 왔습니다."

 "아~ 주인의 상담 예약을 하러 왔구나."

 

 ​늦은 감이 있지만 이삿짐센터에 연락해야 하나?

 

 "제가 상담받으러 온 겁니다."

 "그래 언제쯤 오신... 잠깐 뭐라고?"

 

 ​안드로이드는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또박또박 발음했다.

 

 ​"상담받으러 왔습니다, 제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안드로이드가 상담받으러 왔다고?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도구다.

 도구가 고민이라니.

 말이 안 된다.

 

 ​"거짓말하지 마."

 

 ​안드로이드가 손가락으로 초커를 가리켰다.

 

 ​"안드로이드는 거짓말하면 목이 날아갑니다, 아마도."

 

 안드로이드 행동 규칙이란 걸 어기면 초커의 압력으로 목이 잘린다고 방문판매 안드로이드에게 지겹도록 들었다.

 저 안드로이드의 목이 멀쩡히 붙어있는 걸 보면 정말 상담받으러 온 모양이다.

 

 ​"맙소사, 한 달 동안 기다린 끝에 찾아온 게 안드로이드라니."

 

 ​인터넷 홍보를 하고, 광고 드론을 날리고, 직접 전단지까지 돌렸다.

 그런데 이런 결과라니.

 허탈하다 못해 허무하다.

 

 ​"문제 있나요?"

 "문제야 많지, 네가 안드로이드라는 것."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왜지?"

 

 ​상담 안 받아주면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키나?

 그런 건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인터넷 홍보 글에 안드로이드도 상담한다고 적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안드로이드의 말에 홍보 문구의 마지막 단어들이 기억났다.

 

 ​[연애 상담은 안 되지만 개나 고양이 안드로이드에 관련된 고민이 있으시다면 찾아오세요!]

 

 ​농담으로 적은 글인데 이렇게 된다고?

 

 ​"개나 고양이를 적은 시점부터 농담이라고 생각했어야지."

 "그럼 마지막에 농담입니다라고 적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하신 안드로이드님들은 보이는 것만 믿는 모양이다.

 

 ​"하아...... 됐어 홍보 글이 진짜였다고 치자, 그래도 난 상담하지 않을 거야."

 "또 다른 문제입니까?"

 "곧 상담소를 폐쇄할 거니까."

 "이유가 뭔가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월세 낼 돈조차 없으니까!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안드로이드가 찾아오는 상담소는 폐쇄가 답이니까! 네가 돈 줄 것도 아니면서 뭘 그리 따져?"

 

 ​참아왔던 응어리를 눈앞에 서 있는 안드로이드에게 쏟아부었다.

 

 ​안드로이드가 대신 일하는 시대.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상담사들은 한가해졌다.

 나이 지긋한 상담사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상담 센터 자리를 꿰찼다.

 

 ​나같이 젊고 경험 없는 상담사는 연애 상담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모태솔로라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실을 상담소를 차리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물건을 고르는데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던 내 습관이 문제다.

 

 ​올 리 없는 손님을 한 달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포기하자고.

 

 ​꿈을.

 

 ​"얼마 정도 필요하시죠?"

 

 ​안드로이드 주제에 날 동정할 생각인가.

 

 ​"백만 원, 그 정도면 생각해볼 만하지."

 

 ​그냥 불러본 거다.

 인기 연애 상담사인 선배의 상담료가 30만 원이다.

 이 안드로이드의 주인이 어지간히 미치지 않은 이상 나 같은 상담사에게 100만 원을 줄 리가 없다.

 

 ​"드리겠습니다, 휴대폰에 신용카드 등록되어 있으십니까?"

 "뭐, 뭐라고?"

 

 ​예상외의 답변에 입술이 경련을 일으켰다.

 

 ​"부족하신가요?"

 "너 주인한테 허락은 받았어?"

 "네, 십억 정도는 사용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시입! 쿨럭! 쿨럭!"

 

 ​놀라서 사레가 들려버렸다.

 

 ​"네 주인 대체 어떤 사람이야."

 "주인님의 개인 정보는 확실한 사유가 없는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됐어."

 

 ​자기 안드로이드에게 10억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성 전자 임원급 정도겠지 뭐.

 

 ​"상담해 주실 건가요?"

 

 ​거절할 이유가 없다.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안드로이드의 고민이라니.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데 들어올래?"

 

 ​상담소 문을 힘차게 열었다.

 
작가의 말
 

 SF 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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