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녀는 영웅이며 악녀다
작가 : 오노마
작품등록일 : 2020.11.11

"잊혀지는 운명 속에서 내 이름을 불러줘."
"널 구할 수 있다면, 난 영웅도 악녀도 될 수 있어."

 
Ep.0 영웅이야기의 결말
작성일 : 20-11-11 19:22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693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레아 알나이르는 소위 말하는 천재였다.

 제국의 둘밖에 없는 공작가인 알나이르 가문의 공녀.

 그녀에게는 당연히 제국에서 손꼽는 교사들이 붙었고, 그들은 채 3년이 되기도 전에 더는 가르칠 것이 없다며 스스로 교사직에 물러났다.

 어린 나이 때부터 보였던 천재성은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장르를 가릴 것 없이 발휘되었고, 그녀의 행보는 언제나 공작가에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레아 알나이르가 ‘공작가의 도구’로서 삶을 맞이하게 된 비극의 시작이었다.

 알나이르의 가주, 로웬 알나이르는 야심가였다.

 제국의 둘밖에 없는 공작 신분이기 때문에 그를 견제할 수 있었던 건 황가인 레오니스 가문과 같은 공작가인 스트릿 가문뿐이었고, 대외적으로 알나이르와 레오니스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해가 있기에 유지되었던 관계였으며, 로웬은 언제나 알나이르가 레오니스를 제치고 황가가 되는 미래를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의 발판이 바로 레아 알나이르였다.

 그녀가 후에 황태자와 결혼해 황후가 됨으로써 조금씩 황가를 갉아먹고, 언젠가는 황제의 자리를 반란으로 빼앗을 생각이었다.

 로웬에게 자신의 딸은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나 공작이 정한 시간에, 공작이 정한 일을 해내고, 공작이 정한 음식을 먹고, 공작이 정한 교육을 배우고, 공작이 정한 생활 패턴을 가져야만 했다.

 레아 또한 자신의 삶이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로웬의 인형 놀이에 어울려주었다.

 기대에 부응한다.

 그것이 자신이 동경하던 영웅의 자세였기 때문에.

 도구로서 생활하는 시간 속, 그녀가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유일한 순간은 동화 속 영웅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이었다.

 검을 든 영웅은 언제나 모두에 기대에 답했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영웅은 도망치지 않았으며, 지켜야 할 것 그 이상을 지켜냈다.

 영웅의 이야기는 레아 알나이르에게 검을 잡게 했고, 검은 레아를 조종하던 실을 끊어내 주었다.

 공작가 출신의 여기사.

 대륙을 휘어잡는 레굴루스 제국과 프라에키 왕국의 역사 속에서 공녀가 기사가 된 사례는 없었다.

 기사와 공작가 영애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모두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난할 때도 레아는 검을 잡고 자신의 길을 나아갔다.

 자신이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증거였으며, 동시에 영웅이 되어 보이겠다고, 『───』, 그 사람과 약속했기 때문에.

 사교계에 데뷔할 나이, 18세.

 그녀의 옷은 아름다운 드레스가 아닌 제복이었다.

 손에 든 것은 금은보화도 와인도 아닌 피에 젖은 검이었다.

 그녀를 따르는 건 권력에 눈이 먼 남자들이 아닌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내는 제국민이었다.

 레아 알나이르는 더는 공녀가 아닌 레굴루스 제국을 지키는 위대한 기사로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고, 그 너머엔 그녀가 바라던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났어야 할 이야기였다.

 티엔라력 1381년.

 알나이르 공작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명분은 충분했다.

 레오니스 황실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면서, 제국 내에서 반란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고, 레오니스 황가는 이 상황을 즐기듯, 폭정을 일삼았다.

 하지만 실상은 이 절호의 기회를 틈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로웬의 흑심 가득한 반란이었다.

 제국을 위한다는 로웬과 가족의 말에, 레아는 검을 바치기로 했던 레오니스를 향해 검 끝을 향했다.

 그것이 영웅 레아 알나이르가 제국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다만, 세상이 틀렸을 뿐이다.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약간 우세하다고 평가받는 황가는 압도적으로 제국의 이인자인 알나이르를 짓밟았다.

 당연히 쿠데타를 일으킨 모든 이가 반란죄가 적용돼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오직, 로웬 알나이르와 그 가족들을 제외하고.

 쿠데타가 실패할 것이라고 확신한 로웬이 일찍이 자신의 편을 들어준 모든 사람을 배신한 거다.

 그리고 이 반란에 주모자는 다름 아닌 영웅이었던 ‘레아 알나이르’였다고 레오니스 황가와 입을 맞춘 거다.

 《그녀가 원했던 건 황제라는 자리였다.》

 《그 추잡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레아 알나이르는 악마와 손을 잡았다.》

 《레아 알나이르는 반란죄뿐만 아니라 악마와 손을 잡았다는, 〈대륙 평화 서약〉에 어긋나는 최악의 죄를 지었다.》

 《오직 자신의 더러운 욕구를 위해 인류의 평화를 망치려고 한 죄는 몇 번을 죽어도 마땅하다.》

 《이에 따라 ‘마녀’ 레아 알나이르를 화형에 처한다.》

 무엇 하나 진실하지 못했고, 사실이 아니었지만, 레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혀는 잘려 나갔고, 팔과 발은 아작이 나 힘이 들어가지지 않았으며, 눈은 빛을 잃어버렸다.

 망가진 꼭두각시 인형.

 결국 태어난 순간부터 죽어가는 지금까지 레아 알나이르는 도구였다.

 ────죽이겠어.

 ────복수하겠어.

 그렇게 몇 번이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있건만.

 “지금부터 마녀, 레아 알나이르의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겠다.”

 난, 무력하게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서 죽여버려!”

 “악마랑 계약하다니! 더러운 년! 마녀!”

 “마녀에겐 죽음을!”

 어떤 이들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 마물 습격 사건에서 자신이 구해낸 수많은 제국민이다.

 영웅으로 살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한 내게 왜 마녀라고 욕하는 거지.

 내가 왜 저들에게 저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지.

 왜 내 인생은 이딴 비극인 거지.

 어? 왜 나야?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그러니 그냥 내 것이 되었으면 좋았잖아, 레아.”

 오만함이 가득 흘러넘치는 목소리.

 그 부드러운 음색에서 이제 느낄 수 있는 건 증오밖에 없다.

 한때 검을 바쳤던 존재, 황제 나이르 레오니스.

 “안타까워. 어떤 여자를 봐도 그대만큼 아름다웠던 여인은 없었건만. 이젠 추하다 못해 더럽군.”

 나이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레아를 내려다본다.

 “로웬 그자는 머리가 좋아. 자신이 죽을죄를 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바로 내 앞에 머리를 박으며 충성을 맹세했으니까. 그대는 그럴 필요 없이 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기기만 했으면 됐었을 터.”

 물론, 이젠 그럴 가치가 없지만.

 조롱이 섞인 웃음소리가 뚜렷하게 귓가에 들려온다.

 저런 천박한 새끼에게 검을 받고, 그 검으로 영웅 행세를 했다는 생각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뭘 실실대는 거야?”

 나이르가 냉소적인 표정을 머금으며 손가락을 아래로 까딱이자, 사형 집행인이 레아의 뒤통수를 깨트릴 기세로 바닥에 세게 밀어버린다.

 광장에 둔탁한 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레아의 이마 사이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온다.

 “아직도 웃음이 나올 여유가 있나 보군? 그래. 그대는 그런 인물이었어. 그래서 가지고 싶었지만, 더러운 건 질색이거든.”

 자신의 발 근처에 피가 고이기 전에 나이르가 뒤로 돌아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사형 집행인은 헝클어진 레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 레아를 물건 취하듯 대하며 화형대가 있는 계단을 오른다.

 3층 높이에 있는 화형대.

 이제 레아 알나이르는 마녀로서 죽임을 당하는 거다.

 ‘이게 내가 동경하던 영웅 이야기의 결말이라니∙∙∙∙∙∙.’

 「영웅이라는 단어는 널 위해 존재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고 해도, 이미 내겐 영웅인걸.」

 「언젠가 너의 영웅이 되어줄게.」

 네가 있었기에 내 이야기는 분명 해피 엔딩일 거라고 생각했어.

 너에게 영웅이라고 인정받아서, 난 영웅일 수 있었어.

 그런 너에게 사랑한다고 듣고 싶었어.

 이젠, 너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보고 싶어∙∙∙∙∙∙, 『───』.’

 “────레아!”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광장이 크게 흔들린다.

 레아가 있던 사형대가 크게 흔들리면서, 균형을 잃은 화형대가 무너지고 레아는 그대로 6m 아래로 떨어진다.

 “레아, 정신 차려∙∙∙∙∙∙!”

 레아가 떨어지기 직전,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이 그녀를 재빠르게 안아낸다.

 그리고는 그대로 레아를 안은 채로 혼잡한 광장을 빠져나간다.

 “뭣들 하고 있어!? 어서 저자를 쫓아가!”

 나이르의 눈치를 보며 로웬이 다급하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지만, 이미 인간의 상식 밖의 움직임을 보여준 남성은 광장을 벗어난 지 오래다.

 “전하, 추가 병력을 보낼까요?”

 “────찾았다.”

 “∙∙∙∙∙∙네?”

 근위대 단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나이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의 호박색 눈동자가 영혼을 보는 듯, 크게 일렁인다.

 ● ● ●

 “치유해, 치유하라고∙∙∙∙∙∙!”

 울분을 토해내는 목소리와 함께 레아의 정신이 각성한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위태하게 흔들리는 풀잎 소리와 스산한 부엉이의 울음소리.

 사람의 목소리라곤 오직 남성의 목소리밖에 없다.

 왕도 근처에 이럴 곳은 오직 한 곳밖에 없다.

 제국의 수도권 남부에 위치한 미지의 영역, ‘비밀의 숲’이다.

 “────어우아.”

 레아가 말을 건네자 남성이 괴로운 기색으로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른다.

 “미안해∙∙∙∙∙∙. 내가, 내가 조금 더 이 운명을 걷기로 각오했다면∙∙∙∙∙∙!”

 운명을 걷다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이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러지 마.’

 레아가 간신히 팔에 힘을 주어 그의 뺨이 있을 곳에 손을 얹는다.

 피가 순환되지 않아 차가워진 손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떨어진다.

 ‘울보. 울지 말라니까.’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팔이 힘없이 축 늘어진다.

 남성이 혹여 레아가 아픔을 느끼지 않을까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보지만, 이미 레아의 몸은 고통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그렇게 그녀를 몇 분이나 껴안았을까.

 “────좋아. 그렇게 할게. 레아를 살릴 수 있다면.”

 독백과도 같은 말이 빠르게 어둠에 무너져내리고, 남성은 천천히 나무 기둥에 레아를 놓아준다.

 그리고는 남성이 살포시 레아의 손을 잡았고, 그와 맞잡은 손에서 따스한 감각이 느껴진다.

 ‘안 돼. 쓰지 마.’

 햇살을 잔뜩 머금은 이불의 몸을 맡기듯, 따스하고 기분 좋은 감각은 손에서 시작해서 심장으로 향했고, 심장을 기점으로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건 생각할 것도 없이 ‘신성술’이다.

 신에게 선택받은 이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인간을 위해 내려졌기에 인간에 대한 일이라면 그 어떤 것도 해내게 해주는 만능의 능력.

 하지만 그 위대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 내줘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사용자의 생명이다.

 “────우아아.”

 “∙∙∙∙∙∙걱정하지 마. 이번엔 내가 널 구해낼 뿐이니까.”

 막아내야 한다. 날 살리고자 하는 널 이렇게 죽일 수는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 여행 다니자는 말만 하기만 했네. 이 일이 끝나면 정말로 여행 가자. 나, 좋은 곳 알고 있어.”

 신체에 크고 작은 상처가 아물어간다.

 ‘그만해.’

 “별 좋아한다고 했지? 제국에 밑으로 가면 끝없는 바다가 있는데, 그 한가운데서 보는 별이 그렇게나 예쁘다고 하더라.”

 손상되었던 장기와 신경이 서서히 치유되고, 잘려 나갔던 혀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만, 해.”

 “사실은 그곳에서 너에게 고백하고 싶었어.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한 서로라면, 내가 낯간지러운 말을 해도 어떻게든 넘어갈 거 같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가 너무 늦었어. 미안해.”

 끝으로 잃었던 시력이 완전히 생겨났을 때, 레아가 볼 수 있었던 건 언젠가 보기로 했던 은하수와도 같은 빛이었다.

 “사랑해, 레아.”

 “안 돼∙∙∙∙∙∙, 사라지면 안 된다고∙∙∙∙∙∙!”

 이젠 너뿐이다.

 그런 내가 널 잃어버리면, 이곳엔 내가 살아갈 이유 따윈 없다.

 이런 결말로 끝나선 안 된다.

 “나도, 사랑해. 사랑하니까∙∙∙∙∙∙, 사라지지 마. 빨리 돌아오라고∙∙∙∙∙∙!”

 “미안해, 이렇게 아픈 기억을 너에게 남겨서. 하지만, 이게 널 구할 마지막 방법이었어.”

 안으려고 해도 닿지 않는다. 그 다정한 눈을 보고 싶어도, 그의 모든 건 사라져가는 빛이 되어버렸다.

 “어째서 너마저 잃어야 하는 거야∙∙∙∙∙∙. 난, 너만 있으면 되는데.”

 “나도 네가 없으면 안 돼. 정말, 사랑하거든.”

 “나도 사랑해. 사랑해 무척이나.”

 “∙∙∙∙∙∙그 말 들으니까, 기분 좋네.”

 “몇 번이고 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돌아────!”

 으드득.

 공간이 비틀어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 어둠에 빨려 들어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진다.

 “────어?”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온기, 목소리, 향기, 눈빛, 미소, 손짓, 심장 소리, 그 어떤 것도.

 “아아, 좀 더 빨리 왔다면 서약을 끊어낼 힘을 얻을 수 있었겠어. 참으로 아쉽군.”

 일그러진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곳에서 한 남성이 나타난다.

 “나이르, 레오니스∙∙∙∙∙∙.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흐음, 그 정도까지 완벽하게 돌아오다니. 역시 좀 더 빨리 힘을 뺏었어야────”

 “────죽이겠어.”

 “∙∙∙∙∙∙기사가 검도 들지 않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해대는군. 무례하기 짝이 없어.”

 나이르가 손을 뻗자, 알 수 없는 힘이 레아의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공중에 띄운다.

 “그래도 그 눈만큼은 아주 마음에 들어. 한 번 망가뜨린 것엔 흥미가 없지만, 다시 보니 또 망가뜨리고 싶어. 특히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기세로 우는 표정을 보니 더더욱.”

 목을 옥죄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금방이라도 목이 꺾여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죽이겠어.’

 한 번만. 단, 한 번만 내게 모든 걸 바꿀 기회를 준다면 세상 모든 것에 복수할 거다.

 내 모든 걸 바쳐서, 나를 막는 모든 것을 없앨 거다.

 ────째깍째깍.

 “∙∙∙∙∙∙뭐지?”

 레아의 몸이 빛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등 뒤로 커다란 황금빛 시계가 나타나더니, 목을 옥죄던 힘이 사라지고 그녀의 몸이 허공에 천천히 떠오른다.

 “그 자식, 잘도 이런 술수를────!”

 나이르가 황급하게 손을 써보려고 하지만, 레아를 감싼 빛이 그 무엇 하나 그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막는다.

 초침, 분침, 시침 가릴 것 없이 시곗바늘이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레아의 귓가에선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던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잊혀 가는 존재 속에서 나를 기억해주길.』

 몇 번이고 기억해낼 테니까, 다시 사랑한다고 속삭여줘.

 『잊혀 가는 인연 속에서 나를 찾아내 주길.』

 내가 어떻게 사랑하는 널 잊을 수 있겠어.

 『잊혀 가는 영혼 속에서 나를 만나러 와주길.』

 그럴게. 그러니까 내게 돌아와. 제발.

 『잊혀 가는 운명 속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길.』

 “∙∙∙∙∙∙사랑해, 『───』.”

 째깍────.

 모든 시곗바늘이 존재하지 않는 0시를 가리키자, 시계는 모래와도 같이 흩어진다.

 이윽고, 레아 알나이르의 몸은 흩날리는 은하수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진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 Ep.1 망할 공작가를 가지고 싶다면 2020 / 11 / 11 236 0 5912   
3 Ep.1 주먹다짐은 안 할게 2020 / 11 / 11 227 0 6786   
2 Ep.1 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2020 / 11 / 11 227 0 6347   
1 Ep.0 영웅이야기의 결말 2020 / 11 / 11 388 0 693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