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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1화. 장마, 스무해 여름 1998년.
작성일 : 20-09-29 13:03     조회 : 360     추천 : 3     분량 : 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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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장마, 스무 해 여름 1998년.

 휴학계를 내고 왔다. 힘겹게 미대입시를 치르고 수석으로 들어간 대학이었다. 한 학기 동안 난 무었을 배웠나?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수업은 없는 것 같았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목에서 빗 방울이 어깨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오늘부터 장마라고 했던가?

  2년 약정을 하고 공짜로 장만한 PCS를 만지작거리다 전화를 건다.

  “ 비도 오는데 날 구지나 할까?”

  친한 친구 세종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학계도 냈겠다. 오늘은 좀 마셔야겠다.

  “ 어. 안 그래도 너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 학교 때려 치려고.”

  “ 무슨 일 이야? 먼일 있어?”

  “ 만나서 이야기 하자.”

  ‘ 음악 한다. 음악 한다. 그러더니 마음을 정했나?’

  이 녀석은 중학교 때부터 나와 단짝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나름 잘하는 편이여서 선생님과 부모님의 기대를 받기도 했던 녀석인데 고등학교 갈 무렵부터 음악에 심취하는가 싶더니 기타를 열심히 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을 연습했는데도 녀석은 밴드 오디션에 합격을 했다. 개중에 기타를 잘 쳤는지 퍼스트 기타자리도 맡게 되었었다. 그냥 그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뉴스에서 IMF에게 국가가 돈을 빌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반년 후에 우리는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전에는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하기도 했었고, 나름대로의 대학 캠퍼스에 대한 각자의 로망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내가 꿈꿔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어떤 낭만도 멋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환영과 같았다.

  입학하기도 전에 학원 강사로 채용된 나는 매일 매일을 바쁜 일상으로 보내야 했다. 학원 강사를 병행하면서 학교를 다녔던지라 매일같이 피곤해서 과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가면 배울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수업들은 하나 같이 성에 차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하자. 여기까지만 하자. 한 학기만 다니고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재수나 준비해야겠다. 막연하게 의식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 통화 말미에 우리 동네 정자에서 보자고 했었지?’

  비에서 나는 먼지 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빗발은 갑자기 굵어지며 곳곳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 신발에도 물이 스며들면서 걸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 정자에 도착하면 병원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자판기 커피에 담배 한 대 딱 이지.’

  라고 생각을 하며 걷는데 어느덧 정자 앞에 도착 했다.

  “ 여기야!”

  “ 어. 효민이도 같이 왔구나?”

  효민이는 세종이의 여자 친구이자 입시를 같이 준비한 학원 동기이기도 하다. 두루 친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같이 만나는 빈도가 잦아지더니 이제는 안 나오면 살짝 이상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 좀 추운데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먼저 할까?”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인지 몸이 따뜻한 커피를 불렀다.

  “ 그러자. 여기 자판기가 우리 동네에서 최고의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거 알고 있지?”

  비오는 날에는 따뜻한 자판기 커피와 서늘한 공기 그리고 담배 한 모금은 최고의 조합이다. 정자 안으로 장소를 옮겨 커피를 마신다. 역시 비율은 단연 저 자판기가 최고다.

  “ 자 이제 슈퍼를 가볼까? 다들 얼마씩들 있어?”

  “ 나 오천 원.”

  “난 칠천 원.”

  “나도 오천 원.”

  어떻게 지갑에 만 원 이상 있는 놈들이 없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언제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십시일반 돈을 모아 술을 사먹어야 했다.

  “ 소주 세 병 콜라 한 병, 새우깡하고 자갈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상하게 나는 빈속에 소주를 마시면 더 빨리 취하는 것 같았다.

  “ 소주 한 병 더 사도되겠는데?”

  각 일 병씩은 더 먹으니 한 병을 더 사도 무방해 보였다.

  “ 그래 그러자.”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다. 1998년 6월의 어느 날. 세 청춘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땅을 충분히 적신 비는 뒤로 흐르는 냇가의 소리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 학교는 자퇴 한 거야?”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서야 미뤄왔던 질문을 했다.

  “ 응. 나 음악하려고.”

  세종이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타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냥 휴학하고 알아보지. 왜 자퇴까지 한 거야?”

  “그까짓 지방대 나와서 뭐하게. 난 그냥 해 볼라고.”

  오늘 따라 뭔지 모르게 단호한 녀석이다.

  “ 그래? 부모님하고 상의 한 거지?”

  “ 야. 우리 아빠 모르냐? 그 학교 학교로 쳐주지도 않았어.”

  “ 음. 그러면 우리 재수 준비해볼까? 한국예술 종합학교라고 국공립에 서울에 있고, 교수진도 최고래.”

  미대를 졸업한 사람도 다시 들어간다는 대학교였다.

  “ 응? 그런 학교가 있었어?”

  “ 응. 생긴 지는 얼마 안 된 거 같더라.”

  “ 그래. 우리 셋이 같이 준비해보자. 국공립이니까 등록금도 싸겠네.”

  효민이 녀석도 거들고 나섰다. 나도 휴학한 마당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싶었다. 결심은 그렇게 굳어지고 있었다.

  IMF로 인해 학교를 휴학하는 동기들이 반이 넘는다고 했다. 휴학을 결심하고 학과장님과의 면담에서 학과장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 학생은 수석으로 들어왔고 현역이니까 더 다니다가 군 입영 때 휴학 하는 것이 어때?”

  도장을 받아야 휴학이 되어서 원하지 않았던 상담을 하고 있었다.

  “ 아니요. 집안 사정도 안 좋고 돈도 벌어야하고 해서 1년만 쉬게 해주세요. 집 상황이 경제적인 여력이 없습니다.”

  사실이었다. 내가 수능을 보는 날 엄마는 허리 수술을 받고 있었다. 수능 시험이 있던 전 날 약수터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엄마는 꼬박 하루를 나 때문에 허리에서 보내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혹시라도 내가 시험을 망칠까봐서다. 엄마가 석 달을 쉬는 동안 우리 집 가세는 많이 기울어져 갔다. 건설 현장에서 형틀 목수 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일이 있다가 없다가 해서 가사에 고정 수입이 되지 못했다.

  “ 학교의 장학제도도 있고, 학생이 신청하면 근로 장학생도 있고 하니까 더 고민해 봐요.”

  “ 아니요. 결심했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돌아오겠습니다.”

  “ 정 그렇다면 할 수 없군.”

  나의 단호한 말은 학과장님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학과장실을 나와 강의 동을 한번 둘러봤다.

  ‘ 내가 내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오게 될까?’

 

  “ 한 잔 받아? 무슨 생각을 그리 하냐?”

  “ 으응? 담배나 한 대 피우자.”

  바람이 인다. 정자 안에 둘러 앉아 저마다 자리잡고있는 것들을 휘젓더니 이내 빗물까지 드리운다.

  “ 춥다. 그만 일어나자. 우리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자.”

  술이 들어갈 때로 들어가니 허기짐이 밀려왔다.

  “ 그러자. 이제 추워서 못 있겄다.”

  세종이 녀석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 나도 가도 돼? 주민이 엄마가 싫어하시는 거 같던데.”

  “ 먹기 만하고 정리 잘하고 나오면 되지 왜?”

  한참 미용실이 바쁜 시간대라 엄마가 집에 올 리는 만무 했다.

  “ 그래 엄마는 미용실에 계시니까 같이 가자.”

  “ 응.”

 

  며칠이 지났다.

  나는 미술학원에서 소묘를 가르치고 있는 주말 강사였다. 주말에 자의적으로 나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정규적인 수업이 아니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었다. 한참을 수업에 임하고 있던 나를 원장 선생님이 불러냈다.

  “ 학생들 참여가 많지 않아 주말 수업을 없애야겠네. 유 선생 미안하게 됐네.”

  갑자기 들은 해고 통보에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나를 더 써달라는 명분을 찾지 못한 나는 이내 복잡한 마음을 정리했다.

  “ 네. 학원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주말에 갑자기 듣게 된 일이라 같이 일하던 동료 강사들과 인사도 못하고 학원을 나오게 됐다.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으로 내방을 작업실로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림은 어떻게든 그려야 하니까.

 

  다음 날 나는 안양 지하상가 화방에 왔다. 드로잉 재료 앞에 섰다. 연필, 콘테, 목탄 등 등 다 집어 들어 장바구니에 담는다.

  ‘ 맞아. 이젤도 필요하겠지? 지난 학기 때 유화재료는 사놨으니까 캔버스도 몇 개 사서 가져가야지. 석고상도 기본 석고는 사야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열심히 해서 다른 학원이라도 뚫어 봐야지.’

  이것 저것 사다보니 양손 한 가득이다. 영수증을 보니 무려 십이만 오 천 원 이나 나왔다. 주말 강사 월급은 이십 오 만원. 절반이나 써버린 것이었다.

  ‘ 뭔들 어떠랴. 이제 돈 쓸 일도 없겠는데 집안에 박혀서 걸작을 만들어 보겠다는 신념으로 임하리라.’

  원대한 꿈으로 나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택시를 잡았다. 짐이 많아 버거워보였는지 친절한 택시 기사님이 도와주셨다.

  “ 관악역으로 가주세요.”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혼자 택시를 타 본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네. 그림 그리시나 봐요? 짐이 한 보따리네. 허허.”

  “ 네 미대생입니다. 서양화 전공하는.”

  ‘이제는 미대 휴학생이구나.’

  “ 아이고 그러세요? 아니 우리 딸래미도 미대간다고 미술학원 보내달라고 아주 난리에요. 미대 다니면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다면서요?”

  다른 학과에 비하면 확실하게 비싸긴 비싸다.

  “ 네. 아무래도 다른 학과 보다는 많이 내는 편이죠.”

  “ 그래서 걱정이에요. 미술학원이야 보내 줄 수 있지만 학교 등록금은 감당이 안 되겠어서.”

  “ 그래도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 하면 시키셔야죠. 꿈이 없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따님은 확고한 자신의 미래에 꿈이 있는 거잖아요. 따님의 꿈을 응원해 주셔야죠. 저기서 좌회전해주세요. 여깁니다.”

  기사님과 대화를 하던 중에 택시는 집에 거의 도착을 했다.

  “ 2000원 나왔네요.”

  “ 네 고맙습니다. 따님 학원 꼭 보내세요.”

  학원을 보내겠다는 확답을 듣고 싶었다.

  “ 네. 진지하게 고민 해 볼게요.”

  아쉬운 대답이 돌아왔지만 기사님은 처음 보다 생각이 많이 달라진 듯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한 짐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두 평 남짓한 방안을 두 시간 가까이 정리를 하면서 오래된 먼지와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니 내 방은 제법 화실 같은 느낌이 났다.

  ‘ 그래. 일단, 안 써본 재료부터 써볼까?’

  콘테를 집어 들고 일단 아그립빠를 그려본다.

  ‘ 아... 조명이 아쉽다.'

  집안 조명과 석고상의 각도가 시원찮아 학원에서 그릴 때와는 다른 인상이 나온다.

  ‘ 그나저나 콘테 이거 왜 이렇게 거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화집에서 나오는 드로잉을 해보고 싶은데... 영 형편없다.

  목탄지에 목탄도 한 번 써 보자.

  한참을 그린다.

  ‘ 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시커멓게만 나오지? 명암 조절이 잘 안 되네.’

  새로운 재료와 친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다 집어 치우고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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