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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독한 보모일
작가 : 딴다라아나
작품등록일 : 2020.9.23

수탉의 머리에 뱀의 꼬리.

 
1. 모든 발견은 극적이다
작성일 : 20-09-24 01:10     조회 : 372     추천 : 0     분량 : 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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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안구이페드. 뱀의 다리가 달린 수탉의 모습. 천사라고도 신이라고도 불린다.

 

  뷔토스는 손을 이리저리 굴렸다. 황금색 다이아몬드가 은은하게 빛났다. 뱀 모양의 링이 뷔토스의 손가락을 휘감고 있었다. 저들끼리 교미하듯 엉켜있는 것을 그녀는 경멸스럽게 내다보았다.

  “아가씨.”

  뷔토스의 충실한 하인이 그녀를 불렀다. 무표정한 하인을 올려다보다 그녀는 뺨을 한 대 올려 붙었다. 살과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꽤 크게 소리가 났지만 하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반지와 부딪쳐서 그런지 뺨에 상처가 길게 나있었다.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하인은 자신의 뺨에는 신경 쓰지도 않고 뷔토스의 반지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아가씨라 부르지 말라고 내가 이전에도 말하지 않았던가?”

  뷔토스는 말을 하나하나 씹어서 내뱉었다. 하인은 기계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일정한 속도로 깜박이는 눈은 무기질적이었다.

  “죄송합니다. 잊었습니다. 아가씨.”

  뷔토스는 콧웃음 치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창문이 없는 방은 감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인이 질질 끌리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재빠르게 달려오다가 카펫의 불룩한 부분에 발이 걸려 넘어지자 뷔토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의 치장을-”

  “내가 왜 그래야하지?”

  “원로들께서 그걸 제게 명하셨습니다.”

  “네 주인이 나인가 그 늙은이들인가?”

  뷔토스는 반지를 집어 던졌다. 하인이 황급하게 반지를 주워 들었다. 뷔토스는 그 틈을 그녀의 무기를 들고 나갔다. 그러나 곧 시녀들에 의해 막아졌다.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시녀들은 그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시녀들은 뷔토스에게 검은 드레스를 입히고, 머리를 땋아서 올린 다음 진주로 장식했고, 완벽하게 화장을 시켰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에 아까 집어던진 반지를 끼워 주었다. 이번에는 하인이 아니라 시녀들이 그녀를 밖으로 안내했다.

  "아까처럼 거대한 도끼를 들고 나가시면 안됩니다."

  고저없는 목소리에 뷔토스는 입술만 한 번 깨물고 말았다.

  뷔토스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약 이십 미터 아래에 있는 스타디움은 넓직하다면 넓직했고, 좁다면 좁았다. 건장한 성인남자 일곱명이 나란히 누우면 딱 알맞을 정도의 넓이었다. 둥근 스타디움에는 추락을 방지한 최소한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 번 떨어지면 끝이었다. 스타디움에 올라오는 사람처럼. 스타디움에는 주로 지하감옥의 죄수들이 올라왔다. 아니면 뷔토스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거나. 새삼 그 생각을 하니 허리가 꽉 조이는 기분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시녀가 물었다. 뷔토스는 그녀들의 가면을 벗겨 버리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그들의 얼굴을 보고 눈동자를 마주 보고 싶었다. 그들의 눈을 뽑아내서 사탕처럼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러보고 싶었다. 자신안의 흉악한 것에 놀랄 때는 이미 지났다. 저 스타디움 밑에 떨어져서 올라올 때부터, 뷔토스는 시도때도 없이 그런 욕망을 느꼈다.

  "말하라고 허락한 적은 없었는데."

  시합이 끝나가는 모양이었다. 우람한 근육의 남자가 막 상대방을 스타디움 아래로 밀쳤다. 남자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뷔토스를 향해 외쳤다. 예쁜 아가씨, 내려와!

  시녀 하나가 뷔토스에게 장검을 건냈다. 칼날 부분에는 검은 뱀이 음각되어 있었다. 검의 손잡이는 가죽으로 되어 있었고, 지독한 냄새가 났다. 장검을 받자마자 뷔토스는 훌쩍 뛰어 내렸다. 떨어지면서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은 몇 번을 뛰어 내려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뷔토스는 착지했다. 그녀는 잠깐 흐트러진 옷차림을 가다듬었다. 어드메의 왕족이라고 해도 될만큼 우아했다. 그 짧은 새를 참지 못하고 남자가 킥킥대며 살금살금 스타디움 주위를 빙빙 돌았다. 여태까지는 이렇게 해서 이겨온 모양이었다. 관중은 스타디움에 먹다 남은 사과나 종이 쓰레기등을 던져댔다. 뷔토스는 그들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광기 어린 눈들. 그녀는 그것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봐왔다. 내가 지금 몇 살이지? 갑자기 그녀는 궁금해졌다.

  "그 예쁜 얼굴을 뭉개주마!"

  맷돼지처럼 남자가 달려들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에는 시녀들이 그녀의 시야를 방해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날카로운 바늘이 수없이 꽂힌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운동 선수가 쓰는 손목 보호대를 팔꿈치까지 길이를 늘린 것으로 보였다. 몸통에는 쇠 갑옷을 입고 있어서 그 자신에게는 쇠바늘들이 피해를 주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 천하의 멍청이가 따로 없었다. 뷔토스는 검을 내려놓았다. 굳이 검을 쓸 필요도 없어 보였다. 뷔토스는 달려드는 남자의 얼굴을 밟고 뛰어올랐다. 남자는 밟힌 코가 부러졌는지 코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나름 자랑스러운 부분이었나보다.

  "너, 이 씨발-"

  관중은 환호했다. 누가 새로운 뷔토스가 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피. 피. 피. 어느새 관중들은 피를 외치고 있었다. 아무도 쓰레기를 던지며 소리지르지 않았다. 남자가 꿀꺽 침을 삼켰다.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곳 출신이 아닌가보지?

  뷔토스가 손에 묻은 피를 털며 말했다. 남자는 아무 말도 못했다. 삿대질할 생각도, 아무것도. 뷔토스는 자신보다 세 배는 더 큰 덩치의 남자가 불을 붙이고 남은 양초처럼 급속하게 기세가 죽을 것을 보고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온 스타디움에 울렸다. 관중들은 잠시 피를 복창하는 것을 멈췄다. 그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뻔하지."

  남자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뷔토스가 말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옳은 말이었다. 그는 이제 뷔토스라는 호칭을 바라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낡았지만 나름대로 넓은 홍등가의 집.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그에게 도망치라고 마구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렇게 했다. 스타디움에 연결된 단 한 개의 흔들다리로 기다시피해서 뛰었다. 뒤에서 손이 그를 낚아채서 도로 스타디움에 던져 놨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 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시야가 흔들렸다. 최고로 독한 술을 마셨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의 위로 올라가서 뷔토스는 주먹을 날렸다. 이빨이 하나 튀어나왔다. 뷔토스는 치아를 살펴보았다. 어금니였다.

  "양치질 제대로 안 했나 보네. 가짜 이를 다 심고."

  "이, 이 미시연."

  "뭐라고? 말을 제대로 해야 알아듣지."

  이빨이 더 튀어나왔다. 개중에는 임플란트를 한 것도 있었고, 생니인 것도 있었다. 관객은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져 있었다. 주먹질이 한 동안 이어졌다. 뷔토스의 화장은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뺨에 핏방울 하나가 튄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시녀들이 화장을 끝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아려,아려 후."

  "살려달라고? 넌 그렇게 안 했잖아. 난 널 알아. 넌 지난 달에 동쪽 슬럼가의 골목에서 창녀 한 명을 죽였어. 샹냥한 여자였지. 그래, 상냥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그랬겠어? 힘없는 여자 하나, 아니 네가 몇을 죽였더라?"

  뷔토스는 잠깐 말을 멈췄다. 진짜로 기억이 안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자가 조금 더 공포에 질리기를 바랬다. 그녀는 극적인 것을 꽤나 좋아했다.

  "열 둘. 그러다보니 네가 왕이라도 된 것 같았겠지. 그때 어디서 여기에 대한 말을 들었을거고. 지하세계에 웬 여자애가 있는데 걔만 죽이면 평생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뭐 이 정도면 대강 맞을 거야."

  뷔토스는 웃었다.

  "시도는 좋았어."

  뷔토스는 남자의 손을 하나 잡았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파닥거렸다. 뷔토스가 혀를 차며 목울대를 잡았다. 그녀는 나머지 한 손으로 손목 보호대를 벗겨 냈다.

  "그런데, 문제는,"

  은빛 바늘이 빛났다. 남자는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처럼 꽥꽥거렸다. 뷔토스의 얼굴은 음영이 져 남자에게는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대충 알았다.

  "내가 너 같은 것들을 한두번 봤을까?"

  뷔토스는 장갑을 남자의 얼굴 위로 굴렸다. 한 번 굴릴 때 마다 그의 얼굴에는 빼곡하게 구멍들이 생겼다. 피가 새어 나왔다. 뷔토스의 손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바늘이 촘촘히 박힌 것을 맨손으로 굴리는데 멀쩡하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이었다.

  "미인언, 미인어 여 아으니"

  "어휘능력을 좀 기르는 게 좋겠어. 뭐라고 말할 게 없으면 일단 년부터 나오고 보니."

  남자의 바지가 축축해졌다. 뷔토스는 남자의 심장이 있는 부분을 성의없이 눌렀다. 미약하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마까지 장갑을 못 굴린 게 좀 아쉬웠지만, 손에 묻은 피가 역겨워서 견딜 수 없었다. 뷔토스는 남자의 젖은 하의를 경멸스럽게 노려보고는 발로 남자의 머리를 차면서 스타디움 끝까지 몰고 갔다. 남자는 정신을 아직까지는 잃지 않았던지, 스타디움 끝에 오자 꺽꺽대며 뷔토스의 신발을 끌어 안았다. 한 번만 다리를 들면 남자는 스타디움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뷔토스는 남자와 얼굴을 맞추었다. 남자는 아직까지는 희망에 차 있었다. 곧 절망으로 바뀌었지만.

  "내 얼굴을 뭉개준다고?"

  그녀는 비웃으며 남자를 던졌다. 퍽, 하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뷔토스는 아래를 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하인이 건네는 수건을 받아들지 않았다. 원로들의 끄나풀이 준 것이라면 단 하나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뷔토스는 시녀들이 그녀의 손을 닦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칼을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시녀들을 밀치고 스타디움으로 다시 달려갔다. 하인과 시녀들이 그려를 따랐다.

  관중은 아까 떨어진 남자를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남자는 아직도 살아있었지만 이제 그의 처분은 그녀에게 있지 않았다.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상자들 위에 서 있었다.

  "자, 이 걸 어쩔까? 지하 감옥으로 보내서 돼지로 만들까, 아니면 지금 당장 가지고 놀까?"

  그녀가 등장하자 관중이 두 갈래로 흩어졌다. 뷔토스는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면서 그녀의 검을 집어 들었다. 대장 격인 남자가 말이 끊긴데 짜증이 났던지 뷔토스에게 물었다.

  "어쩔까요, 이 걸 지하감옥에서 돼지로 만들까요?"

  뷔토스는 이 일이 끝나고 나서 오지 않을 것을 후회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가 상자 위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는 것이 불쾌했다. 지금 당장 남자를 죽일까? 손이 검 손잡이로 갔지만, 뷔토스는 그 욕망을 잘 참아냈다. 지난 달에도 이미 한 번 원로들에게 불려갔다.

  '적어도 이번 달에는 그 늙은이들을 보고 싶지 않군.'

  "글쎄, 당사자에게 물어보던가."

  그녀는 성의없이 대답했다.

  "애이, 애이, 애이!"

  "이 새끼가 지금 돼지가 되겠다고 한거지? 얘들아 도끼 가져와라!"

  남자의 안색이 질렸다. 남자는 돼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전혀 몰랐다. 남자가 신이 나서 흥얼대듯 말했다.

  "팔다리를 자르고, 벙어리로 만들고, 눈알을 뽑고- 멍청한, 멍청한 놈!"

  뷔토스는 한 발 물러서서 그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요지부동이니 시녀들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뷔토스는 시녀들이 이런 류의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오늘 하루 치장시키느라 고생했으니 한 번 쯤은 포상을 줘도 괜찮았다.

  뷔토스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몸에 튄 피도 다 닦았고-반지에 묻은 피는 끝끝내 시녀들이 닦지 못했다, 그것도 그녀의 기분에 일조했다- 당분간은 스타디움에 나갈 일이 없을 것이며, 이번에야 말로 지하감옥에서 그를 찾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건방진 것만 아니라면.

  "에이, 씨. 어째 하나같이 날이 안 서 있어."

 핏발 선 눈으로 남자는 말했다. 비쩍 마른 체구에 비열한 얼굴. 모인 무리를 보니까 남자보다 강해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뷔토스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언젠가는 일 한 번 크게 치겠군. 그의 눈이 데굴데굴 돌아갔다. 그러더니 뷔토스의 칼에 눈이 고정되서 움직이지 않았다. 검 손잡이는 초라했지만, 검날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말하자면 살상용이 아니라 일종의 과시용, 전시용이었다. 뷔토스는 이 검을 아꼈다.

  "뷔토스이시여, 그 칼을 한 번만-"

  뷔토스는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가 끓어 넘치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칼을 남자의 목에 댔다. 곧 남자의 머리가 스타디움을 뒹굴었다.

  "감히-"

  시녀들이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었다. 하인은 오히려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시체가 굳어버린 근육을 올리는 것과 비슷했다.

  "이 사실은 원로들께 보고 될겁니다."

  "다음에도 내 하인이 네가 될지는 모르겠군.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관중들은 그들의 대장의 머리와 목이 분리된 것을 보고 눈이 뒤집어졌다. 한 여자가 대장의 얼굴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관중들은 몸에 칼을 꼽기 시작했다. 아무도 대장의 머리를 건드리지 못했다. 건드리려고만 하면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뷔토스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번의 도전자는 죽은 자가 말한 것 처럼 된지 오래였고, 그 말을 한 자는 패배자 못지 않게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냄새에 머리가 조금 지근거렸다. 손가락도 아팠다. 이 반지를 끼고 칼을 휘두르면 안되는데. 뷔토스는 반지를 시녀에게 넘겼다. 원래 반지를 관리하는 것은 하인이었으나, 하인은 그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지 오래였다. 뷔토스는 머리를 짚었다.

  "머리가 아프십니까?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니, 됐어."

  그녀는 이 자리를 떠나면 안 될 것 같았다. 무언가가 그녀를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게 잡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 뷔토스는 그게 무엇이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반지를 다시 내놔."

  시녀는 언제 닦았던지 깨끗한 반지를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내놓았다. 뷔토스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지 않고 다이아몬드를 보았다. 다이아몬드 너머로 굳게 닫힌 문이 보였다. 문은 스타디움보다 열 배는 더 컸다. 무쇠와 철,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뷔토스는 자신이 문을 열고 내려온 이후로 한 번도 저 문이 열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시녀가 물었다. 그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휘저었다. 하지만 저런 싸구려 촌극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녀는 그 생각에 소스라쳤다. 아깝다니, 무엇이 아깝다는 말인가? 이 지하 세계의 모든 부와 권세가 그녀의 발 아래 공물처럼 바쳐졌는데? 기다리는 무언가가 지금 가진 것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값비싸다고?

  문이 열렸다. 시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뷔토스 뒤에 숨었다. 흰색 헬기였다.

  "꼼짝 마! 경찰이다!"

  사내들이 헬기에서 뛰어 내렸다. 검고 반질반질한 총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뷔토스는 추억에 잠겼다. 햇빛은 아주 오래간만에 보는 것이었다. 시녀들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무리는 이미 체포 당한지 오래였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봐서 그런가. 햇빛 아래에서 본 그들은 그들이 방금 만든 인간돼지와 흉측하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자 뷔토스는 기분이 나빠졌다. 머리를 안고 있던 여자는 머리를 빼앗기자 모든 의욕을 상실한 듯 끈 풀린 인형처럼 앉아 있었다. 뒤에서 앳된 얼굴의 경찰이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인간돼지를 본 자였다. 괜찮아. 난 이것보다 더 끔찍한 것도 봤어. 사수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토닥이고 있었지만 그도 간신히 토하지 않는 것 같았다.

  헬기는 한 대가 아니었다. 두 애, 세 대, 네 대. 시녀들은 이제 울부짖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그녀들이 가엾은 피해자이고, 그녀들을 등 뒤에 두고 있는 사람, 뷔토스는 정의로운 용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무리와 최대한 넓찍이 분리시켰다.

  "이제 괜찮아."

  아까 헛구역질하던 경찰이었다. 뷔토스는 눈에서 연민을 읽어냈다. 그는 어쩌면 뷔토스 뻘의 여동생이 있는지도 몰랐다. 뷔토스는 그를 베고 싶었다. 아까 머리에 미친 여자가 그랬듯, 저 경찰의 눈을 파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병원에 데려가줄게. 부모님도 찾을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그건 충동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그 남자를 죽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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