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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첫사랑은 살벌했다.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2
첫사랑은 살벌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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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릴러//a killing first love//그의 시크릿//그녀의 센세이션//

'은하수'와'강태백'은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죽여가며 이루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살벌한 첫사랑>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 말은 쓸데 없는 비문일뿐. 그럼에도 우린 사랑할거니까.

 
1. 네네, 은하수입니다.
작성일 : 20-09-22 13:26     조회 : 743     추천 : 0     분량 : 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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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꾸는 은하수입니다.>

 

 

 

  ‘꿈’이 있었다.

 

 은하수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자 빛이었던 꿈!

 

 그 꿈을 이루려고 죽을힘을 다해 살아온, 살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은하수’

 

 그녀의 꿈은 이름만큼이나 반짝반짝한 꿈이었다.

 

 고아 출신에 작은 출판사 CS팀 여직원이 꾸는 꿈 치곤 상당히 원대한 꿈이기도 했고.

 

  ‘그래도 꿈은 이루어지니까. 이루어지는 게 꿈이란 거니까. 후후.’

 

 명품지갑에 한도 없는 카드를 한 장 넣는다.

 

 백화점 명품관이 오픈하는 시간,

 

  “수고했어, 레드썬.”

 

 새빨간 애마에서 내린다.

 

 명품관 문이 열리면 명품 선글라스를 멋지게 벗으면서 들어서,

 

  “음, 이 명품 향기.”

 

 프레쉬하고 익스펜시브한 향기를 맡는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명품 귀걸이를 손으로 툭 건드리며 뽐을 내고.

 

 또각또각, 명품 구두가 바닥을 밟는 경쾌한 소리는 그녀만의 BGM.

 

 그렇게 주 2회 명품쇼핑을 즐긴다.

 

  “이 제품은 이번 F/W시즌 신상으로 컬러 라인은 블랙, 브라운, 카키, 베이지, 옐로우, 화이트가 있습니다.”

 

  “음... 다 예쁘지만 오늘은 브라운 느낌. 주세요, 브라운으로. 이틀 뒤에 또 올 건데 물량 충분하죠? 그날은 왠지 와잇트 느낌일 거 같은데.”

 

 다음 쇼핑의 재미를 위해서 1매장 1아이템이란 나름의 법칙도 있다.

 

 해가 중천에 걸릴 때 명품관을 나와서,

 

  “언니, 잠깐 다녀올게. 레드썬.”

 

 양손 가득 들린 쇼핑백은 명품 외제차 뒷좌석에 고이 모셔 놓는다.

 

  “으음. 오늘 따라 커피 맛이 더 좋은 거 같은데? 훗.”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고급레스토랑까지 명품커피를 마시며 걷는다.

 

  “오늘의 셰프 추천요리는 A+ 안심에 최상급 캐비어를 얹어 짭짤한 풍미를 더한 일명 명.품. 스테이크입니다.”

 

  “그걸로 주세요. 와인은 아시죠? 달 포르노 로마노, 아마로네 델라 발포리첼라 2011 빈티지. 늘 마시던 그 느낌 그대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명품 혼식이 끝나고, 근처 외제차 매장에 들리는 건 편안한 소화를 위한 팁이랄까?

 

  “지난번에 구입한 모델과 다른 모델로. 컬러는 다크블루가 좋겠어요. 튀는 듯 튀지 않는 그 은은한 느낌. 한 번 느껴보고 싶네요.”

 

  “계약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아, 계약 전에 시승은?”

 

  “사양할게요. 완전한 내 것이 되어 문을 여는 그 순간의 설렘. 놓칠 수 없는 느낌이라서.”

 

 쿨 하게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

 

  ‘은 하수★’

 

  “또 오십시오.”

 

 직원이 매장 앞까지 배웅하는 건 필수다.

 

 애마 레드썬을 타고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만끽하는 시간,

 

  “으음! 프레쉬? 아니죠, 미세먼지 작렬. 그래도 좋아!”

 

 딱 봐도 억대는 돼 보이는 오픈카를 끄는 젊은 여자를 흘끔거리는 시선들도 꿈 중 하나다.

 

 서울 외곽, 하늘을 머금은 파란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명품디저트 카페에 차를 세운다.

 

  “자주오시네요?”

 

  “네. 오늘도 치즈케이크 하나, 미니타르트 하나. 부탁해요.”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붉은 노을이 지는 경치를 한 번 봐주는 건 예의가 아닐까.

 

  “...... 예쁘다...”

 

  “주문하신 디저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 오늘도 데코가 너무 느낌 있어요! 여긴 진짜 제 스타일!”

 

  “호호, 맛있게 드세요.”

 

 귀여운 포크를 들어 케이크 끝을 조금 떠내고,

 

  “으음! 스위트!”

 

 맛에 대한 평가는 늘 후한 편이 좋겠지?

 

 명품족답게.

 

  “누군가 나에게 말해 주면 좋겠다. 너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조금 더 괜찮은 삶이 찾아올 거라고.”

 

 심금을 울리다 못해 인생을 울리는 애독서 한 권은 다 읽으면 카페를 나온다.

 

 푸른 달빛이 짙어가는 밤이 되면 그곳으로 돌아간다.

 

 명품족으로서 보낸 하루의 피곤을 포근하게 달래 줄,

 

 ‘은하수의 집’

 

 그래, 그 내 집이란 걸 마련하기 위해 죽자고 열심히 살아 온 그녀였다.

 

  “젊은 아가씨가 열심히 살았다고 하늘도 감동했나봐, 나 같은 업자 만나게 해준 거 보면. 그쵸?”

 

 한강 이북에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땅.

 

 그 한 가운데 높이 솟아 명품브랜드의 위엄을 떨치는 신수아파트 7층7호!

 

  “이 가격에 이런 평수 어디서도 못 구하는 거 알죠?”

 

 무려 58평이었다.

 

  “서울 한복판이 아니라 전국을 다 뒤져도 절대 불가능한 가격인데 내가! 우리 아가씨 앞으로 더 잘 살라고 특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시세에 아직은 꿈이려니 했는데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매매 ₩14,000,000 (일억 사천만 원)

 

 개인부동산업자라더니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그 멘트는 틀리지 않았다.

 

  “진짜 특별히! 이 가격에 해주는 거야. 이런 내 마음 알아줘야 돼?”

 

  “당연히 알죠! 아저씨는 제 꿈에 크게 일조하신 거예요. 언젠가 꼭, 이 은혜 갚을게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전세 보증금만 2억을 불렀던 한강부동산 아주머니 모르게 콧방귀도 뀌었다.

 

  “흥, 아줌마. 불러도 너무 부르셨어.”

 

 그리고 또 꿈을 꿨다.

 

 밤이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천지를 바라보며 고급와인 한 잔을.

 

  “음, 역시 야경에 와인 느낌. 딱이야.”

 

 알딸딸한 느낌에 기분 좋게 잠드는 느낌은 과연 어떨까?

 

 허세라고 욕먹어도 좋은 ‘명품족’의 꿈.

 

 그래, 하수는 명품족의 꿈을 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랑문화사 고객 상담실 여직원이다!

 

 

 

 *****

 

  “내 꿈 내가 꾸는데 뭐 어쩌라고. 욕이야 먹으면 그만이지.”

 

 일주일 후, 드디어 명품 인생의 출발점이 될 ‘내 집’에 들어가게 된 은하수!

 

  “드디어... 드디어!!!..”

 

 설렘과 기대를 한껏 품고 미리 싸둔 이삿짐 박스 위에 앉아있었다.

 

  “뭘 먹어도 맛있는 기분이야. 으흐흐.”

 

 짜장이 잔뜩 묻은 입가를 연신 씰룩거리며 휴대폰으로 아이쇼핑을 하고 있었다.

 

  “흐음... 입주 기념으로 일단 하나만 지를까?... 오, 지갑 좋다!”

 

 가구나 전자제품도 아닌 명품잡화를 골랐다.

 

  “새 지갑에 빳빳한 새 돈 넣어서 거실 창문 앞에 정화수 떠놓고 빌어야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 테니까 지금보다 더 많이 벌게 해주세요. 으으! 생각만 해도 설레! 아이, 좋아!!”

 

 설렌 맘에 찬물 끼얹듯 느닷없이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보도 듣도 못한 수신번호를 봤을 때 무시했어야 했다.

 

  “네네, 은하수입니다.”

 

  “어휴, 이제야 연락이 됐네! 한강부동산이에요.”

 

  “아, 네. 어쩐 일로 연락을 다,”

 

 혹시 콧방귀를 뀐 걸 아셨나 싶어 괜히 긴장이 됐다.

 

  “좋은 매물이 나와 가지고 아직 집 못 구했으면 한번 와서 보라고 연락했죠. 아파트는 아니고 빌라 건물 옥탑인데 요즘 유행하는 루프탑 분위기 알죠?”

 

  “루프,”

 

  “딱 그런 느낌이야. 평수도 여자 혼자 살기 딱 좋은 28평이고.”

 

  “이십 팔,”

 

  “전 주인이 매매가 1억 8천에 내놨는데 내가 아가씨 사정 설명해서 무려 4천이나 깎았다니까? 그때 1억 4천 있다고 한 거 맞죠?”

 

 말을 참 잘도 잘라 드신다 싶었다.

 

  “저... 죄송한데 다른 곳에서 이미 계약을 끝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 일부러 전화까지 주시고.”

 

  “아..... 벌써 구했구나? 아쉽네. 아파트, 아파트 노래를 하더니 결국 투룸으로 구했나 봐요?”

 

  “아뇨. 아파트로 구했어요. 헤헤.”

 

  “어머, 정말? 잘 됐네! 그래, 원래 집이라는 게 처음부터 자가로 시작하면 인생사는 낙이 없어. 작은 평수 월세가 중간 평수 전세되고 큰 평수 자가되는 재미가 또 쏠쏠하니까? 그쵸?”

 

 구세주를 만나보지 못한 아주머니를 안타까워하면서 은근슬쩍 자랑했다.

 

  “저... 신수아파트 58평짜리 자가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것도 7층에 7호에요. 완전 럭키! 아주머니껜 죄송한 말씀이지만 가격 조건 딱 맞춰 해주신 업자 분을 만나서 어떻게 운 좋게 그렇게 됐네요, 하하하.”

 

  “얼마에?”

 

  “1억 4천이요.”

 

  “아가씨.....”

 

  “네?”

 

 말끝을 유난스럽게 흐리는 아줌마의 부름에 답하지 말 걸,

 

  “사기 당했네.”

 

 하는 후회는 늘 엎질러진 후에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하하! 아주머니도 참! 무슨 그런 험한 소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듣기에 훨 낫지 않을까?

 

  “아가씨, 사기 당했다고.”

 

  “..................”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가 하수의 뒤통수를 갈겼다.

 

  “그 동네에 재개발 예정 된 아파트있잖아? 거기 18평짜리도 매매가 2억부터 해.”

 

 쓸데없는 친절이었다.

 

  “부동산이 따로 사무실이 있는 건 아니었지? 그냥 길다가 말 걸어 온 거 아냐?”

 

  “...................”

 

  “신고해도 잡기 어려울 텐데... 잡는 게 다 뭐야, 잡아도 돈 받긴 어렵지. 쯧쯧쯧.”

 

 혀를 끌끌 차는 섬세한 염려도 쓸데없었다.

 

  “아주머니.”

 

  “씁, 그 왜 요즘 이 근처에 부동산사기 치고 다니는 몹쓸 인간이 하나 있다는 소문이,”

 

  “아주머니!!!!”

 

  “!!!! 어휴! 깜짝이야!!!”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집 많이 파시고, 돈 많이 벌어 부자 되세요.”

 

 뚝, 전화를 끊어버린 하수였다.

 

  “말도... 안... 돼... 이건.. 아냐....”

 

 뻣뻣한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려봤다.

 

 고아원을 나와 쭉 혼자 살았던 정든 원룸을 떠남에 한 치의 서운함도 없었던 것이 잘못일까?

 

  “이건... 아니지... 너무 하잖아...?”

 

 새하얀 벽지 위에 하수를 놀리는 누군가가 타이핑을 치고 있었다.

 

  ‘요즘 이 근처에 부동산사기 치고 다니는 몹쓸 인간이 하나 있다는 소문이.......’

 

  “아니라니까? 하! 에이, 무슨!............”

 

 귀신에 홀린 듯 더듬더듬 주변을 짚어대던 하수가 지갑을 잡아들었다.

 

 방금 전, 인터넷쇼핑으로 구입하려던 명품지갑과는 완전 반대의 아주 수수한 지갑이었다.

 

 찌익-

 

 심지어 부직포로 여닫는 그 지갑에 꽂아 둔 명함 한 장을 빼들었는데,

 

  “이 아저씨 되게 착했어? 진짜 착했다니까? 아니, 시세가 보통 4억인가 하는 58평 아파트를 1억 4천에 해주는 사람......... 안착할.......”

 

 하수의 손에서 떨어진 명함이 팔랑, 팔랑 공중을 내려와 그녀의 다리 사에 살포시 안착했다.

 

  “거짓말이야.”

 

 끼기긱 돌아간 눈동자가 보고 있는 건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십자가였다.

 

  “거짓말이라고 해줘... 해주세요. 네?”

 

 강북성당 앞, 공원 내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버려졌던 하수를 수녀의 품에 안겨준 것도 그분 아니었던가?

 

 하늘에 계신 그분 곁에서 늘 반짝이는 별처럼 살라고 이름도 은하수로 지어주셨지 않았나?

 

 엉금엉금 기어가 십자가를 턱 집어든 하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분께 물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제 기도 못 들으셨어요? 제가 주님처럼 하늘이신 아버지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돈. 돈 좀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기도했는데? 왜 이러세요?..........”

 

 중얼중얼 미친 것처럼 혼잣말을 하다가 불현 듯, 눈동자를 부릅떴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차피 듣지도 않으시는 양반 붙잡고 따져봐야...!!!!!!!!”

 

 벌떡 일어나선 바닥에 떨어진 명함과 지갑을 바지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 드는데,

 

  ‘신고해도 잡기 어려울 텐데... 잡는 게 다 뭐야, 잡아도 돈 받긴 어렵지. 쯧쯧쯧.’

 

 친절한 부동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귀를 쑤셨다.

 

  “아냐!!! 이건 꿈이라고!!!!!!!!!!!!!”

 

 하수가 원룸 현관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하수가 믿는 하늘에 계신 그분이 꿈이길 바란다는 그녀의 외침만은 들어 주셨음 좋겠는데,

 

  “.................”

 

 스르륵 닫히는 그녀의 원룸 현관문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은하수..... 훗.”

 

 아무래도 그분께선 들으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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