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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종구
작가 : 최운
작품등록일 : 2020.9.2

부모 원수를 갚으려다 살인 전과자가 되어버린 3대 독자 청년 (주인공)종구, 자신으로 말미암아 풍비박산 난 집으로 와 보곤 절망한다. 가족이란 백치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중학교를 중퇴한 여동생 뿐, 주먹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한 그였지만 가족을 위해 대부업자 부호 노인의 보디가드가 되는데 노인의 외동딸로부터 심한 구박과 갑질을 당하며 결국 결혼으로 종결되는 이야기를 대화 위주로 엮어 보았다.

 
10. 클럽에서 생긴 일
작성일 : 20-09-10 10:19     조회 : 283     추천 : 2     분량 : 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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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문밖이 소란해지고 개들이 짖어댄다.

 

  "가현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 모양이군. 야시장에 눌러 간다고 했거든."

  "전 방에 들어가 있것심더. "

  "있다가 차로 데려다 줘야 할 거야."

  "알것심더."

 

 영추가 거실에서 친구들의 인사를 받는다.

 

  "반갑구나. 은실이는 알지만 너희 둘은 초면이네."

  "전 김이슬입니더. 수정동에 살아 예."

  "저는 범일동에 사는 문지앱니더. 정원이 참 좋네 예."

  "오래된 정원이라 나무들이 나만큼 늙었지. 난 이층으로 갈 테니 거실에서들 마음대로 놀려므나. 아줌마한테 맛있는 음식도 해 달라하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침대에 누워 무협지 읽고 있던 종구가 책을 덮는다.

  '민숙이도 저 또랜데 ...내가 사고치지만 않했어도 저런 모습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을 긴데...부산으로 이사오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숙이 공부를 시켜야지'

 

 

  아줌마가 방으로 날라다 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종구, 정원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정원을 몇 바퀴 돌았을 때 가현이 현관을 나와 소리친다.

 

  "이봐요. 아빠가 찾아요."

 

  현관으로 들어서자 여대생들과 소파에 앉아 어울리고 있던 영추가 지시를 내린다.

 

  "광복동으로 학생들을 태워다 줘야 되겠어. 에스코트해주면서 같이 야시장 구경을 하고, 가현이와 은실이는 태워 오는 게 좋겠어."

  "차만 태워다 주면 되지 야시장을 왜 같이 다니라는 거야."

  "밤에 여자들끼리만 다니면 위험해."

  "우리가 미성년인가 뭐. 그리고 나 태권도 유단자라고."

  "어 허! 태권도 좀 했다고 세상이 만만해 보이니?"

  "쳇! 남자가 끼면 재미 없단 말이야."

 

 

  야시장이 열린 광복동거리는 온갖 노점상들이 줄을 잇고 사람의 강이 엇갈리며 흐른다. 가현 일행은 끝에서 끝으로 구경도 하고 악세서리도 사면서 왕복하고는 해물꼬치 파는 노점에서 주전부리를 한다.

 

  "가현아. 느그 기사 혼자 내비둬도 되나?"

  "신경쓰지마. 출출하면 지가 알아서 사먹겠지 뭐."

  "너무한다. 야.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도치란 소리 듣것다."

  "그리 신경 쓰이면 조금 갖다 주든가."

  "은실이 니가 갖다 조오라."

  "와 또 내고?"

  "니는 그 차 타고 다니믄서 친해졌다 아이가. 아까도 앞 좌석에 앉아 왔으면서..."

 

  투덜거린 은실이 해물고치 몇 개를 접시에 담아 종구에게 가져다 준다.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는데. 가져온 것이니 잘 묵것심더."

  "혼자 드시게 해서 미안해 예."

  "괜찮습니더."

 

  은실이 얼굴을 붉히며 가버리자 종구는 마지못한 듯이 그 자리 서서 먹기 시작한다.

  '넷 중에 마음씨는 제일 착한 여자야'

 

  주전부리로 배를 채운 일행이 남포동 골목의 유흥가로 간다. 올림픽이란 전광판이 세워진 클럽에 이르렀을 때 가현이 뒤따르는 종구에게 명령조로 말한다.

 

  "그쪽은 알아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종구를 남겨두고 클럽안으로 들어가며 은실이 항의한다.

 

  "가현이 니 느그 기사한테 정말 너무한다. 기사 혼자 밖에서 기다리라고?"

  "안 그러면 들어가서 우리랑 어울려 놀자는 거니?"

  "누가 그러재?"

  "내가 말했지? 저치한테는 신경끄라고."

 

  어쩌지? 하고 갈등하던 종구, 몰래 클럽으로 들어가 무대 앞에서 춤추고 있는 가현과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대학생인 듯한 남자 한 무리가 나타나 가현 일행과 어울리자 바짝 긴장하다가 가현과 은실이 테이블로 돌아가자 고추세웠던 허리를 낮춘다.

 

  "쟤들은 이런데 자주 오나 봐. 예사 춤솜씨가 아닌 걸 보면."

  "질난이들인데 뭘. 남자들이 나타난깨 얼씨구나 하고 어울리는 것 봐. 아주 신바람 났어."

  "우리는 술이나 마시자."

  "맥주도 마이 마시모 취해."

  "캬아! 시원하다. 따분한 내 생활에 이 정도의 일탈은 필요해. 넌 어때?"

  "나도 그렇지. 대학생활이 너무 시시해. 야! 좀 천천히 마셔. 가시내가 겁대가리가 없어."

 

 ****

  맥주를 두 병 비웠을 때 이슬과 지애가 땀 흘리며 테이블로 돌아온다.

 

  "니네 둘은 물 만난 고기들이던데 춤을 언제 그리 배웠어?"

  "춤을 꼭 배워야 추니? 막춤은 리듬만 잘 타면 누구나 춘다고."

  "그 남자 새끼들은 어쩌고?"

  "알 기이 뭣꼬. 잠깐 춤 상대를 했을 뿐인데."

 

  그때 함께 어울려 춤추던 남자 셋이 가현 일행의 테이블로 온다.

 

  "어데로 가셨나 했더니 여기 와 쉬고 있었군요. 합석해도 됩니까?"

 

  한 남자의 말에 이슬과 지애가 가현의 눈치를 보며 대답을 망설이자 다른 남자가 말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잖능교?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러자 가현이 나선다.

 

  "여기 빈자리가 어딨어? 치근대지 말고 딴 데 가봐."

  "그 참! 퇴짜 놓는 건 좋은데 우릴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치근대지 말라는데 못 알아 들었어? 구린내 풍기는 똥개들은 딱 질색이야."

  "뭐시라 똥깨? 가시나 이거 미친 년 아이가?"

  "그래 이 새끼들아! 여자들 꽁무니 쫓아다니는 새끼들을 똥개라 부르는데 틀린말이야?"

  "우와! 미쳐도 이리 미친 년은 머리에 털나고 첨 본다. 가시나를 팰 수도 없고, 난 주먹이 울어사서 상대 몬 하것은깨 느그 두 놈이 알아서 해."

  "주둥이 놀리지 말고 덤벼 보시든가."

  "그래, 이 년아.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걸레같은 네 주디만은 당나발 만들어 주고 간다아."

 

  남자가 내 지르는 주먹을 슬쩍 피한 가현이 그의 이마 한가운데를 정확히 가격, 빡 소리와 함께 그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동료들이 어이없어 하는 사이에 그가 머리를 흔들고 일어서더니 성난 황소처럼 가현에게 돌진하지만 앞차기 한 방에 복부를 차이고는 또 다시 벌러덩 나가 떨어진다.

 

  "이리 되모 나도 몬 참는다."

 

  남자 셋이 가현을 합공하면서 난투극이 되고, 주위에는 어느새 구경꾼 울타리가 생긴다.

  가현이 몇 차례 가격을 당하면서 위태로워졌을 때 종구가 재빠르게 나타나 가현 앞을 가로 막는다.

 

  "넌 또 뭐야?"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공격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치마 입으면 다 여자야? 저 년이 우리를 우찌 농락했는지를 모르면 나서지 말어."

  "여자를 상대로 소란 피워서 댁들한테 좋을 것 없잖습니까?"

  "백기사 흉내 내지 말고 꺼져! 가시나한테 맞고 그냥 물러 갈 우리는 아인깨."

  "분을 풀려거든 나한테 푸시오."

 

  남자들의 공격을 종구가 몸으로 차단하는데 분을 못 이긴 한 사람이 술병을 깨뜨려 덤벼들자 종구가 비로소 돌려차기로 술 병 쥔 손을 가격하고는 뒷덜미를 잡고 팔을 뒤로 꺾는다. 종구의 위력에 싸움이 소강 상태가 됐을 때 종업원인 듯한 건장한 젊은이 둘이 나타나 현장 정리를 한다.

 

  "친구분들은 여기서 나가시지 예."

 

  종구의 말에 친구들이 가현을 부축해 나가려 할 때 건장한 중년인이 나타난다.

 

  "학생들! 그냥 가면 안 되지. 다들 자리에 앉아 보시오."

 

  그 말에 일행 모두가 엉거주춤 일어나다가 주저 앉는다.

 

  "난 이 업소의 책임자요. 어찌된 일인지 누가 설명 좀 해보시오."

 

  종구가 나선다.

 

  "이 여자분들은 내보내고 저랑 이야기 하면 안 되것습니꺼?"

  "형씨는 좀 있다가 따로 봅시다. 저 여자 분이 술 취해 싸움을 유발했다던데 사실이오?"

  "그 새끼들이 치근덕 대는데 어쩌라고요."

  '말로 할 것이지 폭력을 쓰면 되겠오? 종업원들 말로는 한 가락하는 분이라던데 이런 데 와서 싸우면 안 되지."

  "쳇! 지금 날 훈계하는 거에요? 손해배상을 받으려는 모양인데 배상하면 될 것 아냐. 얼마면 되요? 액수를 대 보시라니깐."

 

  종구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다시 나선다.

 

  "죄송합니더. 이 학생은 제가 모시는 분의 따님이신데 술이 좀 취해서 정상적인 얘기가 안 됩니더. 저랑 얘기 하입시더."

  "허 어! 돌겠군. 학생들은 가고, 형씨는 나랑 얘기 좀 하고 가시오."

 

 

  친구들이 가현을 데리고 클럽을 나가버리자 종구와 희상이 마주한다.

 

  명함 건네며,

 

  "통성명이나 합시다."

  "저는 명함이 없심더. 허종구라 합니더."

  "보고 받고 뒤늦게 홀에 나와 허 형이 그 사람들 상대로 싸우는 것만 봤오."

  "죄송합니더. 제가 방심한 사이에 그만 큰 소란이 됐습니더."

  "왜 그랬오? 일부러 맞아주던데."

  "분풀이 대상이 돼 주었는데 표가 난 모양입니더."

  "아무튼 잘 한 일이오. 여자한테 얻어 터졌으니 그 사람들 심기가 말이 아니었을 텐데 형씨가 조금 풀어 준 거요. 내가 보기론 형씨의 몸은 잘 벼러진 장검 같은데 내 눈이 틀렸오?"

  "운동을 조금 했습니더만 너무 높게 보십니더."

  "우리한테 영업상의 손실은 조금 있었지만 손해배상 받을 생각은 없오. 오히려 허 형 같은 호걸을 만나서 기쁨니다. 영업 중이라서 오늘은 긴 얘기 못하겠고, 낮 시간에 꼭 한 번 들려 주시오."

  "관대한 처분에 감사합니더. 며칠 내로 찾아 뵙겠습니더."

  "그 학생, 성깔이 보통 아니던데 허 형이 고생 꽤나 하겠오. 잘 가시오."

 

 ***

  주차장 구석에서 구토하는 가현을 은실이가 등을 두드려 주고 손수건과 휴지로 입언저리와 손을 닦아준다. 이윽고 종구가 와서 땅바닥에 퍼질고 앉아 있는 가현을 부축해 차에 태운다.

 

  "출발해도 되것습니꺼?"

  "집에 갈 때까지 견딜 수 있것나?'

  "토하고 나니 살 것 같아."

  "맥주도 시퍼 볼 술이 아니구나. 온갖 추태 다 부렸으니 나 어떻해?"

  "가현이 너 주사가 있던데 혹시 콤플렉스 있는 거 아이가?"

  "얘 좀 봐! 그 새끼들이 성질 건드려서 싸우게 된 걸 갖고 주사래."

  "앞으로 너랑 술은 안 마셔야 되것어. 허 기님이 앖었으모 큰 일 날뻔 했잖아. 허 기사님을 다친 데 없습니꺼?"

  "저는 괜찮습니더. 맷집이 워낙 좋거든 예."

  "쳇! 고수라더니 그 딴 쪼무래기들한테도 얻어 맞고 있어. 고수가 아니라 헛고수야. 아까 지배인과는 무슨 얘기 했어요?"

  "명함 줌시로 며칠 내에 한 번 들리라고 하던데 예."

  "왜요? 손해배상 하래요?"

  "그런 건 아니고, 잘 지내보자는 말로 들렸심더."

  "뭐야? 업소에 오라고 꼬셨나보네."

 

  씽긋 웃으며 백미러로 가현을 보며 묻는다.

 

  "내가 그런 데를 가기를 바랍니꺼?"

  "누가 그렇대요? 딱 봐도 그쪽은 업소에 기도 서기에 어울려서 해 본 소리라고요."

  "가현이 너, 와 사람을 잡노?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궁지에 몰린 널 구해줬는데."

  "쳇! 보디가드가 그것도 안 해?"

 

 ****

  이튿날 아침에 영추를 광복동에 내려주고 동래로 가는 길에 은실이가 가현에게 묻는다.

 

  "간밤에 아빠한테 야단 안 맞았나?"

  "아니."

  "허 기사님이 비밀을 지켜 준 모양이네. 근데 이슬, 지애 갸들이 학교에서 떠벌리지 않을까?"

  소문 낼테면 내라지 뭐. 나 꾸미고 감추고 하는 스타일 아닌 거 알잖아."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심삼일 20-09-11 10:28
 
글이 짧나 싶었는데, 보니까 5천자네요.
그만큼 재미있었나 봅니다. 건필하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최운 20-09-11 14:56
 
작가님께서 응원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끝까지 5000자를 채워 나가도록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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