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소라의 조언과 신민경의 대답 때문에 모두의 시선은 한수진에게 집중이 되었는데 그녀는 중간점검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표정 연기를 잘 하면서 이 곡의 느낌을 잘 살렸다.
그렇게 무대가 끝이 나자 트레이너들은 가볍게 박수를 쳐주었고 곧 무대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이야~ 이 무대는 정말 재발견의 연속이다. 먼저 신민경... 넌 정말 대단하구나. 사실 청순한 얼굴로 래퍼를 맡는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 싶었는데 이게 또 묘한 매력이 있네. 어울리지 않아 보이면서도 재미가 있어.
그리고 한수진. 이틀 전과 비교하면 거의 상전벽해 수준인데? 이 노래와 완전히 잘 맞아. 마치 맹수를 보는 것 같아.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 힘이 생겼어. 왜 너희들이 센터를 유지했는지 알 것 같다.“
“감사합니다.”
주소라의 칭찬에 신민경과 한수진은 밝게 웃으면서 허리를 굽혔다. 특히 한수진은 주소라의 따스한 말에 가슴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이러한 칭찬 퍼레이드는 계속 이어졌다.
“이야~ 1조는 정말 팀워크가 좋다는 것이 팍팍 느껴집니다. 그런 팀은 긴장을 거의 하지 않고 작은 실수조차 나오지 않는데 1조가 딱 그런 모습이네요. 무대 정말 잘 봤습니다. 이대로만 하면 아마 내일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게 될 겁니다.”
“벌써 이런 칭찬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애들아. 정말 잘 했어. 다들 보컬 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네. 호호.”
“랩 적으로도 래퍼를 맡은 셋 모두 좋았어. 워낙 속사포 같은 랩을 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텐데 훌륭하네. 특히 신민경은 한국 래퍼의 신기원을 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야. 너무 생소한데 이런 매력이 있네.”
랩 트레이너인 자파까지 칭찬을 해주면서 1조는 최고의 분위기 속에 리허설을 마쳤다. 그녀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빙빙 돌았고 그렇게 무대를 내려왔다. 그 뒤로 2조 멤버 다섯이 올라갔다. 그들의 분위기는 1조의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뭐랄까. 다들 좀 비장한데요?”
호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농담하듯이 말하였고 주소라, 메이플 등은 동감하면서 무대를 살폈다. 그리고 주소라는 2조의 포진이 중간 점검 때와 같음을 알고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안무를 바꾸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창작한 안무 그대로 갈 생각인가 봐?”
“네. 그게... 갑자기 새로 안무를 바꿨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해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다른 멤버들도 그것에 동의한 거지?”
“......”
나지윤이 변명을 하자 주소라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을 겨우 참으며 물었다. 이에 미나와 주상미는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괜히 분란을 일으킬 것 같아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에 주소라는 화를 누르며 손짓으로 무대를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2조의 무대는 시작되었다. 원곡의 안무를 그대로 살린 1조에 비해서 확실히 다른 안무가 나왔고 호수는 처음에는 신선한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트레이너들의 표정은 좋지 않게 변하였다. 워낙 경험이 많은 그들이기에 2조와 1조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느낀 것이었다.
그렇게 무대가 끝이 났고 함영진은 주소라의 눈치를 살피며 고민을 했다. 그는 주소라가 무슨 말을 할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깔이 있는 주소라가 그 말을 한다면 어지간한 수준에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이에 함영진은 자기가 대신 완화시켜서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지윤아. 안무를 바꿔서 이틀 만에 다시 익히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실수가 생길 우려가 있겠지. 그런데 프로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분명히 아닌 것이 있다면 시간이 얼마가 남았든 개선을 해서 죽어라 연습을 해야지.
내가 보기에도 네가 창작했다는 이 안무는 문제가 있어. 일단 5명의 멤버들의 밸런스가 안 맞아. 센터가 가장 많이 메인에 서는 것은 당연한 거라지만 나머지 넷의 균형이라도 맞아야지. 이것만 본다면 미나의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함영진은 센터 못지않게 나지윤의 비중이 많다는 것도 언급하려다가 참았다. 그리고 항상 미소를 짓는 메이플도 지금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섯 명의 파트 밸런스가 안 맞는 것도 크지만 진형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요. 동선도 좋지 못하고요. 문제가 많은 안무에요. 나지윤 양이 이 안무를 짰다고 했는데 아직은 이르다고 보네요. 좀 더 공부를 하고 시도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봅니다.”
“나는 뭐... 중간점검 때 했던 말을 또 할 것 같아서 패스.”
“보컬적으로도 굳이 지적할 것은 없네요. 단지, 안무 때문인가... 좀 신이 안 나기는 합니다.”
“랩도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주소라는 말을 했다가는 화를 낼 것 같아서 넘겼고 보컬과 랩 트레이너들도 별로 멘트를 해주지는 않았다. 주소라의 조언을 듣지 않고서 만든 무대가 겨우 이 정도라는 것에 그들은 가르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 속에 라라라 무대의 리허설이 끝이 났고 대기하고 있던 혼다 레이의 조가 다른 곡으로 리허설을 시작했다.
이렇게 20개 조의 모든 무대 리허설이 종료되었고 각 조는 자신들의 연습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신민경은 고개를 조금 돌려서 나지윤을 보았다. 그런 그녀의 뇌리에 정하윤의 조언이 떠올랐다.
‘확실히 미나 씨의 파트는 없다시피 했어. 안무에서 항상 외곽만 돌았지. 하윤 언니는 나지윤 씨가 미나 씨를 고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이 뜻이었나? 분명히 싸한 느낌이 있는 사람이긴 하네.’
신민경은 그리 생각하면서 정말 우리가 잘 한다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연습을 한 후 모두에게 민호의 조언을 알려주었다. 실전 전날에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길게 자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미 신민경의 말이라면 불구덩이로 뛰어들라고 해도 들을 정도로 그녀의 리더십과 전략을 신봉하고 있던 한수진 등 1조 멤버들은 그대로 따랐고 1차 경연 전날의 밤은 깊어져갔다.
그리고 다음날 1차 경연의 날이 밝았다. 비록 사이버 세계이기는 했지만 해가 뜨고 청아하며 차가운 아침 공기 특유의 기운은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었고 신민경은 상쾌한 느낌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그렇게 모두는 대회를 위하여 분장실로 향했다. 이희용은 이곳을 최대한 현실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는 것도 현실과 똑같이 하고 있었다. 사이버 게임처럼 버튼 하나 눌러서 헤어스타일이 바뀌거나 옷을 착용하는 식은 이희용이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에 걸쳐 사이버 세계에 접속한 스타일리스트로부터 화장을 받은 신민경은 눈을 떠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래퍼에 맞게 약간 강한 이미지를 넣기는 했지만 그래도 평소의 청순한 신민경의 모습 그대로였다. 랩을 하더라도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기를 원했던 신민경은 만족스러워 하며 스타일리스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후 라라라 1조 멤버들은 무대 뒤의 대기실에 모였고 서로의 검은색 의상에 대해 멋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미 자매처럼 친해진 그들은 수다를 떨며 즐거워했고 지나가는 다른 조의 연습생들은 이런 좋은 분위기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방송 녹화를 남겨두고 라라라 2조의 멤버들도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5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따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런 시간차에 신민경은 상대 팀의 팀워크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모든 연습생들이 대기실로 들어오고 5분 후 방송 녹화가 시작되었다. 호수는 평소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고 방청객으로 당첨이 되어 접속한 3천 명의 팬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현실에서 이 정도 팬을 방청객으로 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팬들이 방송국까지 오는 데에 걸리는 이동 시간과 교통비, 그리고 방송국에 와서 대기하는 시간 등을 부담스러워 했고 방송국 역시도 3천 명이나 되는 팬들에게 제공해야 할 식사나 공간 등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최종 무대가 아닌 이상 방청객의 수는 천 명을 넘기가 어려웠는데 사이버 세계에서는 그런 한계가 없었다. 뮤직바이블과 이희용이 합작하여 만든 이 세계의 접속 장치가 전국 곳곳으로 보급이 되어 시험가동을 마친 상태였기에 팬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접속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무대와 방청석의 크기 역시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미 10만 석 짜리 대형 공연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3천 석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런 최첨단 시스템의 도움 속에서 호수는 자신이 이런 경험을 하는 것에 감사하면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HTS의 호수입니다. 먼저 프로듀스를 사랑해주시고 이렇게 참여까지 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프로듀스 시즌5의 1차 경연이 있는 날입니다. 참여한 연습생들이 전설적인 선배 가수들의 명곡 10곡을 선택하여 배틀을 벌이는 방식입니다. 같은 노래를 두고 두 팀이 대결을 할 것이니 여러분들은 두 무대를 감상하신 후 공연을 한 10명의 연습생 중에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되는 이에게 투표를 해주시면 됩니다. 이 투표는 기권도 가능하니 정 마음에 드는 연습생이 없다고 생각되면 기권을 누르셔도 됩니다.
자! 그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무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겟 유 레디?“
“와아아아아아!”
호수의 외침에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이에 첫 번째 배틀을 위해 혼다 레이 조와 요다 미라이 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조의 연습생들은 모두가 좋은 무대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파이팅을 외쳐 주었다.
그러면서 한수진은 옆 자리의 신민경을 보며 말했다.
“와~ 이거 보는 내가 다 떨리네. 매도 먼저 맞는 것 낫다는데 왜 하필 우리는 마지막 무대인 거야.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해야 하잖아.”
“호호. 그게 다 우리가 주목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랍니다. 언제나 가장 화제가 될 만한 대결을 마지막에 배치를 했었거든요.”
신민경은 역대 어벤저스 조의 무대는 항상 마지막에 놓았던 것을 떠올리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실 방송국에서 노리는 것은 자신들이 아닌 나지윤 조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민경은 그런 생각을 내색하지 않은 채 모두에게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말하였다.
“그러니까 우리 무대를 잘 하기만 한다면 그 화제를 모두 우리가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죠.”
“좋아! 그동안 후회할 일 없이 잘 해왔으니까 뭐라도 되겠지. 다들 힘내자!”
“오케이!”
신민경과 한수진이 주도하면서 라라라 1조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져 갔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앞선 18개 조의 무대가 모두 끝이 나면서 라라라 1, 2조의 쇼타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