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로지 호프만과 디애나 던, 그리고 나율은 식료품을 사려고 어느 한 마트로 향했다.
"어? 저 사람은 누구지?" 나율이 화면에 나온 사람을 보고 말했다.
"이 사람이......?"
"또 사고를 친 모양이군."
"용산역 근처 웨딩홀에 주세현으로 보이는 인물이 모습을 보였다? 그 전엔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예식장에서 축의금을 가로챘고...... 이거 분명 혼자서 한 일이 아니야." 디애나 던이 말했다.
"잠깐만, 디애나!"
"사건에 혼선을 주려고 이리저리 휘젓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동시다발적으로 하려면 적어도 공범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요."
"도저히 모르겠군."
한편, 용산역 안에 있는 예식장에 도착한 경찰은 하객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진행하였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축의금을 가로챈 사건 때문이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축의금이 사라졌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분명 용의자 한 사람이 한 짓이 아닙니다. 최소한 두 명이 이런 일을 꾸몄을 겁니다."
"목격자는?"
"자신이 재미교포라면서 버젓이 결혼식장에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축의금을 받는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말이죠."
"그리고 5천만 원 상당의 축의금을 가로챘고."
"네."
"빌어먹을!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으니 수색 범위를 더 넓혀! 주세현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형사님?"
"아니, 디애나 던 아닌가! 거기에 로지 호프만 형사도!"
"변장하고 다녔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둬야하지 않을까요?"
"변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에서 작업복이 발견됬거든요. 그렇다는 건 그 근처에서 정장으로 위장한 후에 갔겠죠."
"그럴 듯하군. 다행히 디애나란 인물이 단서가 될 만한 물건을 찾았다고 했으니 수사에 탄력이 들어갈 것 같군! 출발하자!"
그 때, 또 다른 연락이 들어왔다.
"그래. 이번엔 공항철도라고? 어디로 향하는 거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려는 모양인지 황급히 1회용 교통카드를 구하고서는 그대로 승차장으로 향했답니다!"
"이미 갔을 가능성도 있겠군. 어디에 서는지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이거 분명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려는 속셈이군! 당장 인천국제공항 경찰대에 연락해서 주세현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잡으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출국을 막아야 해!"
"뭐해! 당장 움직이지 않고!"
이에 경찰들은 인천국제공항에 연락하여 주세현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출입국 사무소 측에 연락해서 출국 못하게 막으라는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만약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거기로 도망을 칠 가능성이 높겠지."
"인천국제공항은 아닌 것 같군요." 로지 호프만 형사가 말했다.
"뭐?"
"인천국제공항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모습을 보였다는 거야?"
"홍대입구 역에서 내려서, 신촌로터리 방향으로 뛰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왔습니다."
"그렇군! 당장 신촌로터리로 가보자!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의 시작이 있었던 장소야."
"출발하자!"
경찰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신촌로터리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간 하영주는 주세현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세현 이 자식......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군."
"넌 누구지?"
"영등포역 인근 예식장하고, 용산역 인근 예식장에서 발생한 축의금 도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사람이란다."
"뭐?!"
"혹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오늘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말해볼래?"
"오늘? 오늘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갔다가 왔죠."
"그래? 누가 알지?"
"저 혼자 사는데 누가 알겠어요?"
"그럼, 어젯밤에는?"
"여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있었죠."
"그래? 하지만 용산역 근처 예식장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는 다른데?"
"다들 착각했겠죠. 주세현을 말이죠."
"형사님?" 하영주의 방에서 뭔가를 찾은 경찰이 말했다.
"뭐지?"
"방에서 금품이 나왔는데요? 거기에 정장도."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의 선임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미란다 원칙 분명히 밝혔다."
"!"
"놀라지 마렴. 특수 강도를 저지른 사람의 표정이 아니잖니. 가자!"
그리하여 경찰은 하영주를 신촌로터리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포했다.
"중산공원에 쓰러진 사람? 몰라요. 중산공원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래? 부천역 인근 예식장도 가지도 않았다면, 누가 간 거지?"
"당연하잖아요. 주세현이겠죠."
"주세현이 거기로 갔다?"
"네. 형사님. 영등포역 인근 예식장에 있던 사람들하고, 용산역 인근 예식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살인은 아니라고요."
"알아, 알아. 영등포역 인근 예식장하고 용산역 인근 예식장에 간 사실이라면 알지. 상당수 이상의 금품에, 도난 당한 정장도 더불어서지."
"......"
"그건 그렇고, 자네가 말한 그 주세현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제였니?"
"약 3개월 전? 그 때 돈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돈을 달라고 했다?"
"네. 생활비를 구한다면서 필요하면 20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으음......"
"물론 웨딩홀에서 홀서빙을 할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래서 정장을 구하려고 저에게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처음엔 거절했죠."
"결국엔 마지못해 돈을 줬고."
"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디애나 던 일행과 로지 호프만 형사.
"주세현의 위치를 알아내기는 힘들 거에요." 디애나 던이 말했다.
"내 생각도 그래. 주세현의 위치를 알 것이라고 추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 그도 모른다고 했어." 나율이 말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로지 호프만 형사가 말했다.
"8월 28일이었나? 허겁지겁 달려온 그 친구가 무슨 옷 좀 달라고 하더라고요. 뭔가를 숨기려고 말이죠."
"분명 정체를 숨기려고 그러한 일을 꾸몄겠군."
"네."
"그리고는?"
"그리고는 부천역에 일이 있다면서 또 보자고 했어요. 추가로 경의선숲길 부근인가하는 그 근처에 자취방에서 당분간 지내겠다고 했어요."
"경의선숲길이라......"
"연희로 방향이에요."
체포된 하영주의 증언을 토대로 경의선숲길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한 경찰은 주세현의 흔적을 찾았다.
"하영주가 한 말이 맞네. 하영주가 빌린 옷하고, 조끼......"
"그리고 마스크도 있어요."
"장갑도 있는데, 휘발유 냄새가 나네요."
"휘발유를 만졌다는 증거죠."
"그거군. 문제는 휘발유가 든 뭔가인데, 어떤 용기로 휘발유를 담은 다음, 그대로 현장으로 가서 방화를 하고 난 후에 어딘가에 버렸을 거야."
"그 어딘가라면 부천역 인근 예식장 뒷편에 찾았다네요."
"감식반이?"
"네. 그을린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주세현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이 찍혀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현장보존을 위해서 여긴 당분간 그대로 둡시다."
"출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