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죽은 하길중이 지내던 자취방으로 간 경찰 두 명은 일기장을 찾아냈다.
"1월 15일에 쓴 것이 끝인가."
"1월 15일. 오늘은 검단오류역 근처 물류창고에서 일을 했는데, 바로 음료수 상자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물류창고 직원 분이 내게 살기가 힘드냐고 물었다. 물론 그렇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힘들어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적혀있네. 음료수 상자를 정리하는 일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다 생각이 나서 검암역 내에 있는 도넛가게에서 도넛을 샀다."
"그 날을 끝으로 일기가 끝이 났네."
"참! 출소 이후의 이야기가 적혀있는데?"
"최수아 관련 이야기인가?"
"네. 내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안 최수아가 다신 만나지 마라면서 헤어지자고 말했다. 정말로 빌어먹을 일이라고 적었죠."
"어?"
"이 형사?"
"정장대여점 전화번호가 적혀있어요."
"대체 무슨 일로 전화번호를 쓴 것일까?"
정장대여점으로 간 두 형사는 4개월 전에 하길중이 어느 한 직장에 면접이 있다면서 정장 한 벌을 대여하려고 온 사실을 알았다.
"모르겠어. 여기를 끝으로 행적을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네."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이 있기 전인 최수아 살인사건은 뭐지?"
"분명 하길중이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때, 수사반장의 연락이 들어왔다.
"반장님?"
"오오, 다들 잘 들어. 최수아를 납치하고 살해한 사람은 하길중이 아니야. 누군가가 이를 조작했어."
"뭐라고요? 누군가가 그 사건을 조작했다고요?"
"좀 더 알아봐야 알겠지만 최수아가 살해당한 장소에서 발견된 그 지문을 누군가가 이용한 거야. 하길중이 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지."
"이거 점점 흥미로워지겠는데요?"
"어쩌면. 이번 토요일에 열리는 결혼식에서 뭔가 윤곽이 나오겠지. 다른 단서가 있는지 알아봐주게!"
"알겠습니다!"
"분명 그 장소가 이번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사건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한편, 경찰서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보고 애물단지라고 생각한 부친이 울면서 경찰을 찾아왔다.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안 돼...... 내 아들!!"
"선생님."
"대체 누가 내 아들에게 이런 해코지를 했어!! 대체 누가!"
"선생님. 선생님의 마음은 아시겠지만 지금 누가 이런 참극을 일으켰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제발...... 제발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봐주쇼!!"
다른 형사로 하여금 죽은 하길중의 부친을 진정시키라고 지시한 수사반장은 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죽은 하길중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을 것 같군."
"전 아니라고 봐요. 누군가 하길중이 한 짓으로 몰고 가려고 조작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왜 그렇게 생각을 했지?"
"이번에 검단오류역 근처 창고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하길중은 출소하자마자 최수아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차인 정도로 끝나고 그대로 갔다는 점입니다."
"뭐?"
"그 점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그 후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려고 여러군데를 살피다가 홀서빙 업체에서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거기서 면접을 보려고 정장대여점으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인물이 1월 15일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고, 3~4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정말이지 이런 일을 누가 꾸민 건지...... 혼자 벌인 짓은 아닐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사건이 뜻밖의 일로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안 탓일까?
노래하는 분수대 근처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운 한 사람이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하길중이 인천 검단오류역 근처 물류창고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됬다고 했는데......"
"뭐? 살해라니? 누가 이런 짓을 했나?"
"지금 경찰이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적어도 결혼식 피로연장을 무대 삼는 일은 다신 없으니 좋은 거 아닌가?"
"좋죠. 연쇄적으로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만사형통이죠."
"흐흐흐...... 내 생각도 그래."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결혼식 피로연장엔 가지 말게."
"말씀이 없어도 가지 않을 것이니."
그 시각, 하길중이 누군가에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느 한 언론사에서는 이번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신문 1면을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은 사람이 살해당했다는 사실로 장식하게?"
"그래야지. 이번에 올릴 기산 분명 일종의 경고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심각해."
"그렇다고 과장해서 쓰면 안 돼."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일어난 사건 그대로 작성하고 있죠. 물론, 수사 결과는 이번 사건이 끝나는 즉시 발표될 거란 사실도."
"네, XX 신문사입니다."
"누구 전화지?"
"하길중의 죽음과 관련해서 계속 악담하는 소리가 막 들려서요."
"뭐? 악담이라고?"
"네. 지옥이나 가라면서 말이죠."
"이거 골치아프겠군. 이번 사건을 다룬 기사를 쓰는 건 힘들지만 죽은 사람을 향한 악성 댓글에, 모욕적인 언사를 그대로 두는 건 더더욱 우리들을 힘들게 만드니까."
"하길중의 죽음과 관련한 악담을 한 사람들을 어떻게 조치를 취할까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도록 해. 잠깐만, 그 전에 주의조치를 내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다음 날, 신문은 물론, 온라인 보도에서는 하길중이라는 인물이 누군가에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다룬 기사가 주목을 받았다.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일로 인해서 반전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더불어서 나왔다.
"자세한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기에 그나마 다행인 거죠."
"그래. 인터넷에서 누가 하길중을 죽였냐며 아주 난리도 아니야." 수사반장이 말했다.
"결국 디애나 던이 제대로 본 셈이네요."
"디애나 던? 도나로 불린 그 사람 말인가?"
"네. 디애나 던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이번에 일어난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사건 때문 정도가 아니다고 말이죠."
"좋든 싫든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사건은 반드시 해결해야해. 인생에 한 번 뿐인 날에 피를 뿌리는 인간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는게 이번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지."
"반장님?"
"그래."
"교대역 근처 성당에서 열릴 결혼식 주인공이 그러는데, 경찰하고, 경호원이 있다면 안심이 된다고 하더군요."
"잠깐만, 누군가 업체 사람으로 위장할 가능성도 있으니 보안을 철저히 하라고 해! 정식으로 초청을 받았는지 몇 번 씩이고 확인하라고 당부해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단순 축의금 절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교대역 근처 성당은 더더욱 밝아왔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 교대역은 물론, 근처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여 행여나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물론, 하길중을 살해한 범인이 나타나나 지속적으로 감시하였다.
그 때,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 근처에서 한 사람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들었다.
"성당 근처에서 뭐하고 있나요?"
"그야,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뭐, 그럴 듯한 변명으로 들리는데요?"
"응?"
"근처 성당에 서성거리다가 적절한 때가 되면 난입해서 누군가를 살해할 만한 도구를 꺼내려고 그런 거죠."
"뭣이?!"
"하길중이 한 짓으로 몰고 가려고 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고자하는 말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