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소년이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이미 이마 중앙에서 볕을 내려 쬐는 시간이었다. 어제 보았던 경찰관들이 3명 정도가 집을 조사하고 있었고 젊은 경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소년을 지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집에 누가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들어온 점과 자신의 방에 누가 있다는 점이 매우 불쾌해졌다. 그래서 순경을 내쫓고 방문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는 한참을 또 울었다. 눈이 부어서 앞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운 것 같다. 순경은 소년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소년의 마음이, 심정이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만두었다. 대신 밥을 사 먹을 여분의 돈을 남기고 일에 집념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너무 힘든 나머지 기절까지 했다. 다시 뜬눈에는 달빛만이 비추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별만이 무수히 비칠 뿐이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느낌은 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문에는 경찰들이 대기 중이었고 옆집과 대문에는 영화에서 본 듯한 노란색 테이프가 자신의 눈에 비추자 한결같은 마음은 갈대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 와중에도 배는 고픈가, 배에서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문 앞에 있는 돈을 발견했다. 하지만 소년은 쓰고 싶지 않았다. 돌아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난 후에서야 마음을 고쳐먹고 경관과 밥을 먹으러 간다. 젊은 경관은 자신의 돈으로 계산할 테니 몸만 가자고 하며 웃음을 보인다. 소년은 그가 자신에게 보인 웃음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거나 소년의 사정이 불쌍해서 동정한다는 내용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의 자신은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다 보니 암말도 하지 않고 따라가긴 했지만, 돈은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하고 절대로 자신을 동정하지 말아 달라며 말을 하는 것이 아직은 소년이 아이라는 것이 나타나는 듯하다 . 밥을 먹고 집으로 와서 게임을 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며 순경의 인사는 당연히 스쳐 지나갔다. 소년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문밖에서는 잘 자라는 말이 들려오지만, 이말 또한 무시한다. 이 정도면 순경이 대단해 보인다. 상상의 나라에서는 소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오늘만은 자신을 반성하는데 시간을 써보기로 한다. 이미 죽은 그녀가 자신에게 사람과 조금 더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에게 그렇게도 친절하게 해줘도 자신의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자신에게 안 먹을 것을 알면서도 항상 따뜻한 밥도 해 주고 집에 와 피곤할 텐데 자신을 먼저 찾아주던 부모님에게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에도 자신은 결국, 험한 말만 하는 이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친구 없는 아이로는 더는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다시금 느끼며 마음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변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별빛도 그러한 일에 응원하는 것인지 별똥별이 자신의 눈앞을 아름답게 흘러내려 가고 달빛 또한 자신의 머리를 포근히 쓰다듬어 주는 듯하였다. 아침이 되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달빛은 어디론가 들어가고 햇빛이 어제의 결정을 부추기듯이 빛난다. 역시나 집안은 순경이 기다리고 있었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당황한 얼굴이 보이긴 했지만 환한 웃음으로 소년을 맞아준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지 않냐며 편의점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소년은 배는 고프지 않으니 밖에서 놀고 오겠다고 하며 게임방으로 향한다. 아직은 사람들이 거북하고 웃어주는 것에 대해서 역겨운 감정은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 게임방으로 걸어가는 중에도 느끼는 것이었지만, 소녀의 웃음은 그리 달라 보였을까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생각을 해보아도 자신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에 소년은 웃으며 자신 또한 한심한 인간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게임방에서는 게임방이라고는 했지만 요즘 말로는 피시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집에서 해보지 못한 게임을 즐기다 보니 6시는 훌쩍 넘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