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이다. 어느 비가 억수같이 오고 천둥과 번개는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듯이 번갈아 땅과의 마찰을 일으킨다. 이런 날 소년은 편의점으로 향한다.
딱히 먹을 것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래야만 한다.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심장을 움켜 진 듯 힘들었던 것이었다. 집에는 아무도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소년의 체온만이 방안을 비행하듯이 남아서 제자리를 지킬 뿐, 이른 새벽의 기운이 손과 발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소년의 몸에서 요동을 친다. 그리고 눈앞의 빗방울은 소년의 볼을 흠뻑 적시고 나서야 친구들과 놀러 간다. 이렇게 도착한 편의점에서는 인사와 함께 웃음이 보인다. 이 웃음에는 진절머리가 난다. 볼수록 ‘역겹다’라는 감정만이 남는다. 애써 직원을 무시하고 소년은 음료수 칸에 다다른다. 마실 것 몇 개를 골라 담은 후에 간식거리를 산후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소년의 체온이 허공에서 날아다니다 추락하였다. 집에는 아무도 그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이, 기다리는 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는 달랐냐는 듯 이 소년은 게임을 한다. 늘 이렇게 지낸다. 밥과 반찬은 준비되어 있지만, 딱히 먹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반항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단지 이러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빗방울이 어두워서 안 보이기 시작했다. 소년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상력이 만든 세상에 흠뻑 젖어 든다. 대문이 흔들거린다. 집으로 들어온 것은 소년의 부모님이었다. 집에 들어와 소년을 찾지만, 방문을 굳게 잠그고 잠을 자는 척을 한다. 소년의 부모님 또한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잠은 오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욱더 싫었다. 이럴 때는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줄기의 달빛과 넓은 우주에서 마치 손을 흔드는 별빛만이 그의 방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소년은 끝까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놀기 바빴다. 소년에게 있어서는 한 줄기의 빛과 그의 상상력만 있다면 그는 이러한 세계에서도 살아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듯하다.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이러한 일상과는 다른 세상인 듯 잠을 자는 얼굴이 그리 좋았다. 자고 일어나 보면 또 같은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텅 빈 집안에서 나타나는 고독함은, 소년이 집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식탁에는 쪽지와 함께 밥이 차려져 있다. 밥상에는 반찬 3종류 밥, 국 이 보였다. 쪽지에는 한 줄의 문장이 그에게 오늘도 어제와 똑같을 것을 암시하는 듯한 문구가 보인다.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밥은 알아서 챙겨 먹어” 적당히 써놓은 말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아침에 샤워를 끝낸 후 학교로 향한다. 학교도 그리 좋아하는 장소가 아닌 듯하다. 옷을 갈아입자 친구라긴 애매한 또래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항상 궁금했다. 어디가 저리 좋은 걸까 웃기지도 별것도 아닌 이야기로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오글거리고 기분만 나쁘게 한다. 하지만 차마 이런 말은 할 수 없다. 아니, 할 수 없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집을 빠져나와 가는 길에 또 혼자만의 세상에 들어간다. 이제는 당연한지 모르지만, 옛날에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한 생각은 버려두고 길을 가는 중 어떤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소년은 몰랐을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일을 초래하게 될 줄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등굣길에 자신을 놀리고 조롱하는 얘들 괴롭히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을 왜 괴롭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그저 괴롭힘을 당하는 중에도 상상이 나라에 도망가기 바쁠 뿐, 한참을 놀림을 받는 중에 다른 친구 한 명이 와서 막아준다. 이런 일은 학교에서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은 완전한 피해자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도 도움을 준 적 없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차마 자존심이 있어 고개는 들지 못하고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학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