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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토커의 본업은 검사입니다
작가 : 박가빈
작품등록일 : 2019.10.1

“경하 씨! 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어,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많이 보고 싶었는데. 왜 자꾸 딴 델 봐! 자꾸, 질투 나게.”
“……!”
경호원과 함께 뒤돌아서던 경하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
경하는 그녀 눈웃음에 빨려들었다.
그때 천연덕스럽게 다가온 손이 그의 팔을 잡아당겨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안해요! 잠시만 실례.”
그리곤 나직이 속삭이며 까치발을 들어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익숙지 않은 손길에 경하가 움찔했다.
‘이 여잔 이소율이 아니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자… 잠시만요. 조금만 이렇게 있어요. 조금만…. 경호원이 갈 때까지만. 제발….”
나직이 부탁하던 그녀는 긴장감에 더 세게 그를 안았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와 함께 은은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자 소녀가 그리워졌다.
그 순간 경하의 손이 뚝 떨어졌다.
그래, 이 향이었어. 라벤더 향!



 
Episode 20. 기껏 아리 치우니까 또 다른 게
작성일 : 20-09-30 23:33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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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20. 기껏 아리 치우니까 또 다른 게

 

 다음 날 아침, 소율이 있는 병실에 간 경하는 어찌 된 영문인지 급히 간호사 대기실로 갔다.

 

 “김 간호사님! 510호에 있던 소율 환자 어딨습니까?”

 

 “퇴원하셨어요.”

 

 “네? 제가 퇴원 허락한 적 없는데요.”

 

 “오늘 꼭 퇴원해야 한다고 우기셔서 어쩔 수 없었어요. 내일 재판 때문에 오늘 퇴원 안 하면 큰일 난다고 하셨거든요.”

 

 경하의 표정이 순간 팍, 구겨졌다.

 

 “아니, 의사가 허락도 안 했는데 어떻게 퇴원시킵니까!?”

 

 소율에게 화가 난 경하가 그답지 않게 김 간호사에게 언성을 높였다.

 

 “서 선생님! 환자분이 워낙 강하게 주장해서 퇴원 안내해 드렸어요. 그렇다고 제게 이렇게 따지듯이 말씀하시는 건 좀 그러네요!”

 

 김 간호사는 기분이 상했는지 팔짱을 낀 채 화냈다.

 그녀도 할 말은 다 하는 타입이라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봤다.

 

 ‘아씨, 왜 이렇게 커! 평소엔 키도 맞춰주더니, 화났다고 그대로 서 있는 거 좀 봐. 쪼잔하게. 아, 목이 다 아프네, 진짜!’

 

 그와의 거리를 벌려서라도 눈높이를 맞추려던 그녀는 좀처럼 맞춰지지 않자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당연한 배려로 여겨왔던 터라 괜히 서운했다.

 그래서일까?

 꼿꼿하게 허리를 편 김 간호사가 그에게 지기 싫어 더욱 사나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쾅! 부딪쳤다.

 김 간호사의 눈이 ‘이제 그만하시죠. 더 하면 참지 않아요.’ 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녀도 나름 자기 직업에 부심이 있었던 까닭에 어련히 소율을 말리지 않았을까?

 소율을 말리기엔 그녀 고집이 너무 셌을 거였다.

 

 “그건 다 핑계입니다. 어떻게 그….”

 

 “지… 지금 핑계라 했어요? 핑계라구요! 하!!”

 

 김 간호사의 얼굴이 찰나에 푸르락누르락했다.

 그녀의 분노 어린 표정에 경하가 끝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리곤 이내 그의 실수를 후회했다.

 이성을 잃어 그녀의 짬밥을 무시했던 게 미안해 사과하려던 순간, 그녀가 휙 뒤돌아갔다.

 

 “……!”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경하는 따라가서 사과하려다 그 역시 뒤돌았다.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내리꽂혔다.

 

 “서 선생!! 지금 어디 가? 당장 따라와!”

 

 내리꽂히는 듯한 날 선 목소리에 경하는 움찔 몸을 떨었다.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며 천천히 뒤돌아선 그는 인석을 본 뒤 낯빛이 어두워졌다.

 원장실에 온 경하는 아비 눈치 보느라 정신없었다.

 

 “원장님!”

 

 인석은 오늘 처음 본 아들의 앞뒤 안 가리는 발언에 화가 난 표정인데.

 평소의 그라면 틀림없이 김 간호사와 자신의 성격을 알고 아무 말 안 했다.

 그런 아들이 아무 죄 없는 이에게 화풀이하는 꼴이 영 볼썽사나웠던 터라.

 그는 더 화가 났다.

 

 “아직 근무는 무리라고 했지만, 환자가 진료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계속 붙잡아 둬!? 그래서 내가 퇴원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그렇게 잘못했어? 너답지 않게 오늘따라 왜 그렇게 김 간호사를 닦달하고 난리야!?”

 

 아버지의 말에 자신의 실수를 실감한 경하가 미간을 좁혔다.

 

 “김 간호사에게 사과할게요.”

 

 “김 간호사에게만. 나한테는 안 하냐!?”

 

 “죄송해요. 아버지.”

 

 “앞으로 조심해라. 그 아이가 그렇게 걱정되든?”

 

 ‘…….’

 

 “너는 동료를 대할 때 이유 없이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네가 오늘은 너무 낯설어. 너는 앞으로 이 병원을 이끌어 가야 해. 그런 놈이 여자 때문에 이성을 잃어? 전국에 이런 규모의 병원만 해도 몇 개다. 너는 어떤 경우에도 침착해야 해. 알겠니?”

 

 “아버지, 저는 의사로서는 몰라도 경영 쪽은….”

 

 자기주장을 하려던 경하는 아버지의 근엄한 표정에 하려던 말을 멈췄다.

 

 “네가 하기 싫다고 안 할 문제가 아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의국으로 갈게요.”

 

 아버지께 간단한 목례를 하고 방을 나온 경하는 오늘 자기가 한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랬지?’

 

 답답한 마음에 옥상에 올라온 그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후-!”

 

 그의 긴 숨과 함께 나온 연기가 그의 마음을 알았을까?

 나오자마자 그의 마음처럼 흩어졌다.

 

 ‘내가 왜 그랬지? 아버지 말이 맞아. 환자가 진료를 거부하면 의사는 설득만 할 뿐.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환자는 치료할 수 없어. 그걸 아는 내가 왜?’

 

 처음이었다.

 치료를 거부하고 나간 환자에게 이렇게 화가 난 게.

 그런 환자를 더 잡지 못한 의료진에게 이렇게 화를 낸 것도 처음이었다.

 

 *

 

 김 간호사가 퇴근할 무렵, 경하는 사과의 뜻으로 자그마한 선물을 주었다.

 

 “김 간호사님! 아침엔 제가, 너무 심했습니다.”

 

 “아, 아뇨. 그럴 수도 있죠, 뭐. 저도 똑같이 했는데.”

 

 “그래도 먼저 시작한 건 나니까 제가 더 잘못했죠. 핸드백은 그때 그, 약속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지갑은 오늘 제가 실수한 것에 대한 사과 선물이고.”

 

 미안한 마음에 건넨 작은 선물이라기엔 다소 과한 듯해 김 간호사의 눈이 커졌다.

 

 “서 선생님! 이건 너무 과해요. 제가 말한 건 그저, 일반 핸드백인데. 이렇게 비싼 걸 주시면.”

 

 “과하긴요. 그동안 저와 김 간호사님이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제가 학교 다닐 때부터 도움을 주셨잖습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옆에 있던 동료 간호사들은 김 간호사가 받은 선물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 경하가 가자마자 어떻게 된 건지 묻기 바빴다.

 

 “어머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무슨 선물을 신상 구찌로 한데. 이게 가격이 얼마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세상에! 이거 사고 싶어도 못 사서 눈팅했던 물건인데. 아~! 부럽다. 김 간호사!”

 

 “이게 신상이야? 음, 좀 부담스러운데. 어쩐다, 도로 갖다 드릴까? 이건, 받기 좀 그렇다고.”

 

 “무슨 소리예요? 선물 준 사람 성의가 있지. 서 선생님이 얼마나 부잔데. 이깟 것 준다고 거덜 날 것도 아니고. 그냥 받아요! 뭘 그래.”

 

 “그럴까? 음, 그러지 뭐. 서 선생님도 참, 조금 실수했다고 이렇게 사과도 하고. 선물까지. 어휴, 참! 이러니 내가 미워할 수가 있나.”

 

 “어머, 의사들은 실수해도 사과 잘 안 하는데.”

 

 “서 선생님은 그런 스타일 아니잖아. 실수도 잘 안 하지만. 사실 그렇게 실수한 것도 아니지. 환자를 걱정해서 너무 그런 거니까.”

 

 “참, 그 환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서 선생님이 안고 온 환자.”

 

 옆에서 이들 대화를 우연히 들은 세은은 은근슬쩍 그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서 선생님이, 환자를 안고 왔어요!?”

 

 “네, 그것 때문에 여기 간호사실에 있던 우리가 얼마나 시달렸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물어서.”

 

 정 간호사는 대답만 하면 될 걸 조잘조잘 묻지 않은 것까지 수도꼭지처럼 얘기가 터져 나올 듯했다.

 불안한 마음에 김 간호사가 슬며시 정 간호사 옷을 당기는데.

 

 “그 환자를 VIP 병실에 입원시키고 옆에 착 달라붙어서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는데요. 내가 정말 부러워서 혼났다니까요.”

 

 ‘뭐야? 내가 그렇게 문자 보내도 답장 안 하더니. 설마…. 아니겠지?’

 

 정 간호사의 말에 세은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 환자가 서 선배와 원래부터 아는 사이겠죠. 안 그러면 그럴 리가….”

 

 속은 어떨지언정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하는 세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건, 아….”

 

 눈치 없는 정 간호사가 세은의 감정 변화를 캐치 못 하고, 사실을 말하려 하자 김 간호사가 얼른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곤 급히 동료 간호사의 말을 가로챘다.

 

 “그런 것 같진 않았어요. 환자분이 자기가 왜 VIP 병실에 있냐며 제게 따지러 왔으니까. 그 환자가 서 선생님을 보고 처음 본 것처럼 행동했고.”

 

 ‘뭐야? 그럼.’

 “그래서 그 환자, 지금 어디 있어요?”

 

 세은의 말투가 여상스럽지 않게 조금 딱딱해졌다.

 

 “이미 퇴원하셨어요. 그것 때문에 서 선생님이 제게… 아, 아니에요.”

 

 “그 환자, 예뻐요?”

 

 세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 간호사에게 물었다.

 세은의 속도 모르고 옆에 있던 정 간호사는 그녀 마음에 불을 질렀다.

 

 “예쁘죠. 환자가 그렇게 예쁜 건 처음 봤다니까요. 아리 씨보다 더 예쁜 거 같던데.”

 

 ‘뭐, 예뻐? 아, 짜증 나! 기껏 이아리, 그거 치우니까 또 다른 게 들러붙어?’

 

 아주 짧은 찰나에 세은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 나왔다가 사라졌다.

 세은의 표정을 읽은 김 간호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아니, 얘는 눈치 없이 왜 이런 말을 해?’

 

 세은은 감정을 숨기며 미소 띤 얼굴로 정 간호사에게 다시 물었다.

 

 “환자 이름이 뭐예요?”

 

 “소….”

 

 대답하려는 동료 간호사의 손을 급히 잡는 김 간호사

 

 ‘제발, 좀, 하지 마라!’

 

 ‘이거, 말하면 안 되나? 아, 맞다. 그거.’

 

 “죄송해요. 환자 신상에 대한 건 담당 의사가 아니면 안 알리는 게 규칙이라. 특히, VIP 병실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아,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아내려고도 하지 마세요. 이미 한번, 이경 씨 정보를 알아내신 걸로 아는데. 이번엔 안 통하실 겁니다. 원장님께서 이미 저번 일로 이 선생님 징계를 내렸을 텐데요. 아닙니까?”

 

 눈치 없는 정 간호사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김 간호사가 얼른 대답했다.

 

 ‘아, 그 규칙! 후-! ’

 “미안해요. 제가 깜빡했네요.”

 

 빠지직! 세은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사라진 건 착각일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는 낯으로 미안함을 표하는데.

 꽉 말아 쥔 손이 심하게 흔들렸다.

 억지웃음 때문에 그녀답지 않게 입술 근육이 잘게 흔들렸다.

 뒤돌아선 세은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예쁜 것들은 다 죽어 없어져야 해. 아리처럼.’

 

 잠시 죽은 아리를 생각한 그녀가 서늘하게 웃었다.

 세은이 다른 곳으로 간 걸 확인한 김 간호사가 옆에 있던 정 간호사를 나무랐다.

 

 “말조심 좀 해. 이 선생이 서 선생님을 좋아하는 거 몰라요?”

 

 “아, 제가 깜빡했다. 대학교 때부터 따라다녔다고 했죠.”

 

 “아리 씨가 그렇게 되고 서 선생님께 얼마나 대시했는데. 그래도 서 선생님은 쳐다보지도 않잖아.”

 

 “그래도 아까 보니까 웃으시던데요.”

 

 “정말 눈치 없네. 그럼, 거기서 울까요!?”

 

 “이 선생님이 그래도 얼마나 친절하신데요.”

 

 “정 간호사! 한 번 생각해 봐. 정 간호사는 정적에게 친절할 수 있어?”

 

 김 간호사의 친절한 설명에 실수를 깨달은 정 간호사가 인상을 구겼다.

 

 “아뇨, 저라도 화날 것 같네요. 게다가 그렇게 대시한 남자가 저를 안 쳐다보다가 어떤 여자에게 막 그러면 더욱.”

 

 “앞으로 이 선생에게 소율 환자 얘기는 절대, 하지 마요.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솔직히 서 선생님 인기가 장난 아니잖아. 그리고 병원 내규도 그렇고. 하지 마. 환자 정보는 절대, 절대, 말하지 마! 병원에서 잘리기 싫으면.”

 

 “……알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정 간호사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실수로 따라올 후폭풍을.

 

 *

 

 소율이 퇴원한 뒤, 경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며칠 동안 고열로 끙끙 앓던 그녀가 생각나 마음이 불편했다.

 

 ‘좀 더 치료받았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후, 신경 끄자. 그렇게 아픈 게 좋다는데.’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오전 내내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었다.

 

 “서 선생님! 식사하고 올게요.”

 

 “벌써 점심시간이야?”

 

 “네.”

 

 “그럼, 같이 가자. 나도 배고픈데.”

 

 그가 먼저 그런 말을 하자 다들 의아한 표정인데.

 그러면서도 좋아서 실실 웃었다.

 

 ‘웬일이지?’

 

 그중 여자 인턴들이 특히 좋아했다.

 

 “선생님! 저희도 함께 가도 돼요?”

 

 “그러던지.”

 

 경하 눈치를 보고 있던 남자 인턴들이 웃는 낯으로 넌지시 물었다.

 

 “서 선생님! 그럼 선생님께서 쏘시는 건가요?”

 

 “야, 너희들은 그저 공짜면 좋냐?”

 

 “하하! 공짜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정말 오랜만이잖아요.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거.”

 

 “그래, 그렇긴 하네. 뭐 먹을래?”

 

 “고기 먹을까요? 아니면 고급 레스토랑?”

 

 “레스토랑에 가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거리도 있고.”

 

 “선배님! 병원 앞에 있는 초밥집 갈까요?”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은 어때?”

 

 “네, 좋아요!”

 

 “초밥 좋죠. 서 선생님! 괜찮습니까? 제가 좀 많이 먹어서.”

 

 “괜찮지, 그럼. 내가 인턴들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사줄까?”

 

 그의 말에 인턴들 입이 귀에 걸렸다.

 이제 메뉴도 정해졌겠다.

 출발하려던 그때, 여자 인턴들이 미안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

 

 “저… 잠시만요. 10분만 시간 주시면….”

 

 “왜?”

 

 의아한 표정으로 경하가 질문하자 옆에 있던 남자 인턴들이 대신 답했다.

 

 “어서 갔다 와. 기다릴게.”

 

 여자 인턴들이 의국으로 들어가고, 남자들만 남게 되자

 

 “왜 그래? 당장 갈 것처럼 그러더니.”

 

 “선배님은 데이트 많이 안 해 보셨나 봐요.”

 

 “?”

 

 “원래 여자들이 어디 나갈 때 잠깐씩 외모 점검하고 그러는데….”

 

 “아!”

 

 그제야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된 경하가 아리도 그랬는지 생각해 보다가 표정이 굳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데이트를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더랬다.

 그녀와 알고 지낸 건 6년이지만. 데이트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녀와 그 흔한 놀이공원도, 영화도 보러 간 적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후-! 아무리 바빴어도. 아리와 뭘 해본 게 없네. 이아리! 너, 왜 내가 좋았냐? 이렇게 나쁜 놈을!’

 

 

 
작가의 말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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