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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토커의 본업은 검사입니다
작가 : 박가빈
작품등록일 : 2019.10.1

“경하 씨! 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어,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많이 보고 싶었는데. 왜 자꾸 딴 델 봐! 자꾸, 질투 나게.”
“……!”
경호원과 함께 뒤돌아서던 경하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
경하는 그녀 눈웃음에 빨려들었다.
그때 천연덕스럽게 다가온 손이 그의 팔을 잡아당겨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안해요! 잠시만 실례.”
그리곤 나직이 속삭이며 까치발을 들어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익숙지 않은 손길에 경하가 움찔했다.
‘이 여잔 이소율이 아니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자… 잠시만요. 조금만 이렇게 있어요. 조금만…. 경호원이 갈 때까지만. 제발….”
나직이 부탁하던 그녀는 긴장감에 더 세게 그를 안았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와 함께 은은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자 소녀가 그리워졌다.
그 순간 경하의 손이 뚝 떨어졌다.
그래, 이 향이었어. 라벤더 향!



 
Episode 7. 할머니는 제가 모셔가죠!
작성일 : 19-10-14 02:56     조회 : 463     추천 : 0     분량 : 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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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7. 할머니는 제가 모셔가죠!

 

 뚜 두두

 할머니의 돌발 행동에 혼을 빼고 있던 경호원은 급히 무전을 받았다.

 

 - 아직 못 찾았어?

 

 “……비슷한 사람을 찾았는데. 아닌 거 같습니다.”

 

 - 시간 없어, 빨리 찾아!

 

  “예.”

 

 지석과 무전을 끊은 경호원이 급히 자리를 뜨려 할머니께 사과했다.

 

 “저,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아이다, 니도 내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가. 나도 니 맘 다 안데이. 와 모르겠노. 나도 다 해 봤다 아이가.”

 

 할머니가 살갑게 경호원을 팔꿈치로 툭 치며 웃어 보였다.

 그녀의 행동에 경호원이 놀란 눈으로 얼른 뒤로 물러났다.

 

 “아,…예, 제가 미쳤나 봅니다.”

 

 “니, 나랑 좀 더, 놀끼가?”

 

 “아, 아뇨. 그… 그럼.”

 

 끔찍한 말을 들은 경호원이 손을 가로저으며 달아나듯 뛰어갔다.

 

 ‘무슨 놈의 할머니가, 저렇게 웃으면서 사람을 때리냐! 더 있다간 뼈가 부러지지. 오늘 일진이 아주 더럽네, 으, 꿈에 나올까 두렵다.’

 

 경호원은 할머니와의 일을 떠올리곤 머리를 잘게 흔들었다.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간 걸 확인하고서야 할머니는 길게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었다.

 

 “어휴-!”

 

 “할머니, 어디 불편하십니까?”

 

 벌써 갔으리라 생각한 경하가 아직 옆에 있음을 확인한 할머니는 한쪽 눈썹을 삐뚜름히 올렸다.

 

 “아니, 바쁠 텐데…. 이제 너도 가봐라. 나도 이제 집에 가야지.”

 

 ‘어? 사투리 안 쓰시네.’

 “혼자 가실 수 있… 겠… 어요? 보호자는 어디……?”

 

 혼자 가려는 할머니 걱정에 보호자를 찾던 경하의 눈이 점점 커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다리를 조금씩 절던 할머니가 너무도 편하게 그것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뭐야? 저렇게 잘 걸으셨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에 그는 넋 놓고 바라봤다.

 무언가에 홀린 듯 경하는 병원 회전문을 빠져나와 할머니의 뒷모습을 급히 쫓았다.

 없다. 분명, 그녀를 쫓아 곧장 따라 나왔는데.

 대체 노인이 어디 갔단 말인가?

 날도 어두워지는데….

 치매 노인이 보호자도 없이 퇴원했다는 사실에 그는 소름 돋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경하는 곧장 9층 치매 센터로 달려갔다.

 잠시 뒤 치매 센터를 나온 경하의 표정이 몹시 어두웠다.

 

 ‘뭐야, 할머니가 여기 환자가 아니라고? 그럼, 내가 만난 사람은 뭔데! 대체 나는, 오늘, 뭘 한 거야?’

 

 치매 환자인 줄 알았던 할머니가 그것도 아니었고.

 다리를 절던 사람이 멀쩡히 걸었다.

 게다가 사투리 쓰던 사람이 갑자기 표준어를 쓰는 게,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할머니가 젊은 사람보다 더 빨리 걷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오늘 겪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조차 혼란스런 그였다.

 

 ‘잠을 너무 못 잤나? 그래서 오늘, 헛것을 본 건가? 아-!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걔는 잘 지내고 있나? 벌써, 이십 대 중반은 되었을 텐데.’

 

 실로 오랜만에 소율이 생각났다.

 왠지 아픈 손가락처럼 아주 드물게 떠올랐던 그녀가 지금은 뭘 하고 있을지.

 얼굴에 있던 눈물을 거칠게 닦던 손길이 안타까웠던 경하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웠다.

 

 *

 

 다음 날, 병원으로 출근하던 경하는 앞에서 걷고 있는 할머니가 불안했다.

 지팡이를 짚고 가는 할머니의 허리가 어찌나 구부러졌는지.

 저러다 땅에 그대로 꼬꾸라질 거 같았다.

 저렇게 작은 덩치에 너무도 큰 흰색 배낭을 메고 가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중풍에 걸렸을까?

 몸을 조금씩 떠는 모습에 경하는 그도 모르게 한숨 쉬었다.

 

 “하-! 어떻게 보호자도 없이 저렇게 가셔?”

 

 은발의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그녀는 병원에 처음 왔으리라.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던 그녀는 경하와 눈이 마주치자 도움을 구하는 듯했다.

 어제 일이 그에겐 너무 충격이었을까?

 그의 발이 할머니에게 가려다 멈춰섰다.

 딱 봐도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사람을 그는 뒤에서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지켜보기만 했다.

 경하는 어제 만났던 할머니를 떠올리곤 얼른 시선을 돌려 버렸다.

 

 ‘신경 꺼. 다 알아서 하실 거야. 보호자도 없이 혼자 오실 정도면, 괜찮으니까 오셨겠지.’

 

 하룻밤 사이에 그는 딴사람이 되었다.

 잠시 할머니를 보던 경하가 그녀를 지나쳐 앞질러 갔다.

 그가 몇 발짝, 그렇게 걸었을까?

 긴 다리로 쭉쭉 뻗어가던 걸음이 점점 속도를 줄여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여전히 병원 로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들이 경찰이야, 뭐야!?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닌데, 뭘 저렇게까지 난리야. 사람들 귀찮게시리.’

 

 조폭이 아닌데도, 건장한 사내들이 주는 위압감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해갔다.

 병원 직원들도 매번 오갈 때마다 훑어보는 시선에 기분 나쁜 건 매한가지.

 환자와 보호자들도 기분 나쁜 시선에 노출되면서 불만이 쏟아졌으나 경호원들에겐 한 마디도 못했다.

 그저 병원 직원에게 불만을 토로할 뿐.

 결국, 그들 불만은 모두 경하에게 쏟아졌다.

 그가 담당하는 VIP 환자의 경호원이라 당연한 결과였다.

 해서 출근길부터 마주한 검은 정장 무리가 경하는 그리 달갑지 않았더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경호원들이 할머니를 유심히 살펴보는 거랄까.

 허나 그 대상이 할머니라는 게 더 문제였지만.

 경하는 그들에게 관심을 거두곤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회전문 앞에서 한참 망설이는 허리 굽은 할머니가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 허리가 어째 더 구부러진 거 같다.

 몸도 더 떠는 것이 발작의 전조증상으로 보여 경하는 망설이던 걸 잊고 급히 다가갔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어? 또 그 변태다.’

 “어… 어. 내 이 정도는… 괜찮다.”

 

 “할머니 혼자선, 회전문 통과하기 힘드실 거예요.”

 

 “총각, 내… 괜찮다는… 데도. 하,… 하, 에고,… 힘드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할머니는 말하는 동안에도 힘든지 몇 번이나 쉬었다 말했다.

 그녀는 말은 괜찮다면서도 굳이 떨리는 손을 숨기지 않았다.

 마치 ‘너 이래도 나, 안 도울 거야? 내가 이렇게 힘든데.’ 하는 것 같아 경하는 굳게 다문 입가를 살짝 올렸다.

 

 ‘심장이 안 좋으신가?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어떻게 안 도와.’

 “정 싫으시면, 여기 통과할 때까지라도 함께 가시죠.”

 

 ‘싫을 리가 있나. 함께 가면 저기 통과하기가 더 쉬울 건데.’

 

 경하는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여 긴 팔로 작은 어깨를 감쌌다.

 회전문을 통과한 뒤, 로비를 가득 채운 소란스러움에 그들은 절로 인상 쓰게 되었다.

 

 ‘저 녀석들 왜 입구부터 저러고 있어? 엄청, 까다롭게 보네. 할머니들을 상대하니 이렇게 시끄럽지. 아무리 그래 봐라. 나를 잡을 수 있나. 흐!’

 

 헛다리 짚고 있던 경호원을 보자 허리 굽은 할머니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경하에게 고마움을 표한 할머니는 그보다 앞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이 불안한 탓에 다른 이들에게 선두를 다 내줬다.

 

 ‘후-! 허리가 저렇게 구부러져서 그런가? 여태 내가 본 할머니 중에서도 제일 심하네.’

 

 경하는 구붓이 허리 숙인 그녀 뒤를 따라 걸었다.

 오롯이 그녀만 보며 걷던 경하의 걸음이 누군가를 따라 한곳에 머물렀다.

 의아함에 시선을 돌린 순간, 어제 그 할머니를 보곤 그의 눈이 커졌다.

 축지법을 쓴 건지.

 갑자기 사라졌던 그 할머니가 보이자 경하 눈이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한편 경하를 앞질러가던 허리 굽은 할머니도 누군가를 보곤 흠칫했다.

 

 ‘저 할머니는 대체 왜 여기 온 거야? 병원이 어디 여기밖에 없나. 아, 미치겠다, 진짜! 분명 경호원들이 잡을 텐데.’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하필 같은 장소에서 만난 어제 변장했던 얼굴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가 머뭇거리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에 경호원이 누군가를 불렀다.

 

 *

 

 “할머니, 잠시만요. 할머니!!”

 

 병원을 이제 막, 나가려던 어제 변장한 얼굴의 할머니는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뒤돌아봤다.

 

 “?”

 

 할머니는 그녀를 둘러싼 경호원의 움직임에 의아한 듯 쳐다봤다.

 그리곤 덩둘해진 눈동자가 저를 둘러싼 이들을 빠르게 훑었다.

 경호원은 사진과 불러 세운 할머니를 비교해 보곤 그녀에게 다가왔다.

 

 “할머니! 저희와 함께 가시죠.”

 

 “…… 어딜? 내가 왜?”

 

 할머니의 질문에도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양쪽에서 팔을 잡은 이들이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그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할머니는 놀라 입만 달싹였다.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대신해,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는 거로 거부 의사를 표했다.

 허나 그들은 그녀의 어떤 행동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팔을 힘주어 잡았다.

 그들의 거센 악력에 어제 변장한 얼굴의 할머니는 인상을 구겼다.

 그들 행동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그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해지는 거친 행동에 할머니는 놀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두려워진 할머니는 용기를 내 그들에게 저항했다.

 

 “왜,… 나를, 왜, 데려가는데? 왜……!”

 

 나이든 할머니의 가냘픈 저항이 계속되었으나 돕기 위해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마치 나 아니면 아무려면 어때! 하는 심리로 그녀를 보는 것 같아 할머니는 그들이 너무 야속했다.

 로비에 있던 두 사람을 제외하곤.

 어제 변장한 얼굴의 그녀를 관심 있게 보는 이가 없었다.

 

 ‘후-! 어쩐다? 저렇게 할머니에게 심하게 대하는데.’

 

 경하는 이번엔 결코 나설 생각이 없었다.

 어제 귀신에게 홀린 듯 당한 까닭에 그저 무시하려 했다.

 헌데, 저리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보는 통에 경하는 또다시 나섰다.

 그렇게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은커녕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경하가 변장했던 할머니가 그를 ‘변태’라 여기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일까?

 야, 변태! 너, 떨어져! 그녀는 네게 별 도움이 안 돼.

 그러다 너 다친다. 내 말 들어! 그녀는 네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런 충고를 그에게 날리고 싶은 순간이었다.

 

 ‘아, 나, 참! 자기가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계속 저렇게 나서? 맨날 공부만 하느라 힘도 제대로 못 쓸 거면서. 허우대만 멀쩡해서는. 혹시 말발로 이길 건가? 그렇담, 용기가 대단하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경호원에게 다가가는 경하를 보며 짧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흔들었다.

 

 “잠깐!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왜 할머니를 그렇게 모셔가죠? 그것도 강제로! 그쪽이 경찰이라도 됩니까!?”

 

 경호원을 막아선 경하 말이 차갑게 내리꽂혔다.

 

 “……!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이 할머니는 저희가 아는 사람이라.”

 

 갑자기 막아선 경하의 제지에 경호원이 잠시 예민해졌다.

 

 “아는 사람이라니. 할머니! 이 사람들 아세요?”

 

 “아… 아니, 나, 이 사람들 몰라. 오늘 처음 봤어.”

 

 “들었습니까!? 할머니께서 그쪽을 처음 본다는데. 그 손 놓고 가시죠!”

 

 경하의 따져 묻는 말에 경호원은 잠시 당황했으나 할머니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순간 경하의 큰 손이 경호원의 팔을 비틀어 할머니에게서 떨어뜨렸다.

 그리곤 급히 할머니를 그의 뒤쪽으로 숨겼다.

 생각지도 못한 경하의 재빠른 동작에 어떤 경호원은 눈이 커졌고, 또 어떤 이는 저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찰나의 시간 동안 경하와 경호원들의 살벌한 기(氣) 싸움이 불꽃 튀겼다.

 긴장감에 소매를 풀어헤친 거구가 다가왔지만.

 경하 또한 190cm의 장신인 까닭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들이 체력으로 경하를 밀어붙이려는 시도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대표로 나온 경호원도 체구나 키가 경하와 맞먹었어도 경하에겐 알 수 없는 강인함이 뿜어 나왔다.

 결코, 공부만 하던 범생이에겐 볼 수 없는 그런 기운이랄까.

 무술로 다져진 경호원들이 체력으로 범생이에게 진 꼴이라니.

 참으로 우스웠다.

 

 “할머니는 제가 모셔가죠! 그쪽을 모른다고 하니.”

 

 

 

 

 
작가의 말
 

 캭! 좋아, 경하야! 계속 할머니에게 따라붙어!ㅎㅎ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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