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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나를 보낸다[To You From Me]
작가 : 해모
작품등록일 : 2018.12.12
너에게 나를 보낸다[To You From Me]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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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가 느꼈을 불안.
내가 느꼈을 두려움.
동시에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은 알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해 외로웠던 사랑.

부칠 수 없는 편지인걸 알면서도 뒤늦게 펜을 든 소녀와 초여름의 어느 날, 필시 주소가 잘못된 듯한 편지를 받은 소년. 서로 누구인지도 몰랐기에 주고 받을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담긴 편지 속 이야기.

 
《12. 전하고 싶습니다》
작성일 : 18-12-26 23:15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6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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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끝도 발끝도 차가운 날이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가 된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뻥 뚫린 듯 흙이 차박차박해질 정도로 흠뻑 내리는 가을비. 바람은 불지 않아 한적하게 느껴지는 오랜만의 가을비다. 차갑지만 시리지는 않은 축축한 공기가 기분 좋게 온몸을 맴돌았다. 이런 날은 콕 집에만 박혀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고 싶어진다. 그래, 지금처럼.

 

 저 멀리 주방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비가 내리니 주변의 온갖 향기가 공중을 짙게 떠도는 거 같다. 좀 전 이런 비 오는 날에 잠시 어디를 갔다 온다던 할머니는 30분 뒤 손에 송골송골 빗물이 묻은 커다란 검은 봉지를 들고 돌아오셨다.

 

 '딸아는 옥수수 좋아혀? 친한 할멈이 팔다 남은 기라고 준 긴데 쪼매 못나긴 했어도 맛은 좋을 거여.'

 

 하이고 기왕 줄 거면 이런 궂은 날 말고 해 쨍쨍한 날에 줄 것이지 쯔쯧.

 할머니가 보여주신 검은 봉지 안에는 울퉁불퉁 크기도 제각각인 생 옥수수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얼떨떨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와 때마침 방에서 나오고 있던 지민 씨가 그건 또 뭐냐며 고개를 쭉 빼는 사이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다 금방 쩌 오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10분쯤 뒤 비 냄새와 더불어 옥수수가 쩌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아, 맛있는 냄새―. 옥수수 그렇게 막 좋아한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항상 이 냄새만 맡으면 그렇게 침이 고이더라고요. 안 그래요?”

 “나야 자주 먹어서요. 우리 집엔 이―따만한 솥이 있는데 할머니가 항상 거기다가 뭔가 자주 삶곤 하세요. 감자나 고구마나 옥수수 같은? 먹을 사람도 없는데 항상 너무 많이 주셔서 문제지만….”

 

 마룻바닥에 팔을 베고 엎드려 있던 나는 내 옆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솜이와 장난을 치는 지민 씨를 눈으로만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공감한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양손을 이용해 솥이 얼마나 큰지 몸소 보여주는 지민 씨다. 이―따만한. 괜히 그 말을 속으로 따라 해본다. 지민 씨의 그런 행동에 화들짝 놀란 솜이가 그를 피해 쪼르르 내 옆에 다가와 앉는다. 뭐야, 배신이야 솜? 곧 지민 씨의 불퉁한 목소리가 들린다.

 

 별안간 나처럼 마루에 팔다리를 쭉 펴고 엎드려 누운 지민 씨는 비에 푹 젖은 마당을 보고 있는 거 같다. 툭. 투두둑. 처마 밑에 고인 빗물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낑. 끼잉. 칭얼거리는 솜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베고 있던 팔을 풀고 솜이의 귀를 긁어주었다. 그제야 편한 자세를 취하고 엎드리는 솜이다. 팔을 풀자 얼굴 한 쪽을 마루에 고스란히 대고 있게 됐다. 그러자 우웅 하고 알 수 없는 공허한 소리가 귀 한 쪽을 가득 채운다. 그 틈새로 토도독 비가 마당 세면대에 부딪히는 소리나 후두둑 흙바닥에 마찰되는 소리 쏴아아 불지 않는 것 같았던 바람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다.

 

 “어, 지민 씨 마룻바닥에 귀 한번 대볼래요?”

 “귀요? 이, 이렇게요?”

 “응, 되게 아까만 해도 안 들리던 소리가 막 크게 들려요. 그쵸?”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마당 어귀를 멍하니 보고 있는 것 같던 지민 씨가 누운 상태 그대로 고개만 내 쪽으로 돌려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웅웅. 귀를 대고 누워있자 내가 말하는 소리도 한층 크게 느껴졌다. 지민 씨는 내가 한 것처럼 얼굴 한 쪽을 바닥에 대고 궁금한 듯 가만히 눈을 굴린다. 이내 피식 입꼬리를 올린다.

 

 “우와 진짜네요. 빗소리가 웅장하게 들리는데요?”

 “좋죠.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건 싫은데 이렇게 집에서 듣는 빗소리는 좋은 거 같아요.”

 “네, 좋아요―”

 

 지민 씨는 대답을 길게 늘렸다. 동시에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그머니 웃어 보인다. 어딘가 쑥스러운 듯한 미소다. 어째선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거 같아 볼에 닿은 마룻바닥이 배로 차갑게 느껴졌다. 손끝에 보드라운 솜이의 털이 느껴져셔 시선을 내리고 괜히 솜이를 쓰다듬던 손에 열을 다했다. 오랜만에 비 오니까 솜이 너도 좋지―. 웅웅. 지민 씨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거 같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비가 와서 흐린 하늘이라 몰랐는데 점차 하늘이 짙어지는 걸 보니 어느새 저녁이 넘어가고 있나 보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처마 밑에 가만히 누워서 비에 풍기는 습기 가득한 흙냄새와 옥수수 냄새를 맡고 있으니 조금씩 조금씩 졸리기 시작한다. 안되지. 잠들면 안 돼. 오늘이 마지막인데 이런 식으로 보낼 순 없지. 싶어서 눈을 반짝 떠 보아도 어째 몸을 일으킬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마지막인데 이렇게 비가 와서 어째. 나가지도 못 하잖아.

 

 “내일… 가겠네요. 몇 시에 갈 거예요?”

 “으음…, 글쎄요. 할머니랑 점심 먹고 가지 않을까요?”

 

 반쯤 졸음이 담긴 눈으로 지민 씨를 쳐다봤다. 내 대답에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잠시 입술을 물던 지민 씨가 이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냥, 저녁에 가면 안 돼요?”

 “왜요?”

 “나 학교 마치고 바로 달려올 테니까 인사… 하고 그때 가면 안 될까요? 네?”

 “……푸흡.”

 

 뭘까 이건. 지민 씨의 눈이 쓸데없이 간절해 보여 웃음이 새어 나왔다. 평일이라 학교는 가야겠고 마치려면 한참 걸리니까 나보고 기다리라고 하긴 또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어영부영 보내자니 아쉽고 그런 건가. 그런 지민 씨의 생각이 얼굴에 뻔히 보여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 귀엽다. 내가 웃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지민 씨가 그 와중에 내 대답을 가만히 기다린다. 아, 귀엽다 귀여워.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렇게 실망한 표정 지을 거 없어요. 하하.”

 “진짜죠?! 꼭이에요! 나 몰래 먼저 가면 나중에 행운의 편지 보낼 거야.”

 “그건 좀….”

 

 흐흐. 장난스레 웃느라 휘어진 눈꼬리를 응시하다 졸린 눈꺼풀의 무게를 못 이기고 잠시 눈을 감았다. 지민 씨의 웃음소리가 옅어졌다. 금세 조용해진 주위로 다시금 빗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느새 내일이면 애초부터 정했던 일주일의 기한이 끝나는구나. 하루가 지날 때마다 또 내일이 오긴 오는구나 싶던 내게 지나가는 오늘이 아쉬워지는 날이 생기니 신기했다.

 아빠가 떠난 이후로도 멀쩡하게 흘러가는 세상과 그럼에도 여전히 평소처럼 살아야 하는 나한테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한편으론 원망스럽기도 했다.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도 옆에 없던 건 마찬가지인데 왜. 왜 나는 이렇게 매일 같이 후회에 몸을 떨어야 하는가. 그나마 안부를 묻고 살던 편지로도 제대로 사랑을 전해 주지 못한 것만 같아 나는 후회로 점철된 매일을 보내야 했다.

 

 “아! 아버지는 더 안 봬도 괜찮아요? 바다 본다면서요. 오늘은 비도 많이 오고.”

 “…괜찮아요. 아빠도 나 너무 자주 보면 질려 할 수도 있잖아요.”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당연히 매일매일 봐도 또 보고 싶고 그러지 않으시겠어요?”

 “……지민 씨는,”

 “네?”

 “항상 말을 정말 예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때 아빠 대신해서 보내준 편지에도 그렇고…. 내가 그거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요? 마음이 예쁜 사람은 다들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하는 건가….”

 “어… 음…. 그, 글쎄요?”

 

 반쯤 조느라 점차 느려지는 말과 찬찬히 잠기는 목소리다. 말을 더듬거리는 지민 씨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눈은 푹 감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보고 싶은데 졸음이 쏟아진다.

 

 “실은, 처음에 수지 씨가 쓴 편지 보고 좀 부러웠어요.”

 “으응? 어디가요?”

 “어떻게 떨어져 지내는데도 그렇게 그 사람을 그리고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요. 나는 부모님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길래 그게 부모님이랑 자주 못 봐서 그런가 보다 했거든요. 수지 씨도 아버지를 자주 만나지 못 했다는 거 편지에서도 알 수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애틋할 정도로 애정을 느낄 수 있는지 그게 부러웠어요.”

 “그거야… 나도 잘 몰랐어요. 소중한 건 잃고 나서야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잖아요. …내가 그랬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그 사람을 훨씬 더 그리고 있을 줄은 나도 몰랐거든요.”

 

 이 말을 하는 중엔 잠깐 졸음이 달아났던 모양이다. 유달리 또렷한 목소리다. 그것도 아주 잠깐이지만.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는 거, 영원하지 않다는 거, 다 알면서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란 거 누구든 알 거다. 머리는 아는데 희한하게도 항상 기회는 언제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 다음에.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던가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아야 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 상황에 직면하고 나면 나는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며 정통으로 부딪혀온 현실을 원망하고. 그제야, 자책하고 후회하고.

 

 “그래서 뒤늦게나마 마구잡이로 전하고 싶었는지도….”

 

 전할 수 있었음에도 전하지 못한 속마음을 지금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사후세계랄 것도 없다. 그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면 좋겠다. 의미 부여라도 좋으니 어디라도 좋으니 잘 도착했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생각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봄이 왔다 겨울이 왔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고 비가 왔고, 이날은 누군가와 맛있는 걸 먹었고, 기분이 좋은 일이 있었고 나쁜 일이 있었다, 이렇듯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같은 안부들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훌훌 털어 그 사람을 잘 보내줄 수 있도록.

 

 

 ***

 

 

 지민 ver.

 

 

 빗소리는 계속됐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쉴 새 없이 눈으로 쫓아가다 수지 씨에게 시선을 옮겼다. 비가 오는 배경은 흐려지고 시야 안에 온통 그녀의 얼굴이 들어찬다. 감길 듯 말 듯 얇은 눈꺼풀이 어느샌가 소르르 내려앉아 눈가에 까만 속눈썹이 드리운 게 보였다. 습기를 머금은 갈색 머리카락이 수지 씨의 볼 언저리에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가 주춤 허공에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수지 씨 자요…?”

 “…….”

 

 무슨 생각으로 물었는지 모르겠다. 흘러내린 잔머리를 머리칼을 넘겨주고 싶어서? 아니면.

 

 “…안 가면 좋겠다.”

 

 대놓고 할 수 없는 속내를 이렇게라도 드러내고 싶어서?

 조심조심 불편해 보이는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넘겨주고 또 조심조심 수지 씨가 깨지 않게 조용히 손을 내렸다. 그리곤 잠든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수지 씨를 향해 돌아누운 목 언저리가 서서히 뻐근해져 오는 거 같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림도 이미 줘 버렸고 뭘 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예쁜 말, 좋은 선물. 이런 거 잔뜩 해서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주려고 했어요? 아직 이틀은 남았는데….'

 '그냥, 빨리 보여주고 싶었어요. …머뭇거리다가 놓칠 수도 있으니까.'

 

 어제 납골당에서 그 말을 하던 나는 왜 그렇게 슬픈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좋은데, 행복한데, 그래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나. 약간 씁쓸했던 것도 같다.

 워낙 어릴 때부터 기다리는 게 익숙했던 나는 울지 않고 얌전히 있으면 그게 어른스러운 건 줄 알았다. 몇 밤만 자면 부모님이 나를 보러 올 거라던 할머니의 말을 믿고 말썽 피우지 않고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 되고 싶어 부모님이 바빠 오지 못해도 보채지 않았다. 이따금 언제 오는 거냐 기대에 찬 물음을 조심스레 던졌을 뿐이다. 부푼 기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바람이 빠져 점점이 줄어들었다. 차라리 어린애는 어린애답게 울며 불며 보채기라도 할 걸 그랬다고 나중에 후회했다. 참고 버티다 보니 그 그리움과 외로움과 아쉬움과 슬픔이 담긴 어린 날의 기억이 딱딱한 응어리가 되어 풀리지 않고 속에 남아있게 되더라. 나는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아련히 슬픈 기운이 든다. 꼭 내가 잘 하지 못해 놓쳐버린 것만 같았다. 머뭇거리다가 놓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그림도 빨리 수지 씨에게 주고 싶었다. 만약이란 거 진짜 부질없는 거 아는데 만약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지 못하고 끝나버린다면 너무 슬플 거 같았다.

 

 어린 날의 기억을 발판 삼아 일어나 본다. 이제 와서 울며 불며 잡고 늘어질 수 없으니까 수지 씨에게도 그때그때 느낀 감정 모조리 담아 가게 하고 싶다.

 

 “좋아해요. 진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비록 잠든 사이 전하는 진심이라도, 모조리 다 담아 가 주기를 바라본다.

 물기 묻은 목소리로 속삭인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지 씨의 닫힌 눈꺼풀이 서서히 열렸다. 스르르 뜬 멍한 눈에 뒤덮인 졸음이 채 가시질 않았다. 수지 씨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는 계속 내렸고 주방에서 넘실넘실 넘어오는 담백한 옥수수 향기와 마룻바닥에 귀를 대고 있느라 파장처럼 넓게 퍼지는 빗소리도 여전했다. 가까운 거리지만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눈을 맞췄다.

 

 들었을까?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그냥 몰랐으면 좋겠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하나는 안다. 내일이면 지난 며칠 동안 소소하지만 특별했던 날들처럼 그저 이렇게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작별할 것이란걸.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나만 특별한 감정이 부른 욕심과 달리 또 마음 한편으론 예정된 내일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흘러가야 앞으로의 그녀와 내가 보낼 매일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수지 씨와 눈을 맞추다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걱정하지 마요. 전해졌을 거예요.”

 

 마치 아주 잠시 대화가 끊겼던 것처럼. 그녀가 약 30분쯤 잠들었던 시간이 무색하게. 제 진심이 전해졌을지 어땠을지 몰라 불안에 떠는 그녀에게 내 진심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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