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째서 평범함을 동경하는 걸까.
방바닥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이런 생각이 날아 들어왔다.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일까? 아니지, 굳이 따지자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에서부터 비롯된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내가 평범해야 하는가?
그래,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고민을 가지게 된 계기는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시작한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적인 사람을 동경해온 나는 그들을 따라 남들과는 하나씩 달라지기로 했다. 처음엔 길게 길었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는 것부터 시작했고 하루 일과 중 공부의 분량을 줄이고 다른 것을 해보러 다니거나 학원을 그만두는 등의 일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결국 내 이름이 아닌 이름이 걸린 교복을 부모님이 보게 되셨을 때 삼자대면을 하게 되었다. 전부터 조금씩 벼르고 있으셨는지 내가 앉자마자 두 분이서 협공으로 내 행동에 대해 지적하시기 시작했고 두 분의 탄창이 바닥이 났을 때 즈음 내 가치관을 장전해 두 분을 향해 발사했다. 부모님이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반박을 하지 않으시기에 나의 승리라고 생각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두 분은 동시에 대답했다.
“남들과 비슷해야지, 다르면 안 돼. 평범해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돼.”
흠. 글쎄. 일단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하지 않았지만 순응하지도 않았다. 문제가 된 것 중 하나인 그 교복을 여태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순응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내가 바로 반박하지 않은 이유는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까지 기다리느라 밤이 늦었기에 졸렸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님도 졸려 보이셨고. 하지만 뭐, 반박할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도 그럴게 그 의견은 상하좌우,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틀려먹은 의견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에 의하면 인간은 모두 다른 거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보면 알겠지만 인간은 원래부터 모두 다르고 특별한 존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왜 그리 누군가와 같아지는 평범함을 고집하는가?
그 후에 이어지는 생각은 ‘평범함’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다. 평범하다는 건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슬픈 모습을 지향한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하지만 현시대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것으로 이루어진 것. 혹은 그런 인간.’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럼 절반 이상의 범위에 없는 소수는 무시하거나 배척한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제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어려운 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저 쉬운 일만 골라하려고 하고 맛있는 음식만 입 안에 넣으려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들 중에 얼마나 많은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그런 와중에 ‘평범한 사람’이라 불리기 위해 자신의 특별함을 죽이는 어려움까지 곁들이라는 소리인가? 아니 그러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칠 어려움을 좀 줄여주던지!
아무튼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으니 다시 돌아오자면 아직 사람이 왜 평범함을 동경하는지는 알아내지 못 했다. 소속감 때문인 건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타인을 선동하여 유리한 지점에 서고 소수를 따돌리기 위함인 건지 어찌되었건 이해할 수도, 알아내기도 힘든 것임엔 분명하다. 개성을 동경해온 나이기에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대화 이후로 우리 가족은 이렇다 할 트러블이 없었다. 부모님끼리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을 수도 있지만 그걸 직접 내게 말씀하시거나 하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생각하는 바를, 반박을 언급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내게 건네준 예의에 대한 나의 예의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알고 있다. 부모님의 불호의 선을 넘은 혐오, 거부의 영역에 있는 것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 분들은 내 옆에 있어주고 나를 지원해주고 응원해줄 것을 말이다. 평범함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그들은 내 개성을 오답으로 간주할 것이고 개성을 따라 가꾸어가는 내 길에 훈수를 둘 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란 걸 말이다. 그렇기에 내 말은 쥐뿔도 듣지 않겠지. 나 혼자 뭐라고 떠들고 행동해봤자 내 목만 아프고 피곤할 뿐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주위의 시선을 바꾸는 방향으로 말이다. 사회적 시선보단 훨씬 난이도가 쉽다. 파티를 짜야만 깰 수 있는 보스 스테이지 보단 솔로 플레이로도 깰 수 있는 보스 스테이지가 훨씬 쉬운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바꾼 한 명 한 명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준다면, 그렇게 뻗어가다 보면 결국 언젠간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난 우리 동아리 사람들이 좋다. 특히 선배들은 고등학교 안에서 처음으로 가진 동경의 대상이다. 선배들만 허락해준다면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다. 사업이든, 밴드든, 아르바이트든.
아빠가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딱히 노크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은데 말이지.
앞치마를 입은 상태로 맛있는 냄새를 폴폴 풍기며 아빠는 내게 말씀하셨다.
“저녁으로 오므라이스 했는데 어때? 별로니?”
“별로긴요, 좋죠!”
몸을 일으켜 웃어보이자 아빠도 따라 빙긋 웃으셨다. 이어서 들리는 문 열리는 소리. 아빠가 뒤를 돌아보며 “당신 왔어?”라고 인사를 건네자 엄마는 “응, 왔어. 부탁한 맥주랑 함께 말이지.”라고 대답했다. 목소리 톤으로 보아 엄마 입장에서 그렇게 싫지 않은 부탁이었나 보다. 아빠가 내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시면서 손짓과 동시에 말을 건네셨다.
“어서 나와, 우리 딸.”
“제 맥주는요?”
“얘가 뭐라는 거야~”
내 질문에 부모님의 웃음이 터졌다. 질문을 던진 나 또한 같이 소리 내어 웃었다. 평화로운 저녁식사가 될 느낌이 든다. 아니, 그렇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