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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비너스 쇼
작가 : sat0523
작품등록일 : 2017.12.17

105년 만에 금성일식이 시작되던 그 순간 자신의 몸으로부터 탈락된 승아의 영혼은 한 여우의 몸에 갇혀 잊고 지냈던 과거와 기억들을 강제로 직면하고 만다. 원치 않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녀가 정녕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은 따로 있었으니... 더 비너스 쇼.

 
불리한 기억들 06
작성일 : 17-12-18 17:57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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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걸어서 가도 되는데.”

 

 점점 가까워져 오는 집을 발견한 승아가 말했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더만.”

 “아까는 긴장이 다 풀려버려서.”

 “무슨 일이었길래? 그 정도 출혈이면 많이 위급했을 건데 교통사고 같진 않고 사람이 그만큼 피를 흘리려면...”

 “아무일도 아니래도?”

 

 미윤의 입을 틀어막던 승아가 문득 조금 전 일의 떠올라 미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며 여기저기 매만지기 시작했다. 승아의 집에 다다른 차가 천천히 정차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 미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채 승아의 손을 떼어냈다.

 

 “뭔데, 정말?”

 “확인해볼게 있어서 그래. 너 어디 다친 데 없어?”

 “뭘 확인 하려는 건데? 나야 다친 데는 많지. 면도하다가도 베이고 치고 박고 하다가도 긁히고 뭐...”

 “어디? 봐봐.”

 

 미윤이 왼편 뺨을 내밀어 보이자 턱 밑 바로 경계에 살짝 베인자국이 승아의 눈에 들어왔다.

 

 ‘네가 한 거지. 네가 했잖아? 난 이런 능력은 없어.’

 

 감쪽같이 아물어 흉터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린 그의 상처를 떠올리며 승아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미윤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뭐하는거야? 너 손은 씼었냐?”

 “가만히 있어봐. 집중해야 한다고.”

 “뭔데 진짜.”

 

 승아의 진지한 표정에 다시 웃음보가 터진 미윤이 큭큭거리다 애써 웃음을 삼켰다. 2,3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미윤의 턱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어내자.

 

 “얼굴 겁나 밀어대네 정말. 야 난 맘에 둔 여자 따로 있거든? 내가 아무리 남자답게 잘생겼대도 너랑 나능 아니지. 난 예쁜 여자 좋아한다고!”

 “뭐래. 닥쳐.”

 

 미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처부위를 확인 한 승아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뒤로 홱 물러났다.

 

 “갓 생긴 상처만 가능한건가?”

 “뭐래는거야 진짜 아까부터.”

 "아깐 내가 이렇게 감싸고 있으니까 상처가 다 나았었단 말이야!"

 "길 한복판에서 꿈 꿨냐?"

 "내 앞에서 꿈 얘기하지마라."

 

 정색하며 말하자 키득거리는 것도 멈춘 채 미윤이 차에서 내려 보조석으로 향하고, 안전벨트를 풀던 미윤이 아직 손바닥에 붙어있는 핏자국을 내려다 봤다.

 

 “이상하네... 꿈이 아닌 건 확실한데...”

 

 -

 

 “양재혁의 동선과 승아가 사라졌던 사각지대의 동선이 시간까지 겹치며 일치한단 말이지.”

  

 미윤이 다시 되감은 CCTV영상을 재생시키며 프린트에 출력되어져 있는 캡처본을 꺼내 대조하기 위해 영상을 정지시켰다. 영상은 승아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포착된 대형서점 앞 측면 CCTV 영상이었고 출력 본은 정면의 영상을 출력한 것이었다.

   

 “승아가 측면 CCTV의 식별 범위 내에서 마지막으로 촬영된 시간이 19시 21분, 양재혁이 타고 있는 차안에서 촬영된 정면 CCTV에서 자취를 감춘 게 19시 24분...”

  

 미윤은 이어 다른 영상을 불러와 재생과 정지를 반복하며 찬찬히 양재혁의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양재혁 탑승 중인 차량을 추적해 재개발지역에 진입한 게 20시 3분 그리고 또다시 사각지대에서의 2시간 반이 흘러가고 22시 34분 대로변까지 나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보이는 무리들. 찾는데 실패했는지 다시 재개발지역으로 되돌아간 게 23시 50분이고 사망한 인원의 사망추정시간이기도 하단 말이지... 그럼 놈들은 복귀 중에 잠복했던 타세력에게 당한 거고 34분 이전에 탈출한 승아가 운 좋게 도망쳐 23시 20분에 고속터미널 근방에서 발견됐다는 건데... 재개발지역에서 30km나 떨어져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지갑도 안 들고 있던 애가 한시간만에 무슨 수로 이동한 거지...?”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양재혁에게 납치되며 지갑도 휴대폰도 빼앗긴 상태에서 달아난 승아가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 또한 지금껏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찌 가능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누구야? 어찌나 바쁘신지 코빼기도 안 비치던 우미윤 후배님이 CCTV관제센터까지는 어인일로 행차하신 겁니까?”

 “아,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증거 확보 차 들렀습니다.”

 “그래?”

  

 손에 들려있는 영상 출력본으로 준호의 시선이 옮겨지자 미윤은 책상 위에 뒤집어 놓으며 그 아래의 자료들까지 가려냈다.

   

 “근데 여기 관제요원들은 어딜 가고 왜 너만 있냐?”

 “그게... 센터 내 CCTV에 이상이 생겨 점검 차...”

 “똥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네가 관제센터 요원이야? 널 뭘 믿고 관제요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당장 복귀하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캡처본들을 모두 파일안에 넣어두곤 급히 미윤이 자리를 뜨자 준호는 미윤이 보고 있던 영상을 힐끔 보다 덮인 파일을 열었다. 종이를 집어 뒤집어보니 차 안에서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는 양재혁의 모습이었다.

 

 “요것봐라?”

 

 품에서 꺼내든 휴대폰으로 양재혁과 승아의 캡처본들을 찍어 놓고 슬쩍 관제센터 내 복도 CCTV를 보던 준호가 서둘러 파일을 원래대로 정리하며 모니터 앞에 앉았다. 1번 모니터에는 요원들을 찾아가는 미윤의 뒷모습이 보여졌고 2번 모니터에 녹화기록을 불러오기 위해 준호가 날짜와 위치를 써넣기 시작했다.

 

 “17일 21시... 제스트가 숭은동 사거리였지.”

 

 전날 제스트 입구 일대를 촬영한 CCTV 기록을 찾아내 양 조직 간의 싸움이 끝난 직후부터 배속으로 빠르게 돌려보던 준호의 눈동자가 1,2번 모니터를 번갈아보며 ‘어느 순간’을 찾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로 꼬맹이를 빼돌린 거냐.”

  

 배속을 더욱 높이며 영상을 넘겨보던 준호가 재생을 멈추고 화면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등장한 제훈과 제훈이 부축하며 함께 걸어 나가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확대하고 품속에서 신상이력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여자아이의 사진과 간략한 신상이 쓰여 있는 신상이력서와 화면을 대조해보던 준호의 얼굴에 비린 웃음이 걸린다.

   

 “그래서 이 꼬맹이를 어디로 데려다 놓은 거니?”

  

 제훈과 나연의 동선을 추적하던 준호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한 눈빛으로 1번 모니터를 확인하는 횟수가 더욱 늘어나고 영상을 조작하는 손가락도 더욱 빨라졌다. 1번 모니터가 비추는 복도 저 끝에 미윤의 모습이 드러나고 2번 모니터에는 교회사거리 대성빌라로 함께 들어가는 제훈과 나연의 모습이 잡혔다.

   

 화면을 캡처하고 대성빌라 인근 1주일 치 영상을 다운받아 SD카드에 저장을 마친 준호가 황급히 안주머니에 감추곤 모니터들을 원상 복귀시켰다. 그 타이밍에 미윤과 관제요원들이 복귀하고 불호령이 떨어질거라 예상했는지 잔뜩 풀이 죽은 요원들에게 준호는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센터를 빠져 나갔다. 스치며 살핀 요원들의 얼굴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안도만이 차올랐다.

   

 “그나저나 우미윤의 증거물 속에 여자...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요란하게 울어대는 벨소리에 꺼내든 휴대폰 액정에는 VIP라고 쓰여있었고 준호는 주위를 살피다 텅빈 화장실 안으로 슬쩍 들어갔다.

   

 “확보했습니다. 곧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지금 입금 되었을 겁니다. 타깃 확보 후 50% 더 지급하겠습니다.]

 “어유, 감사합니다. 캡처본 말고도 다운받은 영상이 있으니 추후에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또 연락 주십시오.”

  

 끊긴 휴대폰에 SD카드를 삽입하고 캡처한 이미지를 VIP에게 전송하는 사이 입금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고, 상단의 미리보기에는 100,000,000원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 내용이 떠올랐다.

 

 -

 

 [어디야?]

 “왜?”

 [물으면 좀 대답을 해보려 노력하는 게 어떻겠지? 이 개같은 자식아.]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하극상이 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임마 하극상이 뭐냐면...”

 [네 생긴게 하극상이다. 이 자식아. 아 어디냐고!]

 

 소리를 빽 질러대는 통에 눈을 질끈 감으며 휴대폰을 멀찌감치 떨어뜨린 제훈의 앞으로 검은색 스타렉스 한 대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멈춰 섰다.

 

 “수진여고 앞 동천수퍼. 내가 연락할게.”

 

 수상한 낌새로 중무장 중인 스타렉스를 주시하며 전화를 끊은 제훈이 수퍼 안으로 들어가 아무 음료캔이나 골라 들었다. 여전히 밖에 시선을 둔 채 제훈이 지갑 안은 보지도 않고 지폐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900원 짜리 하나 사면서 오만원을 내미는겨?”

 “네네. 할머니.”

 “없어!”

 “뭐가요?”

 “잔돈이!!!”

 

 소리를 꽥 질러대는 통에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리며 할머니를 쳐다보던 제훈이 서둘러 지갑안에서 천원짜리를 찾아 내밀었다.

 

 “거참, 할머니는 왜이렇게 나만 미워해?”

 “미운 짓을 하고 돌아다니니께 미워하지. 괜히 미워하겄냐?”

 “나 미운 짓하는 거 없는데? 나 착한일만 하고 산지 엄청 오래됐는데?”

 “착한짓이 쌈박질이여? 이놈아!”

 

 계산대 위에 올려져있던 효자손으로 제훈의 정수리를 내려찍은 할머니가 어서 사라지라는 듯 훠이훠이 손을 내저어보이자 입술을 삐죽이며 지갑 속에서 오만원짜리 지폐를 여러장 꺼내 올려놓고 잽싸게 수퍼를 빠져나간다.

 

 “뭐하는 짓이여, 이게!!”

 “아 순덕이 학교 들어간다며! 가방이라도 사주라고!”

 

 수퍼 안에서 날아오는 라면 봉지를 피한 제훈이 코 밑을 슥 닦으며 휴대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카메라를 실행해 스타렉스의 차번호를 찍고 모른 척 옆에 떨어진 라면을 주워들며 오르막길 위 여고 교문 쪽을 올려다 본다.

 

 “그럼 그렇지.”

 

 막 교문을 빠져나오는 나연을 발견 한 제훈이 정차 중인 스타렉스의 방향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곧 뒤에서 차량 문이 열리고 다수가 뛰어나와 순식간에 나연을 스타렉스에 싣고 급출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놈들인지... 면상이나 구경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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