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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대군주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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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악룡 크로크슈가 지배하는 하늘산은 발 붙인 자는 있어도 생환한 자는 없는 금지된 곳으로 크로크슈에 맞서기 위해 한 기사가 걸음을 들였다. 그리고 그가 하늘산을 내려왔을 때 그의 영혼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수하들을 위해 목숨마저 내걸었던 중원 천년신교의 2공자, 소군악의 영혼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거짓 정의와 거짓 평화는 진실인 척 가증스럽다. 위선 가득한 자들의 비열한 구원, 부패한 자들의 그릇된 자비로 인해 세상은 이미 지옥과 다름이 없으니, 내 친히 명왕이 되리라. 세상을 송두리째 갈아 치울 검은 기사의 행보가 펼쳐진다.

 
24화
작성일 : 16-06-08 16:42     조회 : 694     추천 : 0     분량 : 6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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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두두두.

 22기의 기마가 황야를 질주하고 있었다.

 평야는 풀포기마저 드문드문 날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시야가 닿는 곳에 어디에도 물줄기 하나 없어, 대지는 척박했다.

 마른땅을 한참을 달려서야 겨우 라이츠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츠시는 보기보다 그 규모가 대단했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성벽은 허름했다.

 나무로 세운 지지대, 흑과 돌을 섞어 만든 허술한 토성.

 “으음.”

 저런 부실한 성벽으로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나, 카포네와 붉은 늑대 용병대는 자주 와 봤는지 그 광경에도 별반 감흥이 없었다.

 “성이 전에 비해 더 커졌나 보네요.”

 “사람이 더 늘었나 보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화하며 성문으로 향했다.

 토성과는 달리 그래도 성문은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토성의 주위로 파여진 해자에는 오물들과 썩은 물이 가득해 악취를 풍겼다.

 “도개교를 내려 주시오!”

 카포네의 고함에 성문 위에 있던 자가 붉은 늑대 용병대를 살폈다.

 “누군지 알고 열어 준단 말이오?”

 “붉은 늑대 용병대요. 라이츠시의 수비를 도우러 왔소.”

 성문 위의 병사들이 저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소리쳤다.

 “열어 줄 수 없소. 그대들이 라스코 왕국이나 라미에 왕국에서 온 첩자들일 줄 어떻게 알겠소?”

 “허, 참! 도와준대도 이런 대접이라니!”

 카포네가 성질이 나서 고함을 버럭버럭 질렀으나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돌아가시오. 힘겨운 싸움이나 라이츠시는 우리 손으로 지킬 것이오. 절대 왕국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들의 완강한 태도에 카포네가 답답한지 가슴을 쳤다. 제이크가 나서서 병사를 설득했다.

 “믿어 주십시오. 저희는 대원의 동생이 마탑의 마법사로 있습니다. 불러 주시면 신분을 확인해 주실 것이오.”

 그 말에 병사들이 코웃음쳤다.

 “흥! 그러면 그렇지. 당신들도 가족들을 구하러 오시었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라미에 왕국의 귀족출신 마법사가 끝까지 라이츠 마탑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고집 피웠었소. 그도 얼마 전 가문의 기사들에게 납치되어 갔소. 그들도 꼭 당신들처럼 용병이라 속였었지.”

 그 말에 제이크는 할 말이 궁색해졌다.

 병사가 호통 쳤다.

 “돌아가시오! 이미 두 왕국에서 길목을 막고 용병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을 알고 있소.”

 “마탑에 마로스라는 마법사를 불러 주시오. 그의 형 막심과 동료들이 왔다고 전해 주면 알 것입니다.”

 “괜히 라이츠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뿐이오. 돌아가시오!”

 병사의 차가운 말에 제이크는 소군악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찌하는지요?”

 소군악은 고심했다. 강제로 성을 넘을 것인가? 이들을 설득할 것인가.

 오크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인지라, 병사들의 신경은 날카로웠고 경계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설득하기도 무리고, 강제로 성안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마탑의 마법사들이 협조적일 줄은 의문이다.

 고민하는 찰나, 소군악이 갑자기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매의 그것처럼 좁혀진 눈매가 저 멀리를 향하고 있었다.

 “돌아간다.”

 “대장. 예까지 와서 그냥 가다니오?”

 카포네가 항변했지만, 소군악은 별말 없이 등 뒤에서 봉을 빼내더니 창을 끼워 기마창을 만들었다.

 “모두 따르라!”

 소군악이 우렁찬 외침을 토해 내고는 앞서 말머리를 돌렸다.

 용병대원들이 뒤이어 함께 달렸다.

 한데 그 방향이 여태 왔던 로스코 왕국 쪽인 서쪽이 아니라 반대인 동쪽이었다.

 “누군가가 오크들에게 쫓기고 있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라!”

 소군악의 말에 용병대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벌써 몇 해째 라이츠시에 와서 오크토벌에 참여한 자들이 있는가 하면 오크는 처음 구경하는 신출내기 대원도 있었다.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요?”

 오크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은 카포네가 물었다.

 그의 눈에는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소군악은 달랐다. 그라면 능히 오크들의 머릿수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욱이 일어난 먼지 구름에 뒤섞여 오크 무리가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소군악은 대략의 수를 유추해 냈다.

 “오십 전후다.”

 “오크 유격대입니다. 군세를 이룬 오크들은 선발 병력으로 그 정도 수의 유격대를 먼저 파견하지요.”

 제이크가 걱정스레 물었다.

 “허면 이미 본진이 거의 다다랐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못해도 나흘 거리까지는 왔을 겝니다.”

 “보통 어느 정도의 오크들이 몰려옵니까?”

 “으음, 해마다 다른데 강한 오크족장이 나타날 때마다 그 병력의 수가 많았습니다. 가장 많았던 것이 제작년이었는데 육천이나 되는 오크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라이츠시를 위협했지요. 그리고 작년에는 삼천의 오크 병력이 쳐들어왔고요.”

 “으음. 무시무시하군요.”

 제이크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지 고개를 저었다.

 소군악은 전방을 향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다.

 흑마 무영의 속도는 다른 말들에 비해 유별났다.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용병들은 소군악을 따라잡지 못했다.

 “따로 움직이겠다. 카포네, 지휘를 맡아라.”

 “네, 대장!”

 카포네의 우렁찬 대답에 소군악이 탄 무영이 더욱 빠른 속도로 치고 달렸다.

 작정하고 달리자 그들 간의 차이가 순식간에 벌어졌다.

 “허어, 정말 빠르군.”

 “부대장, 저길 보십시오. 정말 누군가 쫓기고 있습니다.”

 부하의 말에 전방을 살핀 카포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두 필의 말이 쫓기고 있었다.

 그 뒤편을 코뿔소처럼 보이는 몬스터를 올라탄 오크들이 쫓았다.

 인간사회로 치자면 기사 급인 루크라이더였다.

 루크라이더란, 코뿔소와 생김새가 비슷한 몬스터 루크를 타는 상급 오크 전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루크는 코뿔소와 비슷한 생김새로, 말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그 힘은 코끼리와 같아 돌격력이 무척 위력적이었다. 피부도 매우 두터워 웬만한 힘으로는 창칼도 듣지 않았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루크라이더 열이,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었고, 그 뒤를 오크 보병들이 빠른 속도로 뒤따르고 있었다.

 쫓기는 두 필의 말은, 안타깝게도 상처를 입었는지 점점 속도가 느려져만 갔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곧 따라잡혀 버릴 듯했다.

 그들은 서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는데, 먼저 달려 나간 소군악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들이치는지라, 소군악이 오크들의 옆구리를 치는 형세가 펼쳐졌다.

 “하얏!”

 두두두두!

 무영이 미친 듯이 달렸다.

 두 필의 말과 오크라이더는 이미 지나쳐 버렸기에 소군악이 마주한 것은 오크 보병들이었다.

 마른땅 때문에 먼지구름이 더욱 자욱하게 피어올라 머릿수가 과장돼 보였을 따름이지, 실제 보병의 수는 삼십 정도뿐이었다.

 오크 보병들은 저마다 창검을 쥐고 있었지만 무장상태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창두도 없는 나무창을 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에게 빼앗은 전리품인지 장식용에 불과한 검을 쥔 오크도 있었다.

 “크르륵, 막아라!”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오크들이 소군악을 제지하려 했다.

 그래도 기초적인 전술 훈련은 되어 있는지, 창수들이 먼저 나서며 소군악의 돌격을 막았다.

 하지만…….

 “히이이이잉!”

 퍼어억!

 곧 오크 한 놈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허공을 날았다.

 안 그래도 오크들의 창보다 긴 소군악의 창이었다.

 거기에 무영의 미친 듯한 돌격까지 더해지자, 창에 실린 위력은 무지막지하다시피 했다.

 그 압도적인 위력 앞에, 한낱 오크로선 허공을 나는 수밖에.

 촤아악!

 “끄르륵.”

 “크으륵!”

 종횡무진 휘젓는 소군악의 움직임에 보병대열은 금세 초토화되었다.

 어느새 목숨을 잃은 오크만 해도 벌써 열이나 되었다.

 소군악이 보병대를 휘젓는 사이, 카포네가 이끄는 붉은 늑대 용병대가 당도했다.

 “카포네! 치고 빠지기만 반복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대장.”

 아직 오크들의 수는 많았다.

 동료들의 희생과 부상은 최소화해야 했다.

 말의 기동력을 십분 발휘하여 전투에 임하지 않는다면, 필히 목숨을 잃는 용병대원이 생길 것이었다.

 소군악이 당장에라도 말에서 내려 검을 빼 들고 오크들과 난전을 벌인다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오크들은 이놈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랴!”

 소군악이 그대로 무영을 몰아 전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바람을 가르듯 빠른 속도로, 열 기의 루크라이더에게 쫓기는 두 필의 말을 구하러 달려갔다.

 

 *

 

 두 필의 말을 오크들이 뒤쫓고 있었다.

 한 마리엔 한 쌍의 남녀가 타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엔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

 여자는 보기 드문 미녀였는데, 무슨 사정인지 손에 수갑 같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빨리 이걸 풀어 줘요!”

 이리나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리나와 함께 말을 탄 기사 비손은 비통한 얼굴로 침묵했다.

 “이러다간 모두 죽어요! 어서요!”

 “지금은 힘듭니다. 라이츠시가 코앞입니다. 잠시만 참아 주십시오.”

 루크라이더들이 코앞에 있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자물쇠를 풀자고 무식하게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이리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감히 날 납치한 것도 모자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몰아넣다니……. 당신들 모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이리나의 살벌한 말에 비손이 각오하고 있다는 듯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은 이리나 님을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애초에 날 납치하지 않았으면 됐잖아!”

 이리나의 고함에 비손의 표정이 난처해졌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정치를 하라고 해! 나는 내 스승과 동료들이 있는 저곳을 지키겠다는데 왜 날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라이츠시에 계속 계시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이리나의 입술에 조롱 섞인 비웃음이 내걸렸다.

 “그래서 지금은 목숨 구걸하러 라이츠시로 돌아가나?”

 라미에 왕국의 기사 비손은 휘하기사 열과 함께 라이츠시에 찾아왔다. 라미에 왕국의 유력 귀족가 자녀인 이리나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리나는 고귀한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도 마법에 빠져 라이츠 마탑에서 수학하고 있었다.

 한데 왕국과 라이츠 마탑 간의 미묘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라이츠 마탑이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하여 비손이 왕국의 귀족인 이리나를 구출해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설득이 안 되면 납치를 해서라도 말이다.

 애초에 모두가 두 손두발 다 들었던 이리나의 고집인지라 그녀는 당연히 죽어서라도 라이츠시를 떠날 수 없다고 하였고, 비손은 이리나를 납치하기에 이르렀다.

 이리나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봉인이었다.

 비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이리나를 납치해 라이츠시를 빠져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한데 공교롭게도 라미에 왕국으로 돌아오는 와중에 오크 유격대와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처음엔 기사들이 열 명이나 있으니 오크 유격대 오십쯤은 문제없으리라 여겼다.

 하나, 루크라이더 열 기가 이끄는 오크 유격대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가까스로 십여 마리의 오크를 도살했으나, 그 대가로 여덟이나 되는 동료들을 잃어야 했다.

 비손으로선 하는 수 없이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거리상으로 라이츠시가 훨씬 가까웠기에, 어디로 피할지 선택의 여지 따윈 없었다.

 한데 라이츠시가 위험하다며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고 이리나를 납치했다가, 더욱 위험한 처지에 빠졌으니.

 비손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오크들이 이리도 빨리 진격해 올 줄이야.’

 이대로 라이츠시에 무사히 들어서서 오크들을 따돌린다 하더라도, 심신을 추스르는 즉시 다시 출발해야 될 것이다.

 라이츠시가 오크의 대군에 포위되기 전에 반드시 이리나를 데리고 라미에 왕국에 돌아가야 했다.

 “라이츠시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곧장 나와야 합니다. 왕국으로 돌아가셔야지요.”

 이리나는 할 수만 있다면 비손의 얼굴을 한 대 갈겨 버리고 싶었다.

 “절대 안 가. 아버지에게 전해. 나 같은 건 안중에도 두지 말고 알아서 하시라고. 그리고 내가 죽으면 모두 당신 탓인 줄 알아.”

 “이리나 님! 제가 죽는 것은 상관없으나 이리나 님은 꼭 라미에 왕국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입 닥치고 말이나 몰아요!”

 그러나 절박함과는 별개로 말은 금세 지쳐 갔다.

 두 사람을 등에 얹은 채로 힘껏 달리다 보니, 말의 체력의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던 것이다.

 추격해 오는 오크들과의 거리가 금세 가까워졌다.

 비손은 무슨 생각을 했음인지 이를 악물고는, 홀로 말을 모는 수하에게 당부했다.

 “너는 무조건 안전하게 이리나 님을 라미에 왕국으로 모시고 가야 한다.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굳은 표정의 비손은 다짜고짜 이리나의 손에 고삐를 쥐어 주었다. 그러고는 서슴없이 말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그때였다.

 이리나가 급히 소리쳤다.

 “저길 봐요! 라이츠시에서 나온 구원군이에요.”

 비손이 고삐를 다시금 건네받고는 균형을 잡았다.

 오른편에서 기마 스무 기쯤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하늘이 도우시는구나.’

 비손은 죽기를 각오했다가 생각을 고쳤다.

 이리나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어서 이걸 풀어요! 저도 전투에 가담하겠어요.”

 “안 됩니다. 저들이 오크를 막아 주는 사이 이대로 도망쳐야 합니다.”

 이리나는 두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아름답기만 한 그녀의 얼굴에 경멸이 가득 찼다.

 “당신이 진정 그러고도 기사라고 할 수 있나요?”

 “누구보다 충직한 기사지요.”

 이라나는 더 이상 말도 섞기 싫었다.

 아버지에게 있어 비손은 신임하는 기사겠지만, 이리나가 보기에는 말 잘 듣는 개에 불과했다.

 그저 명령과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

 사명, 그것보다 조금 더 뜨거운 의리, 혹은 인정.

 가슴으로 말하는 사람들과, 비손은 너무나 먼 사람이었다.

 흑기 하나가 먼저 치고 달려 나와 오크 보병 무리를 떨어드려 놨다.

 기마에 발목이 잡힌 오크 보병들이 추격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나, 오크 유격대의 핵심적인 전투력은 루크라이더다.

 비손은 감히 상대해 볼 생각도 않고는 그대로 말을 달렸다.

 하지만 말은 여전히 한계였다.

 속도가 눈에 띄게 처지기 시작했다.

 수하기사 시슬러가 비손의 옆으로 말을 붙였다.

 “단장님. 말을 바꿔 타십시오. 제가 놈들을 막겠습니다.”

 비손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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