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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대군주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4.4
대군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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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악룡 크로크슈가 지배하는 하늘산은 발 붙인 자는 있어도 생환한 자는 없는 금지된 곳으로 크로크슈에 맞서기 위해 한 기사가 걸음을 들였다. 그리고 그가 하늘산을 내려왔을 때 그의 영혼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수하들을 위해 목숨마저 내걸었던 중원 천년신교의 2공자, 소군악의 영혼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거짓 정의와 거짓 평화는 진실인 척 가증스럽다. 위선 가득한 자들의 비열한 구원, 부패한 자들의 그릇된 자비로 인해 세상은 이미 지옥과 다름이 없으니, 내 친히 명왕이 되리라. 세상을 송두리째 갈아 치울 검은 기사의 행보가 펼쳐진다.

 
22화
작성일 : 16-06-08 16:42     조회 : 715     추천 : 0     분량 : 5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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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누군가의 농간이다. 돈으로 B등급의 용병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리 되면 라이츠시는 정말 순수하게 자기들만의 힘으로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하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개발한 것이 대체 뭐기에?’

 한편으로는 이번에 라이츠 마탑에서 개발한 연구물이 무언지 궁금했다. 흘러가는 정황만 보자면 아주 뛰어나며 돈이 될 만한 연구 결과이리라.

 제이크는 여관으로 돌아와 소군악에게 보고하였다. 소군악은 운기조식을 멈추고는 제이크와 의논하기 시작했다.

 “꼭 B등급을 받아야만 라이츠시로 갈 수 있나?”

 “병사들이 그 이하등급의 용병은 보호를 명목으로 통행을 막고 있으니 별수 없습니다.”

 “용병이 아닌 다른 자들은?”

 “민간인들의 통행은 더욱 엄격히 막고 있지요.”

 “막무가내로 뚫고 간다면?”

 “대장님이시라면 가능은 하겠지만 앞으로의 행보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칩니다. 왕국 전역에 수배령이 내릴 것입니다.”

 소군악은 고개를 내저었다. 중원에서도 정파인들에 의해 강호 공적으로 몰렸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신교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지금의 사정으로써 공적 취급을 당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흐음. 그럼 통행 금지가 풀릴 때까지 이대로 기다리면 어떤가?”

 시일이 조금 늦춰지는 것은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제이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말문을 열었다.

 “지금 로스코 왕국과 라미에 왕국의 압박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이 정도로도 라이츠 마탑이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최악의 상황에 라이츠 마탑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마탑이 무너지면 수정의 비밀을 파헤쳐 연구할 마법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다른 마탑을 찾아도 되겠으나 마법사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소군악의 생각에 라이츠 마탑만큼 적당한 곳이 없었다. 항상 오크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라이츠 마탑에 필요한 것은 무력이다.

 소군악이 얼마든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B등급의 승급을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가?”

 “으음. 있긴 있습니다만…….”

 소군악의 눈매가 반짝였다.

 “말해 보게.”

 “용병 길드의 정식 승인 아래, 보다 높은 등급의 용병과 결투를 벌여 이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 번 승리를 거두게 되면 상대 용병과 동일한 등급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좋군.”

 “하지만 이러한 승급 과정을 거친 자들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승급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사실 이 룰이 생겨난 이유는 용병들이 서로의 명예를 걸고 정식 대결을 펼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 보니 거의 같은 등급의 용병들 사이에서 이런 결투가 일어납니다.”

 “의뢰를 완수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지 않나?”

 단순한 계산으로 봐도 쉬운 일이었다. 열 번 의뢰를 마쳐야 할 것을 단 세 번의 결투로 끝낼 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용병 길드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좋은 일은 아닙니다.”

 수정을 녹이는 방법을 찾는 것을 제외한 소군악의 목적이 무언지를 알지 못하는 제이크였다. 다만 스스로 유추하기를 소군악이 실력이 뛰어나지만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라이츠 마탑은 자유 도시라지 않았나?”

 “그렇지요.”

 “어차피 마법사들이 수정에 관해 연구하는 동안 라이츠시에서 기다릴 게야. 수정을 녹이는 법만 찾는다면 세상의 이목이야 아무 상관도 없다.”

 “그럼, 적당한 용병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을 나선지 5분도 되지 않아 제이크가 다시 돌아왔다.

 “운이 좋습니다. 바로 밑에 붉은 늑대 용병대가 술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붉은 늑대 용병대?”

 “네. 20명의 용병대로, 대장인 카포네가 B등급의 용병이고 나머지는 모두 C등급의 용병입니다.”

 “좋군.”

 소군악은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식당에서는 붉은 늑대 용병대가 전세를 내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라이츠시에서 오크들의 북침이 시작되었다는 첩보를 들은 붉은 늑대 용병대는, 라이츠시로 향하기 위해 이곳 호리스시에 들른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아주 쉬우면서도 보수가 높은 의뢰를 맡아 상당히 들뜬 상태였다.

 “크하하하. 가남 영지까지 가는 의뢰에 30골드나 주다니. 이거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구만.”

 “하하하, 이게 다 대장님의 명성이 자자한 덕분입니다. 그러니 이런 좋은 의뢰도 수주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하들의 아부에 카포네가 기분 좋게 웃었다.

 “쿠하하하. 마셔, 마셔. 오늘은 마음껏 마셔라.”

 가남 영지는 호리스시에서 고작 사흘거리밖에 되지 않는 영지다. 그곳까지 가는 길에 별다른 위험한 길도 없는데 30골드의 의뢰비가 책정되었다.

 거기에 의뢰의 시작일은 20일이나 뒤다. 선수금으로 3골드나 받아 챙겨 그것으로 오늘 여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회포를 풀고 있었다.

 ‘딱 산적하기 좋은 얼굴이군.’

 카포네를 처음 본 소군악의 평가였다. 까까머리에 장비수염이 덮수룩하게 난 카포네는 얼굴마저 영락없이 산적을 보는 듯했다. 머리털이며 수염이며 붉은 것을 보니 아마다 카포네의 별명이 붉은 늑대인 모양이었다.

 소군악은 카포네에게 곧장 걸어갔다.

 웃고 떠들던 부하 몇이 다가와 소군악을 제지했다.

 “이봐, 다른 데 가서 놀아. 여긴 우리가 전세 냈으니까.”

 “어이, 멈춰!”

 휘익, 퍼퍽!

 소군악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다가서는 사내 둘의 목을 쳤다. 힘 조절을 했기에 목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일격에 기절하기에는 충분한 충격이었다.

 쿠쿵.

 부하 둘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카포네가 그제야 소군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야?”

 “네놈이 B등급의 용병 카포네인가?”

 “웬, 미친놈이.”

 카포네는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스물이나 되는 용병을 이끄는 대장직을 거저 딴 게 아닌 듯 카포네의 신형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했다.

 붉은 늑대 카포네의 자랑인 솥뚜껑만 한 주먹이 소군악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휘이익, 탁!

 “어어?”

 카포네는 자신의 주먹이 너무나 가볍게 잡혀 버리자 얼빠진 소리를 냈다. 소군악이 손아귀에 힘을 주자 카포네가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주먹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나와 용병 길드에서 결투를 해야겠다.”

 “아악, 무슨 개소리야!”

 결투는 용병 길드의 공증이 있어야 한다. 소군악은 손을 놓아주었다. 카포네가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주위로 붉은 늑대 용병대가 몰려들었다.

 채채챙.

 저마다 검을 빼 들고는 소군악을 위협했다.

 “결투는 용병 길드에서 하지.”

 카포네가 인상을 쓰며 아픈 주먹을 털었다.

 “시발, 무슨 개소리야. 내가 결투를 왜 해!”

 제이크는 안색을 굳혔다.

 상행을 하며 여러 용병을 고용해 보았다. 실제로 결투가 일어나는 일은 아주 적었다. 대부분이 길드의 공증 없이 칼부림을 하고 누군가는 죽어 없어지기 때문이다.

 소군악도 이 방법으로는 승급이 어려움을 깨달았다.

 애초에 다른 용병들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일도 없었고, 자신의 실력을 자만하는 자들이 그렇게까지 해 줄 리가 없다 생각했던 것이다.

 소군악이 제이크를 불렀다.

 “제이크.”

 “네.”

 “혹시, B급 용병대에 내가 새로이 가입한다면 국경을 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나?”

 제이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왜, 진즉에 그생각을 못했을까?

 “가능합니다!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좋군.”

 소군악이 카포네와 경계심 가득한 20인의 용병대를 보았다. B급의 용병을 억지로 셋이나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이미 B급 용병대로 활약하고 있는 붉은 늑대 용병대는 국경을 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붉은 늑대 용병대는 오늘부로 내가 접수하지.”

 소군악의 선언에 카포네가 자신의 애병인 도끼를 수하에게 건네받았다.

 “개소리도 작작해야지. 얘들아, 묻어 버려!”

 “이야아압!”

 카포네의 명에 수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흉갑과 병기들을 모조리 방에 놔두고 온 소군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잘 훈련된 정예병보다 더 뛰어난 전투력을 가졌다는 C급 용병이지만, 소군악에게는 어린아이처럼만 보였다.

 쉬아악, 빠각!

 소군악은 날카로운 검날을 한 치 차이로 피해 다녔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여지없이 하나의 용병이 쓰러졌다.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못할 것도 없으나 굳이 손을 과하게 쓸 필요는 없었다.

 퍼퍽, 퍽!

 용병대가 가진 칼이 몇 갠데 소군악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휘둘렀다 하면 허공이요, 눈앞이 번쩍한다 싶으면 이미 기절한 이후였다.

 “허, 허허. 이놈 봐라?”

 수하들이 모두 쓰러지고 홀로 남게 된 카포네는 경직된 얼굴을 한 와중에도 허세를 부렸다.

 용병의 세계에서 약해 보이면 지는 것이라는 게 카포네의 신조였다.

 “아아압!”

 자신의 도끼 한 방이면 즉사할 것이다. 맞추기만 하면 된다. 카포네의 도끼가 소군악을 일격에 쪼개 버릴 듯 날아들었다.

 깡!

 거력이 담긴 도끼가 소군악의 머리를 불과 한 치 앞에 두고 멈춰 섰다. 도끼를 막은 것은 검도, 방패도 아닌 맨손이었다.

 “허윽!”

 맨손으로 자신의 도끼를 잡아 내는 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카포네는 헛바람을 들이마셧다.

 휘익.

 소군악이 도끼날을 잡고는 힘을 주어 당기자 카포네가 도끼 자루째로 딸려 왔다.

 “어어어?”

 덩치는 자신이 배는 큰 듯한데 소군악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카포네는 그제야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앞의 상대인 소군악이 결코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이다.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 수하들이 애처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휘익, 퍽.

 “우우욱.”

 소군악의 주먹이 카포네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카포네는 머릿속이 노래지는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퍼퍽.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소군악의 주먹이 연달이 두 번 더 날아들었다.

 “흐윽!”

 하나하나가 강력한 일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포네는 핏발이 선 눈알로 노려보며 버텨 냈다.

 이번에 놀란 것은 소군악이었다.

 ‘맷집이 상당하군.’

 맷집만으로 상대의 실력을 어찌 판단할 수 있겠냐마는 적어도 소군악이 생각하기에 카포네는 B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휘익.

 소군악이 다시금 주먹을 뻗으려 했을 때였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카포네가 털썩 무릎 꿇었다.

 “왜, 왜 이러시오. 도대체!”

 카포네의 절규와 같은 비명에 소군악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붉은 늑대 용병대에 가입해야겠다.”

 카포네는 우는 듯 웃는 듯 아리송한 표정이 되었다.

 “빌어먹을, 말로 하지. 말로.”

 수하로 들어오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말로 했음 되었을 것을 왜 굳이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소군악의 말을 듣고 카포네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붉은 늑대의 대장은 나다. 불만 있는 자는 나서라.”

 “시발.”

 카포네가 욕과 함께 바닥에 털썩 고꾸라졌다. 더 이상 버티기조차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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