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집무실로 기사단장 마일드가 들어섰다.
“그래, 놈의 동태는 어떠한가?”
“별의 찬가라는 여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관방에 틀어박혀 꼼작하지 않고 있답니다. 여관의 주인을 추궁해 보니 오늘 점심나절 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럼 카렘시에 도착하고 바로 이곳으로 왔단 말인데.”
“네, 그렇습니다.”
돌아왔다면 당장 성으로 오지 않고 왜 카렘시에 숙소를 잡았을까?
“놈이 필시 뭔가 일을 꾸미고 있어. 앞으로 한 달 뒤면 꼭 결혼식이 끝나는 날이 아닌가?”
마일드의 생각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남작가에서 일을 마친 뒤 곧장 여관으로 간 것은, 제이미가 오랫동안 투숙하기로 작정한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듯합니다.”
마일드의 표정은 한껏 굳어 있었다. 진정한 기사도를 보인 제이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든 것도 잠시였다.
그가 가져온 라일의 검이 모조품이었다니.
마일드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다른 기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놈을 처리할 수 있겠나?”
마일드의 가슴은 분노로 뜨거웠지만 머리는 이성적이었다.
“부끄럽지만 놈의 실력은 저와 동수거나 한 수 위입니다.”
“으음.”
윌리스 남작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토록 바람의 기사 제이미를 자신의 가문에 잡아 두려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다른 기사 하나와 함께 상대한다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고, 둘과 함께 한다면 사로잡을 수도 있습니다.”
마일드는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 확실할 것이다.
“기사단 전원을 데려가게. 놈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네.”
마일드가 흠칫 놀랐다.
“제거하란 말씀이십니까?”
사로잡아 죄를 추궁할 줄 알았다. 더욱이 본래 라일의 검을 찾아오라는 명령 자체가 말도 안 되지 않았는가? 제이미가 거짓을 말했다고 꼭 죽을죄를 지었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었다.
“말이 헛나왔군. 그를 사로잡아 오라는 말이네. 내 생각이 맞으면 놈은 코모라 공자를 노리는 게 틀림없어.”
마일드가 생각해도 제이미가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밖엔 없어 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마일드가 인사를 한 후 나가자 윌리스 남작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죄 없는 자를 추궁해 죽이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지만 별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놈을 죽이자니 기사들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는 데 있었다.
“이래저래 문제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윌리스 가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제이미가 이제는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가 세운 무수한 공들 역시 윌리스 남작의 머릿속에서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지금 제이미는 오로지 방해물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신통하군. 어떻게 라일의 검을 찾아왔을까?’
만약 그가 제이미의 형이 아니라 제이미 본인이라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크로크슈의 레어에 가서 라일의 검을 되찾아왔으니 말이다.
하나, 불가능을 모르는 기사 제이미의 능력이라도 디엘 백작가라는 막강한 배경 앞에서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디엘 백작가는 바람의 기사를 버리고 얻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
돌아온 소군악은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어정쩡했을 뿐만 아니라 1층의 손님들이 꽉 차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통에 저녁 식사를 미루었다.
어차피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운기조식으로 보낼 것이기에 식사야 배고플 때 먹으면 그만이다.
방으로 올라온 소군악은 곧장 운기조식을 행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군악이 긴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우.”
운기조식을 마친 소군악은 주변이 어두운 듯해 초를 켰다.
붉은 노을이 보이던 창밖엔 어느새 수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
배가 고픈 것이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 될 요량이었다.
주인이 잠들기 전에 뭐라도 먹으려고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밤이 깊었음에도 환히 밝혀진 실내에는 열여섯 명이나 되는 인물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소군악이 내려오자 모두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성의 기사들이군.’
모두 낯이 익었다. 오전에 보았던 그들이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소군악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낼 수 있었다.
“나를 찾아왔나 보군.”
소군악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듯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중 발드롱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제이미! 왜 우리를 속였지?”
소군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가씨를 떠나 보내야 하는 슬픔을 우리가 어찌 알겠나? 하지만 라일의 검의 모조품을 가져와 영주님과 우리를 기만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네.”
소군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소리지? 가짜라니?”
“끝까지 발뺌할 셈인가?”
“내가 준 것은 진품이다.”
소군악의 말에 추궁을 하던 기사가 움찔했다. 너무나 당당한 모습인 것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속인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모시는 영주겠지. 아니면 가문의 가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든가.”
“제이미!”
소군악의 말에 마일드가 발끈하며 앞으로 나섰다. 소군악은 지지 않고 기세를 피워 올렸다.
“계속해서 그렇게 부르는군. 나는 제이미가 아니다.”
소군악은 계단을 계속 내려왔다.
포위하던 기사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소군악이 1층에 완전히 내려서자 사방에서 둥글게 포위한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소군악의 기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내 이름은 소군악이다.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
그의 말에 기사들이 어쩔 줄 몰라 기사단장인 마일드를 보았다. 소군악의 태도가 너무나 당당하여 자신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일드가 추궁하듯 물었다.
“네가 제이미가 아닌 정말 쌍둥이 형이라면 어째서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지?”
“재촉하지 않아도 내일이면 떠나려 했다.”
소군악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으나 역시나 사람들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헛된 물음을 던지는 어리석은 존재들이다.
“네가 제이미든, 그의 형이든 상관없다. 소피아 아가씨의 결혼을 막으려는 속셈이 아니냐?”
소군악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결혼하든 말든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잇! 믿을 수 없다.”
소군악이 눈매를 좁혔다.
어차피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니었다.
“놈을 잡아!”
열두 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소군악은 몸을 잽싸게 낮추고는 가장 곁에 있던 가사의 정강이를 후려 찼다.
빠각!
“으억.”
정강이가 부러진 기사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소군악은 그대로 달려들어 기사의 허리를 잡고는 옆으로 내동댕이쳤다. 그 틈으로 몸을 날려 간단히 포위망을 빠져나간 소군악을 향해 발드롱이 달려들었다.
믿었던 만큼 누구보다도 심한 배신감을 느꼈기에 발드롱은 전력을 다했다.
“이이익!”
후아아앙.
발드롱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주먹을 뻗어 왔다. 맞으면 황소라도 한 방에 죽일 만한 위력적인 주먹이었다.
타탁.
소군악은 두 손을 현란하게 놀리더니 발드롱의 주먹을 감쌌다. 그러고는 품으로 쑥하고 잡아당겼는데 발드롱은 내뻗던 주먹의 힘에 더해 소군악이 끌어당기자 속절없이 끌려갔다.
퍼어억!
“끄어어억.”
소군악의 주먹이 발드롱의 복부에 깊숙이 박혀 들었다. 아니, 겉보기에는 소군악의 주먹을 향해 발드롱이 달려드는 꼴이었다.
“어서 잡아!”
퍼퍽, 퍽!
기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자 마일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사람이 두 달 새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전에 알던 제이미의 실력이 아니었다.
원래 제이미는 기사단장인 자신과 그 실력의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것도 제이미가 바람의 정령을 이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왜 정령을 쓰지 않지?’
바람의 정령과 함께하는 제이미의 검술은 가히 예술이었다. 한데 박투술까지 이렇게 뛰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마일드가 머뭇거리는 사이 기사들이 모두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윽, 으윽.”
소군악의 눈이 마일드를 향했다. 마일드는 움찔 놀라더니 이내 결심한 듯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라일의 검도 돌려줬고 제이미의 창도 돌려줬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비수가 꽂혀 있는 가죽 튜닉뿐인데 그것도 방에 벗어 두고온 상태였다.
소군악에겐 무기가 없었다.
소군악은 두 팔을 들어 올리더니 마일드를 향해 손을 까닥했다.
“오너라.”
검도 뽑지 않은 채 도발하는 소군악을 보며 마일드는 수치심을 느꼈다.
무기도 들지 않은 상대에게 검을 겨누다니.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눈앞의 상대가 제이미인지 아닌지 알아낼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너의 장기인 바람의 정령을 쓰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마일드는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하아압!”
그의 검이 소군악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피하지 않으면 가슴에 구멍이 뚫릴게 분명했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한 민첩한 치고 빠지기는 제이미의 특기였다.
정령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빠르기의 공격.
‘어서 물러나!’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소군악은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의 왼손이 큰 원을 그리며, 오른손이 작은 원을 그리며 가슴으로 모아졌다.
챙.
소군악은 손날을 교묘히 틀어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맨손으로!’
마일드는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설마 맨손으로 검을 상대하려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휘익.
소군악의 손짓에 따라 검이 방향을 바꾸어 위로 튕겨져 나갔다. 그 순간, 마일드의 가슴이 훤히 열렸다. 소군악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파팡!
소군악의 장심이 마일드의 가슴에 닿았다.
퍼벅!
“우욱.”
마일드의 등이 새우처럼 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채챙!
주인을 잃은 장검이 바닥을 굴렀다.
“커헉!”
마일드가 피를 왈칵 쏟아 냈다. 소군악을 향한 눈은 불신이 가득했다.
“커흑, 컥. 너는 제이미가 아니구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소군악의 말에 마일드는 쓰게 웃었다. 이 사람은 절대 제이미일 리가 없다. 제이미는 절대 이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스물 셋밖에 되지 않는 제이미가 그 두 배는 산 자신과 맞먹는 실력을 가진 이유는 바람의 정령사라는 특수성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한데, 눈앞의 이 사람은 정령의 힘도 없이 그저 순수한 무력만으로 기사단 전원을 쓰러트려 버렸다.
마일드는 그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하니 절로 아찔해졌다.
“나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라. 제이미의 동료라는 이유로 참는 것은 오늘까지로 하지.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크윽, 하나만 묻겠소.”
마일드는 고통스러운 가슴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왜 카렘시를 떠나지 않고 있소?”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군. 내일이면 떠나려고 했다.”
마일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소군악은 그런 마일드를 살피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들은 왜 굳이 자신을 잡으러 왔을까? 답은 쉽게 나왔다. 소군악이 미처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지.
“소피아라는 여자가 아무리 한때 내 동생의 여자였다 하더라도, 내가 그 결혼을 방해할 이유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믿어도 되겠소이까?”
“더 이상 나를 자극한다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지.”
마일드는 소군악의 말이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분명 소군악이 마음만 먹으면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남작성의 기사단원인 자신들이 달려들었는데 도리어 모두 쓰러지지 않았는가? 이자가 악한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자신들은 막을 수 없었다.
“돌아가라.”
은은한 내력을 실은 소군악의 말에 쓰러졌던 기사들이 고통을 참으며 기다시피 여관을 빠져나갔다.
개중에는 허리를 다친 이도 있었고 팔다리가 부러진 이도 있었다.
불구자가 되기 싫다면 신성력이 담긴 포션으로 치료해야 할진대 그 값이 제법 들것이다.
소군악은 카운터의 뒤에 숨어 빠끔 머리를 내밀고 있는 주인과 종업원을 보았다.
“히끅!”
눈이 마주치자 허겁지겁 머리를 쏙 집어넣었다.
“시장한데 요깃거리라도 좀 내주시오”
소군악의 태연한 말에 주인이 기겁하며 주방으로 달려 나갔다. 소군악은 쓰러지지 않은 테이블에 앉았다.
잠시 후, 넓은 식당에 홀로 앉은 소군악의 앞에 주인이 허겁지겁 음식을 내왔다.
소군악을 힐끗힐끗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귀신을 보는 것처럼 질려 있었다.
자기가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듯 소군악의 행동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남작성의 기사들을 모두 묵사발로 만들어 놓고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게 신기했다.
“술도 좀 내주시겠소?”
“네? 아, 넵. 드립지요.”
주인은 얼른 술을 내왔다. 아껴 두었던 가장 비싼 술이었다. 안주도 몇 가지 더 내어 왔다. 점심때 먹었던 음식과는 천지 차이였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요?”
소군악의 물음에 주인이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라니요. 아닙니다요.”
소군악은 피식 웃으며 술을 한 잔 따라 마셨다. 점심때 반주 삼아 한 잔 먹었던 술과는 그 향부터가 달랐다.
시큼한 과일주만 마시다가 목구멍에 불이 난 듯 화끈한 브랜디를 마시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크윽, 맛 좋군.”
여관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연신 소군악 쪽을 힐끗거렸다. 그는 옆에서 마찬가지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종업원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기사들이 다 깨지고 돌아갔는데 별일 없겠지?”
종업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기사님들도 상대가 안 되는데 어쩌겠어요?”
“으음, 제이미 경의 쌍둥이 형이라는데 정말 닮긴 닮았냐?”
주인은 제이미를 본 적이 없지만 종업원은 성에 심부름을 가며 제이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에이, 제가 제이미 경을 몇 번 봤다고……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후, 난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 기사님들을 상대로 어떻게 그러는지.”
“정말 대단해요. 영지 최고 기사인 마일드 경이 검을 뽑고도 한 방에 쓰러지셨잖아요.”
“예끼, 이놈아. 말 조심해.”
저들끼리 목소리를 낮춰 주고받는 대화였으나 소군악에게는 바로 옆에서 떠드는 것처럼 잘 들렸다.
쪼르륵.
술을 따라 마시는 소군악의 표정은 밝았다.
몸 안에 쌓인 내력도 이제 25년을 조금 웃돌았다. 어렵지 않게 검에 기를 실을 수 있을뿐더러 무공의 성취 또한 그에 맞추어 발전해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정말 제이미의 몸이 제 몸처럼 익숙해졌다는 게 중요했다.
약한 적들이야 수십이 몰려와도 걱정 없지만 엇비슷한 실력자를 마주하게 되면 몸의 작은 균형 하나만 무너져도 승부를 결정짓는다.
제이미의 기억 또한 스무 살까지 모두 소화해 냈다.
이렇게 완벽히 적응하고 나니,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한 번의 인생을 더 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의 경험을 얻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나 다른 이의 인생을 돌이켜 보는 간접적인 경험만으로도 소군악에게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더욱이 정령 검술을 사용하는 제이미의 기술은 소군악으로서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제 병기만 구한다면 수정을 녹일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조용한 곳에 가서 폐관 수련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수하들을 언제까지고 크로크슈의 레어에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군악은 최대한 단기간 내에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었다.
강기를 사용할 경지에 이르러 수정을 잘라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실패할 때를 대비해 다른 방법 역시 찾아 두어야 했다.
처음 생각에는 자신이 힘을 기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이미의 기억을 얻고 보니 이 세상은 아직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제이미의 기억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세계의 지식인이라는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마탑이나, 연금술사의 길드 그도 아니면 석학들이 모여 있다는 왕국의 아카데미도 있었다.
중원의 것이 아닌 이 세상의 물질이니 그들을 찾아가면 분명 이것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