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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낙제생들의 영웅 일기
작가 : 레드트리
작품등록일 : 2017.11.11

정신 에너지와 신체 에너지인 '차크라'를 다루는 닌자들. 닌자를 양성하는 학교인 아카데미에서는 닌자의 최정점인 '가이덴'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매일 수련을 하고 잇다. 어느날, 서울의 아카데미에 일본의 천재 닌자 '하루노 사쿠라'가 유학을 오게 되고, 월화는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보기 좋게 패배하고 만다. 그 후로 월화는 사쿠라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매일 같이 피나는 훈련을 받게 되는데... 어느날 '새벽' 이라는 조직이 서울을 습격하게 된다.

 
낙제생들의 영웅 일기 {2} 또 다른 목표
작성일 : 17-11-13 00:09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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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닌자들은 한 국가의 전력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렇게 인정을 받은 이상 당연히 전투 기능도 때에 따라서 요구가 된다.

  이 기능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은 물론, 흉악한 테러 혹은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요구이다. 요즘에는 닌자들과 같이 차크라를 다루는 범죄가 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간다.

  그런 이유로 ‘진’아카데미의 곳곳에는 큰 돔형 경기장이 있고, 내부는 지름 100터 정도의 모래 바닥과 그것을 둥글게 감싸 안은 10미터 정도의 짙은 회색 벽의 위에 관객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몇 개의 훈련장 중 하나, 제 1 훈련장에 월화와 사쿠라의 모습이 보였다.

  심판을 맡은 한지를 사이에 두고, 15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쳐다보는 몇몇의 시선이 있었다. 원래는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거나 주일의 마지막 요일을 따분하게 보내던 다른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들의 주 목적은 하루노 사쿠라였다.

  사람의 수는 50여명 정도. 모의 전투를 보러 온 사람 수 치고는 많은 편이었다.

  “저 녀석이 그 천재 사쿠라?”

  “저런 괴물 같은 녀석이 왜 여기로 왔다니?”

  “분홍 머리가 예쁘다... 물론 얼굴이 더 이뻐....”

  “어디, 실력이나 좀 보자고.”

  “....그런데... 상대가 성월화잖아?!”

  “성월화? 왜 천재가 저런 등신이랑 붙는건데?”

  “내가 어떻게 아냐? 누가 쟤에 대해서 아는 것 좀 있으면 알려줘봐.”

  “입학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난 중학생 때 쟤랑 같은 반이었어. 저 녀석, 그 때는 차크라량이 미달이어서 실전 수업에는 참가 못했어. 아마.”

  “그게 말이 돼? 차크라가 부족해서 이론 밖에 못한다니. 이거 순식간에 끝나겠네.”

  “어, 간만에 좋은 구경거리라도 나왔나 했는데....”

  여기저기서 흘러 들어오는 월화에 대한 얘기를 듣고 사쿠라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살기가 사라진채로.

  “넌 알면 알수록 가관이구나. 이 참에 닌자같은거 그만 두는게 어때? 자퇴 사유는 확실하게 만들어주도록 하지. ‘신체 기능 손실로 인한 인술 기능 상실’.”

  “흥, 그 말 그대로 돌려받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정말로... 말귀를 못 알아먹는 놈이네...”

  “눈에 힘 제대로줘. 먼저 공격하는건 내 쪽이다!”

  “....... 쉽게 끝나지는 말아줘.”

  사쿠라는 사뭇 진지하게 하기 위해 월화의 말대로 눈에 힘을 줬다. 쌍커풀이 진해지며 민트색 눈동자가 찬란히 빛났다.

  한지의 시합을 시작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자신에게 곧장 달려오는 월화를 보며 생각했다. 그날... 그 남자가 했던 말을....

  [억울하면 거기서 그치지 마라. 나를 죽이고 싶나? 그렇다면 너 자신을 더욱 원망하고, 나를 더 증오하고 지금 이 순간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은 채로 살아가라.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지지마라. 난 강하다. 나를 이길 자는 없으니, 너의 어떤 패배는 곧 나에게의 패배를 뜻한단 말이다...]

  기억 속의 한 남자의 말에 사쿠라의 마음 속 깊이 깊은 흥분감이 고조되어 올라왔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여기서 지게 된다면 곧 남자에게의 패배를 의미.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자를 죽이기 위해 여기까지 기어서 살아왔다.

  달려오는 월화를 향해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부릅떴다. 순간의 살기를 맞은 월화는 주춤할 뻔 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할 만큼 가까워지자, 월화는 은빛의 곡선을 그리며 날카로운 쿠나이를 사쿠라의 면전에 휘둘렀다.

  그러나 가볍게 몸을 뒤로 빼 피하는 사쿠라. 뒤로 뺀 반동을 이용해 무기도 없는 맨 주먹의 스트레이트 펀치를 월화의 얼굴에 정확히 꼿았다.

  월화의 고개가 뒤로 심하게 젖혀졌다.

  “이런 단순한 공격도 막지 못하는거야?”

  막을 생각은 월화도 당연히 했다. 그러나 사쿠라의 주먹이 너무 빨랐기에 생각을 동작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겨우 이정도로!”

  몸을 바로 세워 다음 공격의 자세를 취하는 월화.

  이번에는 사쿠라가 월화에게 달려들었다. 맨 주먹이 아닌 월화와 같은 방식으로.

  “이크!”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예리한 은빛 곡선이 월화의 목에 다가왔다. 이것을 피하지 못하면 시합은 그대로 종료가 된다.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했다.

  월화가 선택한 방법은 몸을 아래로 숙이는 것. 그러나 몸을 아래로 숙이자 -

  “윽?!”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월화의 옆에는 사쿠라의 발바닥이 와있었다.

  몸을 돌려 그대로 허리에 힘을 실은 하단 돌려차기. 그 강력한 돌려차기에 월화의 반대편 관자놀이는 땅에 쓸려나가기 바빴다.

  “그 정도로 나에게 도전 한거냐? 어이가 없어 웃음도 않나오네.”

  월화는 몸을 다시 일으켜 준비의 자세를 취했다.

  “그 교복이 걸레가 되어도 상관없다면 계속 상대해 주지.”

  “쳇- 자신감은 좋네. 그 입 나불거리는 것도 여기 까지다아!”

  사쿠라가 추격 자세를 취하며 멀리 떨어진 월화를 향해 다가갔다.

  월화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칠 쳤다.

  그러나 압도적인 속도의 차이에 월화의 걸음은 곧 사쿠라에게 잡히고 말았다. 사쿠라가 뛰어온 그 점에서 그녀의 잔상이 남아있을 정도니까.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르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차크라는 인술을 쓰는 때에만 사용하는게 아냐. 발바닥으로 흘려 보내면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지. 넌 실전 수업을 못 들어서 잘 모르겠지만.”

  하루노 사쿠라는 천재이다. 그리고 이번만큼의 상대는 그저 기본적인 공격으로만 상대할 생각이었다. 몇 번 합을 겨뤄보니 견적이 나왔다.

  사쿠라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 다는 것은 월화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행동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냐. 그렇지만, 난 이길 수 있어...!’

  사쿠라의 등급은 A랭크. 이미 하급 닌자의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곳 까지 온 이유는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추진한 ‘교환 학생’프로젝트 때문이다. 각 나라에서 TOP 50을 선정하여 맞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일본 국내의 no.1 이었던 사쿠라는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굳이 그것이 아니여도 스스로 찾아오려고 했었지만.

  빠르게 다가온 사쿠라의 공격에 월화는 가까스로 위로 점프하여 피했다.

 ‘차크라를 발바닥에 집중하여 폭발적인 힘을 낸다.’ 교과서를 보고 틈틈이 혼자 수행해온 결과이다. 그 누구도 월화에게 이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홀로 터득하는 수 밖에 없었다.

  높게 뛰어오른 월화는 아래를 보았다.

  ‘....어?’

  사쿠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쪽이다!”

  수리검을 월화에게 휘두르자 간신히 월화는 막아내었다. 그대로 몸통을 돌려 사쿠라는 발의 뒤꿈치로 월화를 내려찍었고 그걸 다시 팔로 막아내는 월화였다.

  그런 싸움이 둘이 공중에서 내려오는 동안 계속되었다.

  흔히 인술이 아닌 몸으로 사우는 것을 체술 이라고 한다.

  이 ‘체술’을 인술만을 단련하고 무시하는 닌자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설픈 아마추어들의 생각.

  정말로 강한 A랭크나 S랭크의 닌자들은 인술 뿐만이 아니라 체술 역시 강하게 수련한다.

  그런 이들에게는 끝없이 강해지는 힘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쿠라 역시 그랬다. 계속해서 강해져야한다.

  그녀의 절도있고 빠른 체술은 월화를 압도적으로 몰아세우기에 충분했다. 땅에 내려오고 사쿠라부터의 간격을 벌인 월화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역시...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나 보네. 공격할 기회주차 주지 않고 상대를 몰아세우기만 하다니...”

  경기를 구경하던 다른 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저 녀석 밀리기만 하잖아?”

  “그러네, 간신히 막고 있다고 이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어.”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라!”

  “그래도 인술 하나 정도는 보여줘어어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기에 관객석의 반응은 차가웠다.

  “모두가 경기가 끝나기 원하는 것 같은데... 슬슬 긴장 하는게 어때?”

  놀랍게도 이 말의 주인은 월화였다.

  방금 전 공중에서 얻어맞은 왼쪽 팔을 부르르 떨면서 잘도 그런 소리가 나왔다.

  “그럼, 어디한번 해보시지.”

  다시한번 그 둘이 격돌했다. 지루해지는 경기에 관객석은 실망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시간 낭비하지마아!”

  “그런 녀석은 그냥 뭉개버려!”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속 -

  그 둘의 싸움으로 인해 흙바닥이었던 둘의 싸움지점이 흘먼지 바람으로 점차 쌓여가기 시작했다.

  둘을 돔 형태로 가두어 버린 흙먼지.

  “뭐야, 이거.”

  사쿠라는 그 안에서 코를 팔로 가린 채 주위를 살펴보았다. 월화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먼지 안에서 먼저 빠져나온 것은 월화였다!

  “....불의 술....”

  월화는 먼지 밖에서 빠르게 손으로 인을 맺었다.

  “화염연탄!”

  입술의 모양을 동그랗게 하고 월화가 먼지 속에 있는 사쿠라를 향해 강하게 바람을 내뱉자 둥근 공 모양 5개의 화염 덩어리들이 빠르게 날아갔다.

  흙먼지 안은 붉은 빛으로 빛났고 곧 굵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충격에 흔들리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한지는 한숨을 쉬었다.

  거대한 먼지 폭발과 함께 관객석을 제외한 경기장의 전부가 먼지로 뒤덮여 졌다.

  이어지는 침묵. 모두가 놀라고 관객석이 술렁였다.

  먼지 안에서... 그 사쿠라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저 녀석이 이긴건가..?”

  “마...말도 안돼....!”

  “아니면 생각보다‘천재’라는 소문이 헛되었을 수도....”

  분위기가 순식간에 월화 쪽으로 흘러갔다. 먼지가 서서히 걷혀가고 불붙은 휑한 바닥만이 남아있었다.

  ‘.....어디있지?’

  그 순간-

  월화의 오른쪽의 먼지가 심하게 일렁였다. 필시 무언가 나오려는 움직임이다. 월화는 그 일렁이는 연기 속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무것도 부딪히는 느낌 없이 허무한 손의 감촉. 공교롭게도 연기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리검에 달려있는 찢어진 옷자락.

  옷자락이 수리검과 함께 날라오며 마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일렁인 것이다.

  순간 월화의 뒤에서 섬득한 살기를 품은 눈빛이 느껴졌다.

  ‘.........아뿔싸...!’

  뒤에서 오습을 드러낸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분홍 머리의 소녀였다.

  소녀에게 무방비의 뒤를 내준 월화는 그대로 그녀의 상단 돌려차기에 오른쪽 광대뼈를 직격당했다.

  “아-....”

  월화의 의식은 점점 암흑 속으로 들어갔다.

 

 

 * * * * *

 

 

  땅에 쓰러진 월화는 더 이상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승리를 확신한 사쿠라는 자신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던 한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의 흙먼지에 깨끗하던 그녀의 피부와 교복이 막 놀다 들어온 아이처럼 더러워져있었다.

  “거기까지! 시합종료! 승자. 하루노 사쿠라!”

  사쿠라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쓰러진 월화를 보았다.

  ‘이 녀석.... 그 싸움 안에서 의도적으로 먼지를...’

  분명히 고의로 만들어진 방해물이었다. 자신의 시야를 확실하게 차단하고 그것의 밖에서 정확하게 목표를 노리기 위한.

  그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웬만한 중급 닌자들도 어려워하는 기술. 그런 기술을 자신이 낙제생이라고 찍어두었던 인물이 사용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쿠라”

  한지가 월화를 바라보고 있는 사쿠라에게 다가왔다.

  “놀랐지? 이게 이 녀석의 매력이라니까. 가끔씩 사람을 놀래킬 때가 있어.”

  “네... 솔직히 실력은 저보다 한참 아래지만... 아예 실전 수업을 안들은 실력은 아닌 것 같아요.”

  사쿠라는 확실히 느꼈다. 월화의 동작들 하나하나에서 그 쉬운 동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홀로 연습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비록, 중학생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럼, 조장은 이제 너인거네? 하루노 사쿠라.”

  “아.. 예...”

  “잘 부탁해. 이 녀석을... 너도 분명 마음에 들거야.”

  “네? 그게 무슨...”

  한지는 그렇게 한마디를 남기고서 경기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위를 보자 이미 관객석은 비어 있었다. 모두가 예상은 했지만 자그마한 반전을 기다린 듯이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그 결과를 욕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결국 경기장에는 정신을 잃은 월화와 엉망이 된 사쿠라만 남아있었다.

  ‘....어? 잠깐....’

  사쿠라의 머릿 속을 스친 한 생각.

  ‘얘... 내가 데리고 가야하네?’

  짜증이 섞인 채 사쿠라는 월화를 업어 보건실을 찾기 시작하였다.

 

 

 * * * * *

 

 

  하얀 빛이 새며들어 월화의 정신을 일깨웠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자 보이는 하얀 천장과

  “어머? 정신 차렸네?”

  월화가 누운 침대 옆에서 팔에 붕대를 감겨주던 의무실의 선생님이었다.

  “.....으윽...”

  “너무 무리하지마. 환술이라고는 하지만, 간단한 체술로 이렇게나 만들다니. 역시 사쿠라인걸.”

  월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결국 내가 진건가.....”

  확실히 느껴졌다. 사쿠라의 발을 맞는 순간부터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꿈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월화는 가볍게 받아드렸다.

  “흐음... 일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저번보단 나아진 것 같던데? 입학식 때보다 말야.”

  입학식에도 보건 선생은 실신 상태로 실려 온 월화를 본적이 있다. 그때보다는 많이 실력이 좋아진 것이 그녀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왜냐하면

  “수행.... 매일 하고 있지?”

  월화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하죠! 전 반드시 가이덴이 될 거에요. 그래서....”

  “알아, 그 말 벌써 수백 번은 들은 것 같아. 수행하다가 다쳐 매일 같이 여기 올 때마다 얘기하니까.”

  ‘됐다’ 하며 허리를 핀 보건 선생은 월화의 왼팔을 한번 탁 쳤다.‘아야’하며 얼굴을 찌푸린 월화를 보며 웃었다.

  “그나저나 전 여길 어떻게 온거죠?”

  “...너? ..... 아, 맞아. 그 분홍머리 여자애.... 사쿠라가 업고 여기까지 왔어. 무지 힘들어 보이던걸?”

  월화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정신이 비몽사몽 하던 때에 얼핏 나던 사쿠라의 향기가....

  등 뒤에서 보았던 그녀의 옆모습은 예뻤다고 밖에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싸우는 방식은 완전 상남자지만.

  월화가 보건실을 나오려고 하는 그때 보건실의 문이 열렸다.

  사쿠라였다.

  “어? ....안녕?”

  월화는 먼저 어색한 인사를 건냈다. 방금 전까지 이를 물고 싸우던 상대가 이렇게나 갑작스레 나오다니... 조금 당황했다.

  “이제 한 팀이니까. 한지 선생님이 조장으로써 팀원을 잘 챙기라고 하셔서 한번 와본거야. 다른 감정은 없어.”

  사쿠라는 월화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별 이상은 없네. 그 왼손 빼고..... 그럼, 간다.”

  그렇게 나가려는 사쿠라를 월화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 멈췄다.

  “잠깐!”

  사쿠라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다음번에는......”

  월화는 일어나 사쿠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반드시 이겨주겠어!.....조장.”

  그 주먹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사쿠라는 가볍게 보자기를 내고는 그대로 문을 나가버렸다.

  “..........엥? 또 진거야?”

  혼자 내민 주먹이 민망한 월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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