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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얼티밋 원 1
작성일 : 18-01-07 00:37     조회 : 303     추천 : 1     분량 : 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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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양시 인근의 작은 마을,

  평화롭던 마을은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마 전 ‘독립추진협회’의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던 한 외국인 의사가 죽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

 

  마을에 침입했던 테러리스트들은 몰살당하고, 그 대신 중화 인민 민주주의 연방 공화국에게 고용된 용병들이 무장한 채 마을의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테러리스트들을 몰살시킨 장본인인, 잿빛 머리칼에 황금빛 눈동자의 중년 남자, 니콜카나는 저녁의 마을 거리를 자신의 참모인 로날드 테일러와 함께 걷고 있었다,

  “.......두 소년 중, 변형계의 이름은 ‘아이신’. 나이는 14세, 등록된 자료에 의하면 선천성 각성자군요. 능력 발현까지 이루어진 걸 보아선 C랭크입니다만....... 선천성 각성자가 어떠한 훈련도 없이 C랭크 수준에 도달하다니, 흔히 있는 일은 아니군요.”

  로날드 테일러가 손에 들린 서류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

  “고통, 혹은 공포가 ‘능력발현’의 열쇠가 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그, ‘초월계’ 쪽은?”

  “그 쪽의 이름은 ‘이엔’ 이엔 로마노프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14세고요. 역시 C랭크 추정입니다.”

  로날드의 보고를 들은 니콜 카나는 조금 놀랐다는 듯한 태도로 대답했다.

  “둘다 아직 14살이라...... 그것 참, 몇 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사례를 이 작은 마을에서 둘이나 보는 군.”

  로날드 역시 그 말에 맞장구를 친다.

  “이 마을에 와서 보석을 발견하신 것 같습니다. 선천성 두 명, 둘 다 자력으로 C랭크 도달, 심지어 한명은 ‘초월계’라니.......”

  하지만 니콜 카나는 짐짓 굳은 표정으로 전환하며 로날드를 가볍게 나무랐다.

  “보석이라니, 그런 표현은 삼가게. 얼마 전에 양부를 잃은 아이들 아닌가. 능력발현의 계기가 양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일이었다면....... 오히려 동정해 마땅한 일이지.”

  어두운 표정으로 니콜 카나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군요.”

  그런 대화를 나누던 두 남자는 어느덧 마을 외곽의 작은 2층 집 앞에 도달했다.

 

  “어쨌든, 일단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가볍게 말하는 니콜 카나였지만 로날드의 태도가 조금 회의적이다.

  “순순히 따라올까요? 그들 사이엔 누이가 한명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가족을 두고 갑자기.......”

  그러나, 니콜 카나는 별 문제 아니란 듯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누이 역시 우리가 돌봐주는 조건을 내밀 생각이야.”

 

 -------------------------------------------------------------------------

 

  이엔, 아이신, 아이린. 그리고 미하일이 살던 집은 언제나 시끄러웠고,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그 중 한사람, 미하일은 이제 영영 이 집을 떠났다. 그 때문일까, 지금 이 집은 평소의 소란스러움은 사라져 너무나 침울하고, 무거운 공기가 떠돌고 있다.

  남겨진 세 사람이 있음에도 마치 모든 이들이 사라져버린 듯한 정적이 내려 앉은 집, 이엔은 그 집의 자신의 방에서 홀로 눈물짓고 있었다.

  “......선생님.......”

  너무 울어 쉬어버린 목소리로 지금은 없는 사람, 불과 일주일전에 어이없이, 너무나 허망하게 그의 곁을 떠난 사람을 불러보지만 대답은 돌아올리 없었고, 누구도 거기에 대답해 줄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엔은 무사 할 수 있었다. 이엔은 머리에 붕대를 매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을 상처는 지금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 육체의 회복력이 보통 인간을 상회하는 각성자인 덕분에, 사태 이후 마을에 들어온 용병들에게 적당히 치료받으니 원래 별것 아니었던 상처는 잘 아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의 상처였을 뿐, 그의 마음에 패인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았고, 이엔 스스로도 그것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눈물 흘리는 날이 이어졌다. 이엔은 오늘도 그렇게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식사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엔. 그러나 아이린은 이엔이 굶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않았다.

 

  똑똑.

 

  “이엔....... 들어가도 돼?”

  “아....... 응.”

  이엔은 얼떨결에 대답했지만 아이린의 미약한 목소리를 듣고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은 혼자만의 슬픔에 빠져서 아이린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생각이 떠올라 이엔의 무거운 마음을 다시 한번 괴롭혔다.

  문이 열리고 아이린은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식사를 쟁반에 받쳐 들어오고 있었다. 이엔은 황급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이린, 난 괜찮다니까.......”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지.......”

  식사를 책상에 놓고, 이엔 곁에 앉으며 힘없이 미소 짓는 아이린.

  그러나 그 미소를 보고, 이엔은 다시 한 번 자책했다.

  ‘자신의 슬픔은 아이린이 느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엔은 그렇게 생각했다,

  8년, 쌍둥이가 선생님과 지난 시간이다. 그들에겐 그야말로 인생의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5년뿐이다. 3년의 차이는 분명 쌓여온 정의 무게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 이엔은 새삼스레 아이린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나, 이엔이 아이린을 피한 이유는 하나 더있다.

  “미안해....... 아이린.......”

  “그런소리 또....... 왜 네가 미안해하는 거야.......”

  다름 아닌 그날의 자신의 모습 때문이다.

  이엔은 조금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그날 자신의 모습이 분명 기괴하고 끔찍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사하면서도 이엔을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을 보면 안다. 기괴하게 웃으면서 정체불명의 힘으로 사람을 산채로 토막내고 다녔으니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이엔 본인의 기억은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놈들을 토막내는 것에 커다란 행복감을 느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린과 아이신만을 생각하며 웃으면서 죽였다. 그러면서 정작 그들을 배려하지 못했다.

  그 생각에 이엔은 괴로웠다.

 

  “날 구해주려고 한거잖아....... 선생님을...... 죽인 사람들이고.......”

  그랬다. 물론 그런 상황이 또 온다면 다시 거리낌없이 할 것이라고 이엔은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 더 아이린을 겁먹게 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던 걸까. 아이린을 구해낼 거라면 어째서 선생님은 구하지 못한 것일까.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이엔은 애써 막지도, 지워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돌아가시는 것도, 막지 못하고....... 그런 걸, 보여줘서.......미안해.......”

 

  “이엔!!”

 

  아이린이 양손으로 이엔의 양쪽 뺨을 찰싹, 하고 가볍게 때린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얼굴을 끌어다 자신과 시선을 맞춘다.

  “아이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잖아....... 약속할게, 맹세할게. 난 절대로 너를 원망하지 않아. 너는 나를 구해줬어. 그런데 넌 왜 자책해? 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아이린.......”

  그러나, 아이린의 변호에도 이엔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각성자인 주제에 너무 약했던 자신. 선생님이 죽는 걸 막지 못했던 자신. 놈들을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아이린의 앞에서 총질을 하는 놈들을 산채로 찢어발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던 자신의 모습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린의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너무해....... 넌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응??”

  “아이신도 저러고 있는데! 넌!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내가...... 나도 슬펐어! 근데....... 너랑 아이신은....... 흑.......”

  계속 울먹이던 아이린이 울음을 터트렸다.

  “나도 무섭고 슬펐는데....... 왜 너흰...... 으아아앙!!!!!!!”

  그리고 이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우는 아이린.

  “아이린.......”

  이엔은 충동적으로 아이린을 껴안았다. 안아주는 쪽은 자신이었지만 이엔은 자신이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을 느꼈다.

  그러나 아이린이 떨고 있었다. 그 감각에 이엔의 슬픔이 다시 북받쳐 오른다.

  “미안....... 미안해....... 흐흑.......”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 걸까. 문득 이엔은 또 다른 식구 한명을 떠올렸다.

  “그런데....... 아이신은 뭐해?”

  “훌쩍....... 아이신은....... 너랑 똑같아....... 바보.......”

  그럴 것이다. 아이신이 느낄 죄책감은 더 할 터이다. 자신이 이상한 행동을 한 탓에 출발이 늦어졌고, 선생님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엔은 그것을 아이신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으나 아이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엔은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사실 이엔 역시 처음엔 그놈을 원망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고작 14살 짜리 꼬마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엔에겐 형제와도 같은, 아니 형제였다. 선생님이 죽은 이후 둘 밖에 남지 않은 이엔의 가족이었다.

  “방문을 두드려도....... 훌쩍, 열어주지 않아........ 내가 없을 때 만 나오는 것 같구....... 으아아앙!!!”

  아이린이 우는 모습에 이엔은 아이신에 대해, 무언가 울컥하는 마음이 차올랐다. 쌍둥이 오빠이면서도 아이린의 슬픔을 생각해주지 못하는 아이신에 대한 원망이었다.

  그러나, 이엔은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임을 깨닫고 자조한다.

  “알았어....... 내가 한번 이야기 해볼게. 울지마 아이린.”

  “정말?”

  “응.......”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이엔을 더욱 세게 안는 아이린. 세게, 라고는 해도 그녀의 미약한 힘으론 각성자인 이엔에겐 아무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정도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엔에겐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가련했다.

  “역시.......넌....... 너무 착해....... 그래서 너무 좋아....... 내 동생.......”

  이 와중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아이린은 언제까지 자신을 그저 동생으로만 볼 것인가. 이엔이 그녀에게 품고 있는 마음과 아이린이 이엔을 생각하는 마음은, 물론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지만, 분명 조금 다를 테니까.

  그러나 그걸로 아이린이 좋다면, 이엔도 상관없었다. 언제까지고 그녀의 사랑하는 동생으로 남아도 상관없다. 그녀가 만족한다면, 이엔은 그 정도 씁쓸함은 감수 할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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