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희의 입에서 나오는 예상 밖의 말에
윤주의 시선은 더 싸늘해 진 채 서린희를 바라보았다.
"너랑 나랑 이런 사이로 지속하면 시은이랑 수영이랑
예전 처럼 돌아갈 수가 없어"
"그건 너희들 일이고 만약 너희가 진정한 친구였다면
옛날처럼 지낼 수 있겠지"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애들이랑 다시 친해지고 싶어
그러니까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서린희의 태도는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엄마에게 새뱃돈을 맡겨놓은 아이 보다 더 당당했다.
즉, 자신의 무언가를 맡겨놓은 것을 달라고 하는 것만큼 당당했고
윤주는 그런 서린희를 헛웃음 치면서 바라봤다.
"그러니까 예전처럼 지내자 나 진짜 자리 정리하러 가야겠다. 안녕"
서린희는 진짜 그 일이 있기 전 처럼 인사를 했고
윤주는 기둥에 기대어 서린희가 서 있던 곳을 가만히 바라보다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핸드폰을 바라봤다.
-어디야?
수영이의 문자었다.
-이제 들어가려고
윤주는 빠른 속도로 타자를 입력한
다음 핸드폰과 손을 동시에 주머니에 넣고 교무실로 향했다.
"왜 표정이 왜 그러는데?"
윤주가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수영이는 윤주에게 다가가 와서 말을 걸었다.
그런 수영이의 모습에 민준의 시선 역시 그들에게 쏠렸다.
윤주는 억지웃음을 민준에게 지어준뒤 수영에게 말을 했다.
"일단 정리하고 와"
"이미 다 했으니까 말 좀 해봐 서린희가 또 무슨짓 했지?"
"내가 나갔다 오면 서린희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보다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을 것 같아..빨리 말해랴"
"이따 시은이까지 모이면 말해줄게"
수영이에게 한번 시은이 까지 있는 자리에서 한번
유쾌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기 싫었다.
최대한 말할 수 있는 횟수를 줄이고 싶었고 윤주는 그 말을 남기고
교실로 돌아갔다.
윤주는 교실 앞 문을 열고 기대어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이들은 청소를 다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조금 전까지 복잡했던 속마음도 괜찮아진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같이 게임 해요"
어느새 윤주가 들어온 걸 본 반 아이가 손짓했고 윤주는 웃으면서 반으로 한 발자국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