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천만 회귀자 시대
작가 : 톤토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회귀자 현황 : 10000000/10000000]
[조건 충족]
[천만 회귀자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Chapter0. 프롤로그
작성일 : 17-10-30 11:30     조회 : 515     추천 : 0     분량 : 414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푸욱-

 

 백양궁에 저장 된 루멘의 영광이 카르샤스의 심장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커, 커허헉! 쿨럭! 쿠웨엑!"

 

 카르샤스가 검붉은 피를 울컥 토해낸다.

 칼날이 비집고 들어간 자리에서 시뻘건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그의 심장을 관통한 성검은 기다렸다는 듯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한 새끼야! 이제 좀 끝내자!"

 

 카르샤스의 심장에 칼을 쑤셔 넣은 이솔이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루멘의 영광에서 뿜어져 나온 빛무리는 점점 커져갔고, 이내 카르샤스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가 내지른 비명에 땅거죽이 뒤집히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세상이 마치 깨진 유리거울처럼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오랜 풍파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바위가 모래처럼 바스라 졌고,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협곡들이 무너져 내렸다.

 

 콰아아앙-

 

 마침내 거대한 폭음과 함께 카르샤스의 몸이 터져나갔다. 이솔은 재빨리 거해궁에 저장 된 브리움의 갑옷을 장착했다.

 폭발의 여파로 지구가 붕괴되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온 천지를 뒤덮는 잿빛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들쑥날쑥 했던 지반이 더욱 제 멋대로 솟구쳐 올랐다.

 땅 속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른 마그마는 지상의 모든 것을 지워버렸고, 하늘에서 내리치는 천둥번개가 세상을 불태웠다.

 

 『띠링- 심연의왕 카르샤스를 제거했습니다. 미션 컴플리트!』

 

 그 순간 이솔의 머릿속을 울리는 신명나는 기계음.

 신명나게? 이솔의 눈썹이 치켜세워졌다.

 

 "야. 너 방금 일부러 옥타브 올렸지?"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시치미 뚝 떼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에 좀 더 가까운 기계음의 뻔뻔함에, 이솔은 픽 웃고말았다.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작은 배려이리라.

 하지만 그런 기계음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솔의 눈에서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의 핏줄이 터져나간 오른쪽 눈에서는 피눈물을 연상케하는 붉은 아픔이 흘러내렸다.

 

 "혹시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어?"

 

 그의 입에서 울음을 꾹꾹 눌러 담은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체 반응 스캔합니다. 5, 4, ······ ,1. 완료.』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생명체 : 1]

 

 역시나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죽어버렸다.

 

 "하, 하하. 하하하."

 

 그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목숨 걸고 최종보스를 잡았더니 살아 있는 생명체가 없단다. 이 넓디넓은 지구에 홀로 남겨졌다.

 이리 될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툭- 투둑- 투두두둑-

 

 때 마침 하늘도 이솔을 따라 눈물 흘리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이솔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 주고 싶어 하는 신의 마음일까.

 

 문득,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심연'이 나타난 이후로 계획 된 천만 회귀자 프로젝트.

 프로젝트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선택받은 천만 명의 각성자들이 심연에서 올라온 몬스터와 귀족들을 상대한다. 그리고 그들은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한다. 그런 후엔?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심연을 없애버리는 거지! 어때? 심플하지?

 

 "개뿔."

 

 말은 쉽다. 눈앞에서 연인이 죽어나가고, 가족이 죽어나가는 판에 누가 제정신 붙잡고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겠나. 전부 회귀 시스템 작동시키지.

 그래서 초반에 2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귀 시스템을 작동시켜 버렸다. 심연을 제거할 경험을 하나도 쌓지 못한 채 전력의 5분의1이 깎여나간 셈.

 

 "그 때만 생각하면 아주 그냥."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겨우 수동으로 회귀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하게 막아놓으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죽으면 자동으로 회귀 시스템이 작동되는 편리한 기능 때문에 하루에도 수백 명씩 자살을 선택했다. 경험을 쌓아야 하는 회귀 예정자들이 전부 죽겠다고 날뛰는 통에 아주 개판이 됐었지.

 

 "뭐, 그래서 정예들만 남게 됐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동 회귀 기능을 없앨 수는 없었다. 갈 사람은 다 떠나고 남아있는 회귀 예정자들은 열심히 몬스터를 상대했고, 심연의 귀족들을 죽여 나갔다.

 결국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지구의 생존을 위해 목숨 바친 훌륭한 전사들이였다.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이솔의 눈에 그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과거로 돌아가면 동료들, 그리고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참. 아이러니 하네."

 

 자신은 대한민국의 흔해빠진 고시생에 불과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원에 처박혀 룰루랄라 공부를 즐기던 20대 청년!(이라 읽고 백수라 쓴다.)

 그런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심연의왕 카르샤스를 죽이게 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솔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딴 위로는 필요 없다.

 가족, 친구, 우리집 귀염둥이 똘똘이를 돌려주길 원했다. 잃어버린 삶을 돌려받길 간절히 바랐다. '지금' 바로 여기에!

 

 『미션 달성으로 선택지가 활성화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이솔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바로 운명의 장난질이 시작됐다.

 

 [1. 현재에 머무른다. (단, 현 상태 그대로 유지됩니다. 지구는 살려드립니다.)]

 [2. 회귀한다.(단, '심연'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다시 개고생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회귀자 현황 : 9999999/10000000]

 [남은 회귀자 수 : 1]

 

 눈앞에 나타나는 선명한 선택지.

 운명은 또 다시 이솔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아니, 이건 선택의 탈을 쓴 일방적인 통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선택지 인가?

 

 "지구는 살려드립니다? 이 넓은 땅덩어리에 혼자 살아서 뭐하라고! 그리고 뭐? 개고생? 이런 똥물에 튀겨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

 

 이건 무조건 과거로 회귀하라는 뜻이다. 즉, 다시 한 번 개고생 하라는 소리. 알림창은 친절하게 그걸 그대로 이솔에게 보여 줄 뿐이었다.

 

 "빌어먹을. 똥 같은 놈들아! 우리 집 똘똘이 똥만도 못한 새끼들아!"

 

 이솔은 애꿎은 하늘을 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혹시나 했다. 지금 이곳을 생명이 넘치는 곳으로 바꾸고, 모든 생명체를 부활시켜 해피해피하게 만들어 준다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게 생명체의 일부만이라도 살려주던가, 그게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되, 빌어먹을 '심연'이 없게 만들어주기라도 해야지. 이게 뭐야?

 

 "젠장.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우르릉- 쾅쾅-

 하늘은 이솔의 말에 혼쭐이라도 내려는 듯 천둥번개를 내리꽂았다. 가볍게 내리던 빗줄기는 폭풍우처럼 바람을 머금고 몰아쳤다.

 

 "와. 지금 화내는 거야? 이 정도 말도 못해? 속 좁은 새끼들."

 

 이솔은 투덜대며 옷소매로 얼굴을 한 번 스윽 문질렀다. 빗물과 눈물을 닦아낸 그는 자신의 볼을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좋아.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자신에게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냥 상황이 개떡 같아서 푸념 한 번 해봤다. 그정도는 해도 되잖아? 최종 보스도 때려잡았는데.

 

 "그래! 까짓 거 한 번 해봤는데 두 번 못하겠냐."

 

 이솔은 자신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회귀 장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100명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금 수동으로 회귀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게 바꿔놓았다. 그 때 쯤에는 이미 통제할 사람도 없었거니와, 선택의 자유를 가질 수 있을만큼 모든 걸 바친 사람들만 남았으니까.

 

 "두근두근 하네."

 

 회귀 예정일은 정확히 2016년 11월 1일.

 피와 먼지로 얼룩진 둥그런 장치에서 서서히 푸르스름한 글자가 나타났다.

 

 [회귀 날짜 : 2036년 9월 17일]

 [회귀 예정일 : 2016년 11월 1일]

 

 조작을 마친 이솔이 주위를 한 번 스윽 훑어보았다. 카르샤스가 죽으며 붕괴되기 시작한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주위에 널브러져있던 몬스터들의 사체는 마그마에 휩쓸려 사라져버렸고, 이솔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었다.

 여전히 잿빛 먹구름이 온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어, 낮인지 밤인지 구분되지 않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거, 회귀하기 딱 좋은 날씨네."

 

 이솔이 언젠가 영화에서 본 듯한 대사를 중얼거리며, 회귀 장치에 튀어나온 작은 버튼을 꾸욱 눌렀다.

 

 『띠링- 회귀를 시작합니다.』

 

 [회귀자 현황 : 10000000/10000000]

 [조건 충족]

 [천만 회귀자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안내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하얀 빛 무리가 이솔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잠시 후, 무너져 내리는 지구에는 더 이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 Chapter1. 잊혀진 회귀자(2) 2017 / 10 / 31 308 0 6261   
2 Chapter1. 잊혀진 회귀자(1) 2017 / 10 / 30 296 0 7360   
1 Chapter0. 프롤로그 2017 / 10 / 30 516 0 414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테일 오브 카르
톤토니
21세기 아틀란티
톤토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