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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태엽 시계
작가 : 고보배
작품등록일 : 2017.10.27

소설가 단서하는 웹사이트에 추리 소설을 연재하다 인기를 얻어서
소설책을 출간하게 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다.
동료 겸 조수로 일하는 준결은 음악 심리 치료사다.
서하의 책이 출간된지 6개월쯤 지났을까
서하는 수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추리 소설 작가답게 사건을 해결해가던 서하와 준결은,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주인을 잃고 버려진 낡은 태엽시계를 얻게 된다.
골동품처럼 보이는 낡은 태엽시계가 왠지 무슨 사연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준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지고 오는 서하,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겨난다. 우연한 계기로 낡은 태엽시계를 얻게 된 서하는, 작품이 풀리지 않는 어느 밤에
우연하게 태엽시계를 만지작거리면서 돌리다, 아홉시가 되면 태엽시계가
저절로 움직임을 알게 된다.
스르르 움직이는 태엽시계를 깜짝 놀라서 지켜보던 서하와 준결은, 태엽시계의 움직임이 멈춘 후 방안을 둘러보다가 시간이 8시 55분 과거로 돌아가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작동 오류일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했지만,
다음날 다시 그 시간에 태엽시계를 만지작거리다 똑같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10분전의 과거로 돌아가있다.
서하는 태엽시계가 과거로 돌아가는 장치임을 알게 되어, 그 다음날 준결과 함께 태엽시계를 돌려본다 이번에는 함께 과거로 돌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서하와 준결은 자신들의 실험을 통해서 태엽시계의 작동법을 익혀간다.
태엽시계를 얻은 후 다양한 사건을 찾아다니게 되는 서하와 준결,
두 사람은 태엽시계를 통해서 많은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9. 아이덴티티 5
작성일 : 17-10-27 13:54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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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이덴티티 5

 

 

 저녁 무렵의 거리, 터덜 터덜 걷고 있는 두 사람, 서하와 준결,

 

 마주보며 무언의 눈빛으로 서로의 수고를 치하하는데, 준결의 전화벨이 울린다.

 

 준결 받기 싫은듯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이미 끝난 얘기잖아요” “엄마..” “엄마..알았어요 내일..내일 들를께요”통화를 끝낸 준결의 얼굴이 지쳐보인다. 서하 준결이 안쓰러워서 가벼운 한숨을 내쉬다가, 가까이에 있는 벤치를 발견하고는 준결의 팔을 잡고 말없이 벤치로 이끈다.

 

 길거리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 서하와 준결, 평소의 두 사람답지 않게 고요하다. 서하는 혼자만의 상념에 젖어서 말이 없다

 

 준결 서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준결은 이어폰 한쪽을 서하에게 건넨다.

 

 서하 말없이 받아든다. 같이 노래를 듣는 준결과 서하

 

 이어폰에서는 데미안 라이스의 delicate가 흘러나오고

 

 어느새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다.

 

 

 

 

 손님이 없는 포장 마차 안에서 혼자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서하는 인기척에 이제 막 들어오는 손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들어오는 한 사람, 준결이다.

 

 “아줌마 여기 꼼장어, 소주 한병 주세요” “또 왔어? 요새 자주 오네” “네..”

 

 “앉아있어 얼른 만들어줄게” “네 맛있게 해주세요” 준결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다.

 

 달걀말이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서하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 더 주세요”

 

 “네..” 소주를 갖다주는 포차 주인, “아가씨가 혼자서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셔?

 

 벌써 세병째야 뭔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요” 포차 주인의 걱정스러워 보이는 목소리에 준결은 서하를 물끄러미 본다. “네에..이거만 마시고 갈께요” 서하는 소주병을 들어보이면서 포차 주인에게 배시시 웃어보인다. 포차 주인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하를 슬쩍 보고는 자리를 뜨고 서둘러 꼼장어와 소주를 준결에게 갖다준다. “좀 많이 구웠어 많이 먹어”

 

 준결, 인사를 꾸벅하면서 “고맙습니다..” 포차 주인은 준결에게 대답없이 친근한 웃음을 보이고 서하를 돌아보며 “아가씨 안주 좀 더 줄까?” 염려하듯 묻는다.

 

 “아니요 괜찮아요” “소주만 마시면 속 다 버려, 안주도 같이 먹어야지 잠깐만 있어봐 얼른 뭐 좀 더 만들어줄게” “정말 괜찮은데...”

 

 준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은 꼼장어 접시를 본다 “아줌마 됐어요”

 

 서하를 보면서 “저기요 이거 혼자 먹기는 많은데 같이 드실래요?”

 

 서하 준결을 물끄러미 본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양이 넘 많아서 남기면 아까우니까 같이 드시자는 거에요” 준결은 서하의 눈빛에 당황해서는 서둘러 대꾸한다. “그러면 되겠네 그래 아가씨 저 청년 이상한 사람 아니야 괜찮으니까 같이 먹어, 젊은 아가씨가 안주도 없이 속 다 버릴려구 혼자서들 마시지말고 같이 마셔” 포차 주인 서하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서하의 소주병과 술잔을 들어서 준결의 테이블에 놓는다. “어?” “뭐해? 같이 먹어” 서하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서, 준결의 테이블에 앉는다. 준결, 꼼장어 접시를 서하 쪽으로 놓아준다. “먹어요” “네..고맙습니다..” 서하는 발그레한 얼굴로 꼼장어를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는 서하를 순간 흐뭇하게 바라보던 준결이 묻는다. “무슨 일 있었어요? 혼자서 술을 드시고..”

 

 “좋은 일이 있었어요 축하할 일이 있어서요” “축하할 일이요? 근데 왜 혼자 마시고 있어요? 축하받아야죠” “딱히 축하받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다들 지방에 있어서”

 

 “아하..나라도 축하해줄께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서하의 소주잔에 소주를 한잔 가득 따라주면서 “축하합니다” “고마워요” 한잔 쭈욱 들이킨다.

 

 서하도 준결의 잔에 한잔 가득 따라준다. “답례에요 쭈욱 마셔요”

 

 준결도 시원하게 한잔 쭈욱 들이킨다. “아참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요 하준결입니다 스물 일곱이구요” “단서하에요 올해 서른이에요”

 

 “아하 누나시구나 축하할 일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미 축하도 받았는데요

 

 뭘..오늘 출판사에 다녀왔어요 제 소설이 책으로 나오거든요”

 

 “우와..소설가셨구나 장르는? 로맨스?” “후후후후 다들 여자 작가라고 하면 로맨스일거라 예상하더라구요 아니에요 추리 소설이에요”

 

 “네에..추리 소설, 저도 참 좋아하는데 다시 한번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준결씨는 무슨 일 하시는지?”

 

 “저는 지금 현재 백수에요 일자리를 찾는 중이죠 대학원에서 음악 심리 치료를 전공했는데..아직은 제가 많이 서툴러서 조금더 공부해야할것같아요”

 

 “아..집에서 재촉 안 하시나봐요” “취직하라구요? 재촉 안 하시는건 아닌데, 걍 제가 버티는거죠”

 

 “그래도 부모님이 도와주시나봐요 아직 공부할 수 있는 뒷받침” “형편은 어려운 편은 아니니까” “네에..아버님이 무지 좋으신가봐요 보통 아버지들이 더 재촉하시던데” “아버지는 천국에 계십니다 좋은 분이라서 일찌감치 데려가셨어요”

 

 “이런..죄송해요 제가 괜한 얘기를 했어요” “괜찮습니다 서하씨는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겠네요 여기는 혼자?” “네” “적적하겠어요” “모르겠어요 워낙에 부대끼면서 살다가 독립해서 그런지, 아직은 좋아요”

 

 “형제가 많으시구나” “외동딸이에요” “부대낀다고 하셔서” “친척들이랑 같이 살아요 이모네 식구들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일곱 식구에요”

 

 “아네” “준결씨는 형제분들이랑 같이?” “형은 일찌감치 이민갔구, 엄마랑 둘이 살죠” “좋은 아들이네요 어머님이랑 같이 살구”

 

 “좋은 아들인척 하는 아들이죠” “네에? 말씀을 재밌게 하시네요”

 

 “농담이 아닙니다” 무거운 말투다. 서하 더 묻지 않고, 준결의 비어있는 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부어라 마셔라 주거니 받거니 술을 들이키는 두 사람, 서하와 준결 포장마차 안의 손님들이 들어왔다 사라지고, 들어왔다 사라지기를 여러 차례. 벌써 동이 터온다. 서하와 준결 많이 취해있다.

 

 어느새 친해진 두 사람, 서로에게 말을 놓고 있다. “벌써 아침이네 우와 포장 마차에서 날새보는건 처음인데” “내 덕분에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좋지?” “그래” “우리 이렇게 만난 인연이 괘씸한데, 나가서 2차로 해장국이나 먹을까?” “좋지 좋아 가자”

 

 일어나다가 비틀거린다. 준결 얼른 서하를 부축한다.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서하 술값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준결 서하를 말리려다가 그냥 둔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서하, 준결 취해서는 서로의 팔짱을 끼고 비틀거리면서 나간다.

 

 

 

 

 작업실 밤이다. 서하 물끄러미 준결을 본다.

 

 오늘따라 슬퍼보이는 얼굴의 준결..준결 서하와 시선을 맞춘다.

 

 “하고 싶은 말 해봐” “들어줬으면 하는 말 먼저 해봐”

 

 “누나..사랑이란거 말이야 생각보다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거 같아”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부모가 자식에게 쏟아붓는 사랑도 때로는 그 사랑에 질식할 것 같을때가 있거든 끝없이 쏟아붓는 사랑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부모라고 하여도 지치게 돼. 지친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은 그 사랑에 질식할 것 같고, 차라리 덜 사랑해줬으면, 하게 돼” “배부른 소리다 지금 네가 하는 말 배부른 소리인거 알고 있지?”

 

 “알아..오늘 보니까 더 알겠더라 지금 내가 이런 말 하는거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넘치는 곳은 넘쳐서 불만, 부족한 곳은 부족해서 불만, 있으면 벗어나고 싶어하고, 없으면 목말라하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참, 부모는 자식을 영원히 짝사랑하는 존재라는데, 자식은 그 짝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니”

 

 “너 많이 피곤하구나 그만하면 너도 할만큼 하는거야”

 

 “아니, 우리 어머니한테 나는 언제나 부족한 자식이야 이제 그만 놓으실때도 됐는데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형처럼, 나도 훌쩍 떠나버릴까? 이민이나 가버릴까? 그래서 어머니의 과한 짝사랑에서 벗어나버릴까? 하는 생각 많이 한다.

 

 누나 나 너무 나쁜 아들이지?” “아니, 너 좋은 아들이야, 좋은 아들인척 하는 아들이 아니라, 정말 좋은 아들이야” 준결, 많이 지쳐보이는 얼굴로 “누나가 있어서 이럴 때 누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말없이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는 서하, delicate - 데미안 라이스

 

 ‘좋은 아들 하준결, 네 어머니는 너 보면서 행복하시겠다 말씀은 안 하셔도’

 

 ‘누나는 사랑이란거 해봤니? 사랑하게 되면 우리 어머니처럼 되나? 나는,모르겠다

 

 누나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결혼해서 부모가 되어도 자식에게 집착할까? 우리 어머니처럼 나도 그럴까? 아닐거야 우리는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테니까 우리 어머니처럼 자식을 짝사랑하면서 집착하지는 않을거야 누나 우리 어머니는 행복하시지 않은거야 우리 어머니는 내가 채워드릴 수 없는 행복을 나에게 바라고 계셔 그걸 아는 나는 우리 어머니의 집착에서 도망가고 싶은거고 이런 내 마음 누나는 이해할까?’

 

 

 

 

 이른 아침의 오피스텔 앞, 부스스한 모습으로 우유와 빵을 사들고 들어오는 준결 흥얼 흥얼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늦은 오후 길을 나서는 두 사람, 버스 정류장까지 천천히 걷는다.

 

 맑은 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는 서하와 준결,

 

 구경 나온 사람들 틈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장난을 치면서, 뛰어다니며 꺄르르 웃어보이기도 하는 두 사람,

 

 즐거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해맑다.

 

 버스 안에서 창을 열고 뒷자리에 앉아있는 서하, 그 곁에 앉아 거리 풍경을 보고 있는 준결의 머릿 속 생각이 정리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한 사람 안에 여러 개의 성격이 존재하는게 아닌,

 

 합쳐져 있어서 전체성을 유지해야할 정신의 상태들이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분리되어, 분리된 정신 상태의 일부분들이 일시적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조정하는 것이다 조각나있는 정신 상태가 완전히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내서, 그 모습이 자신이 아닌, 마치 다른 사람인것처럼 보여지는 상태로, 조각 조각 나눠진, 일부분의 정신상태로 만들어낸 자신의 모습을, 본연의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하게 인식하게 되는 경우의 사람들이 해당된다’

 

 서하, 버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다중인격장애,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중증인 환자들을 떠나서 어쩌면 사람들에게 모두 조금씩은 존재하는 증상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본모습을 조금씩은 감추면서, 본연의 나, 내면의 나와 차이를 보이는, 사회적인 나의 얼굴을 만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내면의 자신의 모습과 사회적인 얼굴이 별 다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본연의 모습, 내면의 모습과, 자의적, 타의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인 스스로의 얼굴의 차이가 마치, 다른 인격의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큰 차이를 보인다 스스로의 내면과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의 갭을 없애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스스로는 결국 자신 안에 두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거다

 

 인간의 욕망은 때로는 자신의 내면을 기만하면서, 보여지는 모습이 원래 실제의 나인양 스스로를 현혹시켜서, 보여지는 모습을 포장할수록 내면의 나 역시 포장과 같은 모습의 자신이리라 착각하게 만든다 다중인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그건 해리성 환자들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다음날 밤샘 작업으로 피곤해보이는 준결을 깨우지않고 메모를 남겨놓고 서하는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온다.

 

 

 

 

 메모 : 이따 소극장 앞에서 만나 늦지않게 와!

 

 

 

 

 오랜만에 혼자 골동품 가게에 들른 서하, 주인장 너털웃음으로 서하를 반긴다 “어서와 오랜만이네” “잘 지내셨어요?” “나야 늘 그렇지, 뭐 찾을거 있어?”

 

 “오페라 안경 있어요?” “오페라 안경? 어서 본거같기는 한데, 잠깐만 기달려봐” 주인장 오페라 안경을 찾아보고 서하는 골동품 가게 안을 둘러본다. 주인장 오페라 안경을 찾으면서 말을 건넨다.

 

 “그 청년은 같이 안 왔어?” “네” “둘은 어떻게 알게 됐어?” “그냥 우연히 알게 됐어요” “우연처럼 보이는게 우연이 아닐수도 있어 시절이 다가와서 만나게 되고, 시절이 다해서 헤어지게 되는거야” “네?”

 

 “아가씨가 지금까지 살아온걸 생각해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도 함께 하나?” “아..니요” “그것봐 예전에 알아왔던 사람들과는 인연이 다 한거야 그 사람들과의 정해진 인연은 거기까지였다구 되돌리려하지마” “무슨?”

 

 “인연이 끝난, 다한 인연을 되돌리려 하지 말라구” “무슨 말씀이세요?” “다한 인연을 되돌리려 애쓰다, 곁에 있는 인연을 놓치게 돼 꽃이 피었다가 계절이 다하면 져버리는 것처럼, 시절이 다하면 그 인연은 지나가는거야” 서하 주인장의 말을 경청한다.

 

 “되돌아가서 풀릴 문제라면, 되돌아가지 않고서도 풀릴 수 있어 하지만 되돌아가서도 풀리지 않는다면, 다시 되돌리려 해서는 안돼 되돌아와서 다시 풀어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그때는 그저 시절이 다했구나 지나간 인연이구나 여기면 된다구” 서하 주인장의 말을 곰곰이 생각한다.

 

 “내 말 명심해 되돌아가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시절이 다해서 지나가버린 거야..다시 되돌리려 헛수고 하지마..시간은 앞을 보면서 흘러야지 자꾸 멈춰두면 안 되는거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딱 한번 뿐이야 그 한 번의 기회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라면, 지나가버리게 그냥 두라는 뜻이야 물 흐르듯이 그렇게 흘러가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그냥 두라는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잘 모르겠지만, 명심할께요” “그래 그거면 됐어” 오페라 안경을 내밀면서 “여깄어 갖고가” “얼마에요?” “됐어 그냥 주는거야” “에이 그럴 수는 없어요 얼마에요?” “그냥 갖고 가고, 다음에 들를 일 있으면 맛있는거나 좀 사와 요즘 사람들 먹는거 맛있는거 많잖아 좀 사다줘” 서하 한사코 사양하는 주인장에게 더는 얘기하지 않고, 오페라 안경을 받아든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청년한테 안부 전해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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