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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만인지우
작가 : 야운
작품등록일 : 2017.10.6

만 명의 친우를 사귀어야 하는 주인공 계낙천의 성장물이자 유쾌통쾌한 구주강호 종횡기.

(악인이 개과천선한다는 말은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개소리일 뿐.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5. 그런 세상은 없다.(5)
작성일 : 17-10-20 14:52     조회 : 444     추천 : 0     분량 : 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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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낙천과 만임조원은 또 한 번 총관실로 불려갔다.

 백사웅이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왜 또 우릴 부르지? 우리가 뭘 또 잘못한 게 있나?”

 “그러면 안 되는데……?”

 막청지의 말에 한숨을 내쉰 곽홍이 백사웅을 보며 말했다.

 “난 그런 적이 없는데 자네가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네?”

 “내가 뭘요? 난 잘못한 게 없다고요.”

 발끈한 백사웅이 말하자 곽홍이 낙천을 바라봤다.

 낙천이 말린 과일을 먹으며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자 찔끔한 곽홍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 소협! 꼭 자네가 잘못했다는 소리가 아니라 잘 생각을 해보란 말이네. 내 말은.”

 “시, ……내가 왜?”

 “혹시나 아무한테나 그리 반말이라도 한 거 아닌가 해서 말이네. 가령 당주나 총관, 아니면 장주님에게…….”

 화들짝 놀란 막청지가 소리쳤다.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런 거야? 장주님에게 반말을 했어?”

 “시, 장주가 누군데?”

 모두가 식은땀을 흘리며 낙천을 바라보다 호들갑을 떨었다.

 “크, 큰일이군. 정말 그런 거 같은데?”

 “우리가 큰일은 아니지요. 뭐 막말로 우리가 그런 것도 아니고.”

 백사웅의 입을 틀어막으며 곽홍이 낙천의 눈치를 봤다.

 “연대 책임이라는 게 있지 않나? 사웅 자네 말 대로라면 우리까지 부를 이유도 없지.”

 백사웅이 말린 과일을 먹는 낙천을 쏘아봤다.

 “정말 그런 거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때문에 우리까지 이게 무슨 피해냐고?”

 낙천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 때문이라는 게 확실한 건가? 아니면 니들 다 뒈진다?”

 그제야 세 명은 자신들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것을 알고 찔끔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네.”

 “……나도!”

 백사웅은 인제 와서 발뺌하는 곽홍과 막청지를 쏘아봤다.

 총관실 문이 보이자 곽홍이 얼른 소리를 높였다.

 “만임조입니다!”

 “들어 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적룡당주와 처음 보는 인물 두 명까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인물은 왠지 몰라도 만임조원을 살피는 것처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만임조원 세 명은 불안한 표정으로 슬쩍 시선을 피했지만, 낙천은 그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봤다.

 두 인물이 눈을 가늘게 뜨자 낙천은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묘한 분위기가 흘렸다.

 “다름이 아니라 적룡당주가 자네들을 찾아서 말이네.”

 그 분위기를 깨듯 총관이 입을 열었다.

 “적룡당주가 자네들을 상당히 좋게 본 모양이야. 중요한 일인데도 자네들을 굳이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적룡당주를 슬쩍 바라본 총관이 다시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적룡당주에게 듣게. 그만 나가 봐!”

 적룡당주와 두 인물이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낙천과 만임조원이 그 뒤를 쫓았다.

 “아, 계낙천!”

 총관의 부름에 낙천이 뒤를 돌아봤다.

 “자네가 이제 만임조 조장이네.”

 낙천이 그게 자신한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멀뚱멀뚱 바라보는데 총관이 다시 말했다.

 “적룡당주의 두 조장과 같은 직급이니 쓸데없이 지고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야.”

 원래부터 지고 들어가는 성격이 아닌 낙천은 여전히 이 무슨 쓸데없는 소리인가 했다.

 총관이 책상의 서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본 장도 너무 관행에만 물들어 있어서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총관은 서류에만 집중했다. 이미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은 듯했다.

 낙천은 총관실을 나왔다.

 방문 밖에서 듣고 있던 적룡당주가 몸을 돌렸다.

 “일단 가지.”

 적룡당주가 앞으로 걸어나가자 두 조장도 낙천을 힐끔 바라보다 그 뒤를 쫓았다.

 만임조원은 불만스러운 듯 뚱한 표정으로 낙천을 바라봤다.

 “똥이라도 씹었어?”

 만임조원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낙천과 모두가 도착한 곳은 수인장이 있는 인화촌에서 말을 타고 한 시진이 걸리는 곳이었다.

 인화촌이 번화하다고는 하지만 대림주 전체에서 보면 발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 인화촌보다 도착한 태은촌은 땅은 두 배로 넓었지만, 더 낙후된 곳이었다.

 낙후된 태은촌에서도 외진 마을의 한 장원으로 일행은 들어섰다.

 칼을 찬 무인들이 마을 주민들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를 하다가 적룡당주와 두 조장을 보고 아는 척을 해왔다.

 그들 모두가 적룡당 무인들이었다.

 들어서기 전부터 피비린내에 만임조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으로 발을 디디자마자 두 눈을 부릅뜬 머리가 나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목 아래에서 바닥까지 흘러나온 피가 말라서 눌어붙어 있었다.

 

 곽홍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으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막청지와 백사웅도 너무 끔찍해서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그런 막청지와 백사웅의 눈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적룡당주와 두 조장의 뒤를 쫓는 낙천이 보였다.

 평소대로 말린 과일까지 씹어먹고 있었다.

 인상을 팍 찡그린 백사웅이 중얼거렸다.

 “매일 시체를 보고 자랐나?”

 “……그럴 리가.”

 답한 막청지의 눈에 잘린 머리의 몸통이 뒤쪽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전신에 말라버린 피가 진득하게 묻어있었다. 막청지와 백사웅은 얼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체를 살펴보는 세 명의 사내가 있었다.

 셋 모두가 아래위로 희색 무복을 입고 이마에도 흰색 영웅건(英雄巾)을 두르고 있었다.

 흰색 영웅건 중앙에는 붉은색의 둥그런 옥이 박혀있었고 무복의 어깨엔 ‘盟(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까지 안내한 조장이 세 사내에게 먼저 입을 열었다.

 “본 장의 적룡당주입니다.”

 세 사내는 동시에 포권지례를 해 보였다.

 “무림맹 대림주 지부인 신안세가(神眼世家)에서 온 장선광입니다.”

 “왕관웅이라고 합니다.”

 “당일기입니다.”

 적룡당주도 포권으로 화답했다.

 “먼 길 오셨소. 광색마(狂色魔) 염기의 짓이 확실한 것이오?”

 “하는 짓이나 검을 쓴 수법을 봐도 광색마가 확실합니다. 천도주(千都州)에서부터 이와 똑같은 짓을 수없이 저지르면서 길을 따라 여기까지 온 듯합니다.”

 적룡당주가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얼마나 대단한 짓을 저질렀기에 신안세가에서까지 직접 나선 것이오?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본 수인장도 치안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자신하기에 묻는 거요.”

 장선광이 답했다.

 “기분이 나쁘기는요. 당연히 그리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보여드리지요.”

 장선광이 안내를 도맡으며 앞장섰다.

 장선광 옆으로 왕관웅과 당일기가 붙었고 그 뒤를 적룡당주와 낙천을 비롯한 일행이 쫓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점점 많은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나같이 잔인하게 목이 잘리거나 배나 가슴이 쩌억 갈라져 안의 내장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몇몇 시체는 내장이 밖으로 아무렇게나 흘러나와 있었다.

 “우에에엑!”

 곽홍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속에 든 것을 게워 내었다.

 막청지와 백사웅도 울렁거려서 얼굴이 누렇게 떴다.

 “못 견디겠으면 너희들은 나가 있어라.”

 적룡당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곽홍은 뛰쳐나갔다.

 두 조장이 바라보는 눈길에 막청지와 백사웅은 억지로 토기를 참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저도 그냥 괜찮습니다.”

 두 조장은 이번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낙천을 바라봤다.

 낙천의 얼굴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저런 잔인한 시체 정도는 담담하게 볼 수 있다는 표정 같았다.

 또 다르게 보면 긴장이나 두려움, 혹은 울렁거림을 감추느라 무표정을 고수하는 듯했다.

 어찌 됐든 두 가지 모두 평범한 인물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두 조장은 이런 부분 때문에 자신들의 상관인 적룡당주가 눈여겨보는 건가 싶었다.

 앞장선 장선광이 한 방문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부터 기분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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