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 나 곽홍도 있다.”
퍼억!
곽홍은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휘두르는 팔꿈치에 얼굴을 얻어맞고 뒤로 부웅 날아왔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곽홍을 본 낙천은 말린 과일을 씹으며 슬쩍 몸을 피했다.
우당탕!
“으으으……!”
바닥에 쓰러진 곽홍이 신음을 흘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위를 확인했다.
낙천이 말린 과일을 씹어대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곽홍은 시뻘게진 얼굴로 삐거덕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얄밉다는 표정으로 낙천을 쏘아본 곽홍은 다시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곽홍은 발목을 접질렸는지 한쪽 발을 절뚝였다.
곽홍은 백사웅의 얼굴을 후려치는 금전장 사내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곤 사내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움켜쥐더니 뭔가 어색한 듯 손바닥으로 바꾸었다.
온몸의 힘을 실어 사내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따악!
앞으로 머리가 확 숙어진 사내가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찔끔한 곽홍이 뒤로 물러섰다.
“이 병신새끼가!”
퍼억!
사내가 곽홍의 얼굴을 후려쳤다.
곽홍이 다시 낙천이 앉아 있는 자리로 날아와 넘어졌다.
우당탕!
느긋하게 앉아 있던 낙천이 말린 과일을 입에 가져가다 멈칫했다.
사내가 날 듯이 단번에 다가와 쓰러진 곽홍의 얼굴을 후려 패기 시작했다.
퍽퍽퍽!
곽홍의 얼굴에서 코피가 터져 나왔다.
“병신 새끼가, 싸움에 ‘싸’ 자도 모르는 것 같은 새끼가.”
곽홍이 얻어터지면서도 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사내의 말을 맞받아쳤다.
“나, 나도 수인장 소속이라고.”
낙천이 말린 과일을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소리치는 곽홍을 보던 낙천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딴 쪽으로 돌려버렸다.
황당하다는 듯 주먹질하던 것도 멈춘 사내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셔?”
철썩!
사내가 곽홍의 뺨을 주먹이 아니 손바닥으로 놀리듯이 후려쳤다. 명백한 무시이자 조롱이었다.
손바닥이라 해도 곽홍의 얼굴은 목이 꺾일 것처럼 획 돌아갔다. 뺨이 단번에 퉁퉁 부어올랐다.
“수인장은 너 같은 병신도 받아주더냐?”
철썩!
또 한 번 곽홍의 뺨을 후려쳤다.
딴 쪽을 바라보는 낙천의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번들거리는 듯했다.
“그냥 너 우리 금전장으로 와라. 대신 너 같은 놈은 뒷간 청소나 해야겠지만! 아, 그것도 안 되려나?”
“시벌……”
순간, 낙천이 딴 곳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뭐?”
사내가 곽홍의 뺨을 때리다 말고 낙천을 돌아봤다.
“너 뭐라고 했냐?”
낙천이 들고 있던 말린 과일을 팽개치고 사내에게로 몸을 날렸다.
“나도 수인장 놈이라고. 이 개 시벌, 음아!”
사내는 낙천이 몸을 날린 순간부터 팔뚝을 올려 제 얼굴을 막아내려 했다.
퍼어억!
하지만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낙천의 주먹이 먼저 사내의 안면을 가격했다.
우당탕!
사내는 곽홍의 위에서 벗어나 바닥을 몇 바퀴나 데굴데굴 굴렀다.
퍼억!
얼마나 힘이 좋은지 의자에 등을 부딪치고 나서야 멈추었다.
사내는 낙천을 질린 얼굴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낙천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두머리 사내가 막청지와 싸우다 말고 낙천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두머리 사내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낙천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날렸다.
“이 시벌……, 음들아!”
부웅 몸을 날린 낙천에게 우두머리 사내가 옆의 의자를 집어 던졌다.
콰직!
날아온 의자를 왼팔로 후려친 낙천이 그대로 우두머리 녀석의 얼굴을 발길질로 걷어찼다.
퍼어어억!
어느 때보다 큰 타격음과 함께 우두머리 사내는 옆으로 몇 바퀴나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곤두박질치는 곳이 하필이면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한복판이었다.
서로 엉켜 싸우고 있는 막청지, 백사웅과 다섯 금전장 사내들은 자기들 쪽으로 날아오는 우두머리 사내를 보곤 사방으로 피했다.
우당탕!
먼지를 날리며 엎어진 우두머리 사내는 경기라도 난 듯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장 내가 싸늘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낙천은 장 내의 분위기가 어떻든 사내에게 다가와 몸을 앞으로 뒤집었다.
퍼퍼퍼퍼퍽!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는 묵직한 소리가 조용한 장 내에 울려 퍼졌다.
“이 새끼가!”
놀라 굳어있던 금전장 사내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금전장의 나머지 사내들도 싸우던 막청지와 백사웅을 남겨두고 낙천에게 달려들었다.
한 명이 먼저 낙천의 등 뒤로 가서 어깨를 잡아채려 했다.
낙천이 놈의 안면을 뒤통수로 그냥 찍었다.
빠직!
“아악!”
부러진 코를 잡을 새도 없이 사내는 기절해 쓰러졌다.
그동안 두 명이 낙천의 양쪽에서 얼굴과 가슴을 향해 발을 후려 찼다.
“죽어, 이 새꺄!”
퍼억!
낙천은 왼 팔뚝으로 얼굴을 향해 날아온 발을 막았다. 그리고 가슴을 노린 사내의 가랑이로 먼저 오른손을 뻗고 있었다. 바로 낭심을 움켜쥐었다.
“크아아악!”
사내가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순간. 낙천은 왼팔로 발을 막은 사내의 다리를 오른손으로 다시 움켜쥐었다. 옆으로 비틀었다.
우득!
“아악!”
사내도 괴성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순식간에 다섯 명을 처리한 낙천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일어섰다.
“다 덤벼, 이 시벌, ……음들아!”
달려들던 두 명의 금전장 녀석들이 뒤로 주춤 물러섰다. 두 녀석 모두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바로 날아오른 낙천의 발이 한 사내의 얼굴과 가슴을 찍듯이 연타했다.
퍼퍽!
부웅 날아간 사내는 한쪽에 있는 기둥에 요란하게 부딪힌 후에야 멈추었다.
우당탕!
그동안 혼자 남은 금전장 사내는 악사들이 있는 무대로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파랗게 질린 사내는 떨리는 입술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비, 비켜!”
악사들이 놀라 각자 악기들을 품에 안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몇몇은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악기만 품에 안은 채 벌벌 떨어댔다.
금전장 사내는 무대를 박차고 위로 날아올랐다. 둥그런 벽을 중간에 발로 차 위층 난간으로 다시 몸을 띄웠다.
위층 사람들도 그 난간에 두 줄 세 줄로 기대어 아래층에서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 쪽으로 몸을 날리는 사내를 보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켜서려 했다.
“꺄아아악!”
스윽!
하지만 사내의 옆을 흐릿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낙천이 사내 위로 불쑥 나타났다.
사내가 움찔했다.
낙천의 발이 한껏 위로 올라간다 싶더니 그런 사내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퍼어억!
사내의 얼굴이 뒤로 획 돌아갔다.
몇 바퀴나 몸을 회전하다가 사내는 무대 위로 떨어졌다.
우당탕!
사뿐히 내려선 낙천이 바닥에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갔다.
“계 소협!”
누군가 낙천을 불렀지만, 낙천은 그것도 들리지 않는지 사내의 몸을 깔아뭉개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계낙천!”
자신의 이름을 부리는 소리에 낙천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곽홍과 막청지, 백사웅이 무대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만 좀 하게. 계 소협!”
곽홍의 떨리는 목소리에 낙천은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장 내의 모두가, 그것도 위층 사람들까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슬쩍슬쩍 사방을 살피던 낙천은 제 밑에 이미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사내를 확인했다.
일어선 낙천은 일행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오늘 술은 못 먹는 거지?”
“……”
“……”
“……”
모두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일행과 입구를 향해 걸어나가던 낙천이 제 품 속을 뒤지다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봤다.
엉망이 된 기루를 본 낙천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 씨! 내 건과일! 이 새끼들 어디 갔어? 감히 내 과일을……! 아주 죽여버린다.”
화들짝 놀란 막청지와 백사웅, 곽홍이 그런 낙천을 양쪽에서 잡아 얼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내, 내가 사줄게.”
“그래그래. 나도 사주마.”
“……나도!”
낙천을 바라보는 이들 중엔 입구에서 만났던 수인장 무인과 일향루 곳곳에 배치되어있던 또 다른 수인장 무인들도 있었다.
제 식구인 수인장 신입들이 있어 나서지 못했고 상대편이 금전장 무인들이라 더 나서지 못했다.
금전장 놈들이 신입을 대하는 태도에 속을 끓이고 얻어터지는 모습에 울화통이 터져 가슴만 퉁퉁 두들겼던 이들은 낙천의 등장에 통쾌함과 가슴 서늘함을 동시에 느꼈다.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놈이 새로 들어왔나 생각했던 이들은 그래도 제 식구인지라 웃음을 보일 수 있었다.
곧 일향루 루주(樓主)에게 불려가 엄청난 잔소리와 어쩌면 감봉까지 당할지도 모르는데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