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의 이야기 **
나는 적극적이 된다. 그렇게 점심을 다 먹고 늘어져 있던 우리는, 작가님께 가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말씀드린다.
우리가 어제 오전 촬영부터 시작해서, 숙소에서 밤새 촬영한 우리끼리의 대화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이 황당한 소나무 영혼 팬픽 이야기가 많으니, 여기서 팬픽에 나오는 소나무 영혼들을 돌려보내는 설정으로 촬영을 해보면 어떻겠냐 하고 말씀드려 본다.
옆에서 나비가 아이디어를 술술 쏟아낸다.
우리가 소나무 하나씩 붙잡고 있고 빈이 우리에게 주술을 걸면 우리는 주술에 걸리는 연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어 놓는다. 그리고, 우리는 전생의 기억인, 소나무 기억들이 없어지는 거로 하는 스토리는 어떤지 설명한다.
옆에서 케니도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맞장구를 치고, 작가님도 한번 해보자 하신다. 우리가 빈에게 연락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작가님께서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돌아가시자마자, 나는 바로 빈에게 전화를 한다.
빈에게 전화한 나는, 몸이 어떤지 물어보고, 바로 우리와 작가님이 이야기한 스토리를 빈에게 이야기한다. 빈은 아주 꺼리는 눈치다. 그때의 주문은 기억하지만, 그런 걸 방송에 나가게 하기는 좀 그렇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아무 효과도 없는 주문이 어때서 그러느냐며 우리는 빈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옆에서 나비와 케니가 그때 그 목소리의 주문 한 번 더 들어보자며 빈에게 떼를 쓴다. 너무 듣고 싶은 엄마의 목소리 같다고 마구잡이 억지를 부리는 둘을 보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결국은 빈에게서 허락을 얻어 낸다.
“이건 내가 촬영할까?”라는 말과 함께 케니가 핸드폰을 꺼낸다.
전화를 끊고, 우리끼리 주먹을 살짝 부딛치며 계획의 승리를 조용히 자축하며 다음 촬영 장소로 모두 출발 준비를 한다.
나비가 “얼른 메이크업 다시 받으러 가.”라며 아직도 부어있는 얼굴의 효기를 잔디밭 위의 돗자리에서 밀어낸다.
효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우리는 다시 계획을 더 치밀하게 짠다.
모든 시나리오는 짜졌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우리에게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훅하고 불어온다. 이런 우리를 찍고 있는 케니의 핸드폰 카메라에 대고 윙크를 날려 본다.
다음 촬영 장소로 향하는 우리는 차 안에서 이번에는 효기를 향해서 설정 샷 주문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쏟아 낸다. 정말 왕이 영혼을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박수 무당에게 명령을 내리듯, 실감 나게 해야 한다, 홍빈이 사실로 받아들이게 행동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들을 차에 설치된 카메라에 대놓고 이야기한다.
무슨 이야기야, 하고 물으시는 카메라 감독님께 인터넷에서 읽은 최근 우리 팀의 팬픽 이야기의 연장이라고 둘러댄다.
그런 우리를 보며 효기는 “내가 언젠가는 오늘의 이 황당한 형들의 상황극을 팬픽으로 쓸 거야!”라고 외친다.
== 15화. 촬영 둘째 날, 10:00A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