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의 이야기 **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강변의 그늘에 앉아, 우리가 빈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어제 우리는 우리의 궁금증과 미래를 알기 위해서, 빈을 너무 몰아붙인 것 같다. 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빈이 느낄 절망감 같은 건 헤아리지도 못했다. 네오형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했지만, 둘은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원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왕이 박수 무당에게 그림 속 소나무에 넣을 네 그루의 소나무 영혼을 찾아 가져오라 명했다 했다. 지금 우리는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홍빈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왕의 명을 이행하고 자신이 원하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
아마도 빈은 자신의 미래보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리를 먼저 제자리로 돌려보낼 방법만 생각할 것이다. 빈이 우리를 그림 속 소나무에 넣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홍빈의 영혼은 영생을 계속 살아야 한다. 자신의 영혼이 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우리를 그림에 넣을 생각은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제 빈에게 우리 셋은 지금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제 처음으로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빈이나 네오형이 겪었을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신이 겪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빈은 아마 소나무 영혼인 우리를 먼저 제자리로 돌려보낼 방법만 생각 중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제자리, 아니 흩어지고 나면 왕의 어명인 소나무 영혼을 그림에 넣는 것을 실행할 수 없어지게 된 빈, 자신은 영혼 불사의 고통을 몇백 년을, 아니 몇천 년을 또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 효기를 왕인 것으로 믿게 하여, 효기의 어명으로 빈에게 불멸의 삶을 끝내라 명하자고 제안을 한다. 비록 효기가 아무 능력이 없지만, 빈이 효기를 그때의 왕으로 믿는다면 빈은 자신의 믿음으로 영혼 불멸의 삶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왕이 어명을 내렸다고 영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박수 무당이었던 빈형이 왕의 어명을 듣고 스스로 주술로 만들어 자신에게 불로불사 영혼의 주술을 씌웠을 것이라는 또 다른 가설을 만들어 본다.
나의 이야기를 듣던 댄형이 아이디어를 낸다.
효기에게 ‘불로불사의 영혼을 거두어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어명을 내릴 왕의 역할을 시킨다.
나와 케니형은 댄형의 아이디어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