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성녀사건1화
"꺄악!"
거울속 내모습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성녀님 무슨 일이세요?!"
내 비명소리를 듣고 누군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문쪽을 보았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환청인가?
나는 중얼거리듯 이름을 불렀다.
".......비아?....."
"네?..네.....저 성녀님.....비명은 왜 지르신 거예요? 무슨일 있으세요?"
비아는 내말이 자신을 부른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런 뜻으로 나온 말이 아니였는데.....
역시 나는 환상 같은걸 보는거겠지? 아니면 꿈인가?........
비아......내 접속 시녀인 그녀.......과거에 내가 못살게 굴며 때리고 짜증부리며
신전에서 쫓아낸 시녀였다............
꿈일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를 걱정할리가 없다. 아니 저 걱정도 진심은 아니겠지.
하지만 꿈이라도 좋았다. 이 순간만큼은.......내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그 귀회를 꿈으로 준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황급히 변명의 말을 내뱉었다.
"아...아니.......버..벌레를 봐서......."
말끝이 흐려졌다. 눈시울이 뜨거워 지면서 눈물이 흘렀다. 그런 내모습을 본
비아의 눈이 휘둥글해 졌다. 그러면서 황급히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서..성녀님!.....왜 그러세요?....벌레가 그..그렇게 무서우셨어요?...제가 잡아 드릴게요!
그러니 뚝 하세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안에서 울어보고 싶어졌다. 사람의 품은 따뜻하다고
했다. 죽는 순간에 차갑게 얼어 붙었던 몸의 온도가 아직도 느껴진다. 그녀의
품으로 들어가면 따뜻하겠지?.....안기고 싶었다. 안겨도 될까?
기분나빠 하지는 않을까?.....하지만 나는 그냥 안기기로 했다. 두손을 벌려 그녀의 품으로
와락 안겼다. 따뜻했다. 차갑지 않았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체온이란 말인가......
내가 안기자 비아는 눈을 크게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아는 벌벌떠는 나를 보고
마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아...쪽팔려.'
죽기전의 삶에서도 내가 운적은 극히 드물다. 아....자주 운 장소가 있기는 했다. 연회장에서......
귀족들과 연회를 즐기다 보면 이런저런 다툼이 있기 말연이다. 그럴때마다 나는 눈물연기를 선보이며
모든 상황을 내게 유리하도록 돌렸다. 몇번을 해도 사람들은 내 연기에 넘어왔다.
그럴때마다 나는 '바보 같은녀셕들' 하며 속으로 귀족들을 비웃었다.
물론 이런 내 연기가 안통하는 이가 한명 있었다. 그는 바로 황태자 였다.
연회를 좋아하지 않는 그가 어쩔수 없이 연회에 참석할때마다 나도 그자리에 있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며 혀를 차던 그가 떠올랐다.
그는 나를 싫어 했지만 그렀다고 나를 피하거나 남들처럼 뒤에서 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뒤에서는 안했다. 내 앞에서 대놓고 했지.......
"성녀님, 이제 안정 되셨어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은 피했다. 쪽팔렸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아니 전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상했다......꿈치고는 이건 너무 생생하달까.......내가 죽었던게 꿈인가? 하고 생각하면 그건
아니였다. 죽음의 감각이 이렇게 생생한데......그렇다고 이것이 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닌것 같기도 했다.
아니 지금 그런것이 뭐가 중요한가?....이게 꿈이라면 언제가는 깰것이다. 그전에 나는 전의 죄를
갑아야 한다. 날위한 삶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어리석었던 과거에 나 죽어라?!'
나는속으로 내 욕을했다. 욕으로는 성이 안찼다 그냥 때릴까?
아니 그것은 좀 그랬다. 나는 미친년이 아니였다. 아니 전에는 미친년이 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 죄를
깨달았다. 아니 근데 잠깐만......지금 내 모습은 분명이 11살일때의 내 모습이었다. 게다가 아직 비아가 있는걸
보면 사람을 죽이기 전인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죽기전 삶에서 11살때 시녀를 죽였다. 그것도 아주 어이없는 이유로...... 시녀는 복도를 걸었던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내가 깨어났다. 그것이 짜증나서 나는 채찍을 휘둘러 시녀를 쳤다. 본의 아니게도 채찍이 그녀의
목으로 향했다. 힘조절도 안했던 탓에 멈추기는 늦었고....그래서 그냥 생각없이 휘둘렀다. 설마 목뼈가 부러지며 피가 날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본 시녀가 한명 있었다. 비아였다. 비아가 이상한 소문을 내면 자신이 곤란했다.
그래서 그녀를 신전에서 쫓아냈다. 다음날 복도에는 시녀의 시체가 자리 잡았고 비아는 신전에 없었다.
자신이 쫓아냈으니까. 그렇게 죄는 비아가 다 뒤집어 썼다. 나는 손톱만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진짜 미친년이었다. 악마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한사람 더 있었다면
세계가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미쳤다고 나같은 사람을 좋아하겠나...... 그들은 나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이 없는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다 나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성녀님?"
"...응?...왜 불......"
'왜 불러?' 라고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스승인 헤이넬이 항상 사람을 대할때는 존댓말을 쓰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비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왜 불러요, 비아?"
"..아니...그게......어?...."
비아의 눈이 커졌다. 왜저러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아는 어버버 거리면서도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는것 같았다. 격하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이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길게 심호흡을 한 다음 나를 주시했다.
그러고는 말을 더듬거리며 천천히 입을열었다.
"그...그러니까......성녀님 방금......아니 아니에요. 제가 잘못들은 것이겠죠?!"
"...네?....무엇을 말이에요?"
"......아....."
그녀는 한번더 놀랐다. 그녀는 순간 숨을 쉬지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쳤다.
".....잘못들은게 아니였어!"
"....?"
응?...잠깐만 저거 내말 듣고 저러는거 맞지?......설마 존댓말 했다고 이러는건 아니겠지?
나는 설마 하고 생각하며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근데 그 설마가 맞는것 같았다..........
아니 왜?.......내가 존댓말한게 그렇게 충격인가? 방금 내가 울때는 그나마 이거 보다는 나은 반응
이었다. 차리리 울었을때 이런 반응이라면 내가 황당하지나 않지.
".....저 성녀님. 이건 그러니까.....기분나빠 하지말고......혹시나 해서 묻는 것이니까.........
저기...어디 아프신 데라도....있으세요?"
그녀는 나를 내려다 보면서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혼란과 떨림이 담겨 있었다.
........아니 그게 그렇게 충격이야?....내가 존댓말한게 그렇게 이상한거야?...............
나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응.....충격 받을만 하네......미안해.....'
".......아픈데 없어요, 전 아주 건강해요."
나는 그렇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에 나는 절대로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다.
내가 유일하게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황제폐하와 황태자뿐 이었을 것이다.
비아는 더 이상 놀랄 기력도 없다는 듯이 멍해졌다.
"........."
나는 그냥 놔두기로 했다. 나는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것은 지금 이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보니 아직 사람 죽이기 전 같고, 현재 지금 내 모습을 보면 11살이 맞다.
내가 채찍을 든게 10살때의 일이니 아직 그리 심한 상황은 아닌 모양이다.
....근데 지금 뭔가 중요한걸 잊은것 같은데....그러고 보니 오늘 날짜가 어떡해 되지?
나는 멍때리고 있는 비아를 향해 물었다.
"...비아.....오늘 날짜가 어떡해 되죠?"
".....네?.....아......1967년 열번째 달, 18번째 날 이에요........."
군말 없이 말하던 비아가 이런건 왜 물어보냐는 듯한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런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비아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저기.......성녀님.....무슨일 있으세요?"
"..?.....아니요, 없어요. 그건 왜 물어봐요?"
"........아...아니..아닙니다."
비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떨림도 섞여 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가서 불안한
모양이다. 나는 정말로 속죄하며 살려고 그런것인데.......뭐 지금 말해봤자, 불안만 더할것 같아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뭐........속죄하며 살다보면....시간이 다 해결해 주겠지.'
그래....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입숙해 질것이다. 이것이 꿈이라 해도....언제 깨어날지 알수는 없다. 그러니 더 노력해야 한다.
전같은 일은 반복하면 안된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아까 비아가 말한 날짜를 떠올렸다. 열번째 달, 18번째 날 이라면...... 분명히........그날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비아를 올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비아, 오늘 제 일정이 어떻게 되죠?"
".....아...오늘은 헤이넬 대신관님의 교육 외에는 없어요..........."
비아의 말을 들은 나는 활짝 웃었다. 그를 만날수 있다. 과거에 내가 죽였던 대신관이자 나의 스승인 그를
나는 비아를 재촉해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있었다. 식사는 거부했다. 비아가 꼭 드셔야한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빨리 대신전에 가야 한다며 마차를 준비 시켰다.
제국에는 대신전이 두개 존재했다. 하나는 내가 살고있는 아르티아스 신전과 두번째 신전은 정식신관이 되기위해 모여있는
견습신관들과 대신관들이 살고있는 바르타 신전이다. 그리고 나의 스승인 헤이넬 대신관이 머물고 있는곳. 배우는 쪽은 나였다.
그래서 내가 그를 만나러 가야한다. 원래는 성녀가 집적 움직이는게 아닌 그가 나를 찾아와야 하지만 그는 바빴다.
무엇보다 나를 가르치는 그는 내 태도에 항상 나를 가르치는것을 못마땅해 했다. 어느순간 자신도 이 짓거리를 하기 싫다며
배우고 싶으면 집적 찾아오라고 내게 종이쪽지 한장을 날렸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책만을 보며 공부를 했다.
내가 미쳤다고 그를 찾아가겠나?.....두고봐 하며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개가 있었다.
결국은 내가 졌다. 그래서 그에게서 배우기 위해서는 내가 집적 찾아가야 한다. 그땐 그것이 얼마나 불만이던지.....
뭐...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차차 잊어갔지만 말이다.
아르티아스 신전.......성녀들만을 위해 지어놓은 제국의 대신전이다. 난 성녀이니...내가 그곳에세 사는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신관이 극히 적었다. 당연했다. 바르타 신전을 두고 그들이 이곳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라면 나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성녀라고 해서 계속 아르티아스 신전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성녀가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또다른 성녀가 나타난다,
그러면 성녀는 자유의 몸이 된다. 대부분은 대신관의 길을 걸어간다, 새로운 성녀가 태어났다고 해서 신성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뭐...극히 드물지만 귀족영식과 혼례를 올리는 성녀들도 있었다.
성녀가 영원 할수만은 없다는걸 안다. 내가 성녀가 되기전의 성녀는 신이 내린 신탁의 내용인 새로운 성녀의 탄생의 년을 듣고
제국을 떠났다고 한다. 정확히 그 년 그날에 내가 신전에서 태어났고 그렇게 나는 성녀가 된것이다.
전의 성녀는 분명히 여행을 떠나기 위해 황제에게 청을 했었다고 했다. 신탁이 내려오기 전부터....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훌룡한 성녀였다고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만 빼면........그녀가 제국을 떠날수
있었던건 다음의 후대 성녀의 탄생의 신탁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대성녀가 나였고 말이다.....
뭐 이런 생각을 해봤자. 기분만 우울해 질게 뻔한데.... 죽기전의 삶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한숨을 삼키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르타 신전이 보였다. 곳 도착할것 같았다.
* * *
"............"
".....왜 그러세요?"
툭.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는 경악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손에있는 책을 바닦에 떨어트렸다.
나는 그가 떨어트린 책을 주어 탈탈 털었다. 그러고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책을 내밀며 말했다.
"책 떨어트리 셨어요, 예하."
"......!"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나는 이제 저런 반응에 놀랄 기력도 없었다. 아르티아스 신전을 나올때도 바르타 신전에 도착해 여러 신관들을
만났을때도............지친다. 나는 한숨을 삼켰다. 그가 놀란다고 해서 이제는 부정할수 없을 정도의 경험이 싸였다. 다 같은 반응이라 그럴지도.....
처음엔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했지만...아무래도 내가 너무 인생을 좀........어쨋든 이제 반응을 보면 안놀라는게 이상하다고 느낄정도....
오늘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20번 넘게 들었다. 3시간도 안지나서....... 설마 내앞의 그도 그런 질문을 하는건 아니겠지?.....
"........너 어디 아픈데라도...있는거냐?.....아니면 머리를 부딪쳤다거나......?"
"........"
혹시나 하면 역시나 라더니.......그까지 이런 질문을......그의 성격에는 그냥 쿨하게 넘길줄 알았다.
그는 이런일을 신경쓰는 것을 귀찮아 했다. 그런 한심한 생각할 시간있으면 일이나 더 하라고 잔소리하는 그니까.....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놀라다니......그들의 놀람이 결코 과장된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크나큰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아-주 건강 하답니다, 예하......오늘 따라 그런 질문을 많이 받네요....."
".......그래...아무래도 네가 아니라 내가 아픈것같군......일을 너무 많이한 탓인가.........환청이 덧붙여 들리는군...."
그는 그렇게 현실을 외면하기로 한 모양이다........ 아니....아무리 그래도......너무하지 않나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아주 잘 알았다.
사람들 반응만 봐도 알수 있었다.... 그래..내가 아주 몹쓸짓을 하며 살았다는건 안다. 그래도 그렇지....존댓말 한번 아니... 말투 좀 바꾼거가지고
이정도 반응이면.....앞으로는 대체 얼마나 놀랄 생각인 거야?.....생각만 해도 지친다. 아니 억지로 병원에 데려가서 머리 검사하는거 아니야?
나 성녀인데...?....아니 대신관이 치료해도 모자랄판에 성녀가 뭐가 아쉬워서 병원까지 갑니까?......아니야...안갈거야....설마 정말 이러기야 하겠어(?)....
나는 그에게 내밀던 책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내가 내민 책을 받지 않았다. 설마 이것도 환상으로 보는거 아니야?........
나는 책을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책을 내밀어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책을 빤히 보기는 했지만 받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헤이넬 대신관 예하. 책 받으세요."
그의 얼굴이 새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렸다. 무슨 사람이 죽다가 살아나는 현상을 본 사람처럼......아니면 마물을 만난 사람처럼.......무슨 절대 봐서는 아니
들어서는 안될거 같은걸 들은 얼굴을 하면서 나를 봤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받아 들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
".....넌 누구지?"
"...네?..."
"누구냐고 물었다..... 내가 아는 성녀는 이렇지 않다. 넌 누구냐?"
그는 나를 경계하며 물었다. '내가 나지 누구긴 누구야........' 아니 저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그래 아프냐고 묻는것도 이해한다.
머리를 다친건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도 그렇다 치자.....근데 이제는 내가, 내가 아니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려는 사람한테 이건 너무한것 아닙니까?.....서러워서 살겠나....
나는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토해냈다. 물론 속마음과 다르게 겉으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들어내지 않았다.
"...저에요, 성녀요. 헤이넬 대신관 예하께서 그렇게 싫어하시던 성녀요."
"....!.........그래...그런것이군......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도껏 해라."
"........."
이사람이 진짜....... 그는 생각보다 현실부정이 심했다. 화는 나지 않았지만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뭐...이렇게 된거
시간이 다 해결해 주겠지. '속죄하면서 살다보면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않을 행동을 많이 할테니, 그러니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이것도 차차 입숙해
져서 괜찮아 질거야.' 그래 결국은 시간이 다 알아서 할일이다.
그렇게 이일은 오랜일로 접어두었다. 나는 예전의 일이 떠올라 그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하..약속은 지켜 주세요."
"....약속?"
"네. 예하께서 예전에 제게 그러지 않으셨습니까?.....제가 존댓말을 하면 똑같이 그렇게 대하겠다고요. 예하께서 제게 그렇게 한부로 대한건 저의
태도가 그러니 똑같이 그렇게 대한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예하께 제가 어떡해 대하냐에 따라서 그 태도를 똑같이 돌려 주신다 하셨습니다."
그랬다. 그가 나에게 반말을 하며 한부로 대한것도 모두 나의 태도에서 똑같이 나온것이라고 했다. 예전의 그의 말은 이랬으니까.
<뭐?..왜 너한테 반말하면서 막대하냐고?......그야 네가 날 그렇게 대하니까.. 설마 그렇게 사람을 대하면서 대우만 받고 살려고 했냐? 이거 못쓰겠네...
아니 세상 살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나한테 대우받고 싶으면 니가 먼저 날 대우해야 할것 같은데(?)....아무튼.....니가 태도를 안바꾸면 나도 똑같이 대할거야.>
그말에 나는 별 이상한 소리를 하며 이래라 저래라 우겼다. 물론 그에게는 소용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를보면 이를 갈았다.
그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 싫어했다. 내 손으로 그를 죽였으니까......지금도 기억한다. 내가 친 사고였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렸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내가 장난으로 퍼뜨린 독이 설마 강물에 섞이게 될줄은 몰랐다.
그 독이 전염병으로 번져나갈 거라고도 생각지 못했다. 그때 이일을 덮어준것은 헤이넬 신관인 그였다. 성녀인 나라서 어쩔수 없이 덮어준 일이었다.
그는 나를 아주 혹되게 혼냈다. 그게 짜증났다. 항상 잔소리만 하는 그가 눈에 거슬렸다. 아주 짧은 찰나....유리찻잔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는 바로 죽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바로 신성력을 써서 그를 치료했으면 그는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서웠다. 이를 살리면 내가 어떡해 되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도망치듯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들키지 않았다. 증거는 모두 내가 태워버렸으니까.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것을 후회했다. 그가 짜증나는 것도 눈에 거슬린것도 맞았지만......그래도 편했다. 나를 그렇게 막대하는 그지만...
가족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몇초 지나면 전부 사라졌다. 그날 그를 죽이고 나는 아르티아스 신전으로 돌아와
내방으로 뛰다시피 들어갔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히고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그건 죄책감 때문이 아니였다. 겁이나서 그랬던 것이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누가 자신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몸을 지배했다. 하지만 다행이 나는 들키지 않았다. 죄를 뒤집어 씌웠으니까.
내가 뒤집어 씌웠다. 차를 가져다준 시녀가 그의 차에 독을 집어넣고 독을 마신 그가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막아 피를 흘려 사망했다고
너무 단순한 일처리 였지만 그들은 믿었다. 아니 믿을수밖에 없었다. 성녀가 내민 증거였고 그녀가 말한 사항이다, 누가 미쳤다고 그녀의 심기를 건들겠나...
"...너...아니 성녀님...?"
"......네?..네. 왜 부르세요?"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그의 물음에 조금 늦게 대답했다. 그는 어색하게 나를 성녀님이라고 불렀다. 그걸 뒤늦게 알아들은 나는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는 적응이 빠른 편이었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지만 예는 예의였고 약속은 약속이었다.
그는 그것을 지키고 있었다. 알고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내게 두터운 책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책을 받아 들었다. 나는 이책이 무슨 책인지 알고 있다.
죽기전의 삶에서 이 나이때 나는 헤이넬 신관인 그에게 이책을 받았다. 신성력의 기본이니 몸에 익히고 외워오라며 툭 던져줬던 책이었다.
근데...정말인지 신기했다. 분명이건 꿈일텐데.....그런데 왜이리도 생생하지?.......
"그 책 다외......가아니라 그 책 다 외우세요."
"....이미 아는것 들이에요."
"..네?"
그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그는 자신이 방금 들은게 환청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철썩.
나는 그소리에 놀랐다. 아니 그가 정말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올려다 보자 그는 '아.'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방금 본건 잊으십시오....그리고... 저는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 합니다. 순간 눈이 너무 진지해서 깜빡 속을 뻔했지만 다시는 이런 장난치지 마십시오."
그는 인상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 남자가 이렇게 의심이 많아....'
솔직히 의심할만한 일이기는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나 할까.....한번도 가르치지 않았던 신성력의 기본을 전부 익혔다니 누가 믿겠나?.
사실대로 말하면 과거의 내가 이 두터운책에 적혀 있는 신성력을 전부 익힌건 14살때의 일이다. 3년이나 걸렸다. 뭐가 이렇게 까다로운지 고생을 좀 했다.
나는 신성력 보다는 마법쪽에 재능이 있었다. 실제로 마법쪽에서 뛰어난 호평을 받기도 했다.
16살이 됬을때는 신성력을 마법과 결합해 검 같은 무기를 만드는것도 가능했다. 모두들 그런 내 재능에 감탄을 했다.
뭐 만들수는 있어도 검술을 전혀 배우지 않은 나에게는 그저 재능 자랑받게 되지 않았다. 귀찮게 검을 만드는 것보다 그냥 채찍으로 치는게 더 편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랬다. 11살인 나에게 처음으로 신성력을 가르치려던 그가 들으면 당연히 저런 반응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가 신성력을 본것은 5번도 되지 않았다.
보고 참조했다고 하면 당연히 안믿겠지(?).
"....거짓말이 아니에요. 남몰래 신성력에 대해 조금 공부한다는게 어느새 기초를 다 익혀버렸네요....하하....."
"........."
내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도 믿지 않는 눈치고.....아니 오히려 나를 더 미심쩍은 눈빛으로 봤다. 그러더니 그는 옆에 있던 찻찬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손을 올려 찻잔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챙그랑.
찻잔이 산산히 부서지고 그의 손에서는 피가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내게 자신의 다친 손을 내밀었다.
붉은 액채가 좔좔 흐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깊숙하게 베인듯 했다.
그러더니 당황한 나를 향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치료해보세요."
".....네?"
"신성력으로 치료해 보라고요."
"........"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내가 다친것도 아닌데 괜히 손이 떨렸다.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올려 그의 손을 내 두손으로 감쌌다. 그의 손은 내 한손의 크기의 2배 정도 더 컸다.
근데 문득 신성력을 쓸수있는게 맞는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정말 꿈이라면 쓸수 있는게 맞나?.....아니 현실이라도 쓸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신성력에 설마 뭐....몸이 꼭 이래야 가능하다 같은 조건은 없겠지?......없어야 한다. 이미 말해 놓고 못한다고 하면 나는 진짜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니까......
한번 의문을 품고 나니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었다. 손은 여전히 떨렸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아 치료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이미지를 그렸다. 상처가 나아있는 이미지.
파앗.
상처가난 그의 손을 빛이 감싸 안음과 동시에 사방에 보르니아의 향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성공 했나?....' 그의 손을 보는 순간 나는 활짝 웃었다. 그의 손에 상처가 말끔이 나았다.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굳어 있었다.
나는 '아차' 하는 생각에 표정을 수습했다. 왠지 기뻐하면 안될 분위기랄까..... 나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이었다.
지이이이잉.
머리가 갑자기 핑 돌았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 질을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두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헤이넬이 나를 향해 뭐라고 외쳤으나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속을 파고들어 오는 목소리가 몸 전체를 울렸다.
[미래와 과거의 일을 참회(懺悔)한 나의 아이야. 비틀린 운명을 다잡고 모두를 이끌어 나가는 자. 너의 선택이 곳 신전의 뜻이고
모두를 현명(顯名)한 길로 이끄는 하늘의 뜻이 될것이다.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지혜로운 영혼을 가진 자.
그의 이름은 성녀(聖女) -루피아 델로즈 셋 아르티아스-]
이렇게 1967년 열번째 달, 18번째 날에 바르타 신전에는 성녀에게 내려진 새로운 이름의 신탁과 함께 모두에게 혼란이 찾아왔다.
신전의 모든 신관들이 소녀의 새로운 이름의 신탁을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훗날 위대한 성녀로 제국 역사서에 기록된 대사건의 시작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