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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명의 이야기를 하죠.
작가 : 윤명주
작품등록일 : 2017.7.31

특이하신 분이시네요. 이야기를 들으러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시고. 뭐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청중이 있으면, 이야기꾼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음료수도 하나 시키고요. 됐나요? 그럼 얘기해보죠.
아, 먼저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야 겠군요.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여자와 남자 두 명이 만나서 모험을 해 나가는 평범한 이야기이죠. 이야기에 철학을 넣기에는 제가 힘들어서 말이죠.
그럼 시작 해볼까요? 두 명의 이야기를 말이죠.

 
1-11
작성일 : 17-07-31 12:3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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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아저씨. 있어?”

 가게 안에는 3~4개의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문 맞은편엔 카운터와 카운터 앞에서 유리컵을 닦는 사람이 있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흑발과 오른쪽 눈가에 난 눈물 점의 소유자였다. 흰색 튜닉과 진 붉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그는 조용히 워르덴을 바라봤다.

 “자네는 노크라는 것도 모르는 건가?”

 “괜찮잖아? 이렇게 조용한 가게에 소란을 피우는 것 정도는.”

 “내가 뭣 때문에 뒷골목에 가게를 차렸다고 생각하나.”

 그는 닦고 있던 유리컵을 카운터에 내려놨다.

 “뒤에 있는 청년은 본 적이 없군.”

 “아, 얘는 내 고용주야. 무시해도 돼.”

 그는 베라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얼굴을 살펴봤다.

 “내 경험상 무시해도 될 놈한테 발등을 찍힌 적이 수없이 많았지. 믿을 수는 있는 놈이겠지?”

 “어…그건 모르겠는데?”

 그는 고개를 돌려 워르덴을 바라봤다.

 “안지 얼마 안 됐거든. 근데 뭐,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너의 그 ‘나쁘다’의 기준이 어디쯤이지?”

 “적어도 남 뒤통수를 칠 놈은 아닐 것 같아.”

 그는 베라를 다시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켜 카운터로 향했다. 워르덴은 왼쪽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너도 앉아. 아무도 없으니깐 전세라고?”

 워르덴이 베라를 향해 오른손을 안쪽으로 여러 번 굽혔다. 베라는 워르덴의 오른쪽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편지는 전해줬나?”

 그가 카운터에 서서 유리컵 두 잔에 무언가를 주전자로 따르며 말했다. 워르덴의 오른손에서 붉은빛과 함께 편지가 나타났다. 그는 유리컵 두 개를 가지고 워르덴과 베라에게 다가왔다.

 “그 편지에다가도 소환술을 쳐놨나?”

 “편리하잖아?”

 그는 베라와 워르덴의 각각 앞에 유리컵 한 개씩 가져다 놓았다. 유리컵에는 까만색의 액체가 유리컵의 3분의 2정도 차 있었다.

 “이건 뭐죠?”

 “커피다.”

 그는 등을 돌리고 가려다가 멈칫했다. 베라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글리치다. 이름을 들어볼까?”

 베라는 글리치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베라, 베라 아르티옴입니다.”

 글리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이상하신 점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글리치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베라의 손을 놓았다.

 “와, 썅! 뜨거!”

 워르덴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급히 탁자에 놓았다.

 “자네가 커피에 대인 지 이걸로 몇 번째더라. 열 번 정도 됐나?”

 “뜨거운 게 문제라고! 차가운 걸 내와!”

 “그러니 자네가 커피를 마실 줄 모른다는 거네. 커피란 자고로 뜨거울 때 천천히 마셔야 하는 법이지.”

 글리치는 워르덴의 앞에 놓인, 탁자 위에 있던 편지를 집어든 뒤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신기하네.”

 워르덴은 왼손으로 커피가 든 유리컵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뭐가 말입니까?”

 “아니, 이 유리컵 말야. 뜨거운 커피를 담고 있는데 하나도 안 뜨겁지 않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어이 눈물 점! 이 유리컵에 무슨 속임수를 쓴 거야?”

 “첫째로, 내 이름은 눈물 점이 아니다. 글리치다.”

 글리치는 카운터에 쓰고 있던 안경과 왼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내려놓았다.

 “둘째로, 유리컵에 관한 대답은 마술이라고 답할 수 있겠군.”

 “마술?”

 “비법을 모르고 봤을 땐 신기하지만, 속임수를 알면 시시해지지. 때문에 살면서 절대 알아선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술의 속임수지.”

 “그래서?”

 “그것하고 같은 이치다. 가르쳐 줄 일은 없을 거다.”

 워르덴은 들고 있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글리치는 돈주머니를 들고 워르덴에게 다가왔다.

 “여기 100디나르다.”

 “당케, 눈물 점.”

 “눈물 점이 아니라 글리치다.”

 글리치는 베라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어쩌다가 워르덴의 고용주가 되었는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라.”

 글리치는 워르덴의 왼쪽에 놓인 의자를 꺼내 앉았다.

 “우연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예.”

 글리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가게의 입구를 향해 바라봤다.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건 없네. 자네가 워르덴양을 만난 것도, 우리 가게 입구 안에 정체불명의 방문자가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지.”

 워르덴과 베라가 글리치를 바라봤다. 글리치가 오른 검지로 베라의 등 너머를 가리켰다. 워르덴과 베라는 글리치의 검지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멈춘 곳은 가게의 입구였다. 가게의 입구에는 두건을 쓴 사람이 서있었다.

 “워르덴. 내가 가게에 방문할 땐 미행이 없도록 말했을 텐데?”

 “웃기지마. 시장거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서 미행하는 사람을 가려내서 따돌리라고? 직접 해보지 그래?”

 “못할 것도 없지. 지금은 아니지만.”

 글리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건을 쓴 사람에게 다가갔다.

 “내가 사람을 싫어하진 않다만, 이방인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 특히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방인은 더더욱. 내가 다가오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나보지? 이름이 뭔가?”

 두건을 쓴 자는 가만히 있었다. 글리치는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내 가게 안에 손님이 두 명 밖에 없긴 하다만, 그렇게까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그냥 가만히 서 있을 거면…”

 “나는 밀가루, 당신은 효모. 우리가 만나면 훌륭한 빵이 될 것이니, 내 사랑을 받아주시겠습니까?”

 글리치의 행동과 말이 멈췄다.

 “…당신이 그 말을 한다는 건 둘 중 하나겠지. 그녀가 다른 사람한테 말했거나….”

 두건을 쓴 사람은 양손을 들어 두건을 넘겼다. 은발의 짧은 머리를 가진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말을 들은 장본인이거나.”

 글리치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글리….”

 글리치가 말을 열려는 은발의 여인의 입을 오른 검지로 막았다.

 “마리아,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우선 내 질문에 답해줬으면 좋겠어.”

 마리아는 거칠게 글리치의 검지를 입가에서 치웠다.

 “아니, 내 질문에 먼저 답해줘야겠어.”

 “…네가 원한다면.”

 마리아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간신히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왜 안 온 거야?”

 마리아의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져서 안 돌아오는 것도 괜찮아! 다른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날 잊어버리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하지만…어떻게 로리아의 장례 날에 안 올 수가 있어?”

 “마리아….”

 글리치는 마리아의 양어깨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이것만은 알아둬. 난 당신을 싫어한 적도 없고, 다른 여자가 마음에든 적도 없어.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그럼 왜 안 돌아오는 건데?”

 글리치는 마리아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글리치는 워르덴과 베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워르덴과 베라는 의자에 앉은 채 멍한 표정으로 글리치와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다른 사람의 시선도 있고….”

 마리아는 글리치의 뒤를 바라보았다. 베라가 의자에 앉은 채로 허리를 살짝 굽히며 가볍게 인사했다. 워르덴이 오른손으로 유리컵을 들고 커피를 마시며 왼손을 들며 인사를 했다. 마리아가 글리치에게 살짝 떨어졌다. 허리를 살짝 굽혔다.

 “죄송합니다.”

 “아…아니, 괜찮아.”

 “심각한 얘기인 것 같은데 자리라도 비켜드릴까요?”

 베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글리치가 베라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손사래를 쳤다.

 “아냐 됐어.”

 글리치는 마리아의 양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왼쪽 귀에 입을 속삭였다.

 “오늘은 일단 여관에 있어. 저분들 돌아가면 부를 테니깐.”

 글리치는 양손으로 마리아를 뒤로 돌려 입구 쪽으로 밀었다. 마리아는 몸을 돌리며 글리치의 양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아니, 지금 당장 들어야 하는 게 있어.”

 “무…뭔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모르겠는데.”

 마리아가 순간 글리치에게서 멀어졌다.

 “마리아?”

 “…로리아.”

 “뭐?”

 마리아는 글리치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로리아가 죽은 날이잖아! 잊어버린 거야!?”

 글리치의 숨이 턱에서 막혔다.

 “ㅇ…오늘이 로리아의 장례 날이었어?”

 “어떻게…날 잊어버린 것으로도 모자라서 로리아까지 잊어버릴 수 있어!?”

 글리치의 심장이 가빠졌다.

 “아냐, 마리아, 아냐. 난 널 잊지 않았어.”

 “로리아는?”

 “로리아도 잊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장례 날을 잊어버릴 수 있어?”

 글리치가 입을 열었다. 숨이 들어갔다. 이미지가 보인다.

 땅에 누워있다. 숨이 나갔다.

 숨이 들어갔다. 딸이 끌려간다. 숨이 나갔다.

 숨이 들어갔다. 손을 뻗는다. 숨이 나갔다.

 숨이 들어갔다. 닿지 않았다. 숨이 나갔다.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했다.

 딸의 입이 열렸다.

 “로리아!”

 글리치가 눈을 떴다. 몸이 기울어져 있었다. 주변을 살펴봤다. 워르덴과 베라, 마리아가 있었다. 워르덴은 글리치의 왼쪽 팔과 어깨를, 베라는 글리치의 오른쪽 팔과 어깨를 부축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글리치의 오른쪽 어깨에 왼손을 가볍게 대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어이, 괜찮아?”

 “…이건?”

 “갑자기 숨이 가빠지더니 비틀비틀 거리길래 부축하고 있었어.”

 글리치는 한동안 워르덴, 베라, 마리아를 번갈아 바라봤다. 몸을 빠르게 일으켰다. 마리아의 양어깨를 잡았다. 자신의 몸과 함께 입구 쪽으로 밀었다.

 “마리아, 오늘은 일단 여관으로 돌아가.”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괜찮으니깐 오늘은 일단 돌아가. 혹시 모르니 밖에 있는 얘들한테 호위해달라고 할 테니깐 안심하고….”

 글리치가 바깥을 향해 바라봤다. 글리치의 몸이 멈췄다. 마리아가 글리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글리치?”

 “…얘들은 어디 간 거지?”

 워르덴과 베라가 글리치의 곁에 갔다. 바깥을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거 아니야?”

 “이 주변에 화장실은 여기 밖에 없어.”

 “그럼 어디로….”

 가게 앞에 누군가 떨어졌다. 두건을 두른 사람이었다. 글리치가 마리아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마리아가 최대한 가게 안쪽에 있게 했다. 귀를 기울였다. 고요했다. 너무나도.

 “카운터에 숨어있어!”

 글리치가 마리아를 품속에서 떨어트렸다. 마리아는 카운터 뒤로 뛰어갔다. 몸을 숙였다. 글리치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방향은 가게의 정 가운데였다.

 “창문에서 멀어져.”

 워르덴과 베라도 글리치가 했던 행동을 비슷하게 따라했다. 셋은 가게의 정 가운데에서 등을 맞댔다. 베라의 양 손등의 문양이 빛났다. 워르덴의 몸에 붉은빛이 감돌고 판금 방어구가 걸쳐지기 시작했다. 글리치가 왼손으로 왼 바지 주머니를 뒤적였다. 철색의 너클이 나왔다. 오른손에 너클을 끼워 넣었다.

 “도시 안이라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누구죠? 오크일까요?”

 “그랬다면 경비병들에게 쥐어 터졌겠지.”

 “내가 미행을 조심하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지.”

 “뒤끝이냐!?”

 “전방이나 집중해.”

 베라의 오른손에 붉은빛이 아른거렸다. 입구 쪽의 벽에서 소리가 났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였다. 세 명은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두건을 두른 괴한 세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괴한 두 명이 허리춤에서 곤봉을 꺼내 들었다. 괴한 한 명이 세 명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등을 맞대고 있던 세 명은 등을 돌려 서로 멀어졌다. 심지가 거의 탄 달린 공이었다. 심지가 다 탔다. 공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연기는 가게를 가득 매웠다.

 워르덴은 콜록거렸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왼눈을 간신히 떴다. 전방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오른손에는 곤봉 같은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오른손을 내리찍었다. 워르덴은 왼팔을 쳐들었다. 방향은 내려쳐지는 곤봉. 곤봉은 왼팔의 판금 방어구와 부딪혔다.

 워르덴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돌진했다. 워르덴의 오른 어깨와 그림자의 몸이 부딪혔다. 워르덴은 계속 나아갔다. 가게의 입구와 그림자의 등이 부딪혔다. 워르덴과 그림자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림자는 괴한이었다.

 워르덴은 오른손으로 괴한의 몸을 살짝 들었다. 바닥에 내리꽂았다. 괴한의 몸이 바닥에 충돌했다. 워르덴이 괴한의 몸 위에 올라탔다. 괴한의 얼굴에 주먹을 재빠르게 세 방을 갈겼다. 오른손에 힘을 모았다. 왼손으로 괴한의 옷을 잡았다. 괴한을 살짝 들어올렸다. 오른손을 내리꽂았다. 방향은 괴한의 얼굴이었다.

 그림자가 베라의 몸통을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이었다. 베라가 몸을 뒤로 날렸다. 베라의 등이 가게 바닥에 부딪혔다. 그림자는 베라를 향해 달려왔다. 베라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림자의 왼 발목을 조준했다. 오른 손등의 문양이 빛났다.

 문양에서 푸른색의 줄이 나타났다. 줄은 그림자의 왼 발목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림자의 왼 발목을 세 바퀴 정도 감았다.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베라가 오른손을 빠르게 한번 돌렸다. 줄이 오른손에 감겼다.

 오른손을 당겼다. 그림자의 왼 발목이 베라쪽으로 움직였다. 그림자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림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오른 손등의 문양이 빛났다. 푸른색의 줄 두 개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됐다. 줄은 각각 그림자의 양 손목과 발목을 묶었다.

 베라는 몸을 일으켰다. 안개가 가라앉고 있었다.

 퍽!

 베라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글리치였다. 글리치는 괴한의 위에 앉아 오른손의 너클로 괴한의 얼굴을 두들기고 있었다.

 “감히!

 퍽!

 “내!”

 퍽!

 “가게를!”

 퍽!

 “이딴 식으로!”

 퍽!

 “만들어 놔!?”

 퍼억!

 글리치가 이마의 땀을 왼손으로 닦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르덴이 가게 입구를 박차며 들어왔다.

 “조금 조용하게 들어올 수 없나?”

 글리치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모였다. 휘익하는 소리가 글리치의 입에서 났다. 카운터에서 마리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다 끝난 거야?”

 “아직은.”

 “아직이라고요?”

 베라가 글리치를 바라보았다. 글리치는 왼손으로 오른 어깨를 잡았다. 오른팔을 빙빙 돌렸다.

 “잠깐 녀석들과 얘기를 좀 해야겠어. 그런 의미에서 아르티옴군. 내가 상대한 괴한은 기절했다만, 자네 쪽은 어떤가?”

 “일단 포박은 해놓았습니다만.”

 “잘됐군.”

 글리치는 푸른색의 줄에 양손과 발이 묶인 괴한에게 다가갔다. 괴한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나랑 잠깐 시간을 보내자고.”

 괴한은 글리치에게 카운터 뒷편의 문으로 끌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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