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세상. 빛조차 밝혀주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흐릿한 말소리가 울려퍼졌다.
"심심하다... 밖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으려나? 하긴 내 형편에 그런걸 생각하는게 웃기는 일이지만... 루시아가 빨리 와서 파편을 체워주면 좋겠는데. 적어도 파편들이 살면서 겪었던 기억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시간도 잘 가고... ...... ...
...... ... ......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벌 받는 시간은 너무 지루한 것 같아... 밖에서 지키고있는 '선천적 초월자'들이 말동무가 되어주지 않으려나? 놀러와줬으면 하는데... ......"
수백? 아니 수천년에 한번씩 깨어나 잠깐 생각하고 다시 잠드는 정신체는 언제 끝날지 모를 영원한 형벌의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깨어날때마다 자신의 파편들의 기억을 회상하며 영혼의 파편을 찾아와 주는 마녀 '루시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던 정신체의 감각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은... 루시아가 파편을 합치는데 성공한 모양이군. 이정도 감각이면 두개의 파편을 합친건가... 그럼 오래 대화할 수는 없겠어..."
정신체는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자신의 감각을 건드리는 이질감에 집중하며 루시아가 연결한 파편의 통로를 통해 자신이 있던 세상을 벗어났다.
"...려? ...말... 들려? 성혁?"
"루시아. 목소리 엄청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아... 이번에는 조금 오래 걸렸네. 그래도 고생했어."
성혁은 눈앞에 보이는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안좋아서... 급하게 부른거야. 기존에 모았던 파편들을 합쳤거든..."
루시아가 성혁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혁은 그런 루시아의 붉은 머리카락을 한번 더 쓰다듬고 일어났다.
"이번 파편의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네. 하긴, 이정도로 급한 상황이라서 날 깨운거겠지만... 그럼 상대는... 저 녀석이군."
"조심해. 후천적 초월자지만 성가신 기술을 쓰는 녀석이야. 지금 내 힘이 일부 세상에 막혀서 도울 수가 없어."
"후천적 초월자라... 선천적 초월자면 더 상대할 맛이 났을텐데..."
성혁의 말이 끝나자 두사람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초월자의 사지가 완전히 흩어졌다.
"이 몸으로는 이정도가 한계인 것 같네... 루시아 조금 두껍게 썬 초월자 육회 완성이야."
성혁은 자신이 어떻게 죽은지도 모르고 죽은 초월자를 뒤로 하고 루시아의 품에 안겨들었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가? 너 완전 애교쟁이로 변했어."
"그래서 싫어? 난 내 파편을 모아주는 루시아가 좋은데."
"후후. 그런 말은 좀 더 달콤하게 하는거야. 한동안 안불렀더니 연애감을 다 잃었나봐?"
"이야. 감 떨어지지 않게 주의 해야겠는걸."
가볍게 답한 성혁은 돌아갈 시간대가 될 때까지 루시아와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