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이 형이 뭔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되 물었다.
" 정재희가 누군데? 신예야?? "
" 에휴 ...말을 말자..."
수호는 눈에 힘을 푼채로 어처구니없다는 듯 다시 털썩 누워 잠을 청할요량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 올해 21세! TS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이미 11살에 거론됐으며, 그 후론 미국 명문고를 조기 졸업해 하버드대에서 MBA 수료과정을..."
성환이 국어책 읽듯이 말을 이어가자 수호는 다시 한 번 누운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을 잘랐다.
" 하...정말 TS야? 성환이형 TS 그룹이 그렇게 대단해???"
" 어???...뭐 대단하기야 대단하지...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 최고 기업 인데..."
스마트 폰으로 검색한 걸 읽다 말고 성환이 대답했다.
" 그러니까... 막 ...어 함부로 손도 못데는 그런 사람들이야?? "
한 손을 흔들어 대며 질문하는 수호의 눈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있었다.
" 그...글쎄?? 나 같은 사람은 평생 한 번 얼굴도 마주치지 못할테니 그렇지 않을까?"
"형이 만약 TS 후계자면 누가 만지는거 싫을거 같어? 아니 내가 만지는것도 더럽고 막그래? 어? 나 같은 애랑은 입 섞고 말하는 것도 못하는 그런 신적인 존재야? 그 후계자는??"
수호에 질문에 성환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가끔 수호가 4차원 적 생각을 한다 생각은 했지만, 좀 생뚱맞은 질문이였다.
"뭐... 너야 거기 광고 계약한게 있으니... 널 그런 존재로는 취급 안하겠지.... 아닌가??"
"아 맞다!! 나 거기 광고 계약 했다고 했지?? 언제부터 들어가?"
"한 달 뒤부터... 니가 하도 싫다해서 좀 미룬거였잖아"
"형 그럼 좀 당겨봐!! 어??"
불과 한 달 전 대표가 이 계약을 체결해 왔을때 수호는 난리가 났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 회사도 제정신이 아니다며 무슨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계약하는 회사가 어디 있냐며 하기 싫어 죽겠다고, 안 한다고 어린애 처럼 떼를 썼기 때문이다. .
그런 수호의 갑자기 태도가 바껴서 성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
대체 뭐가 수호의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건지 성환은 궁금했지만 우선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수호의 집으로 향했다.
바다와 인천 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송도의 100평이 넘는 펜트하우스는 그가 10위 안은 아니여도 우리나라 50위 안에드는 재력가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데뷔이후 CF와 모델활동을 해서 혼자만의 능력으로 얻은 오로지 수호꺼였다.
뭐든 자기 마음내키는 데로 하려는 구석이 있는 수호의 성격이 자라온 집안 환경 탓일거라고 마음 한켠에 생각했던 성환은 늘 수호가 부럽고 고맙기 까지 했다.
한 평생 죽어라 일만하고 돈을 모아도 이런 집 반에 반만한 집도 서울에서 전세 살기도 힘든걸 아는 성환에게 누가 부잣집 아드님 아니랄까봐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에 고시원에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던 남동생과 돈이 없어 대학 포기하려던 여동생에게 학비까지 내준덕에 3남매가 다 같이 살수있었다.
처음엔 아랫층을 구해준다해서 겨우겨우 설득해 지금의 30평 아파트에서 살게 된것만으로도 성환에겐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였기에 그 후로는 자발적으로 수호의 일이면 진심을 다해 앞장섰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호는 가방을 쇼파에 던져두고 본인도 지쳤는지 쇼파에 몸을 뉘였다.
" 배 안고파? 뭐 좀 만들어 줄까?"
은근 잘나가는 세프못지 않은 요리 실력을 가진 성환이 말을 걸었다.
"아니야 형... 나 좀 쉴께... 그만 가봐.... 어짜피 이번주까지는 형도 휴가잖아..."
"그래.. 필요한거 있음 부르고! 푹 쉬어... 나 간다!"
"응.....아! 아까 내가 얘기 한거나 꼭 좀 알아봐줘? 빠를수록 좋아 난!!"
" 알았어! 대표님이랑 얘기해볼께! 쉬어 좀!!"
성환이 나가고 나서 갑자기 피곤이 밀려왔다.
씻지 않으면 그대로 쇼파에서 잠들거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 줄기에 몸을 맡기다보니 몽롱하던 머릿속이 개운해 지는 기분이였다.
" 정재희... 정재희.... "
수호는 혼잣말로 중얼 거리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고 타월 하나만 허리에 두룬채 침실로 향하는 수호의 귀에 낯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초아 ]의 최신 희트곡 「 너만 몰라줘 」 .... 수호의 벨소리였다 .
물론 소희가 몰래 설정해 논거 였다.
전화기를 찾아 들고 화면을 본 수호는 미간에 잔뜩 힘을 쥐고 한숨 먼저 쉬었다.
"뭐??? 또 뭐?"
[ "오빠 진짜 너무한거 아니야? 어떻게 나만 쏙 빼놓고 갈수가 있어?"]
수화기 너머 소희의 목소리가 얼마나 쩌렁쩌렁하던지 수호는 전화기를 귀에서 뗀후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쇼파에 다시 던져버렸다.
[" 히잉~ 진짜 치사해!!! "]
" 자꾸 징징거릴꺼면 끊는다. 너땜에 휴가도 제대로 못쓰고... 오빠 지금 많~이 참고 있으니까 그만 해라~!"
침대까지 가기 귀찮은지 그대로 쇼파에 누워버리곤 리모콘으로 TV를 채널을 돌리며 수호가 말했다.
[" 치!! 그럼 담에 밥사줘~ 아님 영화볼까? 목포행 이라던가? 요즘 그 좀비영화 음청 재밌다던데.. ??? "]
"...."
[ " 오빠 내말 듣고 있는거야? 오빠? 수호오빠???"]
이리 저리 돌리던 채널이 멈췄다.
화면에는 아까 공항에서 입국하는 모습의 정재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 다음 소식입니다.
더 듣고 싶은데 이미 화면엔 다른 소식이 나오고 있어다.
[" 오빠! 지금 일부러 안듣는 척 하는"]
뚝!
던져버린 스마트폰을 찾자마자 아직까지 시끄러운 소희의 통화를 그냥 끊어 버렸다.
그리곤 바로 인터넷을 접속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떡하니 정재희란 이름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2위는 TS그룹, 3위는 정태산회장 위독 , 4위 TS그룹 후계자....
10위까지 다 정재희와 그의 연관 검색어 들 뿐이였다.
정재희의 이름을 수호도 클릭했다.
벌써 각종 언론사에서 내논 기사들이 몇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대부분의 기사 내용은 TS그룹 정태산 회장이 위독하여 유언장 발표때문에 미국에서 생활하던 정재희가 급하게 입국하게 된것.
그치만 수호가 궁금하던 내용은 이런게 아니였다.
맨 뒤쪽 페이지부터 역 주행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 서둘러 클릭했다.
2005년 3월 11일자 기사였다.
《 오늘 저녁 9시 50분경 양평에서 서울로 오는 국도에서 TS 그룹 후계자인 정대한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와 졸음운전으로 판단되는 대형트럭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사고로 운전하던 정대한씨(40)와 딸 정소희양(10)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구사일생으로 아내 이자 아나운서 출신인 안주연씨(33)와 소희양의 쌍둥이 오빠 정재희군(10)은 중경상을 입어 TS병원에서 치료 중인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날 정대한씨의 쌍둥이 자제들의 생일을 기념해 양평에서 네 가족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중에 사고가 발생된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고 운전자 김씨(49)는 과다한 업무시간으로 졸음운전을 했다고 자백했고 경찰에서도 운전자 김씨의 자백에 무게를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수호도 알고 있었다.
11년전 수호 할아버지를 따라 가족 들 모두 같이 처음으로 간 장례식 장이 TS 그룹 장손과 그의 딸의 장례식장이였다.
TS그룹 정태산 회장과 수호의 할아버지는 오랜 벗이였다.
그 일이 있고난 후 적적해진 친구 말동무라도 해주신다며 정태산 회장 집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꽤 자주 간 적이 있었다.
정태산 회장도 수호를 예뻐했던 터라 수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한 달에 몇번 씩은 문안 인사차 들려 할아버지를 대신해 말동무를 해드리면 오래도록 못본 손자 생각이 난다며 유난히 수호를 좋아 하셨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내가 알고있는 정재희가 그 공항에서 만난 정재희가 맞는지 아직도 의심 투성이였다.
TS회장님과도 겸상을 하는 나인데 주제에 손 한번 만진걸로 그리 으시대는 꼴을 다시 생각해도 분이 안풀린다.
오히려 본가보다 더 자주 들려 오히려 집보다 편한 곳이 TS 회장댁이다 보니 TS그룹이 거리감 있었던건 아니다.
그래서 들어온 CF도 회장님 면전 앞에서 회사 이미지 망치려고 그려냐며 안할거라고 친 할아버지 대하듯 떼를 썼던게 사실이였다.
오히려 그런 철없는 모습에 호탕하게 웃으시는 회장님 때문에 점점 더 어린애 짓을 골라한다는걸 정회장도 내심 알고 있었다.
" 아씨~ 진짜 그 정재희네...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싸기지없게 하지?"
더 검색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휴대폰을 멀찌감치 또 던져 버리며 말했다.
" 혼자 미국에서 완전 왕자로 자랐고만!! 후계자 ,후계자 하니깐 지 아래는 다 똥으로 보인다 이거지?"
팔짱을 끼고 옆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삐죽거리며 떠들었다.
"회장님.. 손자 분을 너무 싸가지 없는 놈으로 키우셨어요~~!! 에휴~ ~~ 계획 들통나면 뒤도 안보고 다시 미국갈껄요? 의형제는 무슨...저나 그놈이나 그럴일 없을거 같네요... 회장님을 손톱 만큼도 닮은 구석이 없어요..."
눈을 감아버리고 수호는 한 참을 중얼거리다 결국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
TS병원 VVIP병동에 도착하자 마자 몇 안되는 경호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 들어가시지요 도련님..."
박실장의 말이 끝나도 한참동한 재희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쉼호흡만 하고 있었다.
마음을 정비하고 들어가려는 찰나에 먼저 문을 연것은 병실 안쪽에서 부터였다.
초등학교 갓 입학 한 정도의 남자 아이가 나오려다 재희와 눈이 딱 마주쳤다.
"형....님???"
초롱 초롱한 눈빛으로 재희에게 먼저 말을 건냈다.
그 말 한 마디에 긴장이 풀리듯 미소를 머금은 채 한쪽 무릎을 끓고 그 아이와 눈을 가까이 마주댔다.
"니가... 준희 구나??"
" 왔음 들어오지 않고 여기서 뭐하는 거니?"
재희 말이 끝나자마자 준희 뒤에서 한 여자가 잡아 먹을 듯 재희를 서늘한 눈길로 내려보며 말했다.
"아.. 어머니!"
순간 놀라 몸을 바로 세우긴했지만 재희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입술이 바짝 마르는걸 느낄수 있었다.
재희는 어머니를 따라 병실 안으로 따라 들어섰고 시선을 주목받자마자 90도로 인사부터 했다.
모두 모인 가족들 사이로 할아버지가 침대에 누워 계시는게 재희 눈에 들어왔다.
재희와 정회장이 눈이 마주치자 마자 정회장은 힘이 없어 보이는 손을 힙겹게 들고는 재희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병실안은 사람이 많았음에도 숨소리조차 함부로 못낼만큼 정막이 흘렀다.
" 할아버지....."
더이상 아무 말도 할수 없는지 재희는 그저 정회장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정 회장의 눈가엔 촉촉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내가...죽을 때가 되서야 우리 손자 얼굴을 이렇게 나마 보는구나... 독한 놈... 할아버지가 그렇게 좀 와달라고 했는데...그게 그리 어려워서 이제야 오는게냐?"
" 죄송해요 할아버님... 면목없습니다 ..."
"아~ 아부지 뭐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했어요? 아주 눈물없이 못봐주겠네~"
고요한 정막을 깬 재희의 고모 옆구리를 옆에서 고모부가 쿡쿡 찌르고 있었다.
"아 왜 말을 못하게 해?? 내가 틀린말했어?? 재희 너때문에 우리가 어제부터 꼬박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고 이러고있다. 으휴~ 정말 저 노인네 그저 재희! 재희! 재희!!! 우린 뭐하러 불렀데? 어짜피 재산은 다 재희 줄꺼면서..."
기어이 옆에 있는 고모부가 고모의 입을 틀어 막았다.
어린 재희의 기억속에도 고모는 생각한게 있으면 무조건 입 밖으로 던지는 사람이였다.
인성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주위를 고려하지 않고 던지 는 말때문에 수습은 늘 고모부 차례였다.
" 쯧쯧 저 말하는 뽄세하고는... 내 딸이지만 이제 좀 철 좀 들어라~ 최서방 저 물건좀 델구 나가 좀~!!"
이윽고 이 타임에선 꼭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4대 독자인 할아버지가 아들만 너무 선호하다보니 더 미움 받을세라 할머니가 먼저 혼을 내셨던것도 재희의 기억엔 선명했다.
"우리 재희 말은 안했지만 타국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꼬...이 할민 안봐도 다 알어...에구.. 에구 불쌍한 내 새끼.... 흑..."
이내 재희 손을 꼭 움켜쥐고는 하염없이 소리없는 눈물만 흘리셨다.
" 할머니..."
" 흠.. 재희야 넌 작은아버진 눈에도 안보이냐? "
침대 반대편에 서 계시던 재희의 숙부가 오랫만에 만난 할머니를 위로할 틈을 주지도 않자 분위기가 다시 고요해졌다.
이 병실에서 유일하게 재희가 견제하는 저 사람....
지금 껏 타국에서 한국을 그리워만 하게 만든 장본인...
" 오랜 ... 만입니다. 작은 아버지... 잘 ... 계셨죠? "
인사를 건네는 부릅 뜬 재희의 두눈엔 원망과 분노만이 가득 설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