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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너와 함께
작가 : rororiri
작품등록일 : 2017.7.2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 ‘엘리시아’와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인간 ‘이유하’는 누군가의 음모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차원이동의 부작용으로 하필 유하가 가장 꺼려하는 로리가 된 엘리시아. 곧 죽어도 싫어하던 둘이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감정은 싹트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유하와 엘리의 이세계 모험기.

 
비스티안(1)
작성일 : 17-09-19 18:58     조회 : 454     추천 : 0     분량 : 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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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 여러분, 아르키메시아 보나치 시에서 출발한 본 스펠라이트는 지금 막 파르마란스 키지브라 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펠라이트(Spelight)’. 마력을 동력원으로 하여 하늘을 나는 마장기를 뜻하는 단어로, 생김새는 비행기와 거의 흡사하다.

 솔직히 지구에서도 타보지 못한 비행기를 이세계에서 타다니. ……대박이었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래의 대륙과 바다, 그리고 이그드라실 지역 녹음의 풍경! 무엇보다, 멀리 있는데도 그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솟아있는 옐드라실과 레보드라실!

 조금의 오점도 없이 좋은 여행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유하 씨랑 스승님 덕분에 이렇게 외롭지 않게 스펠라이트도 타고, 정말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길게 내려오는 흑발에, 낡은 갈색 로브를 입고 구닥다리 스태프를 들고 있는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그녀가 우리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며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감탄했다.

 

 “――대체 당신은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예요?!”

 “어머, ‘당신’이라뇨. 서운해라. 엄연히 ‘로시에’라는 이름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이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그녀의 행동에 납득을 못하고 있는 나의 불만 섞인 물음에도 싱글벙글한 얼굴로 대답하는 로시에였다.

 

 “별로 상관없잖아? 유하. 딱히 적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파르마란스를 잘 안다고 하니 오히려 잘됐을지도?”

 

 엘리, 물론 네 앞에서 적의가 있었다면 벌써 뼈도 못 추렸겠지. 그리고 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다행인데…….

 

 “역시, 스승님――! 자상하셔!”

 

 자신을 껴안기 위해 달려드는 로시에를 무심한 표정으로 가볍게 회피하는 엘리. 그로인해 로시에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한 바퀴 굴러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런 허당끼 넘치는 모습을 보면 네가 나 말고도 챙겨야 할 짐이 더 늘게 된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게다가 바보 속성…….

 

 “스승니임――! 너무 귀여워어!”

 

 그럼에도 로시에는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엘리에게 달려든다. 눈에 하트 뿅뿅.

 흑발 때문인지 뭔지, 외모는 제법 차가운 느낌마저 드는데 엘리를 보면 어찌 저렇게 애정행각을 벌이려고 하는지.

 ―아무리 어려진 엘리가 어딜 가든 남녀를 불문하고 시선을 독차지하는 외모와 귀염성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

 쿠당당당――!

 거하게 넘어진 로시에가 키지브라 공항의 특산물 매장 입간판을 박살내고 말았다.

 

 “아아……, 결국 사고치고 말았네.”

 

 이젠 엘리랑 둘이서 차원이동 단서 찾기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엮여버린 건지…….

 ――그녀를 만난 건 보나치 공항에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 * *

 

 

 “아르시아 축제는 재밌으셨나요? 소서리아는 겨울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소식을 들어보니 눈이 내렸다고 하던데요? 후훗.”

 

 거의 변장을 하다시피 얼굴을 가리고 보나치 공항에 배웅을 나온 유클리아가 흐뭇한 미소로 양손을 합장하며 물었다.

 

 “뭐, 뭐……. 그, 그렇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도 있었어요. 아하하하.”

 “마, 맞아. 볼만 하더구나.”

 

 나와 엘리는 최대한 즐거웠던 척을 했지만, 랄프 아저씨가 공인한 발연기의 선두주자들이라 티가 나도 너무 뻔하게 났다.

 

 “으흐음――? 뭐 아무튼, 파르마란스는 아르키메시아와는 달리 비스티안……. 음, 수인족들도 있으니까 그곳에서도 좋은 경험이나 추억은 생길 거예요.”

 

 왠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은 유클리아였지만, 사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았더라도 다시 어려진 엘리의 모습을 보았으니 그녀라면…….

 

 “―참, 유클리아. 너는 왜 유하의 마나게이트가 개방되었는지 혹시 짐작 가는 바는 없는 것이냐?”

 

 하지만 엘리는 그녀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쓸 생각도 없다는 듯이 내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그녀에게 물었다.

 

 “예……? 마나게이트가 개방되었다고요? 원래부터 그랬던 것 아니었나요?”

 “아니, 원래 마나게이트가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는데 어느 순간 게이트가 개방되어있었다. 혹시 네가 개방시켜준 것인가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틈이 없었으니.”

 “희한한 일이네요. 평범한 인간의 마나게이트를 개방시키는 것은 저희 드래곤 정도가 아니라면 힘들고, 가능하더라도 부작용이 엄청나게 심할 텐데.”

 “흐음…….”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로 턱을 괴며 생각하던 엘리가 별안간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나한테 의심의 화살이 오는 건데?! 내가 뭐! 나, 나도 모른다구, 왜 이렇게 된 건지!”

 

 반개한 눈과 길쭉하게 다문 입술을 보아하니 엘리 녀석, 은근히 나를 놀리는 게 분명하다.

 

 “자, 뭐 괜찮잖아요? 마나게이트가 열렸으니 마법도 배울 수 있고, 본인 스스로의 몸을 지킬 기회가 생겼으니. 게다가 엘리시아 님의 마력를 받아 잠재적으로는 꽤 대단한 마법사가 될 수 있겠는 걸요.”

 “아……, 엘리가 마력을 제게 돌려준 것을 역시 알고 있었군요.”

 “예. 보통이라면 자신의 마력을 나누어 준다고 해도 외형적인 변화는 없지만 엘리시아 님은 차원이동의 원인 모를 부작용으로 인해 내재된 마력의 크기에 따라 외형이 변하는 듯하니까요. 다시 어려진 모습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아아, 그렇구나……. ――응? 방금 전에 저보고 대단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고 했어요?”

 “마나게이트가 개방되었다는 말은 즉, 마나를 몸에 받아들이고 그것을 가공하여 마법으로써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마력은 얼마만큼 크고 강력하게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지를 뜻하고요.”

 

 아니, 내가 물음에 대한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마력이나 마나에 대한 개념은 틈틈이 엘리에게 물어봤었기에 알고 있었고, 생각은 못하고 있었지만 마나게이트가 열렸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면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추측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한 물음은, 정말로 내가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한 되물음이었다.

 

 “――오오오옷?!”

 

 어쨌거나 그녀는 다시 한번 내가 마법사가 될 자질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드래곤인 그녀의 보장은 곧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제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다는 건가!

 

 “레비테이션!!!”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내가 마법사라니! 꿈에서나 상상해왔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

 

 하지만 그 들뜬 마음은 자다가도 이불킥을 할 정도의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뭐야, 저 이상한 녀석은?”

 “레비테이션……? 푸훗!”

 “푸푸풋, 레비테이션이래……!”

 “혹시, 관심병 환자? 킥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들뜬 나머지 주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고, 사람들은 순간 얼음처럼 굳었다가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비웃었다.

 

 “엘리이이이~!”

 “아, 아는 척하지 마……!”

 “호, 호호호……!”

 

 부끄러움과 민망함은 아무래도 나만의 몫은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둘 다 나를 남 보듯이 하고 모르는 척하는 건 너무하잖아!!!

 

 “에엘리이이~!”

 “누, 누구냐, 넌? 따라오지 마!”

 

 유클리아를 가운데 두고 원을 그리며 도망가는 엘리를 쫓는 형태.

 

 “호호……. 정말, 두 분 참 재미있으셔. ――응?”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 엘리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

 간신히 민망함을 털고, 숨이 차서 공항 로비 바닥에 앉아있는데, 유클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아, 아뇨. WQT때 봤었던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

 

 아무리 유클리아라 해도 마법사나 연마법사 응시자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대마도사 응시자 중에 한 명인 건가?

 어쨌거나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겠지.

 

 [키지브라 행 스펠라이트를 탑승하시는 승객께서는 2번 게이트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때가 되었네요. 두 분, 부디 원하시는 목적을 이뤄서 고향으로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하하, 뭐예요. 다시는 안볼 것 같은 사람처럼.”

 

 지금껏 그녀가 도움을 베풀어주었던 때와는 다르게 제법 사무적인 말투로 작별을 고하자, 조금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배웅을 나오는 것조차 그녀에겐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준 것이니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리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면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 유클리아뿐만 아니라 랄프 아저씨나 루리, 테라로사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러니 어쩌면 이렇게 딱딱하고 뒤끝 없이 헤어지는 게 맞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고마웠다, 유클리아.”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엘리시아 님. 그럼 모쪼록…….”

 

 유클리아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예를 갖추고는 우리들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키지브라 행 스펠라이트, 5분 뒤 이륙합니다. 승객들은 어서 탑승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가볼까? 엘리!”

 “그래.”

 

 ……녀석, 좀 더 살갑게 대해주면 좋을 텐데. 축제 이후로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차가워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말투는 확실히 이전의 권위적인 말투보다 부드럽게 바뀌었고, 행동도 예전에 비하면 폭력적이지도 않고 깔보는 듯한 태도도 없어졌는데.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은 뭘까.

 

 “차라리 아무 말도 안했더라면…….”

 “응? 뭐가?”

 “아, 아, 아냐! 아무 것도.”

 

 ―이크, 생각한 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버릇은 어서 고쳐야지, 원.

 

 “어서 오세요―!”

 

 스펠라이트와 연결되어있는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표를 확인하고는 우리를 들여보내주었다.

 

 “오,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하구만?”

 

 임해수 녀석한테 들었던 지구의 공항탑승수속절차와 다르게 이곳의 비행기, 아니, 스펠라이트 탑승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거의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는 수준으로 간단한 절차였고, 수하물 보관되는 칸도 상위클래스 마법사들의 배리어로 보호되기 때문에 까다로운 것도 없었다.

 기내도 가디언으로서 연마도사급 마법사가 두 명씩 배치되기 때문에 기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웬만하면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는단다.

 무엇보다, 애초에 스펠라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르키메시아나 파르마란스 해당국의 MAB(마법사관리국, Magician Admin Bureau)에 신고를 해야 하니 테러분자가 자동으로 걸러진다.

 

 “잠시만요오――! 거기 두 분――!”

 “응?”

 

 스펠라이트와 게이트 사이에 연결된 통로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우릴 부르며 달려왔다.

 검은색의 긴 머리와 새카만 눈동자,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제법 차가워 보이는 외모라서 흔히 말하는 차도녀 같은 이미지지만 목소리나 말투를 들어보면 이미지와 성격이 정반대로 수렴한다.

 

 “저어……. 게이트를 잘못 찾으신 것 같은데요. 여기는 아베리아 섬으로 가는 게이트가 아니라 파르마란스의 키지브라로 가는 게이트입니다만…….”

 “네에? 저 키지브라로 가는 거 맞는데요……. 히잉.”

 “여기, 보세요. 키지브라라고 적혀있잖아요.”

 

 안내원이 그녀가 내밀은 표에 적힌 것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확인시켜주었다.

 

 “으으응――? 에에에엑――?! 어떡하지? 어떡하죠? 어떡해요?”

 

 내가 ‘저 바보는 대체 정체가 뭐야’라는 눈빛으로 엘리를 쳐다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 올리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가자, 엘리.”

 “흐음. 우릴 불렀던 것 같은데.”

 “잘못 봤나 보지.”

 

 사람 착각했나보다 생각하며 걷던 발걸음이나 마저 떼려고 하는데 안내원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두 분.”

 “무슨 일이죠?”

 “이분께서 손님들이 일행이라고 하시는데, 정말인가요?”

 “엑…….”

 

 어이가 없어서 “허,” 하고 그 차도녀, 아니……, 바보녀를 쳐다봤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물론 안내원이 눈치 채지 못하게끔 뒤에서. 몰래.

 ……도와줘야해 말아야해.

 ―라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그녀가 마법을 써서 허공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적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 이름은 ‘로시에’예요. 아까 들어보니 파르마란스에 처음 가시는 것 같던데, 제가 파르마란스 출신이라 그곳 사정에 대해 잘 알아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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