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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벽력왕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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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빠른 천궁과 번개의 힘'을 얻은 차가운 사내 무영.
천하제일 미녀이며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이기도 한 왈가닥 빙령.
그들이 펼치는 호쾌한 강호진출기가 시작된다

 
14 화
작성일 : 16-07-20 13:42     조회 : 628     추천 : 0     분량 : 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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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六章 벽력문(霹靂門)

 

 - 빌어먹을, 이건, 말도 안 돼!

 

 

 

 1

 

 뛰었다.

 무영은 벽력군의 걷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야만 했다.

 심장과 폐가 터져나갈 것 같은 압박을 견디며 달려야 했다.

 길도 없는 산속, 가파른 절벽.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산과 평야를 지나쳐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한 시진 반 정도의 잠자는 시간과 벽력군이 건네주는 육포를 먹는 겨우 반 각의 식사 시간.

 그것이 유일하게 무영의 다리가 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사십오 일간의 처절한 행군동안 둘 사이에 제대로 이루어진 대화는 첫날뿐이었다.

 

 무영의 모옥을 떠나 첫 번째 갖는 점심 식사 시간.

 벽력군은 사제의 연을 맺는 구배지례(九拜之禮)를 받고는 물었다.

 “네가 원한다면 이별의 시간을 며칠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했다. 분명 전음으로 말했는데…….”

 대두의 반응이 벽력군의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주 예전에, 자신도 그런 기억이 있었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두고 벽력문에 입문했던 기억이.

 벽력군의 나이 그때 열아홉이었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한창 때.

 마을에서 독종이라 불리며 기세등등하던 그가 우연히 무림인과 시비에 말려들어 죽을 뻔 했었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난 그에게 한 노인이 다가와 물었었다.

 억울하냐고? 강해지고 싶냐고?

 벽력군은 한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자 침울해졌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모르는 무영은 고개를 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

 “시간이 길어지면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본문의 제자가 된 사람이 모두 그러했지만, 노부 역시 독종이라는 말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 하지만 너는…… 참으로 지독하구나. 사실 네 놈의 지독함에 질려서 널 제자로 선택하는 데 망설이기까지 했었다. 때로는 징글징글해서 너보고 차라리 죽어버리란 말까지 했었지.”

 “두려워서 그런 겁니다.”

 “뭐?”

 벽력군의 양 볼이 씰룩거렸다.

 두렵다?

 절대독종 무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얼핏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더 괴로울까봐, 더 슬퍼질까봐, 더 참담해질까봐…… 두려운 겁니다.”

 “…….”

 “며칠 일찍 시작하면 또한 며칠 일찍 끝낼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나중에 그들을 만날 때, 며칠 때문에 그들이 봉변을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이 절 더 고통스럽게 할 테니까요.”

 “호.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었느냐? 그래서…… 네가 절대독종인 게다. 지독한 놈. 어쨌거나 솔직하게 말해주니 고맙다.”

 벽력군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벽력군은 알았다.

 무영 같은 녀석이 자신의 입으로 ‘두렵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다시 말해서 무영은 사제지간이 되었으니 옛일은 잊고 잘 지내보자고 먼저 다가서고 있는 것이었다.

 무영이 벽력군을 따라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어쨌거나 이젠 제 사부시니까 정직해야겠지요. 사부께서는 제자를 속이실 겁니까?”

 “내가 널 왜 속이느냐?”

 벽력군이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러나 무영은 빤히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있느냐? 속이는 것은 약한 자가 하는 일이다. 강한 자는 거짓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진실, 즉 힘으로 충분하다. 노부는 너보다 수천 배 강할 진데, 너를 왜 속인단 말이냐?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면 되지.”

 벽력군의 언성이 초반에는 높았지만, 뒤로 가면서 여유로워졌다. 그렇지. 패면 되는 거지.

 녀석이 아무리 화해하자고 해도 놈의 싸가지 진작과 올바른 사제관계 정립을 위해서 구타는 필수였다.

 “정말이십니까? 정말 사부께서도 저에게 늘 정직하실 겁니까?”

 “물론! 본문의 모든 조사님과 하늘에다 맹세할 수 있다. 노부는 과장이나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야. 널 속이는 일 따위는 없다.”

 “그렇군요. 그 말씀…… 가슴 깊숙이 새기겠습니다. 그럼 사부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벽력군의 호통에 무영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벽력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벽력군에게는 천천히 걷는 유람과 같은 행보였지만, 무영에게는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호흡이 끊기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사십오 일째!

 무영은 벽력군이 멈춘 것을 보고는 이를 악물며 땀을 훔쳤다.

 식사시간도, 취침할 시간도 아니었다.

 정말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무영은 벽력군의 옆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와 나란히 섰다. 분명 목적지에 거의 온 것이리라.

 그곳은 절벽이었다.

 무영의 발밑으로 펼쳐진 광경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절벽.

 수없이 많은 절벽을 넘어 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깎아지를 듯한 절벽은 없었다. 경사도도 그렇지만 이 높이란 것은…….

 마치 악마의 입 같았다.

 들어오는 것은 모두 삼켜버릴 것 같은 느낌이 절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휘이이잉.

 어둠의 심연 속에서 한줄기 회오리바람이 위로 올라와 무영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이 밑이…… 종착지입니까?”

 벽력군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벽력군은 사십오 일간 무영이 보여준 모습에 질린 상태였다.

 일부러 험한 길로만 왔다. 예전 자신의 사부가 그랬던 것처럼.

 독종이라던 자신도 세 번이나 쓰러졌고, 그것을 사부는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

 벽력군은 아직도 그때의 눈빛이 생생했다.

 독종이라던 네가 겨우 이것밖에는 안되냐는 듯한 조롱의 눈빛. 그러나 이 무영이란 놈은 끝까지……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무식한 놈! 지독한 놈! 얄미운 놈!’

 제자의 독기가 마음에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침에 화부터 났다.

 무영이 제발 조금만 쉬자고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도 예전의 사부처럼 쌀쌀한 눈빛으로 마구 조롱해주며 기선을 제압할 수 있지 않은가?

 원래 독종의 세계는 그런 것이다.

 애원하면 그것으로 서열이 정해져 버린다. 형식적인 서열이 아니라 마음속의 진짜 서열이.

 “사부님……. 속도가 느린 제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참고로 이곳의 높이는…….”

 “상관없습니다. 내려가야 한다면 내려갈 뿐이죠.”

 무영은 벽력군의 말을 자르며 돌아섰다. 바로 내려가려는 무영의 모습에 벽력군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너, 너는 지금…….”

 벽력군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무영의 신형은 어느새 절벽을 더듬거리며 내려서고 있었다.

 헉헉거리는 무영의 가쁜 숨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벽력군의 귓가를 때렸다.

 말려야 했다.

 간신히 받아들인 제자 하나가 골로 갈 수도 있었다. 어느 세월에 또 다시 제자를 찾는단 말인가?

 무엇보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오늘 밤 푹 쉬고 내일 아침부터 시작할 일이었다.

 이 절벽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험한지는 세상 누구보다 벽력군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내공이 없는 무영이 지칠 대로 지친 현 상태에서 이 절벽을 내려선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봐줄 테니…… 오, 올라와라!”

 차마 하기 싫은 말이 결국 벽력군의 입에서 떨어졌다.

 “내려가는 것이 아닙니까?”

 “그건 맞다. 하지만 넌 이미 많이 지쳤다. 그 상태로는 절반도 내려가기 전에 떨어져 죽는다. 괜한 호기 부리다가 죽지 말고…….”

 “사부님답지 않습니다. 헉헉……. 전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놈! 동정이 아니라…….”

 “먼 옛날, 분명 사부님도 지친 상태에서 이 절벽을 내려섰을 겁니다. 당연히 저 또한 그래야지요.”

 “그, 그게…….”

 “사부께서 하셨다면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으음.”

 벽력군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흐렸다. 그렇다고 내려가 말리지도 못했다.

 무영의 눈에서 서슬 퍼런 광채가 마치 무수한 별무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벽력군은 숨을 들이켰다.

 저렇게 강한 안광은 심후한 내력을 가진 고수가 살기나 내력을 잔뜩 일으킬 때 나오는 빛이었다. 그러나 무영은 내력이 없었다.

 아무리 눈빛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저렇게까지 폭사하는 눈빛은 일반인에게 절대 불가능했다.

 “서, 설마 단전이…… 상단전(上丹田)이 열려있단 말인가? 아닐 거야? 아니고말고.”

 벽력군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 꽉 쥔 손톱에 의해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상처는 느끼지도 못하는 그였다.

 “놈!”

 혼자 고개를 좌우로 젓던 벽력군이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오 장 정도를 내려가던 무영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위태위태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꽉 다문 입술과 강한 눈빛은 여전했다.

 반드시 내려가고 말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그의 표정에서 묻어나왔다.

 “무영! 네 녀석은 어렸을 때, 눈이 붉은빛을 띠었고, 툭하면 앓고는 했느냐?”

 “……?”

 “또 너는 어렸을 때, 며칠간 잠만 자도 졸렸고, 때로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느냐? 목소리가 때때로는 맑았다가, 때로는 탁했느냐?”

 “그게 왜 지금…….”

 “사부가 묻고 있지 않느냐?”

 무영의 얼굴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하필이면…… 당장이라도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지금, 그런 질문을 던지다니.

 확실히 변태 기질이 농후한 사부였다.

 분명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괴롭히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부의 질문인지라 무시할 수 없었다.

 “열두 살 까지는 분명 그랬습니다. 하지만 부모를 잃은 충격에…… 헉헉, 며칠 앓고 나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고 그러는 겁니까?”

 “맙소사!”

 벽력군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이런 제기랄…….”

 벽력군의 눈에 습막이 차기 시작하더니 결국 양 볼에 두 줄기 물길이 생겨났다.

 상단전이 개통된 사람의 능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귀신을 볼 수 있어서 퇴마사가 되는 이가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확률이 드문 경우인데…… 한 번 보고 익히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오성을 갖게 되는 자였다.

 불세출의 천재들.

 마지막 세 번째의 경우는 몇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했는데, 그런 자들은 학문이나 예술, 정치, 전쟁 등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일구어냈다.

 아무리 보아도 무영은…… 세 번째 성격의 상단전 개통이었다.

 그러고 보니 무영의 싸움 기술 습득 능력이 엄청나게 빨랐다는 것을 상기한 벽력군은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놈의 상단전이 갖는 성격은 바로 무공임이 분명했다.

 “이 비겁한 자식…… 정말 오 년에 끝내려는 것이냐?”

 억울했다.

 누구는 청춘을 다 바친 것도 모자라서 환갑의 나이까지 구타당하며 배웠다. 그런데 놈은…… 이 치사한 놈 같으니라고.

 자신이 반년 걸린 초식을 분명 저놈은 열흘에 끝낼 것이다. 얻어맞고 눈물 흘리며 배웠던 세월을 저놈은 순식간에 해치워 버릴 것이다.

 벽력군은 벌떡 일어나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무영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무영! 이 비겁한 놈!”

 “……?”

 “치사한 자식 같으니. 오 년이라니! 오 년이라니!”

 무영이 거친 숨을 터트리고 위를 노려보며 혼잣말을 했다.

 “늙은이가 미쳤나? 왜 지랄이야.”

 “네 놈의 뜻대로 오 년은 절대 안 돼. 오 년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냐? 난 백 년이 걸렸단 말이다! 이 노오오옴.”

 절규였다.

 피맺힌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정말…… 미친 건가? 저 늙은이를 정말 믿어야 하는 건가?”

 무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는 무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발을 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신경 쓰면 더 피곤할 뿐이었다.

 “어떻게든 내 힘을 더 빼려고 안간힘을 쓰는 군. 젠장. 하지만…… 지지 않아! 두고 보자. 반드시 오 년 안에 끝낸다!”

 “으아아아! 이건 너무 불공평해! 저 비겁한 놈 같으니라고! 야! 임마. 넌 양심도 없냐? 어떻게 오 년이냐? 육 년엔 안 되겠니? 그래! 육 년! 육 년이야. 무조건 오 년 안엔 안 돼. 절대 안 돼!”

 벽력군의 고함이 메아리가 되어 절벽을 계속 울려댔다. 그러나 무영은 무시하며 절벽을 천천히 내려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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