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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벽력왕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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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빠른 천궁과 번개의 힘'을 얻은 차가운 사내 무영.
천하제일 미녀이며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이기도 한 왈가닥 빙령.
그들이 펼치는 호쾌한 강호진출기가 시작된다

 
10 화
작성일 : 16-07-14 14:17     조회 : 661     추천 : 0     분량 : 4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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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四章 계약(契約)

 

 -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시오.

 

 

 

 1

 

 “끄어어어억.”

 잠시 혼절했던 신신 파파의 비명이었다. 장신의 흑의인이 자신의 발아래 내팽개친 그녀의 가슴을 짓밟은 것이다.

 그 잔인한 모습에 빙령이 무영과 대두의 팔을 힘차게 뿌리치고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무영은 간신히 중심을 잡았고, 대두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개자식! 원하는 건 나잖아. 어떻게 그런…….”

 빙령의 음성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흑의인은 건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소검후 빙령. 네 말이 맞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너지.”

 “순순히 따라가겠어. 신신 파파를 풀어줘!”

 “크크크크.”

 장신의 흑의인이 웃자, 단신의 흑의인도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 웃었다. 구경만 하던 단신인은 잠시 그렇게 웃다가 입을 열었다.

 “빙령! 네 도도한 자존심과 발끈하는 성격은 유명하지. 네 미모만큼이나.”

 “뭐라고?”

 “이들을 모두 죽이고 널 생포한다면, 네가 자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내가 환교의 인물인 것을 안 이상 너는 신신 파파처럼 쉽게 당하지도 않을 거야. 그렇다면 나는 전력을 다해야하니 너를 잡다가 부상을 입힐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선 인질의 가치가 떨어질뿐더러, 교주님께서 그것을 원하지 않으시지. 네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고스란히 유지해서 데려오라고 하셨거든.”

 “……!”

 빙령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신신 파파를 살리고 자신은 나중에 자결할 생각도 한 그녀였다. 그러나 놈들은 이미 자신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었다.

 “순순히 따라온다면 신신 파파를 죽이지 않지. 물론 너의 자결을 막기 위해서 이 할망구는 계속 인질이 되어야 하지만.”

 “나쁜 개자식들 같으니라고.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치사할 수가 있니? 어떻게…….”

 “이봐. 나는 너에게 신신파파를 살릴 기회를 주는 거야.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 말라고. 선택은 네 몫이니까. 크크큭.”

 빙령의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 모습에 대두는 한숨을 쉬며 무영을 향했다.

 “형님, 우리는 이제 죽나 봅니다.”

 “…….”

 “사내답게 싸우다 죽을까요? 아니면 결과가 뻔한 거 그냥 멋지게 자진할까요?”

 대두는 정말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무영은 지금 의문의 노인이 한 말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대두의 말을 듣지 못했다.

 “정말 살려주려는 걸까?”

 무영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노인은 그럴 능력이 있는 것일까? 분명한 건 예사노인은 아니었다. 나무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을 보면.

 “형님! 우리는 안 살려줘요. 저 선녀님과 할머님만 살려주지.”

 대두는 풀죽은 목소리로 주변을 보며 말했다.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그때, 빙령이 몸을 돌려 무영에게 다가들었다. 빙령은 대두와 무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두 흑의인과 얘기를 끝낸 상태였다.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무영!”

 “응?”

 생각에 빠져있던 무영이 그녀의 말에 눈을 치켜뜨며 대꾸했다. 그러자 빙령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지 대두는 괜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무영, 고마웠어.”

 “뭐가 말이지?”

 “아까! 너…… 살 수도 있었잖아. 저자의 제자가 된다면…….”

 “아!”

 무영은 뭔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빙령은 그런 무영을 아픈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목숨을 걸고 계속 나와 신신 파파의 편을 들어준 거…… 고마워. 너는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어. 그건 결코 아무나 낼 수 없는 용기란 걸 알아. 또한 그 점에서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 너는 협의지심을 갖췄다고 생각해.”

 무영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너희들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다. 저놈들이 싫어서 그런 거지. 저런 쓰레기의 제자가 돼봤자, 말로는 빤하니까.”

 “훗, 그래. 그래서 난 네가 더 대단하게 느껴져. 그리고……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들이 죽게 돼서……. 너희들을 꼭 살려 준다 약속했는데. 저들은 너희를 살려줄 수가 없대. 신신 파파는…… 나에게 어머니나 다름없는 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빙령은 무영과 대두를 보며 말하다가 목이 메는지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모습에 대두가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자신이 곧 죽게 된다는 사실보다 선녀가 눈물 흘리는 모습에 북받쳐 오르는 슬픔이 격해진 것이다.

 “선녀님……. 흑흑. 울지 마세요.”

 빙령은 그런 대두를 천천히 안았다. 커지는 대두의 눈.

 “대두…… 미안해.”

 빙령보다 키가 작은 대두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세상이 온통 무지개 빛으로 뒤덮인 것만 같았다.

 무영은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가 떨어지는 둘의 모습을 보고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자신의 차례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힐끗 보고는 그냥 지나쳤다.

 일그러지는 무영의 얼굴.

 “계집!”

 “난 빙령이야.”

 “그래 빙령. 너 뭐 잊은 거 없냐?”

 “글쎄.”

 “치사하게…… 사람…… 차별 하냐?”

 “풋.”

 빙령은 돌아서서 무영을 보며 웃었다.

 대두도 그렇고, 이 사내도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로는 판단이 불가능한 자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빙령은 차갑게 보이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는 뜨거움을 느꼈다. 그 뜨거움은 슬픔 같기도 했고, 열망 같기도 했다.

 “무영! 내 실수로 네가 죽게 되어서 일까? 아니면…… 짧은 순간이었지만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네가 나에게 협의(俠義)에 대한 깨달음을 알게 해 주어서일까?”

 “……?”

 빙령이 무영의 바로 앞으로 다가섰다.

 무영은 그녀의 숨결이 무척이나 뜨겁다고 느꼈다. 마치 어린아이의 숨소리마냥 새근새근 거리는 그녀의 호흡이 왠지 모르게 심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단신의 흑의인은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노골적으로 소리 내어 찼다.

 “쯧쯧. 소검후! 벌써 노을이 지고 있다. 어차피 곧 죽을 놈들인데 그쯤 해두고 끝내자. 안 그러면 신신 파파의 팔 하나를 잘라야 끝낼 건가?”

 “다 끝났어. 더 이상 참견하면…… 나도 그냥 죽어버릴 거야.”

 “……!”

 “간신히 참고 있는 거야. 알아? 신신 파파 때문에 간신히…… 간신히 참고 있지만, 더 이상 날 자극하지 마.”

 “끄응.”

 흑의인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지 성질머리 하고는. 교주님이 저 계집을 다독이려면 꽤나 속을 썩을 것이 훤히 보였다.

 빙령은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다가 어깨를 들썩이며 다시 무영을 직시했다.

 “나중에 저승에서 다시 널 만나면…… 그땐 꼭, 이 고마움을 갚을게.”

 “됐다. 그리고 나에겐 아직 비장의 한 수가…… 훗!”

 무영의 눈이 태어나 가장 커졌다.

 피할 틈도 없이 다가오는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입과 충돌을 일으켰다. 무영은 커진 눈으로 눈을 감고 입을 맞추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멍했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심장이 거칠게 박동 쳤다.

 길게 늘어진 그들의 그림자가 하나가 되어 있었다.

 “……!”

 대두도, 복면인들도 모두 입을 쩌억 벌리고 그 둘을 보았다.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그 둘을 볼 뿐이었다.

 유일하게 놀라지 않고 있는 자가 있다면, 기절한 신신 파파뿐이었다.

 마침내 서서히 떨어지는 입술.

 빙령의 발뒤꿈치가 다시 땅에 닿고,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무영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비, 빙령? 뭐, 뭐냐?”

 대두는 무영이 저렇게 멍청한 표정으로, 어벙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단연코 없을 것이리라.

 “놈들에게 끌려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좋았어. 내 첫 입맞춤. 후회하지 않아.”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맑고 환한지 마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가지런한 치아가, 얼굴이, 그녀 전체가 노을에 의해 붉었다.

 막 봉우리를 터트린 붉은 장미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녀의 눈은 울고 있었다.

 절세미녀의 눈물.

 그건 숨 막힐 정도로 청초하며 가련했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동공에 어린 습막에서 흘러나오는 한 줄기 이슬을 보며 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살려 줄 수 있는 거요?”

 커다란 고함.

 그 말에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그만큼이나 빙령의 도둑 입맞춤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 끄으응. 부러운 놈. 복도 많구나. 제길. 부러우면 지는 거지. 흠흠……. 물론이다. 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믿소?”

 - 뭐? 뭐라고? 어떻게 믿긴! 감히 노부를 어떻게 보고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그냥 도와주는 것은 아닐 테고…… 대가는?”

 - 본문, 즉 벽력문의 계승자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은 혹독하고,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라는 대로만 잘 따라오면…… 너라면 충분히 대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영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을 굽히기도 싫었다.

 “좋소. 당신의 능력을 보고 결정하겠소. 능력을 보여주시오.”

 벽력군의 작은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졌다.

 - 뭐?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감지덕지해도 모자를 판에 지금 나와 흥정을 하자는 거냐? 넌 임마! 내가 안 도와주면 어차피 죽을 몸이라고!

 “이 각이오. 이 각 안에 나와 대두, 그리고 빙령과 신신 파파를 안전하게 구해주시오. 그럼 계약은 성립되오.”

 - 으아아아! 이놈! 지금 네 놈이 감히!

 “능력이 없다면…… 계약은 없던 거로 하겠소. 이 각이라 했소. 넷 중 단 한 명도 빠져선 안 되오!”

 무영은 고함을 끝내고 자신을 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모두가 그를 미친놈 보듯 하고 있었다.

 얼마나 빙령과의 입맞춤이 좋았으면…… 저리 실성해버렸을까? 쯧쯧.

 모두가 혀를 찼다.

 그러나…… 그들은 부러웠다.

 미친다 해도 빙령같은 절세미녀와 입맞춤을 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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