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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벽력왕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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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빠른 천궁과 번개의 힘'을 얻은 차가운 사내 무영.
천하제일 미녀이며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이기도 한 왈가닥 빙령.
그들이 펼치는 호쾌한 강호진출기가 시작된다

 
9 화
작성일 : 16-07-14 14:16     조회 : 667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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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지금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흑의에 붉은 귀면탈을 쓰고 있는 두 인영이 나무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함께 소리를 질렀다.

 마치 공중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이 등장한 두 흑의인의 모습에 복면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동시에 부복했다.

 “혈사자님을 뵙습니다.”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마치 쇠를 긁는 것처럼 사람의 신경을 무척이나 거슬리게 하는 목소리가 좌측의 흑의인에게서 나왔다.

 키가 육 척 반에 달하는 장신의 그는 주변을 훑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있을 수가 없었다.

 삼백의 수하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었다. 그 옆에 위치한 단신의 흑의인 역시 혀를 차며 불만을 드러냈다.

 삼백이나 되는 수하들이 포위망을 풀지도 그렇다고 공격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이동하는 모습이라니.

 복면인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저놈이 소검후를 인질로 삼고…….”

 무영과 대화를 나눴던 복면인이 고개를 더욱 떨구며 말을 흐렸다. 그러자 장신의 흑의인이 그에게 다가들었다.

 “유령대주.”

 “예, 혈사자님!”

 “죽고 싶냐?”

 “아, 아닙…….”

 퍽!

 유령대주라 불린 복면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키 큰 흑의인의 발이 그의 등을 발로 찍었다.

 “저따위 촌놈에게 삼백이나 되는 유령대원들이 휘둘린다는 것이 말이 되냐?”

 “용서를…….”

 유령대주는 입안을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퍼억!

 유령대주의 등에 다시 발이 찍혀 들어갔다.

 퍽퍽퍽퍽퍽!

 연달아 터지는 타격음에 삼백의 복면인들은 벌벌 떨며 숨을 죽였다. 장신의 흑의인은 유령대주가 기절해 축 늘어지자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바로 뒤에 있던 단신의 흑의인이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 죽이는 건가?”

 “멍청하긴 해도 충성심은 있는 놈이야. 실력도 과히 나쁘지 않고.”

 “그래도…… 본보기로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기강이 너무 해이해졌어. 애송이한테 휘둘리는 대주라니. 쯧쯧.”

 “상관하지 마라. 이 녀석은 내 직속 수하니까.”

 둘은 서로에게 짜증을 내다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무영이 끼어든 것이다.

 “이봐. 너희들이 왕초인가?”

 “……!”

 “말하는 걸 보니 그냥 안 보내 줄 것 같은데……. 맞지?”

 “잘 아는 군.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한 넌,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

 “알아. 너희들에게 이 여자가 필요하다는 걸. 하지만 이 여자를 얻기 위해선…… 나를 죽여선 안 되지. 모르겠나?”

 “크크큭, 확실히…… 재미있는 놈이군. 그따위 어설픈 협박이 나에게도 먹힐 거라고 생각하나? 어리석은 놈!”

 장신의 흑의인은 앞쪽으로 성큼성큼 나서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자 주변의 수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경계 태세를 갖췄다. 무영은 그들의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계속했다.

 “협박이라고 생각하나? 난 이 여자를 오늘 여기서 처음 봤다. 난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아아…… 이런 삼류 연극은 정말 눈뜨고 못 봐주겠군. 소검후 빙령 정도 되는 이가 너 따위가 휘두르는 비수에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그녀는 지금 잡혀있는 척 하고 있는 거겠지.”

 “확인해 볼 건가? 비수는 눈이 없다.”

 “마음대로! 하지만 장담할 수 있지. 넌 절대 그녀를 찌르지 못한다. 찌르는 순간 네 삶의 마지막 희망은 사라지므로. 흐흐흐, 모든 인간은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애를 쓰지. 난 네가 예외라 생각하지 않아.”

 장신의 흑의인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영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예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가 보군.”

 “이런, 이런……. 마치 징징거리는 아이 같군. 한 가지만 알려 주지. 그녀를 넘겨주면 넌 편하게 죽을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땐 후회해도 늦지.”

 가소롭다는 듯이 대꾸하는 그를 보면서 무영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제길! 틀렸어. 다시 원위치로!”

 무영이 비수를 빙령의 목에서 떼며 소리쳤다. 그러자 빙령이 아쉽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너무 빨리 포기한 거 아냐?”

 “저런 눈빛을 가진 놈들은…… 허언을 하지 않지.”

 뭉쳐졌던 사 인(四人)은 다시 사각행진으로 급하게 재편됐다. 그러자 장신의 흑의인은 검지를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었다. 다 소용없다는 뜻이다.

 “실력은 없지만 보는 눈은 있는 놈이군. 눈빛이 좋아. 난 네 녀석의 눈이 마음에 든다. 내 제자가 된다면…… 살려줄 수도 있다.”

 그의 눈은 전면의 신신 파파를 무시하고 무영에게 꽂혀 있었다. 그의 말에 복면인들뿐만 아니라 단신의 흑의인도 눈을 치켜떴다.

 상대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위해 거짓 유혹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흑의인의 진중한 태도로 보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무영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 제자가 될 바에 개를 부모로 섬기고 말지.”

 “……!”

 장신 흑의인의 발걸음이 멈췄다. 설마 저 녀석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소검후 빙령의 목에 비수를 대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건 빙령의 무공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미모 때문이었다.

 자신도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 잠시나마 호흡이 거칠어졌을 정도로…… 그녀의 외모는 인세의 것이 아닌 듯싶었다.

 단언하건대 그런 미녀의 목에 비수를 겨누는 짓을 할 수 있는 남자란, 딱히 은원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세상에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리라.

 살기 위해선 어떤 짓이라도 할 것 같은 사내에게 생로(生路)를 제시했는데 거부를 당한 장신 흑의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넌…… 특이한 놈이군.”

 “넌…… 더러운 놈이고.”

 무영의 대꾸에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저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놈! 날 조롱하는군. 쉽게 죽이지 않겠다.”

 “좋아. 쉽게 죽어주지 않겠어.”

 무영은 비수를 양손으로 번갈아 쥐며 차갑게 말했다. 그의 입가에 걸치는 싸늘한 미소.

 장신의 흑의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말 오랜만에 진짜로 화가 나고 있었다.

 “갈! 버러지 같은 것이!”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선두의 신신 파파에게 들이닥쳤다. 신신 파파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들어오는 방향을 향해 용두신장을 힘차게 휘둘렀다.

 스르르륵.

 용두신장에 맞을 것 같던 흑의인의 몸이 흐려졌다. 신신 파파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환술(幻術)!”

 그러나 이미 상황은 늦었다.

 연기처럼 사라진 그의 모습이 신신 파파의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콱! 퍽!

 신신 파파의 목이 어느새 그의 손에 잡혔고, 배에 주먹이 꽂혀 들어갔다.

 목을 잡힌 신신 파파는 신음도 못 지르고 코와 입으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영과 대두 그리고 빙령이 기겁해서 달려들려는 순간, 이미 흑의인은 신신 파파를 붙잡고 이 장 뒤로 훌쩍 물러섰다.

 “……!”

 웬만한 일에는 눈도 껌벅하지 않는 무영도 입을 벌렸다.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분명 저 흑의인은 순간적으로 사라졌었다.

 인간이 어찌 모습을 눈앞에서 숨길 수가 있단 말인가?

 무림인들의 기괴막측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저잣거리에서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보게 되니 이건 막연하게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넘어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무영은 입 안의 침이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괴물들과 어떻게 싸워야할지 막막했다.

 자신의 뒤에서 신신 파파를 애타게 부르는 빙령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고막을 정신없이 때렸다.

 

 * * *

 

 “환교(幻敎) 놈들이었군. 어쩐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노인은 말을 흐리며 팔짱을 꼈다.

 환교는 정파뿐만 아니라 사파쪽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다. 강한 무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람 눈을 속이는 환술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몇몇 정파들은 환교를 강호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을 해왔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환교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늘 말로만 끝날 뿐이었다.

 환교는…… 강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상대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집단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했다.

 특히나 환교의 최고수들은 강호 최고의 자객이기도 했다. 환술을 이용한 그들의 암살을 막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신신 파파가 힘도 제대로 못써보고 당한 것처럼 말이다.

 상대가 환교의 인물인 줄 미리 안다면 모르겠지만, 모른다면 그들의 공격을 막는 것은 절정고수라도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노인은 왜 저들이 빙령을 생포하려는지 알아차렸다. 만검궁주 검후는 환교 축출론자의 대표적 명사(名師)였다.

 “허, 환교 녀석들하고는 절대 원수를 지지 말라더니……. 그건 그렇고 거참 정말 신묘한 신법이군. 이형환위(移形換位)와 비슷한 신법인데, 더욱 현묘해. 뭐, 애들한테나 통하는 거지만. 클클클.”

 노인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 초조해졌다.

 넷 중 가장 강한 신신 파파가, 비록 지쳐있었다고는 하나 너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전음을 다시 무영에게 보냈다.

 - 시간이 없다. 빨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넌 죽을 수도 있다.

 무영은 튀어 나가려는 빙령을 잡고 있다가 귀를 파고들어 오는 노인의 전음에 다시 고개를 사방으로 돌렸다.

 그러나 역시 그런 말을 한 것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빙령은 울부짖고 있었고, 대두 역시 그녀를 막기에 급급해 있었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방금 들려온 말을 듣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가 우릴 지켜보고 있다. 벌써 네 번째! 내가 실성한 것이 아니라면 네 번이나 환청을 들을 리 없어.’

 무영은 이를 악물면서 천천히 고개를 사방으로 훑기 시작했다.

 -후후후, 여기다. 네 우측으로 십 장 거리. 가장 큰 나무의 정상!

 “……!”

 무영의 눈이 커졌다.

 신선인가?

 분명 한 노인이 커다란 나무의 정상에서 유유히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영은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가 떴다.

 그러나 노인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나무 위에서 신선처럼 서 있었다.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보니 아팠다. 꿈도 아니라는 뜻이다.

 무영이 황당해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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