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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죽이고 싶은 자들
작가 : hisei
작품등록일 : 2022.1.21

VIP연쇄살인이 벌어진다. 그러나 왜 VIP가 죽어 나가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던 중 과거 일본에서도 VIP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걸 알고 조사차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을 배신한 야마모토라는 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게 되는 데...

 
23. 붉은벚꽃
작성일 : 22-01-21 19:10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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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도쿄 메구로강에는 붉은 홍등과 하얀 벚꽃이 어우러져 어둠을 밝히고 있다. 고요한 강물 위로 유리코는 말없이 붉게 물든 벚꽃을 바라보고 있고, 타로는 그런 유리코를 바라보며 보트를 운전하고 있다.

 “타로, 여기면 적당할 거 같아.”

 유리코의 말에 타로는 보트를 멈추고 유리코의 옆에 앉았다. 유리코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앞에 준비해 놓았던 사케를 두 개의 잔에 따라 타로와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배에 누워 검은 하늘 위에 수 놓인 붉은 벚꽃을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온몸에 핏대를 세우며 먼저 괴로워하는 유리코를 타로는 품 안에 더 꽉 끌어안았다. 점점 유리코의 떨림이 심해지고, 타로는 잠시 후 온몸에 핏대가 솟아올라 터지기 직전이었으나 그는 애써서 고통을 참아내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안고 또 안았다. 유리코가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몇 번 내다 입에서 뜨거운 피를 토해내며 죽어갔다. 유리코의 피를 가슴으로 다 받아내면서도 타로는 그녀를 안고 있는 팔을 풀지 않았다. 그는 장기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힘겨워하면서도 죽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 오키야(置屋)에 찾아왔던 그때처럼 영원히 잠이든 이 순간에도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참기 힘든 고통이 그를 집어삼켰지만 그는 애써 눈을 뜨며 그의 여인을 바라봤다. 붉은 피가 눈물과 섞여 그녀의 뺨 위로 떨어졌다. 그는 그의 뺨에 떨어진 붉은 눈물을 닦아내고 그 위에 키스를 했다. 그녀처럼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려는 고통의 산물을 참아내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에게 키스를 하면서도 그의 몸은 바들거렸다. 그의 떨림이 점점 심해질수록 그의 옷이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 그의 떨림이 더 격해졌고 그도 더 이상 한계에 다다랐는지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내여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고통이 메구로강을 붉게 물들였고, 하얀 벚꽃은 서로를 품에 안고 세상을 떠난 그들을 위해 아름답게 흩날렸다.

 

 *

 선착장은 응급차와 경찰차, 그 사이에서 시끄럽게 따져대는 당원들 때문에 소란스럽다. 요네쿠라는 선착장에 있던 수사관들에게 유월과 정체불명의 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으며, 탈출한 유리코와 타로까지 찾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상중은 제인의 곁을 지키고 있고, 기면은 도쿄만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난 화를 삭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수갑을 찬 재성이 다가왔다.

 “못 잡아서 화가 났나 보네?”

 기면은 재성을 봤다. 수갑 채워진 손을 빤히 바라보던 그는 주머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수갑 안에 넣어주었다.

 “금손이던 데 수갑 때문에 망가지면 안 되지.”

 재성은 아까의 감정 때문인지 기면의 작은 행동에도 울컥했다. 하지만 애써 참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말고 숨겨진 한 명, 아니 어쩌면 두 명이 있을 수도 있어.”

 “약을 가지고 들어온 놈 말고 또 있을 수 있다는 얘기야?”

 “아까 그 폭탄프로그램. 내가 미국에서 개발하고 아무도 모르게 숨겨놨던 거야. 그걸 헤드가 찾아서 나처럼 능력이 있는 프로그래머한테 프로그램을 조작하게 시켰나 봐. 프로그램이 어떤 명령어에도 작동이 안 됐어. 다행히 혹시 몰라 출국 직전에 위장명령어를 심어놨던 게 신의 한 수였지.”

 “자랑하려고 왔어?”

 “겸사겸사?”

 기면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재성도 그의 조금은 풀린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자책하지 말라고. 병이 당신 능력까지 잠식하진 못해.”

 기면은 재성을 잠시 봤다. 진심으로 위로하는 그의 표정에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잡아야지, 헤드.”

 “그래서 말인데,”

 재성이 잠시 뜸들이다 말을 이었다.

 “러시아에서 탈북을 도와준 러시아인이 있어. 모스크바 코스모스호텔에서 만난 인터걸인데, 고급 매춘부 푸타나야.”

 “푸타나가 이름이야?”

 “고급 매춘부를 그렇게 불러. 그 여자가 내가 탈북을 원한다니까 반데르사(бандерша)라는 여자 포주를 불렀어. 근데 둘 다 헤드를 старушка(스타루슈카/할머니)라고 했어.”

 “그게 무슨 말인데?”

 “뜻은 할머니를 말하는 건데, 헤드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맥락상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그렇게 부르는 건 예의도 아니고. 다른 뜻이었던 거 같아.”

 “다른 뜻?”

 “오랜 친구 사이일 때 старушка(스타루슈카)라고 말하기도 해. 한국말로는 불알친구같이 오랜 친구 사이를 말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돼. 공식적인 말은 아니고, 비공식적인 말이라고 해야 하나. 격식을 갖추어 쓰는 말은 아니야.”

 “старушка(스타루슈카)”

 “분명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반데르사를 만났을 때 이미 많이 나이든 할머니였어.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보장 못 해.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여자 뒤를 이어 누군가 그 일은 하고 있을 거야.”

 “브로커는 돈이 되니 그러겠지. 이어서 한다면 매춘 조직 안에서 하고 있겠네. 놓치고 싶지 않은 사업 아이템 같은 거니까.”

 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북한에서 전자전투병은 키우고 있어. 나와 같이 탈북을 원하는 아이가 있다면 또 다시...”

 재성이 목이 메는지 말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기면은 그의 뒷말을 알아듣고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처럼 되지 않도록 꼭 잡을게. 재판 잘 받고 와. 한국에서 보자.”

 재성은 처음으로 기면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요네쿠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멀어지는 재성의 뒷모습을 보며 기면은 상처받은 자들의 최후가 이렇게 끝난 것에 분노를 느꼈다. 더이상 이대로 놔둘 수 없었다.

 “강형사, 러시아로 가자.”

 기면의 부름에 상중은 곁에 있던 일본 경찰에게 제인을 부탁하고 기면과 함께 차에 올랐다. 그들이 달리는 길 위로 벚꽃잎이 눈처럼 내렸다. 봄날의 풍경이 추운 겨울처럼 서늘했다.

 
작가의 말
 

 본 소설은 픽션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지명, 종교, 기업, 사건, 조직 및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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