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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일본 히노데 선착장에는 도쿄만(東京灣) 위로 고자부네 아타케마루(御座船 安宅丸) 크루즈가 떠있다. 안택선 앞으로 크루즈 직원으로 분한 일본 경시청 수사과 전체 직원들이 열 맞춰 서 있고 그들 앞에 요네쿠라가 서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들 뒤에서 재성은 크루즈를 바라봤다. 여러 생각이 머리를 헤집어 놔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곳에서 반드시 끝을 봐야 했다.
“준비됐습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재성에게 기면이 다가와 물었다. 재성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그에게 무심하게 답했다.
“당신들한테 찾아왔을 때부터 준비는 끝났어.”
재성의 무심한 대답에도 기면은 이상하게 그에게서 쓸쓸함을 느꼈다. 자신의 조직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다는 게 그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그의 마음이 변할 수 있었다. 기면은 그걸 막기 위해서 더 그의 안위를 살피려 했다.
“들어가시죠. 준비된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기면은 상중을 불러 재성을 안내하도록 지시하며, 잘 감시하라고 눈짓을 보냈다. 상중이 알겠다며 윙크를 하고 재성을 데리고 크루즈에 탑승했다. 크루즈에 탑승하는 경시청 형사들을 바라보며 기면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오늘이 마지막이길 기도했다. 기면이 생각에 잠긴 사이 오네쿠라가 그에게 다가왔다.
“안 올라가십니까?”
“오이란쇼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범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야마모토가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있겠지요.”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오이란을 지키고 싶거나. 아니면 우리가 알고 움직였을 때 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겠죠. 우선은 야마모토랑 이야기 나눈데로 진행합시다. 믿어야지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기면은 요네쿠라의 말에 동의하며 함께 배 위로 올랐다. 이제 진짜 전쟁을 준비 해야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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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 식사일 거 같다는 생각에 조음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상을 차렸다. 호림이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잔뜩 준비한 조음은 그녀를 부르기 위해 2층으로 향하려다 이미 목욕 재개를 하고 2층 계단 앞에 서서 멍하니 서 있는 호림을 발견했다. 조음은 그녀를 빤히 봤다. 그녀도 오늘이 마지막 연회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듯 했다.
“오빠. 내가 잘한 거겠지?”
불안한 듯, 후회가 되는지 그녀는 걱정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조음은 말없이 계단을 올라 그녀의 손을 자신의 한쪽 어깨에 올려놨다. 조음은 한 손을 뻗어 내려가자고 했다. 호림은 그녀가 처음 오이란으로 승급하던 날을 떠올리며 오이란도츄(花魁道中)를 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내려가는 그 길이 지금보다 더 깊고 어두운 지옥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호림은 조음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호림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조음이 차려 놓은 식탁 앞에 섰다. 참았던 눈물이 다시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호림은 더 환하게 웃었다.
“진짜 전장에 나가기 전 음식이네.”
<많이 먹어. 30KG 군장을 차고 전쟁을 치르려면 든든히 먹어야 해>
조음은 의자를 빼 호림에게 앉도록 권했다. 호림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맛있어 보인다며 환하게 웃으며 먹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밥을 먹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울며 밥을 먹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조음은 그녀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조음은 마지막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버려진 삶에서 이만큼 살다 가도 나쁘지 않다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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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 뒤 기계실에서 노트북을 만지고 있는 재성을 보며 상중은 아까부터 묻고 싶은 질문을 참느라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그런 상중의 마음을 알기 라도 한 듯 재성이 그를 한 번 보더니 말을 걸었다.
“귀는 열렸으니까 물어도 돼.”
상중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질문을 하려다 재성이 한국말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고 놀라서 그를 봤다.
“뭐야 한국말도 할 줄 알아? 대체 몇 개국어를 할 줄 아는 거야?”
“영어, 중국어, 한국어, 러시아어, 터키어, 일본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불어, 파슈투어, 힌두어, 그리스어.”
“세계 언어를 다 한다는 거야?”
“해킹해봤던 나라는 다 해”
“그 나라 해킹은 왜 한 거야? 너희 조직은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나 보지?”
“5살부터 북한에서 사이버전 전투병사로 키워져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지금 이 모든 일이 북한에서 벌인 일이라는 거야?”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아버지 어머니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가 상상력이 도가 넘네.”
“네가 내 아버지 어머니를 어떻게 알아?”
“내가 몰랐으면 네가 있는 곳에 갔겠어? 내가 너에 대해 모를 거라 생각 하지마.”
“신인척 하지마. 사이비교주도 아니고.”
“사이비교주? 괜찮네. 다음엔 그걸 해볼까?”
“미친 새끼.”
상중의 반응에 재성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 웃을 줄도 아냐?”
상중의 말에 재성이 당황해 헛기침을 했다.
재성의 말에 상중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나가. 귀찮다.”
“네가 내 팀장님이냐? 왜 네가 명령이야? 못 나가 새끼야. 이게 내 임무야.”
“그럼 조용히 해. 시끄러워.”
“네가 질문하라고 했어. 그리고 너 몇 살인데 반말이야? 예의도 안 가르쳐 주든? 너 그러다 감빵 가면 진짜 죽지 않을 만큼만 두들겨 맞는다. 그 죽지 않을만큼 맞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거 아냐?”
상중이 재성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 있는 데 문이 열리며 기면이 들어왔다. 그는 급하게 뛰어왔는지 숨을 골랐다.
“강형사, 어머니 여기 오기로 되어 있어?”
“어머니요?”
기면이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탑승자 명단을 상중에게 넘겼다. 상중은 탑승자 명단에
제인 윤이라고 적힌 것을 확인하고 당황했다.
“이게 어제 확인한 거 아니지 않습니까?”
상중의 말에 재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다.
“대체 왜....”
재성은 노트북에 가 현양장 컴퓨터를 해킹했다. 분명 그가 확인한 파일이 최종본이었는 데 말이 안 되었다. 컴퓨터에 접근하는 순간 그가 어제 다운 받았던 파일이 방금 전에 내용을 바꾸어 저장했다는 걸 확인했다. 그들이 눈치채고 일부러 가짜 파일을 저장해 놓았다가 그가 확인을 마친 후에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파일을 열었다. 전체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참석자 명단 중 교체되고 빠진 부분이 있었다. 메인 쇼인 오페라갈라쇼와 오이란쇼의 참가자 명단이 각각 상중의 어머니와 오이란 우메(梅)로 바뀌어 있었고, 타로와 유리코의 명단은 빠져 있었다.
“개새끼들....”
재성의 혼잣말에 상중이 그에게 달려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개새끼! 우리 엄마 잘 못 되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분노에 차 있는 상중을 기면이 우선 재성과 떼어놓고 그를 진정시켰다.
“강형사, 우선 진정하고 어머니한테 가. 무대에서 리허설 중이셔.”
상중은 기면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기계실을 빠져나갔다. 기면은 주저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재성을 보았다. 그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가도 되겠습니까?”
“방법은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왜 지금 이러는 겁니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을 잃게 생겨서요.”
“당신과 함께 한국에서 활동했던 멤버가 오는 겁니까?”
재성이 기면을 봤다. 기면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들을 버린 거 아니었습니까?”
“따로 산다고 버린 건가?”
재성의 질문은 기면의 상황을 알고 비꼬며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면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근접한 범인은 당신의 멤버입니다. 당신이 지키려 해도 잡힌다는 얘기입니다.”
“당신한테 딜을 하려고 했어. 그들과 나를 지켜주는 대신에 단체의 헤드급들을 넘기려는 게 내 계획이었어.”
“헤드급들이라면 여러 조직이 있다는 겁니까?”
“진짜 헤드는 따로 있어. 그 헤드가 처단자 명단을 내리면 처단할 방법을 짜서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오늘 내가 넘기려고 했던 사람이 그자들이야.”
“그자들이라면 여러 명이라는 소리입니까?”
“2명이야. 우리는 셋이 나누어 하는 데 그자들은 둘이 세명 몫을 다할 정도로 우리보다 뛰어나. 눈치도 빠르고. 내가 그들 컴퓨터를 해킹할 줄 알고 미리 가짜 파일 저장해 놓았다가 진짜를 명단을 이쪽에 넘기기 직전에 바꾼 거 같아.”
“명단에 그들이 빠진 겁니까?”
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누구인지 얘기해 주시죠. 수사관들을 보내서,”
“그건 나중에. 지켜야 해. 이 배에 탄 모두를 지켜야 해.”
재성의 확고함에 기면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도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기계실 문을 닫고 기면은 잠시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았다. 여기서 잠들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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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에 뛰어 내려온 상중은 목과 몸을 풀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는 제인을 보고 뛰어갔다.
“제인.”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제인은 오랜만에 만난 아들의 모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안겼다.
“이런 데서 만나다니! 어떻게 된 거야? 너도 초대, 아니다 경비 업무로 온 건가?”
“나가.”
“무슨 말이야?”
“긴 말 할 수 없으니까 가.”
“못 가. 리허설 해야 해. 엄마가 아무리 프로라도 리허설을 해야 완벽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거야.”
“공연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상중이 버럭 화내는 소리에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제인과 상중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인은 연주자들에게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상중을 끌고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엄마 이런 버릇 없는 행동 싫어.”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내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내리라고 하면 내릴 거 같니?”
“말해줄 수 없으니까 내리라는 거 아니야!”
“말해줄 수 없는 일이면 엄마 일도 모른 척 해.”
제인이 쏘아붙이고 다시 연회장으로 향하려는 데 상중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1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여기에 탈 거 같아. 위험해. 그래서 우리도 총기를 준비했어. 누가 죽을지 몰라.”
제인은 상중의 간곡한 부탁에 잠시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네가 지켜주면 되지.”
“엄마...”
“엄마의 마지막 곡은 사의 찬미야.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곡이니까 꼭 영상 찍어서 보내드려?”
제인은 상중의 잡고 있던 손을 풀고는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상중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애써 삭였다. 제인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일에 있어서는 굽힘이 없었다. 그 고집이 지금의 세계적인 성악가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자식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이해는 가지 않았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고도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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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되자 일본 히노데 선착장에 마치 해군 출정식과 같은 웅장한 음악 소리가 퍼졌다. 욱일기가 고자부네 아타케마루(御座船 安宅丸)에 개항됐다. 선착장에 극우정당 사람들이 북적이며 모여들고, 그들과 함께 게이샤들이 함께 배 위로 올랐다. 배 위에서는 직원으로 분한 형사들과 실제 몇몇 직원들이 함께 그들을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고 있는 요네쿠라와 기면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네쿠라가 기면에게 무전을 했다.
“야마모토랑 이야기는 나누셨습니까? 탑승자 명단이 여럿 바뀌었던데.”
“주요인물이 안 보이는 데 꼭 탈 거라고 확신하더군요.”
“혹시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는 했습니까?”
“본인이 확인해야 한다고 때가 되면 그때 알려주겠다 했습니다.”
“헛수고가 아니길 빌어야겠네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믿어야죠.”
두 사람의 교신이 끝나고,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출항신호를 보냈다.
“도쿄만 중앙에서 승선하는 오이란팀만 제외하고 모두 승선 완료했습니다.”
“출항합니다.”
탑승자 확인 수사관이 무전을 보내자 선장이 그에 응답하고는 다시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잠시 후 배가 선착장을 떠나갔다.
극우정당원들 1명당 1명의 게이샤가 붙어 그들을 보좌하며 자리에 앉아 너 나 할 것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선방일보 부회장은 못 온다고?”
“지 아비가 죽었는데 어떻게 오겠어.”
“근데 그 회장은 왜 살해된 거야??”
“그건 안 밝혀졌는데, 뻔하지. 지 마누라 죽인 거 들통 난 거지. 뉴스 보니까 아주 잔인하게 죽였던데. 그러게 마누라 죽인 걸 똑바로 처리해야지. 찝찝하게 놔두니 그런 일을 당하지.”
“조센징들 등신 같은 건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나 봐.”
“오랜만에 도쿄시장이 맞는 말만 하네.”
“어? 저기 하벅교수 오시는네! 사치코(幸子), 사치코, 하벅교수 모셔!”
정당원 츠쿠모(太藺)가 A급 오이란이라 알려진 사치코를 불러 하벅교수를 모시도록 했다.
“사쿠라(櫻)랑 우메(梅가) 와야 하는 데 아쉬워.”
“사치코도 최고인데 뭐.”
“사쿠라랑 우메만 못하지. 그들은 특A+라고 특A+.”
“대단하긴 하지~”
출항을 알리는 뱃소리가 들리고, 무대 위로 유명 MC 사쿠라이(櫻井)가 올라왔다.
“대욱일애국당 여러분! 일본의 자랑! 일본의 아들! 사쿠라이가 왔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쿠라이! 사쿠라이! 사쿠라이! 사쿠라이!”
사쿠라이는 사람들의 환호에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 위를 누비며 사람들을 쥐락펴락했다.
“자, 그럼 여러분 노는 것도 기운이 뻗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을 위해 도쿄 최고급 호텔 쉐프님이 직접 오셔서 요리해 주셨습니다. 지금 쉐프님의 요리가 나옵니다!”
MC의 소개와 함께 웨이터로 분한 형사들이 에피타이저와 식전주를 가지고 나와 각 자리에 나누어 주고, 게이샤들이 그것을 받아 음식 시중을 들었다. 당원들이 게이샤의 접대를 받으며 에피타이저와 식전주를 즐기는 동안, 코미디언이 올라와 만담을 시작했다.
재성이 컴퓨터를 통해 유리코의 핸드폰을 해킹해 그녀의 GPS위치를 추적하려 했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타로의 핸드폰은 아예 잡히지도 않았다. 재성은 뭔가 방어막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쥐어 잡았다.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알고 있는 데 그 방법도 통하지 않고,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세우고 앉아 머릿속을 다시 정리했다. 생각이 안 날 땐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되짚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그는 하나씩 생각했다. 그는 핸드폰의 구조부터 생각했다. 핸드폰의 버튼, 터치패드, GPS와 그걸 기반으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들, 접근을 항상 허용하는 프로그램까지도 하나 하나 되짚어 보다
“카메라!”
그는 오래전 오이란 우메(梅)에게 사다 준 장신구에 설치한 카메라와 GPS가 생각났다. 만약 오이란과 함께 유리코가 동행한다면 카메라의 그들 모습이 비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재성의 예상을 깨고 아예 이곳에 나타날 생각이 없다면, 정말 그들을 추적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