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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죽이고 싶은 자들
작가 : hisei
작품등록일 : 2022.1.21

VIP연쇄살인이 벌어진다. 그러나 왜 VIP가 죽어 나가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던 중 과거 일본에서도 VIP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걸 알고 조사차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을 배신한 야마모토라는 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게 되는 데...

 
17. 야마모토 죠
작성일 : 22-01-21 18:58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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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재성은 시게코가 사다 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집중했다. 미국에서 하벅교수가 곧 일본에 도착해 한국에서 이번 논문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유월이 급하게 선정한 다음 타깃이었다. 그저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개를 죽일 생각이 없다던 유월의 과거 발언과 다르게 그녀는 날이 갈수록 타깃이 늘어가고 있었다. 초반 처단하는 VIP명단은 총 10명이었다. 일본 위안부 이송과 위안소 도움을 준 전범기업 5곳, 위안부 집결을 주도한 임전보국단 멤버 5명이었다. 이미 전쟁 전범자가 죽었지만, 후손조차 전범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위안소 자체를 부정하는 일에 힘쓰는 자들을 추린 거였다. 그들의 처단 목록에는 극우파와 극우파에게 돈을 받고 일하는 개들의 이름은 없었다. 그들은 어차피 돈과 권력만을 쫓아 움직이는 개이기에 그들을 죽인다고 의미가 없다 유월이 말했었다. 하지만 유월은 날이 갈수록 쉽게 분노했고 쉽게 타깃을 추가했다.

 “나 머리 말려줘요~”

 시게코가 드라이기를 챙겨와 재성에게 건네주고 그 앞에 앉았다. 쇼파 아래에 앉은 시게코의 머리를 말려주며 그녀의 향긋한 냄새에 집중하던 그는 TV에서 하벅교수가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걸 보고, 드라이를 멈추고 자신도 모르게 TV에 집중했다. 그는 하벅교수가 인터뷰하는 뒤로 보이는 익숙한 2명의 남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결사단 일을 수사 중인 한국과 일본 경찰이었다.

 ‘이제야 답에 가까워진 건가?’

 TV에 집중하고 있는 재성을 빤히 바라보던 시게코가 그녀의 무릎 위로 올라와 그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향긋한 향기와 촉촉한 머리카락이 적시는 그의 바지를 적셨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지옥을 깨고 나왔으면 좋겠어.”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말에 재성은 놀라 그녀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다 아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재성은 눈물을 차올라 그녀를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시게코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다치고 깨지고 부서지고, 정말 최악은 죽음일지도 몰라. 근데 가시덩굴에서 나오려면 죽을 각오로 가시덩굴을 모조리 베어 없애야 해. 그래야 가시덩굴 밖에 진짜 세상을 보지.”

 시게코는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난 가시덩굴 안에 갇힌 성은 싫어. 어둡잖아. 그러니 내가 있는 세상으로 나와.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 당신의 성을 지어줘. 내가 그 성에서 살 수 있게.”

 재성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애를 썼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그를 바라봤다.

 “7년이든 70년이든 기다릴게. 꼭 나와, 내가 있는 곳으로.”

 재성은 몸이 흔들릴 정도로 흐느끼기 시작했고, 시게코는 그를 품에 꼬옥 안았다. 재성은 그녀의 품에 안겨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재성은 아까와는 다른 표정을 하고 시게코를 봤다.

 “다 부스고 돌아올게요.”

 시게코는 말없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재성은 7년 전 그때처럼 시게코에게 정중히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그대로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

 도쿄에서 최상급 호텔이라고 불리는 호텔에 베이비 스위트룸에 도착한 기면과 요네쿠라(米倉). 요네쿠라는 형사 생활에 상상할 수 없는 고급 호텔을 업무용 숙박시설로 정한 한국형사들에게 놀라 입을 다물질 못했다.

 “한국은 형사들에게 이런 숙소를 제공해 줍니까?”

 놀라고 있는 요네쿠라와 달리 기면은 상중의 스케일에 늘 놀라던 차라 오히려 무덤덤했다.

 “국비가 아니라 아까 저희 태워다 준 그 후배 형사의 재력입니다.”

 지희와 연애할 때부터 익힌 일본어를 기면은 오랜만에 사용하면서도 능숙했다.

 “대단하네요. 부자인가 보죠? 한국 경찰도 봉급은 얼마 안 될 거 아닙니까?”

 “취미로 경찰 생활한다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 부럽네요. 누구는 목숨 걸고 해야 하는 데 말이죠.”

 요네쿠라는 쇼파에 앉아 감탄하며 연신 객실을 둘러봤다.

 “음료 드릴까요?”

 “물만 주십시오.”

 기면은 생수 2병을 가져와 요네쿠라에게 건네며 쇼파에 앉았다.

 “들으셨겠지만,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어서 수사 협조차 찾아왔습니다. 급하게 연락드리고 만나 뵙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뭐든 좋습니다.”

 요네쿠라는 핸드폰을 꺼내 파일 하나를 열어 기면에게 보여줬다.

 “다카타 나오키 개인 통장, 극우 협회, 정당 대표 계좌 입출금 내역 입니다. 이 중에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 확인하시죠.”

 “직접 계좌이체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현금인출을 했네요.”

 “현금인출을 하고, 나오키의 전담 비서가 한국으로 출국합니다. 옥순, 일본에서는 타마신이라 불리는 그 여자분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요. 인터뷰를 통해 이 부분은 확인했습니다.”

 “그럼 사건 당일 혹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건가요?”

 “원래는 사건 당일에 만나는 게 일정상 맞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당 업무가 있어서 비서가 일정을 미루는 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 왜 약속 장소에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누군가 메일을 가로챘나 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청하신 입국자 명단을 확인했는데, 이상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요네쿠라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접어둔 2장의 A4용지를 꺼냈다. 동일 날짜, 동일 기종의 입국자 명단인데 한쪽이 한 명 더 많았다.

 “왼쪽이 스튜어디스가 탑승객 확인을 위해 뽑아 놓았던 서류고, 오른쪽이 제가 오시기 2시간 전에 뽑아둔 겁니다.”

 “지웠군요.”

 “네. 대단한 놈이에요. 야마모토 죠라는 녀석.”

 

 *

 호텔을 빠져나온 재성은 일본 신국립극장으로 향했다. VIP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들을 조사하던 중 상중의 특이한 이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제인 윤의 아들. 그곳에 가면 상중이 반드시 나타날 거고, 재성이 접근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그는 판단했다. 이른 시간에 극장 앞에 도착한 재성은 주차장에서 공연장 대기실로 향하는 출입문 인근에 숨어서 상중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린지 1시간정도 지나자 고급세단이 요란한 락음악을 BGM(백그라운드 음악) 삼아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과거 일본에서 살 때 상중이 몰고 다니는 차량의 번호판과 동일한 거를 확인하고 재성은 상중이 차에서 내리는 것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경찰청 특수수사전담팀 강상중 형사님이시죠?”

 어린시절 어머니와 러시아에서 살며 익혔던 러시아어를 오랜만에 듣고 상중은 놀라 멈춰서 소리가 나는 곳을 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입은 깡마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기면 형사님께 야마모토 죠라고 전하면 아실 겁니다.”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해보라고 손을 뻗었다. 상중은 그가 미심 쩍었지만 확인차 기면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죄송한데 혹시 러시아 말을 쓰는 야마모토 죠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전화기 너머로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잠시 후 들려온 목소리는 “데리고 와”였다. 상중은 어안이 벙벙해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더 묻지도 않고 자신의 차로 그를 안내하며 <내 사랑 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인, 러시아 친구가 와서 공연 못 봐요. 쏘리쏘리. 아빠가 보낸 해바라기는......”

 상중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들고 있던 해바라기 꽃다발을 문고리에 꽂았다.

 “사진으로 보내줄게. 보물찾기로 찾아봐~”

 상중은 전화를 끊고 바로 차량에 올라 재성을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작가의 말
 

 본 소설은 픽션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지명, 종교, 기업, 사건, 조직 및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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