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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탕(光明湯)이라 적힌 카페 앞에 서 있는 박형사와 상중. 박형사는 시계를 확인하며 아직 열리지 않는 카페를 이상하게 여겼다.
“10시면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요. 11시 오픈하려면 안에 사람은 있어야 할 거 같은 데 없네요..”
상중이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문 닫혔나 봐~”
상중이 문 앞을 기웃거리는 걸 보고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2명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픈 시간이 11시라는 데 좀 기다려 볼까?”
“1시간을?”
“힘들게 왔는데 기다려보자~ 여기 주인 진짜 게이샤래~ 우리가 게이샤를 언제 보냐?”
두 여자가 대화를 나누는 걸 유심히 듣고 있던 박형사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 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우리도 처음이에요.”
“일본에서 온 친구가 여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저한테 뭐가 유명한지 말을 안 해줘서요. 혹시 음식이 어떤 음식이 유명한가요?”
박형사의 말에 기다리자고 했던 여자가 다른 여인의 어깨를 톡톡 때리며 말을 했다.
“거봐~ 일본에서도 유명한 게이샤면 진짜 대박인 거라니까~”
“게이샤요?”
“모르셨어요? 여기 진짜 게이샤가 운영하는 거로 유명해요~”
“그 기다란 곰방대로 담배 필 때”
“완전 내 스타일~”
두 여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좋아라 했다.
“처음이시라면서 곰방대로 담배 피는 걸 어떻게 아세요?”
“사진이 있어요. 얼굴이 나온 거는 아닌데, 뒷모습에 게이샤 복장하고 긴 곰방대로 담배 피는 모습이!”
“보여줄래요? SNS에는 가게 사진만 있고 게이샤 사진이 없어서요~”
“그거 삭제해서 그래요. 여기가 그래서 1단계에요, 보물찾기.”
“삭제해요? 게시자 본인이요?”
“아니요, 여기서 하는 거 같아요. 게시하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삭제당하거든요.”
“그것도 대박이지 않냐? 어떻게 그렇게 하지?”
“게이샤 만나는 게 일본에서는 불가능이라잖아! 그러니 철저하게 보완하는 거지 자신을.”
“완전 멋져.”
여자들은 또 같이 비명을 지르며 좋아라 했다. 박형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요즘 애들은 속을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경찰이 그렇게 했으면 개인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지 않았다느니 하며 펄쩍 뛸 텐데, 게이샤가 하면 멋지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럼 따로 저장한 거 없어요? 1분만에 삭제되더라도 1분 전에 다운받았을 수도 있잖아요.”
“당연히! 캡처했죠!”
두 여자가 함께 핸드폰 속 사진첩을 열어 사진을 보여줬다. 다행히 두 사람이 보여준 사진은 다른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게이샤네.”
“이건 오이란이에요.”
게이샤에 대해 잘 모르는 박형사에게 오이란을 설명하려다가 앞에 여자들이 눈치보이는 지 상중이 그에게 귓속말로 말을 이었다.
‘고급 매춘부에요.’
“그리고 들고있는 건 곰방대가 아니에요. 곰방대는 짧아요. 이건 아마 한국에선 연죽(煙竹)이나 장죽(長竹)이라고 부를 걸요? 이건 오이란이 많이 쓰는 거에요. 옷도 화려하고요.”
“연죽?”
“네. 왜요?”
박형사는 조준이 파이프 담배를 피게 된 계기가 연죽을 피는 사람을 통해 그랬다고 했었다. 비서실장은 일본에서 만난 여인 때문에 파이프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했다. 그 여자가 여기에 있는 게 분명했다. 박형사는 확신에 차 전화기를 찾았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먼저 울렸다. 기면이었다.
“팀장님, 찾았습니다.”
“그건 서(署)에 와서 이야기 하자. 나도 부탁할 일이 있어.”
“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상중과 박형사는 두 여인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바로 차를 끌고 서(署)를 향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