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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가 흑막이 되어야 했던 사정
작가 : 이디별
작품등록일 : 2022.1.13

전생에 내가 죽여 버린 하녀로 환생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마주하게 된 내가 아닌 나.

이번 생에선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선 안 돼. 내가 바로 잡겠어.

나의 고달픈 마음을 위로해 줄 화가에게 기대고 싶어도
은백색 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전생의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공작이 나를 구원하여주어도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그 남주들에게 흑막을 드리운다.


뺏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11화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작성일 : 22-02-02 23:21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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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덕분에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잖아. 그만 괴롭혀.”

 “난 어렸을 때부터 네가 너무 착해서 마음에 안 들어. 왜? 율리안한테도 그러지.”

 

 그러면서 파란색 인장이 찍힌 서신 봉투를 지안에게 보여준다.

 

 “이거 율리안 인장이야. 암흑가에서 몰래 쓰는 거라더군. 황제가 그 녀석을 시켜서 이 잡듯 널 찾고 있어.

 그런데 넌 그런 놈의 부하에게 자비를 베풀어?”

 “황제도 할 일 더럽게 없나 보네. 잘 숨어 다닐게.”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건데? 평생 머리 염색하고 가면 쓰고 사려고?”

 “뭐.. 조만간 리암 제국을 떠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걷던 발걸음을 우뚝 멈춘 진은 상처 받은 짐승처럼 시무룩해졌다가 멀어지는 지안에게 우다다닥 달려가더니 앙증맞게 팔짱을 꼈다.

 

 “날 두고 어딜 가? 누가 보내 준대?”

 “미친 놈. 왜 이래, 징그럽게.”

 

 거칠게 그의 팔을 쳐내자 진이 개구진 미소를 짓는다.

 

 “나나 헤이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인간인 너를 쉽게 보내줄 줄 아냐?”

 “너나 헤이든이 또라인거지.”

 “테오도르. 너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사람에게 관대해. 이기적인 인간들이 뭐가 그리 좋다고 다 양보하며 사는 거야? 네 것도 좀 챙겨.”

 “그 이름 쓰지 마.”

 “조만간 모든 걸 다 되돌려 놓을 거라 약속한다. 우리가 무얼 위해서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겠나. 안 그래? 나만 믿어.”

 

 지안은 피식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다.

 20년 지기만이 알 수 있는 그의 그 슬픈 표정을 감지한 진이었다.

 멋쩍은 마음에 화제를 바꾸러 다른 말을 꺼낸다.

 

 “서신 중에 ‘카릴로’로 만든 독약 거래 내용이 있더군. 그래서 지금 프란츠가 수도 빈민가 약쟁이를 만나러 갔어. 독살로 아버지를 공격할 건가 봐.”

 “카릴로?”

 

 지안이 놀라 진의 팔을 붙잡으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거 헤이든이 해독제 부탁하던데.”

 “왜?”

 “유스티나를 치료한 하녀가 요청 했다던데. 제 아빠를 위한 거라고..”

 

 진의 눈빛이 묘해진다.

 

 “하! 그 하녀 볼수록 매력 있네. 무슨 꿍꿍이지? 걘 누구 편이야?”

 

 진의 말에 지안이 무척 심란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헤이든을 만나보지. 난 연무장 간다.”

 

 지안은 진의 어깨를 툭 치고는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해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 모습에 진은 인상을 팍 쓰며 제 머리를 긁적였다.

 

 ‘저 자식 또 숲에 가서 혼자 울적해하겠군. 젠장.’

 

 괜히 이야기를 꺼낸 게 미안해진 진은 더 이상 그를 쫓아가지 않고 에시온 공작 집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마차를 타고 레이크쉐이든을 가던 헤이든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디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녀치고 기품 있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퍽 보기 좋아 자꾸 눈길이 갔다.

 

 “왜 그리 쳐다봐?”

 

 시선을 느낀 디아나가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헤이든에게 물었다.

 

 “고맙다.”

 “......?”

 “네 덕에 이리 좋은 마차도 타고 있잖아.”

 “이게 내 덕일까. 백작 부인이 너에게 잘 보이려 내어준 것이지.”

 

 유스티나는 소공작에게 한 말도 있어서 디아나에게 며칠 휴가를 다녀오라고 했다.

 디아나는 헤이든 덕분이라고 그에게 포상을 요구하자 옆에 있던 백작부인이 그 이름에 반응한 것이다.

 

 “백작 부인이 너의 열렬한 팬일 줄은 누가 알았겠니.”

 “내가 그런 사람이야. 잘 하라고.”

 “그럼 백작의 초상화 작업을 하기로 한 거야?”

 “응. 재료는 모두 지원해준다 했는데 몇 가지 내가 꼭 챙겨야 할 것들이 있어. 그거 사러 가는 김에 네 마차를 얻어 탄 거야. 다 네 덕이지.

 참, 이거 백작 부인이 챙겨주던데.”

 

 헤이든은 출발한 지 한참 지났는데도 한쪽 구석에 방치해 두던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청포도 타르트와 비스켓이 몇 개 들어있었다.

 

 “어머. 이거 라폴르에서도 구하기 힘든 타르트야. 먹어봐. 정말 맛있어.”

 “난 단 거 싫어해. 너 먹어라. 출발한 지 꽤 되어서 배고프지 않아?”

 

 헤이든이 상자를 들이대자 디아나는 조심히 타르트 하나를 꺼내어 한 입 베어 먹었다.

 생크림이 입안에 사르르 녹으며 달콤한 청포도가 톡톡 터지니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상에. 너무 맛있다.”

 

 한 입 더 먹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던 헤이든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자신의 엄지로 쓰윽 닦더니 다아나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리곤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와 손가락을 쪽 빨았다.

 그 모습이 무척 관능적이라 디아나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미묘한 웃음을 짓던 헤이든은 자신이 앉아있는 쿠션을 탁탁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백작 부인이 통이 크네. 일개 사용인들에게 이런 비싼 마차를 빌려주고 말이지.”

 “그... 그러게. 흔들림 없이 굉장히 편안하네.”

 “듀켈 가주가 직접 선물했대. 제국에서 5개도 없는 거라는데.”

 “여기서 백작부인이 네 찐 팬이라는 게 증명 된 건가?”

 “우리 집에서 잘래?”

 

 순간 타르트가 그녀의 입 앞에서 멈추어 섰다.

 

 ‘뭐...뭐라고?’

 

 당황한 디아나가 대답조차 못하자 헤이든이 어깨를 으쓱였다.

 

 “레이크쉐이든 가면 어디서 머물게?”

 

 그러게... 어디서 머물지?

 디아나는 그제야 자신의 숙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 여, 여관으로 갈게. 영애가 여비를 챙겨주기도 했고.”

 “미혼인 여자가 여관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거냐?”

 “왜 위험한데?”

 

 정말 모른다는 듯 바라보는 디아나의 표정에 잠시 당황한 헤이든이 잠시 실소를 내뱉고는 대답했다.

 

 “우리집에 가자.”

 “그... 그게 더 위험할 거 같은데?”

 “왜?”

 “몰라서 묻는 거야? 어. 어떻게 남자랑 여자랑 둘이서 한 집에서 잠을 자?”

 “안될 건 또 뭐야.”

 “난 안 돼. 지금 나 하녀라고 하대하니? 웃겨 정말. 이래뵈도 정조를 지킬 줄 아는 여인이야.”

 

 헤이든이 낄낄 웃더니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걱정 마. 널 어떻게 한다는 뜻 아니니까. 집에 아버지와 형님도 계셔. 네가 머물 방 하나는 내어주실 거야.”

 

 ‘아.. 소보에에 가자는 거구나. 진작 그리 말할 것이지.’라고 말하려던 디아나는 마음 한편에 살짝 아쉬움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이내 외면하며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가를 닦았다.

 

 “레이크쉐이든에서 오래 살았어?”

 “그곳에서 태어났어. 어머니가 이곳에서 나를 낳으시고 돌아가셨거든.”

 

 순간 싸한 정적이 마차 안에 가라앉았다.

 

 “유감이야, 헤이든.”

 “그래도 뭐,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괜찮아.”

 “나보다는 낫네. 난... 부모를 잃어버렸으니까.”

 

 전생의 부모를 유스티나에게 빼앗겼고 현생의 부모는 과거 속에 사라졌으니 정말 혼자구나 싶어 살짝 우울해졌다.

 

 “왜? 전에.. 아빠를 위해 해독제가 필요하다며.”

 “아빠... 처럼 모시던 분을 위한 거였지.”

 

 디아나는 더 이상의 감상에 젖어 들기 싫어 창가로 눈을 돌려 대화를 중단했다.

 창가 너머로는 멀리서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널따란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레이크 쉐이든

 

 제국의 바다와 연결되어있는 유그리타 강의 물이 고여서 생긴 호수 주변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호수 가까이에 용의 산맥과 숲이 우거져 있어 풍경이 무척 아름다운 이곳에 귀족들이 관광차 많이 다니기에 전생에 자주 오던 곳이다.

 

 ‘라리갈리마에 걸린 이후로는 한번을 못 갔지만.’

 

 얼마나 변했을지 기대가 된 디아나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백작 부부를 머릿속으로 지우려 노력해보았다.

 마을에 도착해 멈추어 선 마차에서 내린 헤이든은 손을 내밀어 디아나의 하차를 도왔다.

 그녀의 두 눈에 들어온 레이크쉐이든은 복잡한 심경의 디아나의 혼을 뺏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마을은 디아나의 기억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발전되어 있었다.

 

 따가닥 따가닥

 

 마차 2대가 지나가며 소리를 내었고 그 옆으로는 호수가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도록 예쁘게 꾸며 놓은 레스토랑,

 반짝이는 장식품들을 늘어놓은 잡화점,

 식욕을 돋우는 고소한 냄새의 주인인 베이커리.

 길을 따라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답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고 그 모습이 반짝이는 호수와 무척 잘 어울렸다.

 

 ‘어머. 내가 자주 가던 서점이 여전히 있네!’

 

 로맨스 소설책을 즐겼던 그녀는 소설 속 남주에 소공작을 덧쓰워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었던가.

 꿈속에도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제가 좋아하던 카페, 옷가게, 사탕가게 등 한결같은 그 모습에 세상에서 변한 건 저 하나뿐이다는 생각하는 그녀였다.

 

 디아나가 혼을 쏙 빼놓고 구경하는데 불쑥 무언가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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