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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가 흑막이 되어야 했던 사정
작가 : 이디별
작품등록일 : 2022.1.13

전생에 내가 죽여 버린 하녀로 환생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마주하게 된 내가 아닌 나.

이번 생에선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선 안 돼. 내가 바로 잡겠어.

나의 고달픈 마음을 위로해 줄 화가에게 기대고 싶어도
은백색 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전생의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공작이 나를 구원하여주어도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그 남주들에게 흑막을 드리운다.


뺏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7화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작성일 : 22-01-26 09:10     조회 : 283     추천 : 1     분량 : 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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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굉장히 오만하고 냉랭한 눈빛으로 디아나를 노려보는 그가 디아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제건데요?”

 “도와주었으니 공유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한데.”

 

 그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자 디아나는 그 말의 뜻을 직감할 수 있었다.

 주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좋은 말로 할 때 내놔.’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의 표정을 보자 마른 침을 꼴깍 삼킨 디아나는 사실 이것들을 헤이든에게 모두 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진 소공작에게 전달될 테고 유스티나를 범인으로 몰지 않겠지.

 디아나 본인 또한 함께 찾은 것이니 괜찮을 것이다.

 디아나는 그 속에서 한 권의 책만 꺼내 들고 나머지 모두를 내밀었다.

 

 “뭐... 대여라고 해두죠. 사실 전 이것 하나면 되니까.”

 

 디아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헤이든은 주머니에서 작게 접혀있던 천 가방을 꺼내더니 그녀에게서 책과 서신들을 받아 넣고는 대장에게 건네었다.

 그리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금고를 덮고 있던 뚜껑을 닫아 건초를 그 위에 잘 덮었다.

 

 ‘일을 참 잘한단 말이야.’

 

 흐믓하게 바라보던 디아나는 제가 들고 있는 책을 살펴보았다.

 이건 테스가 그동안 산타하 백작저택에서 횡령한 물품들이 기록된 치부책이다.

 이것으로 산타하 백작과 협상하면 꽤 많은 포상금을 받을 것이다.

 

 ‘유스티나가 저택소유증서를 안 넘기면 이거로 백작과 협상해야지’

 

 역시나 전생의 나는 여전히 증서를 넘기 질 않고 있다.

 약을 안 줬으면 아마 내 입에 독약을 부으며 빼앗았겠지?

 

 역시 답은 백작 뿐이다.

 

 디아나는 이내 테스에게 금고 안에 들어있던 금화 주머니를 그의 앞에 툭 던졌다.

 

 “이거 가지고 도망가라. 테스.”

 

 모든 걸 포기했는지 축 쳐져 엎어져 있던 그가 디아나의 말에 망토로 가려진 얼굴을 들어 반응했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여기에 있는 치부책 하나면 네가 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잘 알거야. 아무도 너를 찾지 못하는 곳에서 평생 숨어살아.”

 

 이 치부책을 가지고 백작이랑 협상하려면 범인인 메이든이 도망자 신분이여야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얻으리라 디아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 자가 도망가도록 도와주겠네.”

 

 대장은 나지막이 말하고는 헤이든에게 고갯짓을 하자 헤이든이 디아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가자. 디아나. 데려다줄게.”

 

 디아나는 제대로 대화조차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 대장을 힐끗 보더니 이내 헤이든을 따라 본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지안은 메이든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테스가 기절한 걸 확인한 그는 주머니에서 보석 하나를 꺼내들었다.

 

 “도르키안느.”

 

 마정석에서 하얀색 불빛이 일더니 잠시 후 어떤 여인이 허공에서 툭 튀어나왔다.

 

 “이익! 이게 무슨 냄새에요?”

 “듀켈의 끄나풀이다.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자. 소공작은?”

 “공작 저택에 계세요.”

 

 마법사는 오만가지 인상을 찌푸리며 궁시렁 거리더니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3명의 형체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 시각 어두운 길을 달빛에 의존하며 조심히 걷던 디아나가 헤이든에게 물었다.

 

 “아니, 백작가 소속 기사들이 분명 보초서고 있을 텐데 왜 이리 조용해?”

 “내가 아까 초소에 구비된 물통에 수면액을 조금 넣었거든. 아마 다들 졸고 있을 걸? 대장이 확인도 했고.”

 “그 사람이 대장이야?”

 “... 그나저나 넌 아까 안 무서웠어? 무슨 여자가 겁도 없이 달려드는 남자 앞에 가만히 있을 수 있냐?”

 

 사실 두 번째 당하는 입장에서 무섭지 않았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네가 뒤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라고 말하려는 걸 잘 참아낸 디아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였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해냈어.”

 “그 치부책으로 뭘 하려고?”

 “이걸 백작한테 주면 포상금을 두둑히 주지 않을까? 너도 한몫했다고 꼭 말해줄게. ”

 “백작 지금 여기 없는데.”

 “뭐?”

 

 디아나가 놀라 발걸음을 멈춰 섰다.

 

 “마르켈이 오기 전에 살 것들이 많다고 백작 부인이 수도에 갔거든. 거기 따라갔데. 아마 내일은 올 거야.”

 “넌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생각보다 능력이 많단다.”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힙 섹에서 해독제를 꺼내 건네었다.

 

 “네가 부탁한 해독제야.”

 

 디아나는 감격에 겨워 두손으로 입을 가리며 간신히 내지르려는 목소리를 참아냈다.

 

 “이든아!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녀가 두손으로 헤독제를 받아 무척 신나하며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런 그녀를 흐믓하게 보던 헤이든은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어떤 종이를 그녀에게 건넸다.

 

 “이건... 선물이다. 방에가서 봐.”

 

 그러더니 휙 뒤돌아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종이의 내용이 몹시 궁금해져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방까지 무사히 도착한 디아나는 치부책과 금화주머니는 대충 던져놓고 종이부터 펼쳐보았다.

 

 앞을 향하여 환하게 웃고 있는 디아나의 초상화였다.

 

 목탄으로 그려져 거친 느낌이 있었으나 구도가 뛰어나고 섬세하여 그 그림을 마주하는 디아나 본인조차 자신의 미소가 이리 아름다웠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천재라더니... 정말 잘 그리네...”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의 볼이 조금 상기되어 있다.

 환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그 종이를 보물들이 들어있는 서랍에 넣고는 손에 키스를 담아 조심히 그 위에 내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옷장을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가볍고 행복해 보인다.

 

 

 ***

 

 

 아침에 눈을 뜬 디아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얼굴 위에 뜬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1

 

 드디어 디아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내가 살아남으면 저 숫자는 사라지는 건가? 숫자가 막 올라가려나?

 벌떡 일어난 디아나는 제 옆에 가지런히 둔 치부책을 손바닥으로 쓸어본다.

 

 ‘오늘 마지막으로 유스티나를 만나고 백작을 만나러가야겠다. 혹시 모르니 짐을 미리 챙겨두고 포상금을 받자마자 이 곳을 나가야지.’

 

 디아나는 어제처럼 정오를 살짝 지난 시점에 유스티나의 방에 노크를 했다.

 

 똑똑똑

 

 유스티나의 방문에 노크를 하니 웬일로 뭐 씹은 표정의 앨리스가 안보이고 다른 하녀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오렴. 디아나.”

 

 환하게 웃는 백작 영애는 몹시 분주해 보였다.

 이미 화장과 머리손질까지 다 마치고 화장대 의자에 앉아서 온 몸에 보습제를 떡칠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디아나가 감탄할 정도로 많이 회복되어있었다.

 

 “세상에... 아가씨. 피부가 백옥이세요.”

 “그치? 이게 다 네 덕분이야. 네가 알려준 대로 하니 피부는 물론 몽유병 증상도 사라졌어.”

 

 그러면서 화장대 서랍에서 루비 머리핀을 꺼내 들어 앨리스에게 건넸다.

 

 “앨리스. 이걸 디아나의 머리에 꽂아 주렴. 오늘 드레스랑 무척 잘 어울리겠구나.”

 

 앨리스가 놀라 입을 벌렸다가 무척 불만스럽게 디아나에게 다가와 그녀의 포니 테일 꽁지에 핀을 꽂아 넣었다.

 문제는 디아나의 키가 더 컸기에 까치발로 힘겨워 하는 앨리스가 무척이나 딱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을 뭐 보듯 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줄 생각이 없던 디아나는 앨리스가 어설프게 꽂아둔 루비머리핀을 다시 고치며 유스티나에게 치마를 잡고 예의있게 절하였다.

 

 “산타하의 광명이 유스티나의 아가씨의 앞길을 밝게 비추길 소망합니다.”

 

 황궁에서 황비에게나 할법한 인사를 그녀에게 해주니 입고리가 귀에 걸린 유스티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손가락을 까닥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하녀들이 코르셋과 대충 봐도 어여쁜 드레스를 들고 다가왔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디아나가 영애에게 물었다.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군요. 연분홍빛이 아가씨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중요한 모임에 가시나 봐요.”

 “오늘 오라버니께서 돌아오시거든.”

 “....네?”

 

 놀란 디아나가 괴상한 소리로 되묻자 유스티나가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디아나. 넌 하녀답지 않게 우아하다가도 가끔 이런 모습이 날 즐겁게 해주는구나.”

 “크흠...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오.. 오라버니라면 마르켈 소백작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소공작님 스케줄 상 시간이 안 맞아 예정보다 일찍 오신다고 해. 자상도 하시지. 우리 오라버니. 날 위해 소공작님을 모셔 오느라 고생 꽤 하셨을 거야.”

 

 허리띠를 졸라 매느라 낑낑거리고 있는 그녀의 곁에서 디아나는 식은땀이 나 어쩔 줄 몰랐다.

 왠지 제 머리위에 있는 시뻘건 숫자 1이 식칼모양으로 디아나를 노려보며 머리를 찍을 것 같은건 저만의 착각인 것일까?

 

 ‘오...오늘이 내... 초상 치르는 날이라고? 아직 백작님도 못 만났는데... 해독제!’

 

 그녀가 주머니에 급히 손을 넣어 그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이걸 받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제 품에서 떼어낸 적 없는 디아나는 제 목숨 줄인 그것을 꽉 쥐며 머리를 굴렸다.

 

 ‘그때 디아나는 뭘 하다가 소공작을 처음 만났나? 우선 살고 봐야지! 피하기라도 할 것 아냐. 그들의 시작 포인트가 뭐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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