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은 탑으로 가지 않았다. 주말동안 늦게까지 알바를 하니 월요일 점심까지 잠을잤다. 오후에라도 가볼까 했지만 알바비로 부모님과 저녁 외식을 했다. 조금이라도 벌어온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창고문을 여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3일동안 가지않으니 어딘가 빠진기분이 들었다.
집에 있는동안 창고문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막상 열진 못했다.
하지만 문자로 연락을 자연스럽게 하는 걸보니 사이가 너무 멀진 않은 것 같다. 여주는 오늘 '오후에 갈게' 라고 답장을 했다.
수진이가 올린 사진 한장이 있었다. 동화책 표지그림이었다. 밤하늘의 열쇠라는 제목에 여자아이의 뒷모습과 열쇠, 집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 동화책 서랍에서 꺼낸건가?"
여주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뒤 이어 수진이가 '책 한 번씩 봐' 라고 와있었다. 짧은 문자를 보고 내용을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가봐야겠다."
점심 후 엄마의 전화에 "친구들이랑 "저녁먹고 갈게." 하고 말하는 어머니
"요즘은 두 분다 늦게 올 때가 많네."
쇼파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나중에 뭐라도 가지고 갈까, 지금 그냥 가볼까, 하고 생각했다. 문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먼저 보내볼까 하며 손가락을 데는데 여주는 한번도 문자를 먼저 보내 본적이 없었다. 대부분 민성이나 민지의 문자가 먼저 알람을 주었다.
"음..."
여주는 엄지손가락을 화면 앞에서 움직이다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 조금있다 갈까 하는데 다들 뭐해? -
문자를 보낸 뒤 화면을 닫았다.
"답,답,답"
답장이 언제 올까 핸드폰만 보고 있던 찰나 의외의 사람에게 답이왔다.
- 저녁에 갈거임 -
현진이의 답장이었다. 여주는 다시 답장을 해야하나 망설이다 ㅇ 하나를 눌러버렸다.
"앗! 다시다시."
이미 답장을 읽었는지 삭제할 틈도 없이 답이 왔다.
- 지금 옴? -
"아....."
여주는 잠시 답장을 보고 다시 답장을 보냈다.
- 나중에 조금있다... -
이어서 민성이가 답장이 왔다.
- 전 5시쯤 갈 것 같아요. -
- 그럼 그 때쯤 갈게. -
현진이의 답장이다.
그럼 그 때쯤 가볼까 하며 시계를 보니 4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다.
"조금 남았네."
여주는 핸드폰을 배 위에 올려 두고 잠깐 잠이나 잘까 하며 눈을 감았지만 늦게 일어난 탓에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동화책 표지가 생각이 났다. 밤하늘의 열쇠라는 동화책 무슨 이야기일까. 혹시 인터넷에 나와 있지 않을까 다시 휴대폰을 껴 검색을 했지만 동화책은 나오지 않았다.
"직접 만든건가...? 아니면 너무 옛날 껀가..."
수진이에게 한번 물어볼까 다시 문자를 보낼려다 그냥 직접 가서 보는게 빠르지 않을까 하고 쇼파에서 일어났다. 가기전 쿠키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창고문을 열었다.
끼익
익숙한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책상과 계단이 보였다.
"아무도 안 왔나?"
1층을 둘러보는데 2층 왼쪽 방에서 누군가 나왔다.
현진이었다.
순간 "아"하고 말이 나왔다.
"뭐야... 그 표정은?"
현진이는 자신을 보고 있는 여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는걸 알았는지 말했다.
"아, 아니 그게 놀라서... 아무도 없을줄 알았는데."
"그냥 먼저 오고 싶어서 왔어."
"공부는 어쩌고..."
"학원은 내일까지 방학이야, 부모님도 잠시 나가셔서 온거야."
"그러다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해."
여주는 계단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어짜피 내 방에는 안 들어오니까 괜찮아."
"방?"
"말 안 했나? 난 내 방에 전신거울로 여기오거든. 방문에 전신거울이 붙어 있거든."
그 말에 자신 말고 다른사람들은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구나.난 문으로 들어오는데."
끼익
문 소리와 민성이가 들어왔다.
"먼저 와 계셨네요."
민성이는 작은 종이상자를 들고 왔다. 이번에도 먹을것을 만들어 온 것 같았다. 왼쪽 방에 모여 앉은 셋은 민성이가 만들어 온 크로아상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근데 넌 어디로해서 여기로 오는거야?"
"저요?"
민성이가 자신을 가리키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다락방 문으로 오고있어요. 안 쓰는 다락방이 있는데 그 문 열면 여기로 이어져 있더라구요."
똑똑
노크소리와 같이 수진이가 들어왔다.
"안녕."
짧은 인사 후 자연스럽게 여주 옆으로 와 앉았다.
"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옆에 앉는 수진이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언니일줄 알았는데 조용하지만 먼저 행동하고 할말은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나도 먹어도 되지."
"네, 그럼요."
"저... 언니 그 동화책 보셨어요?"
여주가 물었다.
"응? 아...응 봤어, 별 내용 없어. 그냥 평범한 동화책이야."
"어디에 있어요?"
"오른쪽 방."
여주는 문쪽을 봤다. 동화책을 가져와 볼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쪽 방에는 언제가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동화책은 침대에 올려져 있었다.
"음..."
동화책을 가지고 방을 나오는데 민지가 계단을 올라왔다.
"안녕, 여주야."
"안녕하세요. 언니."
민지는 여주의 손에 든 동화책을 보고 읽었냐는 눈빛을 보냈다.
"아. 아니요... 이제 볼려고."
"뭐야, 안 들어와?"
현진이가 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큰소리로 말했다.
"이거 읽은 사람은 수진이뿐이야?"
"응. 혼자 왔을 때 읽고 침대에 두고 갔지."
모두 수진이를 보았다. 은근히 용기가 있는 건가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우리들이 하지 않은건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 다같이 보면 되겠네요."
여주는 민성이가 가져온 크로아상을 옆으로 치우고 동화책을 탁자 위에 놓았다. 긴머리의 여자아이의 뒷모습과 열쇠들 여자아이 주변에 그려져있었다. 글쓴이는 적혀있지 않았다.
여주는 한장한장 천천히 넘겼다. 옆사람들도 동화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 읽었을 때.
".....?"
별로 큰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평범한 동화책 같은데."
"나도."
민성이와 민지가 말했다 .
현성이는 여주를 보고 '넌?'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난 좀... 이상한데..."
"나도 좀 걸리는데."
두 사람의 말에 무슨 뜻인지 둘을 바라봤다.
"그게... 어."
여주가 제대로 말을 못하자 현진이가 동화책의 첫장을 폈다.
"동화책 내용을 짧게 요약 해보면 여자아이가 6개의 열쇠로 고장난 시계를 움직인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동화책보면 흔이 있을 수 있는 래파토리 아닌가?"
"그건 그런데."
"왠지 우리랑 비슷하지 않아? 첫번째 열쇠로 문을 열었다. 라고 써져있어."
현진이가 말했다.
"그런데 뭔가 문제 있어?"
"열린다?"
"응. 우리가 여기로 그 박사님한테 초대받았잖아. 각각 집에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문이 열린거야."
"좀 억지 아니야?"
수진이가 말했다.
"여자아이는 다른 열쇠도 하나씩 찾아서 마지막에는 시계를 움직인다고 하잖아."
"그럼 그 박사님이라는 남자아이가 이 동화책을 모방했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민지가 동화책을 보면서 물었다. 솔직히 조금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일 수도 있지만 직접 들으니 왠지 찜찜했다. 일부러 우리를 이 곳에 부른걸까 왜 그런걸까 침묵이 흘렀다.
"그 뒤로 그 박사님 본 적 없으시죠?"
민성이가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동화책 한권으로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아닌지 괜히 봤나하는 생각에 책을 덮었다.
"일단 이 동화책은 깊이 생각하지 말자. 괜히 안좋은쪽으로 생각하면 더 안 좋아."
민지는 동화책을 집어 장난감상자에 넣었다.
"아! 맞다. 우리아빠가 다음에 초밥먹으러오래."
민지는 여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급히 화재를 전환한 것 같았다.
"그래도 왔는데 초밥 한접시라도 먹어봐야하잖아."
"누나집은 장사하신다고 들었는데 초밥집이었구나."
민성이가 중얼거렸다.
"응. 내가 어릴 때부터 했어. 한번씩 먹으러와. 맛 괜찮으니깐."
"주소 보내주세요. 한번 갈게요."
동화책이야기는 조금씩 사라졌다. 아니 모른척하는걸지도 모른다. 민성이가 가지고 온 크로아상과 여주가 가지고 온 쿠키도 먹었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어디갔는지 다들 이야기를 하며 떠들었다. 처음부터 이야기하러 온 것처럼 시간을 흘러갔다. 아마 조금은 더 친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않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