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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신생 아카데미의 회귀제자
작가 : 풀챵
작품등록일 : 2022.1.3

신생 아카데미 1위가 너무 강하다.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도 모르는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표지는 유나입니다!

 
020-절망
작성일 : 22-02-28 16:00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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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 아카데미의 회귀제자 -20회

 

 

 

 

  ‘피의 시종이다. 좀비와 다름없다.’

  “쿠렐을 되돌릴 수는 없겠죠?”

 

  아주 짧은 인연이었지만 강렬한 인연이라 생각했다.

  다소 거칠어도 따뜻한 그의 행동에 베테랑 각성자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웃으면서 그와 헤어진 게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쿠렐은 죽었다. 그것도 죽어도 죽지 못한 언데드가 되어 자신의 클랜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혼을 풀어주어라.’

 

  선인의 말은 선고와 다름없었다. 도하의 눈으로 쿠렐의 혼이 비췄다. 절규하고 절망하는.

  쿠렐은 피눈물을 흘리며 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도하는 주먹을 움켜쥐고 앞으로 달렸다.

 

 

  ***

 

 

  강유민은 진심을 다해 기쁨을 느꼈다. 숙원을 이루는 순간이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은 선택받은 존재다. 남보다 뛰어난 각성능력, 인간을 벗어나 얻은 힘, 그리고 4차각성까지, 세계를 굽어볼 존재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존귀한 존재임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경지.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한낱한시도 멈추지 않았던 강유민에게도 믿음이 깨지는 일이 있었다.

 

  -이능이 완성되지 않아.

  피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강유민은 4차각성에 성공했다.

  3차 각성만으로도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는게 가능할텐데 4차 각성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만으로 세계는 강유민이라는 라이징 스타를 치켜세우고 칭송했다.

 

  최연소 4차각성. 강유민은 장차 사라 코코마자 꺾어내고 세계 최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평가가 이어졌고, 강유민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이란성 쌍둥이이지만 부모의 이능을 나눠받은 특이이능체질의 쌍둥이다.

  강유민은 태어나기 전부터 강유나의 이능을 본능적으로 빨아드려 빠른 성장의 재능을 얻었고, 태어난 이후에도 강유나를 종처럼 대했다. 그는 누구보다 특이이능체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를 통해 피의 귀족과의 거래를 텄다.

 

  피의 열매를 먹었을 때의 희열.

  온몸의 세포들이, 분자 단위로 모든 것이 뒤바뀌는 경험은 어떠한 오르가즘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강유민이 잘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피의 열매에 필요한 인자가 부족한 것이다. 쌍둥이로 태어나면서 생긴 특이이능체질은 그에게 축복을 줬지만 동시에 피의 열매에 대한 하자를 만들었다. 그는 혈족의 도움으로 인자하자를 고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오늘 그 숙원을 이루는 날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그때의 희열을 느낄 때였다.

  “유나. 설마 2차 각성을 했을 줄이야. 굼벵이도 구르는, 아니지 피는 못 속이는 건가? 곧 죽어도 내 혈족이라는 거겠지.”

 

  계획은 아주 자그마한 오차조차 없이 이루어졌다. 강유나에게 접근하고 강유나를 이끌어낸다. 중심에서 가장 벗어난 외곽지구에 거점을 만들고 강유나를 끌어들인다. 모든 계획은 완벽하게 이뤄졌다. 단 하나, 강유나가 2차각성이라는 정보만은 고려하지 못했다.

 

  강유나가 각성능력을 사용해 결계바깥으로 외부를 향해 무언가를 전했을떄, 강유민은 분노를 느꼈지만, 이제와서 그 능력이 아무런 효용가치 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조소를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불쌍하게 여기었다. 하나뿐인 쌍둥이 형제가 이토록 무능력하다는 사실에 기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유민, 멈…춰.”

  “아아, 곧 해방시켜줄게 너무 걱정하지마. 고통은 짧을 거고 정신을 차리면 내 시녀 정도로 해줄게.”

  죽음은 아주 짧을 것이다. 피의 노예가 되어 평생 강유민을 위한 노예가 될 테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쿵!

  그때였다.

 

  결계가 크게 일렁이더니 정문이 산산조각 나면서 두 명의 인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비틀린 결계가 다시 닫혔다. 유나의 목을 붙잡고 있던 강유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쿠렐을 무너트린 남자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남자가 외쳤다.

 

  “강유민!”

  분노가 섞인 고함이었다.

  쿠렐의 코어를 부수고 무력화함과 동시에 결계를 침투한 도하는 강유민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활성화한 모든 이능을 총동원했다.

  도하는 분노했다. 세포가 저장한 모든 이능을, 가능성을 끌어모아 몸을 움직였다.

  레모니와의 결승전보다도 빠르게, 그의 몸은 번개처럼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강유민을 지키고있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비켜!”

  도하의 발이 그의 머리를 차올렸다. 남자는 팔을 들어 도하의 발을 막았고, 그대로 허공을 돌았다.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동물처럼 남자의 몸이 허공을 빠르게 회전하더니 벽에 처박혔다.

  도하가 아는 모든 묘리를 담아 발에 실었다. 일반적인 발차기가 아닌, 붕권을 발로써 해내는 신기에 가까운 체술이었다. 도하는 충격에너지 그자체를 회수하며 진각을 밟았다. 나아간다.

 

  나아가고 뚫어낸다.

  이것은 레모니의 기술과 유사했다.

  질량을 두른 그녀가 모든 것을 침식하고 공간 자체를 지배하에 둔 절기처럼, 도하는 공간을 지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발을 내딛을 때 무게가 배로 늘어났다.

  수십번의 진각을 밟았을때는 바닥이 코끼리가 밟은 것처럼 무너져 내렸고, 강유민은 흥미롭다는 듯이 도하를 보았다. 그리고 도하의 신형이 강유민 앞까지 도달했다.

 

 

 

  “유나 내려놔, 이 새끼야.”

  “너, 그때 걔구나?

  강유민은 도하를 보며 말하면서 유나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으으윽, 도…하야.”

  유나가 실눈을 뜨고 도하를 괴로워하며 쳐다보았고, 도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도하의 몸이 불어난 것처럼, 도하의 신형이 수십 갈래로 나뉘며 발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렸다.

 

  쿠웅!

  어마어마한 충격에 건물이 울렸다.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바닥 장판이 사정없이 금이 가고 무너졌다. 흙먼지가 거치자 도하는 자신의 발을 막은 붉은 막을 보았다.

 

  “이정도면, 여기 주인이었던 녀석보다 세겠는데?”

  강유민은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핥으면서 말했다. 우산처럼 피의 막이 강유민을 보호했고, 도하는 빠르게 발을 내리며 주먹을 뻗었다.

 

  “움직임도 좋아. 근데 느리네?”

  주먹을 중간까지 뻗었을 때, 눈앞으로 강유민의 얼굴이 나타났다. 도하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더욱 빠르게 뻗었다.

 

  “느리다니까.”

  [혈검(血劍)]

 

  촤아악!

  피가 사방으로 분사했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도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팔을 보았다. 인지부조화로 인해 그것이 자신의 팔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는 순간, 도하의 눈으로 신발바닥이 점점 커지며 다가왔다.

 

  퍼억!

  포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도하의 몸이 건물 벽을 부수며 결계까지 처박혔다.

 

  “아차차, 결계는 부수면 안 되지.”

  강유민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결계를 걱정했다.

 

  “쿨럭.”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도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일어서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한쪽 팔이 없다는 차이와, 흔들린 뇌로 인해 중심은 더없이 무너졌고, 도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살아있네?”

  강유민은 씨익 웃으면서 도하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도하에게 다가왔다. 한손에는 유나의 목을 물건처럼 쥐고 있었고, 한손에는 피로 이뤄진 검을 들고 있었다.

 

  “자, 마지막으로 돈 주고도 못 볼 관경을 보여줄게. 내 완전한 4차 각성을 말이야.”

  “멈…춰.”

  도하는 피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강유민에게 말했다.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절대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만을 알 것 같았다.

 

  “후후후, 친구끼리 사이좋게 나를 보필하는 거야. 아주 훌륭한 계획이야.”

  강유민은 웃으며 강유나의 몸을 들어올렸다. 주변의 혈액이 의지를 가진것처럼 강유나의 팔과 다리를 묶으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자, 유나. 네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 거야!”

  환희에 찬 얼굴로 강유민은 혈검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유나의 가슴팍으로 검끝을 향했다.

 

  투둑, 투두둑.

  유나의 교복 단추들이 떨어지고, 셔츠가 종이처럼 베이며 풀어졌다. 그리고 유나의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만해!”

  “하하하하!”

  도하는 절규하듯이 외쳤고, 그것에 강유민은 더욱 환희에 찬 표정으로 칼끝을 유나의 살결 위로 댈 뿐이었다. 그리고 혈검이 새하얀 피부 틈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푸욱!

  유나의 등 뒤로 혈검이 치솟았다.

  쿨럭, 유나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도하를 쳐다보며 입가로 피를 흘렸다. 점차, 유나의 눈빛에 생기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혈액이 유나의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나의 고개가 점차 떨어졌다.

 

  도하는 입을 벌린 채 그 관경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멈춘 것 느껴졌다.

 

  죽었다. 누가?

  친구가, 정말?

  유나는 죽었어.

 

  아무것도 못했다. 무기력해.

  대체 뭘 위해 노력했던 거지?

  뭘 대단하다는 듯이 만족했던 거지?

 

  나는 뭘 한 거지?

  의문. 나는….

 

  무력감이 온몸을 지배했고 분노는 점차 증오가 되었고, 동시에 자조와 자기혐오로 변했다. 현실과의 괴리에 시간은 멈춘 것처럼 느껴졌고, 이윽고 모든 게 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도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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