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강남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는 신랑신부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찾아온 하객들로 붐볐다.
예식장 근처에 차를 세운 경찰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젠장. 우리들의 말을 보기좋게 무시하다니......!" 이서윤 경위가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우리가 몇 번 씩이고 일렀는데도 말이죠. 결혼식 피로연장 사건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했는데도 말이죠." 김혜나 형사가 말했다.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장소에서 말이네요."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고 온 크리스틴 펜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오오, 크리스틴!"
"이러다 큰 참사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요."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여긴 경찰에 맡기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
"형사님."
"어서 가렴. 시은아, 얼른 크리스틴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가줘!"
"물론이죠, 형사님."
"잠깐만, 저 형사하고 시은하고 무슨 관계야?"
"전에 만난 적이 있는 형사. 집으로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식장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방금 비명소리였지?"
"젠장!"
"크리스틴!!"
"저 예식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문제의 예식장으로 들어온 크리스틴 펜 일행은 누군가가 휘두른 칼에 맞아 죽은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틀렸어. 둘 다 죽었어요."
"경찰이 왔으니까 여러분 모두 수사에 협조해야합니다."
"뭐라고요?"
"신랑신부를 죽인 범인이 이 안에 있어요. 물론 흉기도 그렇고요." 김혜나 형사가 말했다.
"말도 안 돼......!"
"크리스틴?"
"사건현장에 못 들어가게 해줄테니 서둘러요!"
"알았다."
바로 그 때, 신랑신부를 죽인 범인이 예식장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을 본 이서윤 경위!
"김혜나! 지원팀이 오기 전까지 여기 지켜줘! 내가 그 인간을 추격할게!"
"알겠습니다!"
이서윤 경위가 범인을 추격하는 한편,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젠장......! 크리스틴 펜하고, 이서윤 경위가 우려한 일이 터질 줄이야!!" 이서윤 경위의 상관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피해자의 이름은 서 아무개하고, 황 아무개입니다."
"신랑신부를 글자그대로 한 번에 찔러 죽인 후에 달아났다 이말인가?"
"네. 주위를 둘러봤는데 피해자를 찌를 만한 흉기가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애써주게. 그 동안 그 시신들은 서둘러 국과수에 옳겨서 자세한 사인을 알아보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의문의 일기장과 관련한 사람을 찾았다고 하는데......"
"코드네임 에반이라고 불리는 사람 말입니까?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 말입니다."
"코드네임 에반?"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자, 경호원인데, 모종의 이유로 일기장을 쓴 사람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신분을 감춰야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현재 그 일기장을 가진 크리스틴 펜과 만나서 그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말입니다."
"알겠네. 의문의 일기장 관련 이야긴 나중에 하도록 하고, 목격자는?"
"여기 하객들인데 청첩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신랑신부에 접근하더니 칼을 꺼내고는 그 둘을 순식간에 한 번에 찔러 죽였다고 합니다."
"발자국으로 보아서는 무슨 운동화를 신은 모양인데."
"네. 신랑신부를 찌르는 과정에서 피가 묻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달아난 거야. 어딘가로 말이지!"
"어? 아까 전까지 있던 크리스틴 펜이 어디갔지?"
"크리스틴 펜?"
"네. 의문의 일기장을 소지한 바가 있는 사람입니다."
"젠장! 참고인이 위험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되는데...... 서윤에 연락해!"
"알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지?"
"고속터미널 역에서 신랑신부를 찔러 죽인 범인을 체포했다는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잘됬군!"
"크리스틴 펜도 거기에 있다고 했고요."
"가보자!"
강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를 살해한 범인을 체포한 이서윤 경위와 크리스틴 펜은 다른 동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틴."
"알아요. 범인을 그냥 둘 수는 없었거든요."
"하여간...... 그나저나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장소 그대로인데?"
"그 일기장의 비밀 하나를 형사님께서 푸셨군요. 그렇죠?"
"그가 겪었던 곳인 것은 맞았어. 하지만 예언서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글자그대로 비망록을 쓴 셈이니까."
"내가 간 장소에서 말인가?" 코드네임 에반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엇! 코드네임 에반!"
"그 해당 장소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건 당시에 있었던 일일 뿐이야."
"뭐?"
"내가 미쳤다고 예언서 운운하겠어? 보아하니 범인을 체포한 모양이네요."
"그래. 물론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나를 부르는 건데. 그런 살인이 일어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한 사람이라면."
"맙소사......!"
그리하여 경찰서로 간 크리스틴 일행은 신랑신부를 죽인 범인을 심문하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집안이 망해요."
"그렇다고 신랑신부를 칼로 찔러?" 이서윤 경위가 호통치며 질문했다.
"저도 억울하다고요."
"억울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 신랑신부의 일은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그 예식장 직원들이 저를 해고했어요."
"뭐?"
"그 인간들이 너 같은 쓰레긴 예식장하고 어울리지 않다면서 매몰차게 쫓아냈다고요! 그것도 부당해고를 말이죠."
"이에 화가 나자, 오늘 칼을 소지한 채로 신랑신부를 죽여서 관심을 끌려고 했다?
굉장히 얼빠진 죄를 저질렀군."
"얼빠지다뇨? 그건 그 사장이 들어야 할 쓴소리라고요!"
"뭐?"
"그 사장...... 전에도 경고를 무시했어요. 결혼식장에 그런 범죄는 없다면서 헛소문 퍼뜨리지 말라고 무시했어요."
"그래서 헛소리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려고......"
그 장면을 이중창문을 통해서 보고 있던 크리스틴 펜과 임시은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죽일 놈......"
"의문의 일기장에 적혀있던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코드네임 에반은 분명 자신이 겪었던 일을 쓴 거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왜 그들이 그 일기장을 예언서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임시은이 말했다.
"그러게요. 누군가 의문의 일기장을 암흑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지난 번 고양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2건도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의 짓일까는 생각이 들어."
"이걸로 의문스런 부분이 하나씩 풀리는 셈이군." 코드네임 에반이 말했다.
"코드네임 에반!"
"걱정 마. 내가 쓴 그 의문의 일기장은 국과수에서 분석한다고 했어. 물론 새로운 일기장을 만들어서 쓸 거야. 내가 겪은 일을 쓴 거 가지고 시비를 걸지 못하게 다시 한 번 이름 밝히지 않는 일기장을 만들거야."
"에반. 왜 이러는지 알 것 같네요. 언젠가 위험이 닥쳐오리라는 사실을 저들이 괄시했기 때문이죠?" 크리스틴 펜이 말했다.
"뭐?"
"이번 사건처럼 눈물로 기억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예 쓰지 않거나, 해당 페이지를 찢었던 거고요."
"그만 해......"
코드네임 에반의 감정을 하늘도 알았을까?
그 날 밤,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의문의 일기장을 찾았나?"
"이젠 경찰이 의문의 일기장을 소유했습니다."
"뭐라고?! 경찰이?!"
"네. 강남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고요."
"살인이라?"
"걱정마십시오. 대장님의 이야긴 일절 없었으니까요."
"의문의 일기장을 찾는 건 관두도록 하고, 대신 결혼식장 테러 사건으로 종목을 바꿔야겠군."
"참고로, 우리들의 대업을 방해하는 인물은 크리스틴 펜입니다.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죠."
"뭐라고?! 크리스틴 펜이라는 여성이?"
"네. 크리스틴 펜이 경찰에 밀고한 것이 분명합니다. 무슨 조치를......"
"아냐. 크리스틴 펜은 그저 의문의 일기장 속 장소를 둘러본 사람일 뿐이야. 크리스틴 펜을 도운 경찰을 상대하는 편이 좋겠군."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