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울대고개에서 꽃이 든 상자들로 도로를 막은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크리스틴 펜은 서둘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건 관련 보도를 보기 시작했다.
"꽃이 든 상자들로 도로를 막는다?! 대체 몇 상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크리스틴 펜이 말했다.
"글쎄...... 최소 100상자 이상은 되지 않을까? 꽃이라서 가볍잖아." 주예린이 말했다.
"아니. 쉽게 생각하면 안 돼." 크리스틴 펜의 저택에 모습을 보인 코드네임 에반이 말했다.
"에반! 여긴 어떻게?"
"이서윤 경위가 말하더군."
"그럴 리가."
"그것보다 아까 전에 꽃이 든 상자들 이야기라니?"
"방금 그 사건과 관련한 기사가 떴어요!" 주예린이 스마트폰에 뜬 기사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현재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누군가를 겨냥한 범죄 같은데?"
"뭐라고? 누군가를 겨냥한 범죄? 누굴까...... 한 번 직접 그 장소로......"
"안 돼! 경찰이 지금 거길 수사하고 있어!" 크리스틴 펜이 주예린을 말리면서 말했다.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 입은 여인의 말이 맞아. 행여나 어느 위험인물이 해당 지역에 매복했을 가능성이 있어.
게다가 그 지역에 대해서도 모르고."
"혹시, 울대고개 근처 묘지 말야?" 주예린이 말했다.
"뭐?"
"묘지 근처 말야."
"글쎄......"
그 시각, 경찰서에서는 이서윤 경위와 김혜나 형사가 꽃이 든 상자들로 도로를 막은 사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꽃이 든 상자들을 가지고 도로를 가로 막은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김혜나 형사가 말했다.
"그러게. 방금 들어온 신고에 따르면, 원당역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법이라고 하더군!" 이서윤 경위가 말했다.
"이거 어쩌면 동일 집단의 소행이라고 봐도 이상할 것도 없겠네요. 꽃이 든 상자들로 도로를 막은 목적을 알아낼 수 있다면 다음 표적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거에요."
"반장님!"
"뭐 좀 알아낸 거라도 있나?"
"네! 디애나 던 일행의 증언에 따르면 의정부로 가려고 송추를 거쳐가던 중에 울대고개 근처에 놓여진 꽃이 든 상자들 때문에 상자들을 넘어서 갔다고 합니다."
"역시! 결혼식과 관련한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노린 건가?"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를 증명할 수단이......"
"도현. 꽃이 든 상자들 관련 건은 다른 경찰들에 맡기고, 우린 코드네임 에반이 왜 자신의 이름을 뺀 일기장을 썼는지에 관해서 알아보는 데에 집중하자고."
"알겠습니다."
"이서윤 경위?" 이서윤 경위의 상관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경감님!"
"보아하니 의문의 일기장 관련 건을 수사하고 있는 모양이군."
"네.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장소에서 살인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을 밝혀낼 단서를 알아보고는 있지만 비관적입니다."
"그런가......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주게. 그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단서가 나올 거야."
"알겠습니다."
7월 1일, 금정역 12시.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을 입은 크리스틴 펜은 의문의 일기장을 보면서 그 지역을 둘러보고 있었다.
"금정역이라...... 금정역 근처 보냉창고가 있다고 들었는데......"
"보냉창고 말인가요? 흥안대로에 있는 그 창고?" 보냉창고로 향하던 한 사람이 말했다.
"네! 맞아요!"
"그럼 금정역에 잘 온 겁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금정역에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줄래요?"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바에 따르면, 작년 7월 3일에 근처 음식점에서 잠시 있다가 바로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혹시 셀프식당을 말하는 건가요? 거기라면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머물렀을 것으로 보이는 곳인데."
"네."
"그럼 안내해드리죠."
금정역 2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자율식당에 간 크리스틴 펜과 보냉창고 직원은 거기서 크리스틴 펜을 알아보는 직원을 만났다.
"앗! 이렇게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누구지?"
"크리스틴 펜이라고 불리는 인물인데,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지."
"만나서 반가워요. 저 친구랑 함께 보냉창고로 가서 아이스크림 재포장 일을 할 거니까."
"아하, 흥안대로 근처 보냉창고에 그런게 있네요."
"맞아요."
"크리스틴. 코드네임 에반도 우리 보냉창고에서 재포장 일을 한 적이 있거든요. 당신이 알아보고 있는 그 일기장을 쓴 사람 말이에요."
"그리고?"
"맞다! 그 친구 영화 <겨울왕국 2>에 수록된 바가 있는 '보여줘'란 곡을 틀어줬거든요."
"그 곡이라면 이디나 멘젤이랑, 에반 레이첼 우드가 불렀다는?"
"네. 그 곡을 틀어주었죠. 아마 <겨울왕국>이란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어쩌면 새로운 단서가 나온 모양이네요. 코드네임 에반과 관련한 사실을 말이죠."
"그러게 말이네요."
"크리스틴. 만약에 우리 보냉창고 재포장 일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와도 좋아요. 우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에요."
"생각이 나면 연락해줘요!"
크리스틴 펜이 나가자, 보냉창고 직원도 자율식당에서 나왔다.
"크리스틴 펜 말야. 코드네임 에반이 쓴 적이 있는 일기장에 나온 장소를 둘러보고 있지 않을까?"
"아마도. 코드네임 에반이 우리들에 들려준 '보여줘' 이야긴 일기장엔 없었지."
"그러게. 뭐, 주로 다룬 것이 경호 일이었으니 그런 거겠지 뭐."
"진짜 궁금해지겠어. 가자."
"그러지 뭐."
이틀 후인 7월 3일.
크리스틴 펜은 이서윤 경위 일행을 다시 신촌로터리에 있는 카페에 만났다.
"형사님?"
"크리스틴. 의문의 일기장을 쓴 코드네임 에반의 비밀 하나를 푼 것 같구나."
"이디나 멘젤과 에반 레이첼 우드가 부른 노래를 즐겨 듣는다?"
"그거 말고. 다른 거지."
"대체 무엇인지......?"
"우리들을 부른 건 정신연령 운운하는 위험인물 때문에 그런 거야."
"뭐라고요?! 위험인물 때문에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이름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