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경호업체 사무실.
"다시 온 것을 환영하네, 코드네임 에반!"
"다시 뵈니까 반갑네요."
"그래.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지냈다면서?"
"물론이죠. 오! 런던에 있는 타워브릿지에도 갔고요."
"그런가.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라뇨?"
"결혼식 경호 일 이후로 한동안 조용히 휴가를 보내고 있었으니 뭐, 이걸로 재충전은 됬으리라 난 믿네.
뭐, 그 이야긴 거기까지고,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네.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어."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다고요? 어떤 의뢰죠?"
"신촌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할 예정인 신랑신부가 의뢰를 했어. 결혼식장에 위험요인이 있을 것을 우려한 이유로 말이네."
"위험요인?"
"이를테면 전 남친이나 여친이 초대받지 않은 채로 차마 말로는 설명 못하는 것들을 폭로하려고 하거나, 신랑신부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 거 말야."
"그게 사실이라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네요."
"맞아.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맡아야해."
"그래서 저를 찾으려고 수소문한 거군요.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을 입은 사람을 찾아서 저를 설득하려고......"
"그렇다네."
"오오, 이거 굉장히 커지겠네요."
"코드네임 에반이 의문의 일기장을 썼다고요?"
"맞아. 코드네임 에반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은 크리스틴 펜하고, 나하고, 그리고 김혜나 형사 말고는 몰라."
"그렇구나."
"의문의 일기장에서 결혼식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았어. 신랑신부를 노린 범죄와 같은 이야기를 말야.
물론, 결혼식 때 일어난 일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악인이 되는 걸 막으라는 명령도 더불어서 말이지.
코드네임 에반도 그 중 하나였어."
20XX년 5월 26일, 신촌의 한 예식장에서 거행된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의 일이였다.
"이건 진짜로 운이 좋아서 그런 거지 위험인물들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봐요. 그야말로 최악이죠." 도현이 말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을 입은 여인에 대해선 아직 파악하지도 못했잖아. 의문의 일기장을 품은 사람을 말야."
"그러게. 그 의문의 일기장을 품게 된 동기가 뭐길래 손을 댄 것일까?"
"코드네임 에반을 찾으려고 단서를 찾는 걸지도 모르잖아."
"자자, 쓸데없는 이야긴 거기까지. 다들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너희들 사무실에서 또 보세."
"알겠습니다."
일행과 헤어진 코드네임 에반은 신촌로터리에서 크리스틴 펜을 만났다.
"Who are you? (당신은 누구죠?)"
"Me? (나 말인가요?)"
"Yes, you. (네. 당신요.)"
"크리스틴 펜이라고 불러요."
"크리스틴 펜? 잠깐만...... 오스카 드 라 렌타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맞아요. 오늘도 그 의상이랍니다."
"어쩐지...... 전 코드네임 에반이라고 불러요."
"코드네임 에반?"
"이름은 밝히지 않으려고요. 또 다시 예식장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름을 안 썼죠? 이름을 밝히면 분명 누군가가 해코지를 하려고 들 것을 우려해서 이름을 쓰지 않았으니까."
"크리스틴. 그 이야긴 그 정도면 됬네요."
"당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건 알잖아요."
"그만해요."
"뭘 그만하라는 이야기지?" 이서윤 경위가 말했다.
"헛된 희망."
"2015년에 있었던 일 때문이니? 그게 아니면 2016년에 발생한 일?"
"설마 의문의 일기장을 읽은 거요?"
"네. 당신이 쓴 일기장을 읽었어요. 정장 한 벌이 없는 사람 이야기는 물론, '장애인의 적'이야기,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결혼식 관련 이야기도."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네, 코드네임 에반."
"잠깐만, 에반?"
"오늘은 그 정도로 하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그게 좋겠네요. 처음 만난 것 치고는 그나마 다행이니까."
"다행은 무슨. 이제 시작인 걸요. 결혼식에 있었던 일이 모두를 지배하지 않도록 무슨 방법을 찾아서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첫 걸음이니까."
"크리스틴. 정말로 내가 필요하다면 그 때 다시 연락할 테니까."
코드네임 에반이 자신의 저택으로 가자, 이서윤 경위와 크리스틴 펜이 이어서 의문의 일기장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누군지 밝혀냈기는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위험에 처하는 건 시간 문제군."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은 없으니 그게 더 큰 문제죠.
코드네임 에반이 그러한 태도를 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할 것 같네요."
"맞아. 오! 안산에 있는 음식점을 방문해서 사진 속 인물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코드네임 에반과 함께하던 경호업체 사람들이더라고."
"그래서 그런 거군요."
"그 날, 안산시 국제 거리극이 열리던 날에 에어아바타를 맨 채로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경호업체 사람 2명이 코드네임 에반이 무사한지 지켜본 거고요.
이걸로 한 가지 의문은 풀었는데, 결혼식과 관련한 사건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게 문제네요."
"그러게."
"코드네임 에반...... 결혼식 관련 건 말고, 다른 뭔가가 그를 사로잡고 있을 거에요. 그게 뭔지 알아야겠어요.
의문의 일기장엔 문제의 장소 뿐만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살피면서 말이죠."
"그럼 난 다시 한 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 가서 탐문수사를 하도록 하지."
"몸조심해요."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모습을 보인 것을 하늘이 알아차렸을까?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끝내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과 그 의문의 일기장을 손에 쥔 사람, 그리고 그녀의 지인을 향해서 대형 사건이 발생하리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